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치가 있어 즐거운 세상 - 주락이월드, 스코틀랜드 증류소 탐험
조승원 지음 / 싱긋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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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의 캐스크‘를 비롯해 블랙 보모어를 저장한 1번 숙성고는 해수면 아래에 있다. 숙성고 한쪽이 바다와 맞닿아 있다. 벽에 구멍을 뚫으면 바닷물이 밀려들어오게 된다. 숙성고이면서 동시에 방파제 역할을 하는 셈이다. 숙성고가 바다에 잠겨 있는 거나 마찬가지라서 천사들이 먹어치우는 증발량angel‘s share 은 연간 1%밖에 안 된다. 숙성도 천천히 이뤄진다. 정리하면 블랙 보모어는 새 증류방식에 브라운 셰리 캐스크와 방파제 숙성고까지 세 가지가 결합해 탄생한 특별한 위스키이다.

_ 보모어 중 - P566

환경 얘기가 나온 김에 더 설명하자면 보모어 증류소는 열에너지 재활용energy recycling 시스템을 일찍 도입했다. 모리슨 보모어 시절이던 1983년에 응축기에서 나오는 뜨거운 물로 증류기에 넣을 워시wash (발효액)를 예열하는 설비를 마련했다. 이걸로만 연간10만 파운드에 달하는 예산을 절약했다. 지금도 보모어는 위스키 제조 공정에서 회수한 열로 증류소 바로 옆에 있는 주민 체육시설Mactaggart Leisure Centre 수영장에 온수를 공급한다. 캣은 "수영장에 따뜻한 물을 공급하는 건 보모어 증류소가 펼치고 있는 지역사회 공헌 활동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_ 보모어 중 - P575

보모어의 개성과 매력이 뭔지를. 그것은 결국균형과 조화였다. 지나치지 않은 피트감과 지나치지 않은 과일 향, 지나치지 않은 달콤함이 어우러지면 얼마나 아름다운 화음을 만드는지를 뒤늦게 깨달았다. 모든 맛이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위스키, 결코 ‘오버스럽게 나대지 않는 위스키. 그게 보모어의 진정한 매력이자 개성이다.

_ 보모어 중 - P583

킬호만 창업자 앤서니는 시대 흐름을 역행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과거로 돌아가길 꿈꿨다. 농장을 운영하며 직접 보리를 재배하고 전통 방식으로 몰트를 만들기로 했다. 발효와 증류,
숙성은 물론이고 병입까지 모든 공정을 증류소에서 하기로 마음먹었다. 200년 전에 사라진 농장 증류소 전통을 현대적으로 부활시키려고 한 것이다. 이런 철학을 담아 앤서니는 "From Barley To Bottle(보리에서 병입까지)"이라는 문구를 증류소 곳곳에 붙였다.

_ 킬호만 중 - P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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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루미의 땅, DMZ를 걷다 - 백령도에서 화진포까지 500km의 이야기 뉴스통신진흥총서 37
박경만 지음 / 사월의책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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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을 둘러봐도 구멍 난 돌멩이만 보이는 황무지인 민들레 벌판은 500여명의 도창리 주민이 1급수인 화강 물을 활용해 ‘민들레쌀‘을 생산하는 곡창지대로 바꿔놓았다. 화산석 위 기름진 점질토에서 재배된 민들레쌀은 전국2,500가구만 먹을 수 있는 귀한 쌀로 대접받으며 비싼 값에 팔려나간다.

_ 옛 명성을 되찾기 바라는 김화 중 - P351

DMZ의 지뢰를 제거하지 말고 생명이 다할 때까지 그대로 두는 것도 DMZ를 보전하는 한 방법이 될 수 있겠다. 원시 생태계가 복원된 지뢰지대는 동식물의 낙원이 되었고 한반도 미래를 여는 희망의 땅이 될 것이다. - P353

‘단장의 능선‘은 방산면 문등리와 동면 사태리 일원의 894-931-851 고지를 말한다. 9월 13일부터 2주 동안 고지 주인이 서너 번 바뀔 정도로 점령이 쉽지 않았다. 미군 1,670 명의 사상자를 낸 이 고지들에 미국 종군기자들이 ‘심장이 찢기는 것 같다‘는 뜻으로 ‘Heartbreak Ridge‘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우리말로 옮기면서 단장(斷腸)의 능선이 되었다. 단장의 능선 전투에서 4만여 명의군인들이 죽거나 다쳤으며, 미군이 쏜 포탄은 20만 발이 넘었다고 한다. 백마고지와 더불어 한국전쟁의 대표적 전투로 꼽힌다. 단장의 능선은 1986년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주연한 미 해병대 영화 <승리의 전쟁>(Heartbreak Ridge)의 모티브가 되었다.

