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국제질서 맥락으로 이해하기 - 패권 전환기 속 대한민국의 미래
정하늘 지음 / 국제법질서연구소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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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미국과 EU는 광물 분야의 협력에 초점을 맞춘 무역협정인 ‘핵심 광물 클럽 critical minerals club의 체결을 추진하고 있다. 핵심 광물의 생산 및 공급은물론, 생산과정에서의 환경과 노동 기준도 마련해 이 분야의 국제규범을 선도할 계획이다. - P469

몸값이 높아진 글로벌 사우스는 미·중 패권 경쟁과 4차 산업혁명이 가져다준 천우신조의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한다. 2023년 7월 개최된 EU-중남미정상회담에서 아르헨티나의 구스타보 마르티네스 판디아니 중남미 · 카리브해 담당 차관은 "우리는 유럽에 리튬이 아니라 리튬 배터리로 작동하는 전기차를 판매하길 원한다"라며 더욱 높아진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과거와 같은 자원 수탈의 대상이 되지 않겠다는 글로벌 사우스의 의지는 확고하다. 패권 전환기 속 변화하는 국제질서 아래에서 글로벌 사우스의 의지는 존중될수밖에 없다. 오랜 암흑의 세월 끝에 마침내 시대의 흐름이 글로벌 사우스를향한 것이다. - P470

안미경중을 따르는나라는 평화로운 시기에는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중국과 가까워질 수 있으나 혼란스러운 시기에는 안보를 의지하는 미국과 가까워지는 게 자연스럽다. 그리고 안보협력이 강화되면 경제협력도 자연히 강화될 수밖에 없다. - P479

이집트를 제외한 중동의 4대 지역 강대국은 메소포타미아 북쪽의 튀르키예, 동쪽의 이란, 남쪽의 사우디아라비아, 서쪽의 이스라엘이다. 이들은 아랍의 봄으로 인한 혼란을 거의 겪지 않았다. 중동 4대 강국의 관계는 서로 좋지 않다. 유럽과 중동에 걸쳐 있는 튀르키예를 제외한 나머지 세 나라의 관계는 더욱 나쁘다. 4대 강국 간의 갈등과 대립은 미국이 중동에서 발을 빼기시작하면서 더욱 심화했다. 4대 강국은 아랍의 봄이 초래한 혼란에서 아직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시리아와 이라크, 레바논 등을 에워싸고 있다. 혼란에서 회복되지 못한 시리아·이라크 · 레바논 등은 불행히도 4대 강국 간에 대리전이 벌어지는 일종의 완충지로 전락했다. 전통적인 남하정책을 재개한 러시아까지 시리아 내전에 개입하면서 시리아는 강대국 간에 다툼의 장이됐다. - P484

태평양과 대서양을 거침없이 아우를 수 있는 미국이 세계 패권을 노릴 만한 나라가 되는 것이 지정학적 운명이었다면, 인도양 전역을 아우를 수 있는 인도가 인도양의 패권을 노리는 것 역시 지정학적 운명일지도 모른다. 미래에 미국의 해양 패권을 배제하는 지역 패권이 등장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곳은 어쩌면 남중국해가 아닌 인도양일 수도 있는 것이다. 미국이 일본. 대만·호주·필리핀 등과 연대하여 중국을 봉쇄할 수 있는 서태평양과 달리, 인도양에는 인도와 맞설 만한 지역 강대국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 P508

아나톨리아반도와 발칸반도에 걸쳐 있으며, 흑해와 지중해를 잇는 보스포루스 해협을 통째로 품은 이스탄불의 입지 덕분이다. 유럽의 공산품과 러시아. 중앙아시아의 에너지, 우크라이나· 러시아의 곡물은 발칸반도와 흑해, 캅카스, 중동, 지중해를 죄다 육로와 해로로 연결하는 아나톨리아반도를 거쳐 운송된다. 자유주의 국제질서가 한창일 때 대한민국이 동아시아에서 지향했던 ‘중심축 국가pivot state.‘ 그것이 튀르키예에 있어선 지리적 선물이나 다름이 없다. - P516

강자와 약자,
부자와 가난한 자 사이에서는
자유가 억압하고 법이 자유롭게 하리라 - P530

미국은 자유무역주의에서 이미 마음이 떠났다.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또다른 기둥인, UN을 중심으로 한 다자주의에 대한 기대도 많이 접은 것으로보인다. 다른 나라도 아닌 미국이 자유무역주의를 포기하고, 나아가 UN 체제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는 것은 탈냉전기 세계를 규율해온 자유주의 국제 질서에도 황혼이 드리워졌음을 뜻한다. - P534

