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스탤지어, 어느 위험한 감정의 연대기 - 인간은 왜 경험하지 못한 과거를 그리워하는가
애그니스 아널드포스터 지음, 손성화 옮김 / 어크로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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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100년쯤 전만 하더라도 노스탤지어는 단순히 감정이 아니라 질병이었다. 17세기 스위스에서는 하인들을 괴롭혔고, 18세기 영국에서는 뛰어난 지성인 의사들의 관심을 끌었으며, 미국 남북전쟁 기간에는 군인 수천 명의 목숨을 앗아간 병.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노스탤지어는 더 이상 육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오직 정신에만 영향을 미칠 뿐이다. 노스탤지어는 더 이상 치명적인 질병이 아니다.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의 종식 사이 20년 동안 노스탤지어는 멀리 떨어진 장소에 대한 동경으로 생긴 질병에서 지나간 시대에 대한 상대적으로 무해한 갈망으로 변화했다. 이제 많은 사람이 보기에 노스탤지어는 과거에 대한 애정 어린 감정 - 대개는 골동품 수집가나 감상벽이 있는 사람들이 경험하는 해롭지 않은 상태-에 지나지않는다. - P25

노스탤지어와 관련하여 가장 당혹스러운 점 중 하나는 이것이 그저 질병에서 감정으로 탈바꿈했을 뿐만 아니라, 장소와 관련된 것에서 시간과 연결된 것으로 서서히 전환되었다는 사실이다. - P28

노스탤지어의 표현은 우리가 과거에 대한 욕망, 현재에 대한 불만,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전달하는 한 가지 방식이다. - P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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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경제사 - 우리는 유토피아로 가고 있는가
브래드퍼드 들롱 지음, 홍기빈 옮김, 김두얼 감수 / 생각의힘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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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을 구축한다는 것은 정치적-군사적으로도, 이데올로기-종교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합리적이었다. 스페인의 정복자들 conquistadores은 왕에게 복무하고 하나님의 말씀을 전파하고 부를 긁어모으는 일에 착수했다. 이렇게 여러 시스템들이 하나로 얽혀서 제국주의적 정복의 강력한 인센티브와 역량을 제공한 경우는 지구상의 다른 어떤 모험가들 사이에서도, 제국주의 지망생 나라들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 P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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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경제사 - 우리는 유토피아로 가고 있는가
브래드퍼드 들롱 지음, 홍기빈 옮김, 김두얼 감수 / 생각의힘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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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9년 케인스는 현명하고 자신감도 넘치는 기득권 세력인 자신과 동료들과 선배들 모두가, 막상 전쟁이 터지기 전까지 이 경고의 신호들을 모두 무시한 채 그저 수수방관했다며 이렇게 말한다. "[1914년 이전의 경제성장이라는] 낙원에 군국주의와 제국주의, 인종적·문화적 경쟁, 독점, 각종 제약, 배제 등의 문제가 스멀스멀나타나면서 결국 에덴동산의 뱀처럼 낙원을 망쳐놓는 역할을 하게되건만." 이런 문제들을 "그저 일간지에 실리는 재미난 읽을거리이상으로 보지 않았었다."

_ 북방세계의 민주화 중 - P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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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사적인 평범 교유서가 산문 시리즈
부희령 지음 / 교유서가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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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는 줄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내가 그것을 받을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또는 모든 깨달은 이들이 말하듯이, 그것은 이미내 안에 있는지도 모른다. - P80

고향이란 기억과 연결된 장소이다. 따뜻하고 소중한 경험을나눈 기억 속의 사람과 사물이 붙박여 있어서 나의 일부 또한늘 그곳에 남아 있는 곳이다. 하지만 사람들 대부분을 먹여 살리는 일이 달라지면서 고향의 의미도 변했다. 이제는 떠날 능력이 있는 사람은 모두 떠나버린 곳이 고향이다. ‘고향을 지킨다‘라는 표현이 감상적 판타지로 남은 고향의 정체성을 말해주고 있다. - P117

내가 모르는 젊은 세대에게 고향이라고 부를 만한 곳은 저기 가상 세계 속, 롤이니 배틀그라운드니 하는 곳에 있는지도 모른다고, 감히 짐작해본다. - P118

