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의 시간 교유서가 다시, 소설
김이정 지음 / 교유서가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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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이는 이렇게 멋진 곳에서 좋은 아버지랑 살아서 행복하겠다, 그지?"

_ 노란 택시를 타고 온 손님들 중 - P28

이섭은 세상에 이토록 다양한 물고기가 있다는 사실도 여기 와서야 겨우 알았다. 바다에는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생물들이 살았고 그들은 살아남기 위해 사력을 다해 바닷물을 타고 양식장까지 밀려드는데, 그중에서도 하필이면 새우만을 키워야 한다는 게 이섭의 비극이었다.

_ 새우 양식장 중 - P35

사구 언덕에 서서 텅 빈 해안을 두리번거렸다. 동이 트는 동쪽 하늘이 붉은 피를 언뜻언뜻 내비치며 산통을 시작하고 있었다. 바람 한 점 없는 해안은 입을 틀어막기라도 한 듯 고요했다. 누군가 바다로의 잠행을 계획했다면 더없이 좋을 새벽이었다.

_ 새우 양식장 중 - P38

미자는 아침마다 지친 몸으로 돌아오는 이섭을 볼 때마다복잡한 표정이 되었다. 연민과 안타까움, 피로가 뒤범벅이 된미자의 얼굴엔 간혹 분노마저 슬며시 비쳤다.

_ 새우 양식장 중 - P39

미래를 위해 현재의 에너지를 조금이라도 남겨두어야 한다는 건 어른들의 셈일 뿐이었다.

_ 새우 양식장 중 - P52

아버지가 술에 취하면 자주 부르던 노래, <애수의 소야곡)이었다. 엄마의 가는 목소리가 위태로운 음정에 실려 양식장호지 위로 날아갔다. 지형은 숨소리마저 멈추고 서 있었다. 정물처럼 차게 앉아 있던 엄마의 어깨가 노래를 따라 조금씩 흔들렸다. 달빛이 셔츠 주름을 따라 가로로 일렁였다. 밤이슬이스미는 듯 목소리가 점점 촉촉해졌다. 지형은 가만히 방으로들어갔다. 이젠 정말 자신이 보고 있었다는 걸 엄마에게 들키면 안 될 것 같았다. 지형은 누운 채 잠을 자려 애썼지만 잠은쉽게 올 것 같지 않았다. 평상에 홀로 앉아 흔들리던 엄마의 노랫소리가 귀에 쟁쟁했다.

_ 영석이네 중 - P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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