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의 시간 교유서가 다시, 소설
김이정 지음 / 교유서가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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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는 지나치게 단순하든지 아니면 몽상가든지 둘 중 하나야. 인간이 타고난 그 잔혹한 욕망을 무시한 이념일 뿐이네."

_ 해방촌 중 - P212

타인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자신이나 가족에게 상처를 주는 일은 없이 살아왔을 것이다. 위선 없는 그의생이 문득 부러웠다. - P215

한때 목숨을 걸었던 신념과 열정에 보기 좋게 배반당한 후,
이섭은 적어도 자신에게 남은 유일한 길이라 믿고 다시 이룬가족과 아이들을 위해서 발바닥에 피가 나도록 걸었다. 그러나 길은 느닷없이 끊기고 사라져버렸다. 이섭은 다시 어디로가야 할지 방향조차 알 수 없었다. 억지로 버티고 있던 마음의철심이 툭, 부러지는 소리를 냈다.

_ 사회안전법 중 - P242

"뭐든지 뜨거운 마음으로 해야 돼. 공부를 해도 뜨겁게 하고연애를 해도 마음을 다 바쳐야 돼. 그렇지 않으면 의무감만 남고사는 게 재미없어."

_ 유령의 시간 중 - P271

지형은 하늘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초가을 강바람이 손가락하나하나, 머리카락 한 올 한 올을 쓰다듬으며 대기 속으로 사라졌다. 유령의 시간이 저물었다.

_ 유령의 시간 중 - P283

욕망이 철저히 통제된 세계와 욕망이 지나치게 과잉된계, 지형은 그 어느 쪽에서도 희망을 찾을 수 없었다. 시간이지날수록 점점 절망적이 되었다. 만약 백두산에서 그 꽃들을보지 않았다면 지형은 이 일정 자체를 후회했을지도 모른다.

_ 에필로그 중 - P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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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의 시간 교유서가 다시, 소설
김이정 지음 / 교유서가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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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난 어떤 사상이 절대적으로 옳다는 생각은 안 드네.
다만 어떤 게 더 인간적인 제도냐의 문제겠지. 나는 겁 많은 사람이라서 그냥 내 가족과 아이들이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네.
내가 믿는 신념 때문에 가족을 다치게 하고 싶지 않을 뿐이네.
제 몸만 아낀다고 비난해도 좋네. 나는 아이들이 칼끝에 손만 베여도 견디지 못하는 사람이네." - P134

미처 체온이 식지 않은 남편을 땅에 묻었던 엄마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 같았다. - P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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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의 시간 교유서가 다시, 소설
김이정 지음 / 교유서가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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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이는 이렇게 멋진 곳에서 좋은 아버지랑 살아서 행복하겠다, 그지?"

_ 노란 택시를 타고 온 손님들 중 - P28

이섭은 세상에 이토록 다양한 물고기가 있다는 사실도 여기 와서야 겨우 알았다. 바다에는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생물들이 살았고 그들은 살아남기 위해 사력을 다해 바닷물을 타고 양식장까지 밀려드는데, 그중에서도 하필이면 새우만을 키워야 한다는 게 이섭의 비극이었다.

_ 새우 양식장 중 - P35

사구 언덕에 서서 텅 빈 해안을 두리번거렸다. 동이 트는 동쪽 하늘이 붉은 피를 언뜻언뜻 내비치며 산통을 시작하고 있었다. 바람 한 점 없는 해안은 입을 틀어막기라도 한 듯 고요했다. 누군가 바다로의 잠행을 계획했다면 더없이 좋을 새벽이었다.

_ 새우 양식장 중 - P38

미자는 아침마다 지친 몸으로 돌아오는 이섭을 볼 때마다복잡한 표정이 되었다. 연민과 안타까움, 피로가 뒤범벅이 된미자의 얼굴엔 간혹 분노마저 슬며시 비쳤다.