만일 미국이 현상 변경 세력의 도전을 뿌리치는 데 성공하고, 역외 균형 정책을 통해 세계 어느 지역에서도 패권국이 등장하지 못하도록 억제하는 데까지 성공한다면, 다극체제가 도래한 다음에도 범세계적인 ‘힘의 균형‘이 성립할 가능성이 있다. 설사 다극체제라 해도 ‘힘의 균형‘이성립된 국제사회에서는 빈 체제와 같은 평화 체제를 제한적으로라도 구축할수 있게 된다. 그렇게 한시적으로나마 평화를 담보할 수 있는 체제가 구축된다면, 국제사회는 현실주의적 역학에 기반하였으되 항구적인 국제평화를 지향할 수 있는 새로운 국제질서를 수립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무정부상태의 현실과 약육강식의 숙명에서 어떻게든 벗어나려는 것은 인류의 본능이자 열망이기 때문이다. - P537

남은 21세기에는 국제법의 구속력binding power이나 강제력enforcing power보다 국제사회의 자발적 존중과 준수에 기초한 규범력 normative power이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자주의가 더욱 중요해질 이유다. - P541

국내 정치는 국경에서 멈춰야 한다. - P5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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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를 갈망하는 인간의 본성은 강력하지만, 가장 강력하지는 않다. 역사상 가장 강력하다고 입증된 정서 또는 이념은 민족주의다. ‘자유‘ 그 자체가 근본적인 동기가 되어 체제의 변혁을 끌어낸 사례는 프랑스 대혁명 등 소수에 불과하다. 반면 민족주의는 압도적으로 강한 정복자를 격퇴하거나 강고했던 체제를 전복시킨 많은 역사적 사건에서 핵심 동기로 작용했다. 오로지 자유 또는 자유민주주의만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사람을 찾기는 어렵지만, 민족주의적 애국심에 고양되어 목숨을 바치는 사람을 찾는 것은 상대적으로 어렵지 않다. 현대에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잔혹한 탄압과 학살이 일상이었던 고대에도 독립운동이나 항전의 주된 동기가 된 것은 거의 언제나 민족주의였다. 외부의 압제에 대항하는데 민족주의만큼 강력한 사상은 찾기 어렵다. - P457

글로벌 사우스란 개념이 미국과 서방이 주축이 된 자유 진영이나 반미연대 중 어디에도 속하지 않고 중립 노선을 유지하는 나라를 지칭하기 위해 사용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 P459

4차 산업혁명의 중추 산업을 위한 각종 원재료와 광물의 공급처로서 오늘날글로벌 사우스의 입지는 절대적이다. - P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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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를 그때 읽었더라면 - 가만히 외우고 싶고 베끼고 싶은 65편의 시
안도현 엮음, 신철 그림 / 모악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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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렁출렁하는 한 양동이의 물
아직은 이 좋은 징조를 갖고 있다 - P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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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를 그때 읽었더라면 - 가만히 외우고 싶고 베끼고 싶은 65편의 시
안도현 엮음, 신철 그림 / 모악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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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

장판에 손톱으로
꾹 눌러놓은 자국 같은 게
마음이라면
거기 들어가 눕고 싶었다

요를 덮고
한 사흘만
조용히 앓다가

밥물이 알맞나
손등으로 물금을 재러
일어나서 부엌으로

_ 신미나 - P22

그믐

한때 너를 아프게 물어뜯고 싶은 적이 있었다

_ 김수열 - P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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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국제질서 맥락으로 이해하기 - 패권 전환기 속 대한민국의 미래
정하늘 지음 / 국제법질서연구소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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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패권 전환기가 지속되는 한 국제사회에는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불확실성은 불안정을 부르고, 불안정은 비용과 리스크가 된다. - P371

세계화 시절 구시대의 유물이자 적폐적 보호무역주의로 취급받던 산업정책이 탈세계화와 함께 귀환했다. 불안정한 패권 전환기는 산업정책를 앞세운 경제 총력전의 시대가 될 것이다. - P382

그보다는 고립주의가 미국의 주류 정치세력으로 떠오를 때 국제사회가 마주하게 될 미국이 어떠한 모습일지를 고민하는 것이 생산적일 것이다. - P386

앞으로의 미국은 정파나 정권에 따른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성공적인 세계 경영이 곧 자국의 이익에도 부합한다고 보던 세계패권국의 시각에서 탈피하여 미국에 직접적인 이익이 되는 사안만을 챙기는 최강대국의 모습으로점차 전환하게 될 것이다. - P389