_ ‘금강산 가는 길’ 두타연의 산양과 열목어 중 - P376

펀치볼의 움푹 파인 특이한 지형을 두고 다양한 이야기가 전해진다. 1천만년 전 거대한 운석과 충돌로 생긴 세계 최대 규모의 운석 분지라는 설과, 오랜세월 딱딱한 암석층 안쪽에서 차별적 풍화작용에 의해 생성된 차별침식 분지라는 주장이 있다. 분지에서 운석의 파편이 발견되지 않았고, 지질이 주변에비하여 무른 점을 근거로 차별침식설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옛날 대륙을 관리하던 신이 크고 뾰족한 산에 찔려 화가 나서 주먹으로 내려쳤더니 움푹 파여 펀치볼이 되었다는 우스개 이야기도 나온다. 해안면의 지명은 돼지[亥]가마을의 안녕을 가져왔다는 데서 유래된다.

_ ‘펀치볼’이라 불리는 해안분지 중 - P381

이탄층은 습지식물의 유해가 썩지 않고 차곡차곡 퇴적된 유기물질 층으로, 1밀리미터 쌓이는 데 1년가량 걸린다고 한다. 수천 년 식물의 잔해가 쌓인 용늪 이탄층은 한반도의 식생과 기후변화 연구에 중요한 ‘자연사박물관‘이 되었다.

_ 대암산 용늪 중 - P388

한국전쟁 최악의 흑역사가 된 ‘현리전투‘는 병자호란 쌍령전투, 임진왜란 칠천량해전과 함께 역사상 3대 패전으로 꼽힌다. 현리전투 대패의 책임에도 불구하고 패장 유재흥은 그해 태극무공훈장을 받았다.

_ 소양강변 38선 마을에서 시작된 전쟁 중 - P399

향로봉 전투와 건봉산 전투에서 승리함으로써 중동부 전선은 지금의 휴전선과 같은 철원~김화~화천 산양리~양구 펀치볼~인제 서화리~고성 거진리선까지 진출할 수 있었다. 건봉산 전투를 기념하는 충혼비에는 ‘전우여! 그대를 피로 물든 이곳에 마음의 표지로 세우노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_ 향로봉 중 - P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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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사의 위기
한병철 지음, 최지수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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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한다면 삶을 순전한 현사실성 위로, 즉 적나라한 상태 너머로 고양시킬 수 있다. 이야기는 시간에 유의미한 과정, 즉 시작과 끝을 부여함으로써 형성된다.

_ 벌거벗은 삶 중 - P59

오늘날의 위기는 ‘사느냐, 이야기하느냐‘가 아닌 ‘사느냐, 게시하느냐‘가 된 데 있다. 셀카 중독마저도 나르시시즘 때문이 아니다. 내면의 공허가 셀카 중독으로 이어진 것이다. ‘나‘에게는 안정적 정체성을 부여하는 의미 제공이 결여되어 있다.

_ 벌거벗은 삶 중 - P64

발터 벤야민에게 어린이는 신비로운 세계의 마지막 시민이다. 어린이에게는 단지 눈앞에 존재하기만하는 것은 없다. 모든 것이 의미심장하고 매우 의미 있다. 마법적인 친밀성이 이들을 세계와 연결해 준다.

