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를 갈망하는 인간의 본성은 강력하지만, 가장 강력하지는 않다. 역사상 가장 강력하다고 입증된 정서 또는 이념은 민족주의다. ‘자유‘ 그 자체가 근본적인 동기가 되어 체제의 변혁을 끌어낸 사례는 프랑스 대혁명 등 소수에 불과하다. 반면 민족주의는 압도적으로 강한 정복자를 격퇴하거나 강고했던 체제를 전복시킨 많은 역사적 사건에서 핵심 동기로 작용했다. 오로지 자유 또는 자유민주주의만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사람을 찾기는 어렵지만, 민족주의적 애국심에 고양되어 목숨을 바치는 사람을 찾는 것은 상대적으로 어렵지 않다. 현대에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잔혹한 탄압과 학살이 일상이었던 고대에도 독립운동이나 항전의 주된 동기가 된 것은 거의 언제나 민족주의였다. 외부의 압제에 대항하는데 민족주의만큼 강력한 사상은 찾기 어렵다. - P4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