사월의 미, 칠월의 솔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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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한번 더 살 수 있다면, 아마도 이모는 정방동 136-2번지, 그 함석지붕집을 찾아가겠지. 미래가 없는 두 연인이 3개월 동안살던 집. 말했다시피 그 집에서 살 때 뭐가 그렇게 좋았냐니까 빗소리가 좋았다고 이모는 대답했다.

_ 사월의 미, 칠월의 솔 중 - P89

매일 밤, 밤새 정감독의 팔을 베고 누워서는 혹시 날이 밝으면 이 사람이 감쪽같이 사라지는 게 아닐까 걱정이 되어 자다가 깨고, 또 자다가 깨서 얼굴을 들여다보고, 그러다가는 다시 잠들지 못하고, 또 움직이면 그가 깰까봐 꼼짝도 못하고 듣던, 그 빗소리 말이다. 바로 어제 내린 비처럼 아직도 생생한, 하지만 이제는 영영 다시 들을 수 없는 그 빗소리.

_ 사월의 미, 칠월의 솔 중 - P90

아무튼 내 배로 낳은 자식이지만, 그 속까지 내가 낳은 건 아닌 모양이야.

_ 일기예보의 기법 중 - P109

"고통이란 가장 강한 놈이 독점한다는 것을.

_ 푸른색으로 우리가 쓸 수 있는 것 중 - P166

우리의 맹세를 잊지 말라고 너는 내 손을 깨물었지. 오 해맑은 눈동자의 내 사랑아! 오 잘 물어뜯는 어여쁜 내 사랑아! 맹세는 제대로 된 것이었지만, 물어뜯는 것은 쓸데없는 짓이었네

_ 푸른색으로 우리가 쓸 수 있는 것 중 - P179

우리는 나이가 들었고, 세계는 점점 나빠지고, 그 동네는 폐허가 됐다. 이사갈 곳을 마련하지 못해집을 비워주지 못하는 세입자들만이 그 폐허를 지키고 있었다.

_ 동욱 중 - P200

나는 용서해달라는 말을 하려고 거기까지 애들을 따라간 거였는데, 철교 아래까지 가서야 나는 일방적으로 용서받을 수 있을 뿐, 내게는 용서해달라고 간청할 자격 자체가 없다는 걸 알게 되었어. 그래서 나는 강을 등지고 서 있었던 거야. 그래서 내가 볼 수 있는게 그 담배 불빛들뿐이었던 거야. 커졌다가 작아졌다가, 또 위로솟구쳤다가 아래로 떨어지는, 빨간 불빛들, 남편이 무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

_ 동욱 중 - P202

어쩌면 속죄와 정화의 연소일지도 모를, 외로운 불. 이제 그 불은 내 안에서, 관계의 불이 되어, 나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내가 죽는 순간까지도 그 불은 꺼지지 않으리라. 거기에 비하면 15년이란 얼마나 짧은 시간일까! 거기까지 생각했을 때,

_ 동욱 중 - P204

누구에게나 인생은 한 번뿐이리라. 한 번뿐인 인생 앞에서 도덕은 무엇이며, 또 윤리란 무엇일까?

_ 우는 시늉을 하네 중 - P225

"영범, 타인의 진심이라는 건 꽤 부담스러운 거야. 원치 않는 사람에게는 무거운 사슬이기도 해. 아무리 가족이라고 해도 진심이라는 이름으로 그런 사슬을 채우는 건 옳지 않아."

_ 우는 시늉을 하네 중 - P227

행복은 자주 우리 바깥에 존재한다. 사랑과 마찬가지로. 하지만고통은 우리 안에만 존재한다. 우리가 그걸 공처럼 가지고 노는 일은, 그러므로 절대로 불가능하다. 만약 실제로 그가 코끼리에게 갑자기 그 공을 던졌다면, 코끼리는 그 자리에서 죽었을지도 모른다. 곤충들은 그렇게 죽지 않겠지만, 적어도 말할 줄 아는 코끼리라면 그렇겠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죽으니까.

_ 산책하는 이들의 다섯 가지 즐거움 중 - P302

. 커츠가 마지막으로 알게 되는 건 세상의 모든 악의 근원이자, 암흑의 핵심이 자기 안에 있다는 사실이었다.

_ 산책하는 이들의 다섯가지 즐거움 중 - P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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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의 미, 칠월의 솔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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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한번 우려낸 국화차에 다시 뜨거운 물을 붓는 짓이나 마찬가지니까. 아무리 기다려봐야 처음의 차맛은 우러나지 않는다. 뜨거운 물은 새로 꺼낸 차에다만 그게 인생의 모든 차를 맛있게 음미하는 방법이다. 마찬가지였다. 봄날의 거리에서 재회하니 그런 식으로 정연은 예뻤다. 그에게예뻤던 여자들은 여전히 예쁘고, 또 그런 식으로 영원히 예쁘겠지만 ‘다시‘ 예쁠 수는 없었다.

