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건강과 관련한 유사과학이 범람하던 시대를 지나 지금은 심리학이 유사과학의 또 다른 번식 장소가 되고 있다. 각종 심리 테스트부터 시작해서 현대 심리학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대중 심리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유사과학이 우리를 유혹한다. 각종 성격 테스트나 바이오리듬, 명리학, 사주, 점성술에 이르기까지 유사과학이 넘쳐난다.
이 책은 각 유사과학 사례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과학적 증거를 바탕으로 그 주장의 타당성을 평가한다. 또한 왜 이렇게 유사과학이 유행하는지, 그리고 유사과학에 대한 비판적 사고가 왜 중요한지에 대해 논의한다.
첫 주제부터가 재미있다. 누구나 한 번쯤은 해봤을 것 같은 MBTI에 관한 이야기이다.
재미로 해보는 MBTI의 결과는 의외로 잘 맞는 것 같아서 신기하다. 젊은 사람들은 첫 만남에 거의 빠지지 않고 서로의 MBTI를 공유하는 것 같다.
MBTI가 뇌과학자나 심리학자가 아니라 미국의 작가 캐서린 쿡 브릭스와 그의 딸 이자벨 브릭스 마이어스가 개발했다는 것은 많이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MBTI의 인기는 사그라지지 않고 심리(성향) 테스트의 바로미터로 여겨진다.
그런데 놀랍게도 마이어스-브릭스 재단이 운영하는 곳을 제외한 어떤 권위와 신뢰를 가진 심리학 저널이나 학회에서도 MBTI는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MBTI가 칼 융의 심리유형론에 토대를 두고 있고 실제로도 이와 비슷한데, 칼 융의 심리 이론 자체가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구나 MBTI 해석에 이용되는 '심리 역동 위계' 이론 또한 과학적이지 않다는 것이 심리학자들의 지적이라는 설명이다.
MBTI가 가지는 비과학성은 사람들의 성격을 MBTI 식으로 나눌 수 없다는 것에 기인한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의 성격이 성격유형 지수의 중간 부근에 많이 분포하기 때문에 성격을 구분한다는 것이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테스트를 할 때마다 조금씩 상이하게 나와서 의아했는데, MBTI 테스트 자체가 전혀 과학적이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MBTI를 신뢰하거나 과학적인 테스트라 믿고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까지 확실하게 확인했으니 앞으로는 MBTI 테스트에 시간 낭비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우리의 일상과 가까이 있는 MBTI나 바이오리듬, 사주와 같은 유사과학을 과학적으로 조목조목 따지고 들어서 비과학적이라고 입증해나가는 방식이 재미있고, 통쾌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심리학 유사과학은 비판적 사고 없이 받아들이면 타인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도 편견을 가지게 된다는 점에서 특히 위험하다 생각한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는 비판적 사고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너의 성격을 숫자로 평가해보겠습니다』를 통해 과학과 유사과학의 차이점을 이해하고, 과학적 증거를 바탕으로 사고하는 능력을 키운다면, 과학 분야뿐만이 아니라 많은 정보들 속에서 좋은 정보를 분별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