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한다면 삶을 순전한 현사실성 위로, 즉 적나라한 상태 너머로 고양시킬 수 있다. 이야기는 시간에 유의미한 과정, 즉 시작과 끝을 부여함으로써 형성된다.
_ 벌거벗은 삶 중 - P59
오늘날의 위기는 ‘사느냐, 이야기하느냐‘가 아닌 ‘사느냐, 게시하느냐‘가 된 데 있다. 셀카 중독마저도 나르시시즘 때문이 아니다. 내면의 공허가 셀카 중독으로 이어진 것이다. ‘나‘에게는 안정적 정체성을 부여하는 의미 제공이 결여되어 있다.
_ 벌거벗은 삶 중 - P64
발터 벤야민에게 어린이는 신비로운 세계의 마지막 시민이다. 어린이에게는 단지 눈앞에 존재하기만하는 것은 없다. 모든 것이 의미심장하고 매우 의미 있다. 마법적인 친밀성이 이들을 세계와 연결해 준다.
_ 세계의 탈신비화 중 - P79
"무지의 기억으로부터 나오는 이미지의 특징이 아우라를가진다고 볼 때 사진은 ‘아우라의 쇠락‘ 현상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_ 세계의 탈신비화 중 - P80
이야기는 빛과 그림자, 가시적인 것과 비가시적인 것, 가까운 것과 먼 것의 유희다. 투명성은 모든 이야기에 근거하는 이러한 변증법적 긴장을 없애버린다. 세계의 디지털적 탈신비화는 기존 막스 베버MaxWeber가 과학을 통한 이성화로 일으킨 과학적 탈신비화를 훨씬 넘어선다. 지금의 탈신비화는 세계의 정보화로 인한 것이다. 투명성이 오늘날의 탈신비화를 일으키는 새로운 공식이다. 투명성은 세계를 데이터와 정보로 해체함으로써 탈신비화한다.
_ 세계의 탈신비화 중 - P85
보들레르처럼,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경악을 불러일으키는 예술가형은 오늘날엔 시대에 뒤처질 뿐아니라 거의 그로테스크하다고 여겨진다. 제프 쿤스Jeff Koons는 현대에 알맞은 예술가형이다. 그는 스마트한 예술가로 여겨진다. 그의 작품들은 충격과는 완전히 정반대인, 매끄러운 소비 세계를 반영한다. 그가 관찰자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단순한 ‘와우‘다.
_ 충격에서 ‘좋아요’로 중 - P98
니체가 말한 모든 가치에 대한 가치전도는 모험과 향연으로서의 이야기, 즉 탐험이다. 이러한 이야기는 미래를 열어준다.
_ 이야기로서의 이론 중 - P108
경청에서 중요한 것은 전달되는 내용이 아니라사람, 즉 타자가 누구인가다. 모모는 자신의 깊고 다정한 시선을 통해 타자를 그 사람의 타자성 안에 그대로 둔다. 이는 수동적인 상태가 아닌 능동적인 행위다. 경청은 상대에게 이야기할 영감을 주고 이야기하는 사람 스스로 자신을 소중하다고 느끼고, 자신의 목소리를 듣고,,심지어 사랑받는다고까지 느끼는 공명의 공간을 연다.
_ 치유의 스토리텔링 중 - P118
실제로는 자기 묘사에 다름이 없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의 ‘스토리‘도 사람들을 끊임없이 고립시키고 있다. 이야기와 달리 스토리는 친밀감도 공감도 불러내지 못한다. 이들은 결국 시각적으로 장식된 정보, 짧게 인식된 뒤에 다시 사라져 버리는 정보다. 이들은 이야기하지 않고 광고한다. 주목을 두고벌이는 경쟁은 공동체를 형성하지 못한다. 스토리셀링으로서의 스토리텔링 시대에 이야기와 광고는 구분하기가 불가능하다. 이것이 바로 지금의 서사의 위기다.
_ 치유늬 스토리텔링 중 - P121
오늘날 우리는 더 이상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그 대신에 과도하게 소통한다. 우리는 게시하고, 공유하고, 링크를 건다. 집단적 의식 내용을 허용하던 이전의 ‘의례적인 관조‘는 소통과 정보의 도취에 자리를 내주었다. 소통 소음은 마을 주민들이 하나의 이야기에 참여하게 함으로써 뭉치게 해준 ‘노래‘를 완전히 침묵하게 만들었다. 이 소통 없는 공동체는 공동체 없는 소통에 길을 내준다.
_ 이야기 공동체 중 - P125
자기 바신에 대한 숭배를 좋아하고 스스로가 지도자인 곳, 모두가 스스로를 생산하고 스스로를 공연하는 곳에는 안정적인 공동체가 형성되지 않는다.
_ 이야기 공동체 중 - P126
스토리를 판다는 것은 결국 감정을 판다는 말과 같다. 감정은 자신도 인지하지 못하는 신체의 본능 층위에서 행동을 제어하는 대뇌변연계에 그 시스템을 두고 있다. 감정은 이성을 거치지 않고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_ 스토리셀링 중 - P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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