_ 벚꽃 새해 중 - P19

"이 자리에서 고백하는 말이지만, 우리 아들은 마음이 닫힌 아이입니다. 아무리 큰 목소리로 사랑한다고 말해도 그 말들은 우리아들에게 가 닿지 않습니다. 제게 말들이란 얼마나 무기력한 것인지 모릅니다.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말들은 외롭고 슬픕니다. 한때는 너무 힘들어 같이 죽겠다고 자동차를 몰고 어두운 밤거리로 달려나간 적도 있었습니다. 그때 마지막으로 우리 아들에게 엄마의 꿈들에 대해서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나는 아들이 좋아하는 치킨집에서 중학교 시절의 제 꿈에 대해서 들려줬습니다. 그때 프라이드치킨을 한 마리 다 먹는 동안, 저는 시인이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프라이드치킨이 없었다면 지금 저는 이 자리에 서지도 못했을겁니다. 제 시가 누군가에게도 그런 따뜻한 프라이드치킨 같은 게됐으면 좋겠습니다."

_ 깊은 밤, 기린의 말 중 - P61

함석지붕집이었는데, 빗소리가 얼마나 좋았는지 몰라. 우리가 살림을 차린 사월에는미 정도였는데, 점점 높아지더니 칠월이 되니까 솔 정도까지 올라가더라. 그 사람 부인이 애 데리고 찾아오지만 않았어도 시 정도까진 올라가지 않았을까?

_ 사월의 미, 칠월의 솔 중 - P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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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이야기 한국 근대 문학 기행
김남일 지음 / 학고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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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일화친조약이 1854 년이고, 조일수호조규는 1876년이다.
메이지 유신이 1868년이고, 갑오개혁은 1894년이다. 그 시차가 고스란히 문명개화의 시차였다. 그런데 이때의 문명개화란사회진화론에 입각한 약육강식을 정당화하는 내용이었다. 서구에 비겨 약자였던 일본은 그 문명개화를 일찍 받아들여 이제조선에 대해 강자로서 우뚝 설 수 있게 되었다.

_ 신문관, 최남선의 근대 중 - P60

훗날 연구자 박진영은 그 최남선이야말로 이 땅에서 처음으로 전문성과 기획력을 갖추고등장한 번역가요 편집자임에 틀림없다고 장담한다. 그리고 그때의 번역과 편집은 단순히 바다 건너 일본의 그것을 그대로 복사해내는 일을 충분히 넘어선다고 말한다.

_ 신문관, 최남선의 근대 중 - P64

어쨌거나 나쓰메 소세키는 한국 작가들에게도 적잖이 영향을 미쳤다. 홍명희는 동경 유학 시절 ‘하여간 그때의 일본 문단의 독보였다는 그의 작품을 거의 다 읽었다. 이광수도 마찬가지였는데, 다만 그가 읽은 『도련님이니미니 『산시로』니 『문학론』이니 하는 책들은 다 홍명희가 사서 건네준 것들이었다. 가난한 그는 겨우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만 제 돈으로 살 수 있었다. 심훈은 아직 심대섭이던 시절 흑석동 제집 따뜻한 방에 드러누워 겨우내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읽었다. 하루는 일기에 "참 하목 선생은 박학광식한 사람이다.

_ 한국이 사라진 날 중 - P80

무엇보다 말이 문제였다. 도무지 서울말을 모르니 입을 열기가 두려웠다. 조선 팔도에서 두루 유학생들이 왔기에, 특히 남쪽 한라산 밑에서 온 학생하고 북쪽 두만강 유역에서 온 학생은 거의 외국 사람같이 서로 말이 통하지 못했다.

_ 서울로 가는 길 중 - P96

따지고 보면 안국동 일대가 서울의 모든 문화와 예술 사조의발상지였을지 모른다. 대개의 책방, 출판사, 인쇄소가 거의 그쪽 길가에 있었다.

_ 서울로 가는 길 중 - P97

‘지금 이러할 때 앓는다는 것은 불행을 넘어 하나의 죄악이다.‘

_ 무정의 무대 서울 - P110

옛것은 쇠하고, 시대는 변한다.
새 생명은 이 폐허에서 피어난다.

_ 문학의 봄 중 - P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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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교양 공부 - 나와 세계를 잇는 지적 생활 습관 하루 한 공부
전성원 지음 / 유유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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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르미도르 반동은 공포정치를 끝장내지 못한 대신 혁명을 끝장냈다. 곧바로 자코뱅파를 색출해 숙청하는 작업이 시작되었다. 1797년공화국 프랑스가 치른 최초의 자유선거에서 다수의 왕당파가 의회로 복귀하며 혼란은 더욱 가중되었다. 이처럼 통제될 수 없는 혼란 속에서 주도권을 잡은 것은 결국 군대였다.

_ 테르미도르 반동 중 - P604

죽산 조봉암을 일러 ‘잃어버린 진보의 꿈‘이라고 말한다. 만약 그가 시대의 순교자가 되어 죽지 않고 살아서4·19 혁명을 볼 수 있었다면, 1950년대부터 진보 정치의 실험이 시작됐다면, 한국의 민주화는 ‘운동에 의한 정치‘가 아니라 정당정치의 발전으로 나타났을 것이다.

_ 잃어버린 진보의 꿈 중 - P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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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이야기 한국 근대 문학 기행
김남일 지음 / 학고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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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몸에 새겨진 문신을 지우려 애쓰는 늙은 폭주족처럼,
서울은 필사적으로 근대의 기억을 지우고 있다.

_ 창랑정은 노을에 물들고 중 - P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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