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패권 전환기가 지속되는 한 국제사회에는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불확실성은 불안정을 부르고, 불안정은 비용과 리스크가 된다. - P371
세계화 시절 구시대의 유물이자 적폐적 보호무역주의로 취급받던 산업정책이 탈세계화와 함께 귀환했다. 불안정한 패권 전환기는 산업정책를 앞세운 경제 총력전의 시대가 될 것이다. - P382
그보다는 고립주의가 미국의 주류 정치세력으로 떠오를 때 국제사회가 마주하게 될 미국이 어떠한 모습일지를 고민하는 것이 생산적일 것이다. - P386
앞으로의 미국은 정파나 정권에 따른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성공적인 세계 경영이 곧 자국의 이익에도 부합한다고 보던 세계패권국의 시각에서 탈피하여 미국에 직접적인 이익이 되는 사안만을 챙기는 최강대국의 모습으로점차 전환하게 될 것이다. - P389
첫째는미국 본토 및 해외 파병군대에 대한 WMD 공격 또는 위협을 차단하는 것. 둘째는 미국의 동맹국들의 생존을 담보하고 모두가 번영할 수 있는 국제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협력하는 것. 셋째는 미국의 국경에서 적성 세력이 발호하는 것을 방지하는 것. 넷째는 주요 글로벌 체제의 효용을 담보하는 것. 마지막 다섯째는 적대 관계가 될 수 있는 국가들과 건설적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었다. 이들을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핵탄두에 대한 통제를 상실하지 않는 것과 같은 영구적 목표 외에도, 중국이 국제사회에 적절히 데뷔할 수 있도록 안배하는 것과, 러시아가 권위주의 또는 혼돈으로 회귀하는 것을 방지할 것 등도 포함되어 있었다. 세계무대에서 미국이 유일무이한 지도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담보하는 것도 포함되어 있었다. - P392
즉, 2022년도 국가안보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사활적 이해에대한 위협이 반드시 무력 개입을 담보한다고 볼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중국과 러시아 등의 도발 행위나 인도·태평양 지역의 자유와 안전을 해치는 행위 등은 오늘날 미국에 있어 실존적 위협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 P393
영미동맹은 미·중 패권 경쟁에서 미국이 활용할 수 있는 최강의 동맹자산이다.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영미동맹은 미·중 패권 경쟁이 본격적인 신냉전으로 비화하더라도 확고하게 미국의 편에 설 것이고, 설사 미국이 완전한 고립주의로 돌아서더라도 마지막까지 동맹 세력으로 남을 것이다. 2023년 6월 미국의 수출통제 제도를 감독하는 연방상무부 산하 BIS는 파이브 아이즈 5개국이 기존의 정보공유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수출통제에 관한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BIS에 따르면 파이브 아이즈 국가 간의 ‘수출통제 파트너십‘을 통해 수출통제 분야에서의 공동 조사는 물론이고 수출통제체제와 집행 과정에서의 동질성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 한다. 미국이 패권전환기에 도입하려는 신규 수출통제제도가 파이브 아이즈 국가를 중심으로먼저 시행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 P403
2023년 1월, NATO와 EU는 유럽과 대서양의 안보가 최대의 위협에 직면해 있다며 러시아와 중국에 대항하여 두 기구 간의 협력관계를 격상하겠다고 선언했다. 2023년 5월에 공개된 EU의 대중국 전략문서는 "중국이 러시아에 우크라이나 철수를 요구하지 않으면 EU와의 관계는 결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2023년 10월 중국을 방문한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유럽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중국이 중립이라는 설명을 신뢰할 수 없다며, "중국이 러시아 편이 아니라는 것을 확신시키기 위해서는 해야 할 일이 많다"라고 압박하기도 했다. - P425
우크라이나 전쟁은 안보는 미국에, 에너지는 러시아에, 경제는 중국에 의존해온 유럽의 방만함에 찬물을 끼얹은 각성제였다. - P426
요컨대 신냉전은 거부하되,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와 급격하게 디커플링하면서 많은 고통을 받았던 경험을 교훈 삼아 수출선과 수입선을 사전에 다변화하겠다는•취지였다. 중국과 디커플링하지 않고 디리스킹하겠다는 선언은 안보적 위험이 되지 않는 선에서는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이어가겠다는 선언이기도 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2023년 3월에도, 그리고 4월에도 동일한 메시지를 던졌다. 중국을 배제하는 블록경제는 거부하되,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완화하는 ‘디리스킹‘ 전략을 중심으로 대중국 정책을 짜겠다는 것이었다. 다만 반도체나 인공지능, 우주기술 등 4차 산업혁명의 중추 기술이자 최첨단 군사기술로 전용될 수 있는 이중용도 기술에 대해서는 합리적인 선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대중국 규제에 동참하겠다고 다짐했다. - P427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은 현재 지구상에서 현실주의적 요구와 자유주의적 가치를 어떻게 접목하고, 또 어떻게 조화시킬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유일한 세력이다. 유럽의 지정학적 가치와 잠재력을 고려할 때, 유럽의 입장과 의지는 패권 전환기의 방향을 결정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만일 불안정한 패권 전환기에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지키려 드는 최후의 수호자가 존재한다면, 그것은 미국이 아닌 유럽이 될 가능성이 높다. - P432
중국과 러시아가 연합하면 서로의 약점을 극복하고 미국도 만만히 볼 수없는 막강한 세력이 될 수 있다. 과거의 소련이 그랬듯이, 아니 그 이상으로 미국과 자유주의 진영에 맞서 세계를 양분하는 거대하고 강력한 진영을 구축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진영은 이란의 합류를 통해 지정학적으로 완성된다. 이란의 막대한 자원을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중동과 인도양에 진출하기 위한 지정학적 요충지를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대신 이란은 반미연대에 합류함으로써 오랜 고립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 P44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