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한번 우려낸 국화차에 다시 뜨거운 물을 붓는 짓이나 마찬가지니까. 아무리 기다려봐야 처음의 차맛은 우러나지 않는다. 뜨거운 물은 새로 꺼낸 차에다만 그게 인생의 모든 차를 맛있게 음미하는 방법이다. 마찬가지였다. 봄날의 거리에서 재회하니 그런 식으로 정연은 예뻤다. 그에게예뻤던 여자들은 여전히 예쁘고, 또 그런 식으로 영원히 예쁘겠지만 ‘다시‘ 예쁠 수는 없었다.
_ 벚꽃 새해 중 - P19
"이 자리에서 고백하는 말이지만, 우리 아들은 마음이 닫힌 아이입니다. 아무리 큰 목소리로 사랑한다고 말해도 그 말들은 우리아들에게 가 닿지 않습니다. 제게 말들이란 얼마나 무기력한 것인지 모릅니다.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말들은 외롭고 슬픕니다. 한때는 너무 힘들어 같이 죽겠다고 자동차를 몰고 어두운 밤거리로 달려나간 적도 있었습니다. 그때 마지막으로 우리 아들에게 엄마의 꿈들에 대해서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나는 아들이 좋아하는 치킨집에서 중학교 시절의 제 꿈에 대해서 들려줬습니다. 그때 프라이드치킨을 한 마리 다 먹는 동안, 저는 시인이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프라이드치킨이 없었다면 지금 저는 이 자리에 서지도 못했을겁니다. 제 시가 누군가에게도 그런 따뜻한 프라이드치킨 같은 게됐으면 좋겠습니다."
_ 깊은 밤, 기린의 말 중 - P61
함석지붕집이었는데, 빗소리가 얼마나 좋았는지 몰라. 우리가 살림을 차린 사월에는미 정도였는데, 점점 높아지더니 칠월이 되니까 솔 정도까지 올라가더라. 그 사람 부인이 애 데리고 찾아오지만 않았어도 시 정도까진 올라가지 않았을까?
_ 사월의 미, 칠월의 솔 중 - P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