첫째는미국 본토 및 해외 파병군대에 대한 WMD 공격 또는 위협을 차단하는 것. 둘째는 미국의 동맹국들의 생존을 담보하고 모두가 번영할 수 있는 국제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협력하는 것. 셋째는 미국의 국경에서 적성 세력이 발호하는 것을 방지하는 것. 넷째는 주요 글로벌 체제의 효용을 담보하는 것. 마지막 다섯째는 적대 관계가 될 수 있는 국가들과 건설적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었다. 이들을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핵탄두에 대한 통제를 상실하지 않는 것과 같은 영구적 목표 외에도, 중국이 국제사회에 적절히 데뷔할 수 있도록 안배하는 것과, 러시아가 권위주의 또는 혼돈으로 회귀하는 것을 방지할 것 등도 포함되어 있었다. 세계무대에서 미국이 유일무이한 지도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담보하는 것도 포함되어 있었다. - P392

즉, 2022년도 국가안보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사활적 이해에대한 위협이 반드시 무력 개입을 담보한다고 볼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중국과 러시아 등의 도발 행위나 인도·태평양 지역의 자유와 안전을 해치는 행위 등은 오늘날 미국에 있어 실존적 위협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 P393

영미동맹은 미·중 패권 경쟁에서 미국이 활용할 수 있는 최강의 동맹자산이다.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영미동맹은 미·중 패권 경쟁이 본격적인 신냉전으로 비화하더라도 확고하게 미국의 편에 설 것이고, 설사 미국이 완전한 고립주의로 돌아서더라도 마지막까지 동맹 세력으로 남을 것이다. 2023년 6월 미국의 수출통제 제도를 감독하는 연방상무부 산하 BIS는 파이브 아이즈 5개국이 기존의 정보공유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수출통제에 관한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BIS에 따르면 파이브 아이즈 국가 간의 ‘수출통제 파트너십‘을 통해 수출통제 분야에서의 공동 조사는 물론이고 수출통제체제와 집행 과정에서의 동질성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 한다. 미국이 패권전환기에 도입하려는 신규 수출통제제도가 파이브 아이즈 국가를 중심으로먼저 시행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 P403

2023년 1월, NATO와 EU는 유럽과 대서양의 안보가 최대의 위협에 직면해 있다며 러시아와 중국에 대항하여 두 기구 간의 협력관계를 격상하겠다고 선언했다. 2023년 5월에 공개된 EU의 대중국 전략문서는 "중국이 러시아에 우크라이나 철수를 요구하지 않으면 EU와의 관계는 결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2023년 10월 중국을 방문한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유럽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중국이 중립이라는 설명을 신뢰할 수 없다며, "중국이 러시아 편이 아니라는 것을 확신시키기 위해서는 해야 할 일이 많다"라고 압박하기도 했다. - P425

우크라이나 전쟁은 안보는 미국에, 에너지는 러시아에, 경제는 중국에 의존해온 유럽의 방만함에 찬물을 끼얹은 각성제였다. - P426

요컨대 신냉전은 거부하되,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와 급격하게 디커플링하면서 많은 고통을 받았던 경험을 교훈 삼아 수출선과 수입선을 사전에 다변화하겠다는•취지였다. 중국과 디커플링하지 않고 디리스킹하겠다는 선언은 안보적 위험이 되지 않는 선에서는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이어가겠다는 선언이기도 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2023년 3월에도, 그리고 4월에도 동일한 메시지를 던졌다. 중국을 배제하는 블록경제는 거부하되,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완화하는 ‘디리스킹‘ 전략을 중심으로 대중국 정책을 짜겠다는 것이었다. 다만 반도체나 인공지능, 우주기술 등 4차 산업혁명의 중추 기술이자 최첨단 군사기술로 전용될 수 있는 이중용도 기술에 대해서는 합리적인 선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대중국 규제에 동참하겠다고 다짐했다. - P427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은 현재 지구상에서 현실주의적 요구와 자유주의적 가치를 어떻게 접목하고, 또 어떻게 조화시킬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유일한 세력이다. 유럽의 지정학적 가치와 잠재력을 고려할 때, 유럽의 입장과 의지는 패권 전환기의 방향을 결정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만일 불안정한 패권 전환기에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지키려 드는 최후의 수호자가 존재한다면, 그것은 미국이 아닌 유럽이 될 가능성이 높다. - P432

중국과 러시아가 연합하면 서로의 약점을 극복하고 미국도 만만히 볼 수없는 막강한 세력이 될 수 있다. 과거의 소련이 그랬듯이, 아니 그 이상으로 미국과 자유주의 진영에 맞서 세계를 양분하는 거대하고 강력한 진영을 구축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진영은 이란의 합류를 통해 지정학적으로 완성된다. 이란의 막대한 자원을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중동과 인도양에 진출하기 위한 지정학적 요충지를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대신 이란은 반미연대에 합류함으로써 오랜 고립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 P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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