_ 세계의 탈신비화 중 - P79

"무지의 기억으로부터 나오는 이미지의 특징이 아우라를가진다고 볼 때 사진은 ‘아우라의 쇠락‘ 현상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_ 세계의 탈신비화 중 - P80

이야기는 빛과 그림자, 가시적인 것과 비가시적인 것, 가까운 것과 먼 것의 유희다. 투명성은 모든 이야기에 근거하는 이러한 변증법적 긴장을 없애버린다. 세계의 디지털적 탈신비화는 기존 막스 베버MaxWeber가 과학을 통한 이성화로 일으킨 과학적 탈신비화를 훨씬 넘어선다. 지금의 탈신비화는 세계의 정보화로 인한 것이다. 투명성이 오늘날의 탈신비화를 일으키는 새로운 공식이다. 투명성은 세계를 데이터와 정보로 해체함으로써 탈신비화한다.

_ 세계의 탈신비화 중 - P85

보들레르처럼,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경악을 불러일으키는 예술가형은 오늘날엔 시대에 뒤처질 뿐아니라 거의 그로테스크하다고 여겨진다. 제프 쿤스Jeff Koons는 현대에 알맞은 예술가형이다. 그는 스마트한 예술가로 여겨진다. 그의 작품들은 충격과는 완전히 정반대인, 매끄러운 소비 세계를 반영한다. 그가 관찰자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단순한 ‘와우‘다.

_ 충격에서 ‘좋아요’로 중 - P98

니체가 말한 모든 가치에 대한 가치전도는 모험과 향연으로서의 이야기, 즉 탐험이다. 이러한 이야기는 미래를 열어준다.

_ 이야기로서의 이론 중 - P108

경청에서 중요한 것은 전달되는 내용이 아니라사람, 즉 타자가 누구인가다. 모모는 자신의 깊고 다정한 시선을 통해 타자를 그 사람의 타자성 안에 그대로 둔다. 이는 수동적인 상태가 아닌 능동적인 행위다. 경청은 상대에게 이야기할 영감을 주고 이야기하는 사람 스스로 자신을 소중하다고 느끼고, 자신의 목소리를 듣고,,심지어 사랑받는다고까지 느끼는 공명의 공간을 연다.

_ 치유의 스토리텔링 중 - P118

실제로는 자기 묘사에 다름이 없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의 ‘스토리‘도 사람들을 끊임없이 고립시키고 있다. 이야기와 달리 스토리는 친밀감도 공감도 불러내지 못한다. 이들은 결국 시각적으로 장식된 정보, 짧게 인식된 뒤에 다시 사라져 버리는 정보다. 이들은 이야기하지 않고 광고한다. 주목을 두고벌이는 경쟁은 공동체를 형성하지 못한다. 스토리셀링으로서의 스토리텔링 시대에 이야기와 광고는 구분하기가 불가능하다. 이것이 바로 지금의 서사의 위기다.

_ 치유늬 스토리텔링 중 - P121

오늘날 우리는 더 이상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그 대신에 과도하게 소통한다. 우리는 게시하고, 공유하고, 링크를 건다. 집단적 의식 내용을 허용하던 이전의 ‘의례적인 관조‘는 소통과 정보의 도취에 자리를 내주었다. 소통 소음은 마을 주민들이 하나의 이야기에 참여하게 함으로써 뭉치게 해준 ‘노래‘를 완전히 침묵하게 만들었다. 이 소통 없는 공동체는 공동체 없는 소통에 길을 내준다.

_ 이야기 공동체 중 - P125

자기 바신에 대한 숭배를 좋아하고 스스로가 지도자인 곳, 모두가 스스로를 생산하고 스스로를 공연하는 곳에는 안정적인 공동체가 형성되지 않는다.

_ 이야기 공동체 중 - P126

스토리를 판다는 것은 결국 감정을 판다는 말과 같다. 감정은 자신도 인지하지 못하는 신체의 본능 층위에서 행동을 제어하는 대뇌변연계에 그 시스템을 두고 있다. 감정은 이성을 거치지 않고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_ 스토리셀링 중 - P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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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치가 있어 즐거운 세상 - 주락이월드, 스코틀랜드 증류소 탐험
조승원 지음 / 싱긋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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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치 전문가 찰스 맥클린Charles Maclean은 "위스키에 투자하는 세가지 이유는 희귀성과 풍미, 그리고 다양함이다. 수집가들은 특히 기원과 역사가 있는 위스키를 찾는다"라며 초고가 판매 배경을 설명했다. 스카치위스키닷컴 scotchwhisky.com 전 편집자이자 주류 저널리스트인 베키 패스킨Becky Paskin 역시 "아드벡은 아름다운 위스키를 창조하는 것으로 명성이 높고 세계적으로 컬트cult적인 지위를 갖고 있으며 위스키 애호가들의 마음에 확고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_ 아드벡 중 - P521

