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문득 편지를 받아본 적이 언제인지 떠올려본다.
아이들이 어버이날 적어준 짧은 편지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
그리고 생일날 신랑이 적어준 축하카드도 떠오른다.
좀 더 과거로 돌아가 연애편지. 더 오래전 학창 시절 친구들과 고민을 주고받던 편지까지.
생각보다 편지를 주고받은 것이 더 오래전 일이라 조금 당혹스럽다.
그나마 아이들이 있어서 받은 기억은 있는데, 누군가에게 마음을 담아 편지를 쓴 기억은 까마득하다.
책을 펼치자마자 작가가 보낸 '오늘 하루, 잘 지내고 계시나요?'라고 시작하는 편지에 마음이 설렌다.
물론 불특정 다수의 독자들에게 보낸 편지이지만 그래도 진심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따뜻한 편지라 좋았다.
편지의 '편(便)' 자에 '편안하다'는 뜻도 있지만 '용변을 보고 오다'라는 의미도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용변을 본 상태처럼 가장 편안한 상태인지 묻는다는 해석을 읽으니 편지를 읽는 마음이 더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늘 생각이 많아 하루를 살아가는 일이 때로는 너무 복잡하고 버겁게 느껴졌다는 저자는 그 복잡한 마음을 어떻게든 이해해 보려고 헤매던 중 '한자'에 흥미가 생겼다고 한다.
우리가 자주 쓰는 단어의 한자를 하나씩 들여다보면 그 속에 담긴 뜻, 고대의 문자, 조상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어서 흥미롭다고 전한다. 그리고 거기에 자신만의 해석을 덧붙이는 즐거움도 있다고 말한다.
한자는 학생 때에나 공부해 봤지 제대로 들여다본 기억이 없다. 작가의 말을 들으니 호기심이 발동해서 한자 공부를 해보고 싶어졌다.
요즘 들어 부쩍 상대방이 나를 무시(無視) 한다고 느껴질 때가 자주 있다.
저자는 '무시'라는 감정이 자극되는 순간, 마음속에서 걷잡을 수 없는 분노가 치솟는다고 말한다.
너무 공감된다. 나도 다른 감정들보다 유난히 '무시'라는 감정에 예민하다.
무시는 어떤 사물이나 사람의 존재와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없을 무(無)'와 '볼 시(視)'라는 한자로 이루어져 있다.
'제단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신 앞에서 무아지경으로 춤을 추는 무당'을 형상화했다.
자신에게 도취되어 자신만이 옳고, 자신만이 중요하며, 세상의 중심은 자신이라는 착각 속에 빠진 상태를 이른다. 무시는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가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분별하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뜻한다.
제사가 중요한 시대에 제사장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무아지경으로 춤을 춘 무당은 불경한 행동에 대한 벌을 받았을까?
이제 누군가가 나를 무시한다고 느껴질 때 '춤추는 무당'이 떠오를 것 같다. 분노보다는 걱정이 앞설지도 모르겠다.
감정 상태를 나타내는 한자를 통해 그 감정의 의미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 감정을 정확하게 정의해 봄으로써 그 감정을 더 잘 다룰 수 있게 되었다.
한자가 이렇게 재미있는지 처음 알게 되었다.
한자 놀이에 자주 빠져들 것 같은 느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