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꽃보다도 적게 산 나여 - 나희덕, 젊은 날의 시
나희덕 지음 / 수오서재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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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지는 꽃잎,
또는 지나치는 버스를 향해
무어라 중얼거리면서 내 기다림을 완성하겠지
중얼거리는 동안 꽃잎은 한 무더기 또 진다
아, 저기 버스가 온다
나는 훌쩍 날아올라 꽃그늘을 벗어난다

_ 오분간 중 - P21

예전의 그 길, 이제는 끊어져
무성해진 수풀더미 앞에 하냥 서 있고 싶은
그런 저녁이 있다

_ 그런 저녁이 있다 중 - P27

김밥을 네 개째 삼키는 순간
갑자기 울음이 터져나왔다, 그것이 마치
감정이 몸에 돌기 위한 최소조건이라도 되는 듯.
눈에 즙처럼 괴는 연두.

_ 연두에 울다 중 - P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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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조네 사람들 김소진 문학전집 1
김소진 지음 / 문학동네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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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는 지금 그에게 자신 있게 해줄 수 있는 말이 별로 없었다. 직장도 불안정하고 일상생활의 자질구레한 잡일에 치이다보니어느덧 나도 모르게 좋은 게 좋다는 식의 사고방식에 젖어드는 듯했다. 수험생들을 부추겨먹는 논리학 서적에 지금이라도 손대야 해요. 그리고 외국 동화를 번역해서 벗겨먹으려면 사상사 같은 구태의연한 이름으로는 안 돼요. 새한 미디어 이런 것 어때요? 벌써 산뜻하잖아요. - P69

봄이 돼놔서 그런지 어쩐지는 몰라도 먼지 알갱이가 조금만 어른거려두 어째 폐가 근질근질 못 참겠어서 말이여…………
솜틀기계에서 풀풀 날아오는 먼지 답쌔기 때문에 지병인 폐병이도지는 듯싶어 이사를 했다고 둘러대고 다녔지만, 내막으로는 주인집에서 먼저 내달린 셈이었다. - P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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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꽃보다도 적게 산 나여 - 나희덕, 젊은 날의 시
나희덕 지음 / 수오서재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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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인 줄도 모르고 잎인 줄도 모르고
피어 있던 시간이 내게도 있었다" - P5

서시序詩


단 한 사람의 가슴도
제대로 지피지 못했으면서
무성한 연기만 내고 있는
내 마음의 군불이여
꺼지려면 아직 멀었느냐 -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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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라는 거짓말 풍월당 시선 1
문원민 지음 / 풍월당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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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졌으나 지지 않은 시간보다, 해가 졌으되 완전히져서 땅에서도 바다에서도 하늘 어디에서도 그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지는 시간까지를 나는 황혼이라 부르고싶습니다. 인생은 해처럼 떠서 달처럼 저뭅니다. 어둠 속에서만 빛나는 별처럼 말입니다. 나의 황혼은 항해박명이었으면 합니다.

_항해박명 중 - P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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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라는 거짓말 풍월당 시선 1
문원민 지음 / 풍월당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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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흑백사진으로만 남겨야지요
명도의 차이만으로
초록과 파랑과 빨강을 복기해 내는 것,
그렇게 나는 지나간 시간에 대한
예의를 지킵니다

_ 그림자에 대한 예의 중 - P21

해냈습니다
고통 앞에 비굴하지 않았고
율법 앞에 무릎 꿇지 않았어요

외줄타기의 끝과 끝이 맞닿은 겨울 바닷가,
임랑의 온기를 잊지 마세요

임랑浪은 수풀을 헤치고 일어서는 파도입니다

_ 임랑 중 - P23

파도의 맹렬한 질주
그것을 무너지게 한 그 모든 파도의 묻힌 자리가
뼈 한 조각 남김없이 죽은
파도의 화석입니다

_ 파도라는 거짓말 중 - P25

온전히 잃어야만 내 것이 되는
온전한 잃음만이 몸에 새겨지는
잃어버린 책
잃어버린 노래
사람이 다 그렇더라

그대 나 또한 잃게 되리
그때 나 그대 몸에 새겨지리

_ 잃어버린 사람 중 - P55

침묵을 깨트리기에 침묵만큼 다정한 말이 없지
볕을 드러내기에 그늘만큼 밝은 데 없지
곁에 세워 두기에 연기만큼 조용한 게 없지
터뜨리지 않고 밤새 지기만 하는 일
숨어 지내기에 니 곁만큼 다정한 곳이 없지

_ 다정 중 - P60

지는 꽃잎 위로 피는 달빛에 베인
붉어진 마음으로

_ 건배 - P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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