스코틀랜드는 비가 유난히 자주 온다. 때문에 일부러 바깥에서 비를 맞게 해 오크통을 미리 불려놓는다는 것이다. 그렇게하면 스피릿을 채워 숙성고에 넣었을 때 증발량(엔젤스 셰어angel‘s share)이 줄어든다고 말한다.

_ 아드벡 중 - P530

누구나 아드벡이라고 하면 강력한 피트peat 부터 떠올린다. 당연하다. 라프로익이나 라가불린보다 더 강한 피트 몰트를 쓰기 때문이다. 라가불린이 대략 35ppm, 라프로익이 40~45ppm인 반면 아드벡 피트 몰트는 페놀 수치가 50ppm을 넘는다. 이런 이유로 아드백을 피트 괴물, 피트 몬스터라고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정작 아드백을 마셔보면 괴물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다. 피트가 강하게 느껴지기는 해도 무겁거나 텁텁하지 않다. 의외로 가볍고 깔끔하게 넘어간다. 피트 괴물이라는 말에 긴장했던 초보자들 중에서도 생각보다 마실 만했다고 말하는 분이 많다.

_ 아드벡 중 - P544

키가 큰 증류기 그리고 정화기와더불어 아드벡 스피릿 풍미를 완성하는 마지막은 스피릿 컷spirit cut이다. 이미 우리는 라프로익이 증류 초반에 나오는 초류head를 45분간 길게뽑아내고라가불린은 30분만 뽑아내서 분리한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런데 아드벡은 초류를 딱 10분만 잡아낸다. 이렇게 처음 10분간 흘러나온스피릿만 초류로 잘라내고 바로 중류heart, middle cut 로 잡아내기 때문에달달한 과일 풍미가 더 강조된다고증류소에서는 설명한다. 찰스 맥클린 같은 전문가가 왜 아드벡 풍미를 "sweet & smoky (달콤하고 스모키)"라고 표현했는지는 이런 스피릿 컷을 통해서도 짐작할 수 있다.

_ 아드벡 중 - P547

"아드벡은 과거에도 전설이었고 지금도 전설을 쓰는 중이며 앞으로도전설을 써내려갈 것이다."

_ 아드벡 중 - P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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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하더라도 새는 해치지 말자. 철원평야에서 우리가 농사를 지으니까 낙곡을 주워 먹겠다고 찾아온 것 아니냐. 새가 무슨 죄가 있냐. 새들이 살 수 없는 땅이면 사람도 살 수가 없다." - P322

철원이 세계 최대의 두루미 월동지가 된 것은 두루미가 살기 좋은 환경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1만 헥타르가 넘는 논의 절반 이상이 민통선 안에 있고, 철원만의 독특한 생태계로 한겨울에도 얼지 않는 둠벙인 ‘샘통‘이 들녘 곳곳에 널려있다. 또 한탄강, 역곡천, 대교천, 토교저수지 등은 다른 월동지에 견줘더 안전한 먹이터와 잠자리 구실을 하고 있다. 여기에 민통선 주민들의 먹이주기와 볏짚 존치, 무는 조성 등 적극적인 보호 노력도 더해졌다. - P324

한반도 DMZ는 두루미와 재두루미 무리가 자연스럽게 섞여 겨울을 나는 지구상에서 유일한 곳이다. 재두루미는 DMZ를 지나서 순천만과 주남저수지, 멀게는 일본 규슈의 이즈미까지 남하하는 반면, 추위에 강한 두루미는 한반도 DMZ까지만 이동하고 더는 내려가지 않기 때문이다. 두루미가 이동하는 남방한계선이 한반도 DMZ인 셈이다. - P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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