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흑백사진으로만 남겨야지요 명도의 차이만으로 초록과 파랑과 빨강을 복기해 내는 것, 그렇게 나는 지나간 시간에 대한 예의를 지킵니다
_ 그림자에 대한 예의 중 - P21
해냈습니다 고통 앞에 비굴하지 않았고 율법 앞에 무릎 꿇지 않았어요
외줄타기의 끝과 끝이 맞닿은 겨울 바닷가, 임랑의 온기를 잊지 마세요
임랑浪은 수풀을 헤치고 일어서는 파도입니다
_ 임랑 중 - P23
파도의 맹렬한 질주 그것을 무너지게 한 그 모든 파도의 묻힌 자리가 뼈 한 조각 남김없이 죽은 파도의 화석입니다
_ 파도라는 거짓말 중 - P25
온전히 잃어야만 내 것이 되는 온전한 잃음만이 몸에 새겨지는 잃어버린 책 잃어버린 노래 사람이 다 그렇더라
그대 나 또한 잃게 되리 그때 나 그대 몸에 새겨지리
_ 잃어버린 사람 중 - P55
침묵을 깨트리기에 침묵만큼 다정한 말이 없지 볕을 드러내기에 그늘만큼 밝은 데 없지 곁에 세워 두기에 연기만큼 조용한 게 없지 터뜨리지 않고 밤새 지기만 하는 일 숨어 지내기에 니 곁만큼 다정한 곳이 없지
_ 다정 중 - P60
지는 꽃잎 위로 피는 달빛에 베인 붉어진 마음으로
_ 건배 - P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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