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스스로 게으름에 대해 더 오래, 더 집요하게 찾아본 게으름뱅이라 말한다. 그리고 이 책에 게으름에 대한 꽤 그럴싸한 단상들을 잡아두었다고 했다. 그저 부지런했다면 눈치채지 못했을 세상의 치트키 같은 것들.
저자는 게을러서 비로소 보이는 것들, 관점을 바꾸면 장점이 되는 것들 혹은 그냥 게으른 사람의 공감을 살 수 있는 그 어떤 이야기들이라도 나누고 싶었다고 출판 이유를 설명했다.
'게으른 으른' 중 한 명으로써 게으름에 관해 가감 없이 들려주는 책이 나왔다는 사실이 너무 반가웠다.
자신은 게으른 사람이지만 전혀 느리지 않다는 저자의 말에 너무 공감했다. 나도 느리지 않으면서 게으른 사람이다. 나 또한 말도 성격도 남들보다 급해서, '게으름'이 성의가 없어서 그렇다는 '괘씸죄'까지 부과된다.
느린 건 딱 질색이면서 게으르게 구는 나 자신이 이상하다고 하면서도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다. (이것 또한 게을러서…….)
이 현상에 대해 작가는 일종의 연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차곡차곡, 천천히, 부지런하게 시간을 들이는 방법 말고 한 방에, 빠르게, 더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방법에 대해서.
딱 맞는 것 같다. 나도 어떤 업무가 주어지면 다른 일(업무가 아닌 딴짓)을 하면서 언제쯤 시작하면 극한의 집중력을 발휘해서 마감 시간 안에 끝낼 수 있을지 궁리한다.
'게으름'의 맞춤법에 대한 만화가 기억에 남는다.
'게름', '개름', '게으름', '개으름' 넷 다 맞춤법에 맞단다. 어원이 불분명해서 복수 표준어란다.
기억력이 좋지 않지만 '게으름'과 너무 어울리는 이 이야기는 절대 잊지 못할 것 같다.
'게으른 채로도 꽤 괜찮은 어른이 되는 방법'을 알게 되어 너무 좋다.
이제 누가 게으르다고 핀잔을 줘도 상처받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누군가의 빠른 성공을 보더라도 열등감이나 불안감에 힘들어하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나의 리듬과 속도가 마음에 들기 때문이다.
게으름을 극복의 대상이 아니라, '기질'로 이해하고자 한 시도가 신선했다.
성공, 성취에 관한 많은 책들 사이에 당당히 게으름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는 『나는 으른입니다, 게으른』을 보니 왠지 내가 더 뿌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