_ 새우 양식장 중 - P39

미래를 위해 현재의 에너지를 조금이라도 남겨두어야 한다는 건 어른들의 셈일 뿐이었다.

_ 새우 양식장 중 - P52

아버지가 술에 취하면 자주 부르던 노래, <애수의 소야곡)이었다. 엄마의 가는 목소리가 위태로운 음정에 실려 양식장호지 위로 날아갔다. 지형은 숨소리마저 멈추고 서 있었다. 정물처럼 차게 앉아 있던 엄마의 어깨가 노래를 따라 조금씩 흔들렸다. 달빛이 셔츠 주름을 따라 가로로 일렁였다. 밤이슬이스미는 듯 목소리가 점점 촉촉해졌다. 지형은 가만히 방으로들어갔다. 이젠 정말 자신이 보고 있었다는 걸 엄마에게 들키면 안 될 것 같았다. 지형은 누운 채 잠을 자려 애썼지만 잠은쉽게 올 것 같지 않았다. 평상에 홀로 앉아 흔들리던 엄마의 노랫소리가 귀에 쟁쟁했다.

_ 영석이네 중 - P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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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스탤지어, 어느 위험한 감정의 연대기 - 인간은 왜 경험하지 못한 과거를 그리워하는가
애그니스 아널드포스터 지음, 손성화 옮김 / 어크로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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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스 목동이 즐겨 부르던 노동요 <퀴헤라이엔>은스위스 용병들의 위험한 비망록이었다. 용병들은 그 곡조를 듣기만 해도 고국에 대한 갈망으로 눈물을 쏟았고 심지어 탈영하거나 죽음에 이르렀다. - P42

18세기에 스위스 학생들을괴롭혔던 사회적 변화는 속도를 더하기만 했다. 새로운 과학, 기술, 산업은 사람들이 일하고 살아가는 방식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사람들은 안락한 집에서 강제로 끌려 나와 불안해 보이는 새로운 세계로 내던져졌다. 19세기가 막을 내릴 무렵, 의학계를 사로잡았던 노스탤지어의 장악력은 서서히 약해졌지만, 그 병으로 목숨을 잃은 최후의 희생자는 20세기 초에 이르러서야 나왔다. 가장 마지막으로 노스탤지어라는 진단을 받고 그로 인해 사망한 사람은 1918년 서부전선에서 싸운 미군이었다. - P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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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스탤지어, 어느 위험한 감정의 연대기 - 인간은 왜 경험하지 못한 과거를 그리워하는가
애그니스 아널드포스터 지음, 손성화 옮김 / 어크로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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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100년쯤 전만 하더라도 노스탤지어는 단순히 감정이 아니라 질병이었다. 17세기 스위스에서는 하인들을 괴롭혔고, 18세기 영국에서는 뛰어난 지성인 의사들의 관심을 끌었으며, 미국 남북전쟁 기간에는 군인 수천 명의 목숨을 앗아간 병.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노스탤지어는 더 이상 육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오직 정신에만 영향을 미칠 뿐이다. 노스탤지어는 더 이상 치명적인 질병이 아니다.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의 종식 사이 20년 동안 노스탤지어는 멀리 떨어진 장소에 대한 동경으로 생긴 질병에서 지나간 시대에 대한 상대적으로 무해한 갈망으로 변화했다. 이제 많은 사람이 보기에 노스탤지어는 과거에 대한 애정 어린 감정 - 대개는 골동품 수집가나 감상벽이 있는 사람들이 경험하는 해롭지 않은 상태-에 지나지않는다. - P25

노스탤지어와 관련하여 가장 당혹스러운 점 중 하나는 이것이 그저 질병에서 감정으로 탈바꿈했을 뿐만 아니라, 장소와 관련된 것에서 시간과 연결된 것으로 서서히 전환되었다는 사실이다. - P28

노스탤지어의 표현은 우리가 과거에 대한 욕망, 현재에 대한 불만,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전달하는 한 가지 방식이다. - P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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