이제 육십 년의 세월을 살아온 내가 지난 시간을 생각해봐도, 그저 ‘잠깐‘에 불과하다. 스무 살 때에도 과거는 그저 ‘잠깐‘이라는 느낌이었을 테고, 지금 창밖을 내다보는 나에게 주어진 시간도 오롯이 ‘잠깐‘일 뿐이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잠깐의 순간들이다. 그래서 고통에서 벗어날 수 없는 삶조차 그토록 소중하게 느껴지나보다. - P123

누군가가 손을 뻗어 좁은 구석에서 끌어내주기를 바라던 어린 마음을 이제 나는 경멸하지 않는다. 달리 어쩔 수 없었다. 그럼에도 두려움으로 굳게 잠긴 문을 스스로 여는 게 불가능한 일은 아님을 알려주고 싶기는 하다. 타인의 시선이나 사회적 통념도 상상하는 것처럼 높고 견고한 장벽이 아니라는 것도. 물론 언젠가는 스스로 알게 되겠지만.
알고 보면 나는 우여곡절 끝에 꿈을 이룬 사람이다. 끝이 좋으면 다 좋은거다. - P128

평생 공동체의 한구석에서 옹색하게 살아온 어설픈 개인주의자의 고백이다. 공동체 없이는 개인이라는 개념도 성립하지않는다. 행복한 개인의 필연적 조건은 공동체의 좋은 구성원이되는 것이다. 지난 세월 좌충우돌하며 깨달은 것은 공동체의 좋은 구성원이 되려면 실수하고 배우고 또 실패하고 학습하는 일을 거듭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바람직한 시민이 되고자 노력하지 않아도, 타인을 돕기 위해 내 것을 내줄 생각이 전혀 없어도, 나누면서 살아갈 도리밖에 없었다. 개인주의자로 천명하며 웅크리고 살 수는 있어도 누구의 영향도 받지 않는 고립된 개인으로 살 수는 없었다. 주위를 둘러보라. 스스로 개인주의자라고 공언하는 이들도 웅성웅성 모여서 무리를 이루려 애쓰고 있음이 눈에 들어올 것이다. - P153

윤리는 의무나 당위가 아니라 인간이 존재하는 방식을 아름답게 하려는 노력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아름답게 살아보자. - P154

자기 시신을 수습할 사람들을 위해 빳빳한 새 돈을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판단에 따라 삶을 마감했으리라 믿는다.
자기연민이나 자학이나 값싼 감상에 빠지지 않았을 것이다. 한나라의 경제를 들었다 놓았다 할 힘은 없었을지 모르나, 열다섯평 공간에 살면서 노동으로 생계를 이어가며 노모를 돌볼 힘을지녔던 사람이다. 그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가난 속에서 어머니를 저버리지 않고 아버지를 욕하지 않을 수 있는 이가 얼마나 드문지 아는가. 세세히 모르는 그의 삶을 함부로 동정하거나훼손하고 싶지 않다. 그의 기품 있는 죽음을 존중한다. - P157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은 가만히 앉아서 남을 비난하며 훈수를 두는 일이다. 미리 계산할 수 없는 우연과 조건들이 서로 영향을 미치는 복잡한 곳이세 상이며, 세상은 또한 끊임없이 변한다 - P184

인간을 바라볼 때 드론의 시점을 취하기 쉬운 위치가 있다.
한 집단의 리더, 군대의 지휘관, 대통령, 기업의 경영자, 고위 관료처럼 높은 지위와 권력이 밀어올려놓은 자리들이다. 이런 자리에 오르게 되면 역할의 특성상 인간의 눈이 아니라 드론의 눈으로 세상을 본다. 이들은 인간을 개인으로 마주보는 게 아니라집단의 구성요소로 바라보기 때문에, 집단의 움직임과 위치를근거로 개인의 희생을 유도하는 판단을 내리게 된다. - P187

