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장홍제 교수는 자타 공인 최고의 화학자이자 입담꾼이다.
화학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던 나도 장홍제 교수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화학에 호기심이 부풀어 오르는 기분이 든다.
『들뜨는 밤엔 화학을 마신다』는 술을 왜 마시는가부터 시작해서 술이 인류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향기와 맛은 어떻게 뇌를 자극하는지, 숙취는 왜 오며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 심지어 미래의 술은 어떤 모습일지까지 술과 인간 사이의 모든 주제를 망라한다.
저자는 술이 화학에 각별하다 말한다. 화학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물질을 세 가지 꼽으라면 수은, 황산, 그리고 알코올이라 할 수 있단다.
술이라는 물질의 모든 부분을 화학으로 살펴보는 것은 알지 말아야 할 것을 알게 되는 불편함이 아닌 즐거움이라 말한다.
단순히 마시고 취할 수 있는 에탄올의 생합성이 당분을 함유한 재료, 적절한 수분과 온도, 효모와 더불어 밀폐된 환경이 전부라는 점이 놀라웠다.
심포지엄의 유래이자 어원이 된 고대 그리스어 'symposion'은 '함께 마시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심포지엄은 날을 정해 한집에 모인 철학자와 시인 그리고 그들의 다양한 지인들이 주최자의 제안에 맞춰 식사 이후 술을 마시며 본격적인 담론을 나누고 오락을 즐기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고 한다. 이처럼 심포지엄에는 술이 필요했다는 내용이 흥미로웠다.
과거에는 알코올이 곧 생존을 위한 선물과도 같았고, 1,000만 년 이상의 시간 동안 알코올을 갈구하도록 진화한 우리의 유전자는 특별한 일 없이도 술을 찾고 그 매력에 빠져들도록 만들었다는 내용이 재미있었다. 술을 즐기는 것이 유전자에 각인된 오랜 역사이자 우리에게 주어진 필연적인 선택지라는 사실이 애주가들에게는 좋은 명분이 될 것 같다.
술의 역사가 생각보다 훨씬 오래되었다는 사실과, 인류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요소였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6개의 탄소를 연결해 당 분자를 이루는 화학적 고무줄은 효모 속 효소에 의해 군데군데 끊어지며 2개씩의 탄소 조각으로 나뉘는데, 그 결과물이 바로 2개의 탄소와 6개의 수소와 1개의 산소로 이루어진 에탄올이라고 한다.
이 내용을 읽으니 비로소 이 책이 화학자인 장홍제 교수가 쓴 책이라는 사실을 실감하게 되었다.
술을 이렇게까지 해부해 볼 생각을 하다니 참으로 화학자 다운 발상이라 생각했다. 술을 주제로 책 한 권 분량의 내용이 나온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것 같다.
화학자의 관심은 해체이자 해석이며 재구성으로 향한다는 그의 말이 어떤 의미인지 조금은 알 것도 같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이렇게 낱낱이 해체해서 해석하고 재구성하면서 즐거워했을 그의 얼굴이 그려지는 것 같다.
나도 내가 좋아하는 것을 화학자처럼 해체, 해석, 재구성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학을 싫어하고 어려워하는 사람도 이 책을 읽으면 화학이라는 것이 참 재미있는 학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애주가라면 꼭 읽어보라 권하고 싶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술에 대해 해박해진다면 술맛이 더 좋아질지도 모르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