해답을 찾고 분석할 능력은 나에게 없다. 다만 스스로 가난하다고 믿는 내가 먼 나라의 풍광을 구경하러 가는 사치를 누릴수 있도록 해준 시스템의 힘을 떠올린다. 한국인의 생각과 행동을 바꾼 것은 아마도 그 힘일 것이라 짐작한다. 자연재해나 불의의 재앙 앞에서는 아주 잠시라도 사람들 사이에 긴밀한 연결이 이루어진다는 믿음이 이제 여기, 대한민국에서는 유효하지 않은것 같다. - P192

"초원에서는 풀이 가장 큰 생명체이고, 나머지는 모두 작은 생명체에 불과해. 작은 생명체는 큰 생명체에게 의지해야만 살아갈수 있다. 늑대와 사람조차 작은 생명체에 속하지. 그래서 풀을먹어치우는 것은 고기를 먹는 것보다 더 나쁜 해악이야. 너는 가젤이 가련하다고 하지만 풀은 가련하지 않으냐? ……………가젤 무리가 필사적으로 풀을 뜯어먹는 것은 살생이 아니냐?" - P202

앎이라는 것은 자신이 안다는 것을 아는 것과 자신이 모른다는 것을 아는 것으로 다소 거칠게 나눌 수 있다. 마찬가지로모름 역시 자신이 모른다는 것을 모르는 것과 자신이 안다는 것을 모르는 것으로 나눌 수 있다. 이제까지의 앎을 되돌릴 수 없고 그럴 필요도 없지만, 우리는 이따금 알아도 모르는 상태에 머물러야 하지 않을까. 모름의 영역이 넓어지면 꿈의 지평도 넓어질 테니. - P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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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사적인 평범 교유서가 산문 시리즈
부희령 지음 / 교유서가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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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하게 살아온 덕분에 더 많은 이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
세상에는 평범한 사람이 더 많으니까. 이해한다는 것은 나에게매우 중요한 일이었기에, 좋았다. 평등이라는 관점에서 세상을바라볼 수 있어서도, 좋았다. 살다보면 평범은 비범과 대치되는 자리에 있는 게 아님을 알게 된다. - P10

변명삼아 남긴다. 베네치아에서 마주친 덴마크 여인이 고향의 언어로 말테에게 속삭인 말이다. "노래하라고 해서도 아니고,
그냥 보여주기 위해서도 아니고, 지금 여기서 노래하지 않을 수없기 때문이에요." - P24

시인이 되고자 하는 꿈이 있었다. 그날 이후로 나는 단 한 줄의 시도 쓰지 않았다. - P24

모든 게 마음먹기 나름이라는 말에는 빈틈이 있다. 마음이란 오직 나만의 것이 아니다. 마음은 내가 살아가는 시공간 속사람들이 내면화한 가치나 시선을 공유할 수밖에 없다. 가난이나 질병에 대한 편견. 계층 혹은 계급이라는 구별. 중심이 되는미학적 기준. 이런 것과 상관없는 마음이라는 게 있을까. - P41

그런데 이상하다. 지금 씻고 침대에 누워 책을 펼쳤는데 어디선가 생선 썩는 냄새가 솔솔 난다.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그렇다면 냄새의 진원지는 그가 아니라 바로 나? - P44

사랑의 놀라운 면은 세상 사람들이 좋은 사람 예쁜 사람 멋진사람 부유한 사람 유능한 사람만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쁜 사람 예쁘지 않은 사람 가난한 사람 이상한 사람도 사랑한다.
때로는 아주 깊이 사랑한다. 사랑은 성공이나 행복과 아무 관계가 없다는 증거 아닐까?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에게만 허락되는 것이 자유임을 보여주는 게 아닐까? - P49

둥글게 감겨 있는 투명 테이프의 모서리를 손가락으로 더듬어 찾듯 계절의 시작과 끝을 머뭇머뭇 감지하는 중이다 - P52

부자가 되고 싶지 않다고 말할 때 나는 경멸과 굴종을 얼마든지 견딜 수 있다고 말하는 셈이 된다. 정신승리일 뿐이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나는 아큐다. - P57

오늘 낮에 읽은 건데, 잠을 토막토막 자고 신경이 예민해지는건 칼슘 부족이라고 한다. - P60

행복이란 아무일 없이 무탈하게 사는 것. 몸과 마음이 바른 자세를 잃지 않게 조심조심 사는 것. - P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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