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자르 민족과 그들의 국가는 어떤 한 사건의 결과로 인해 역사의 무대에서부터 완전히 사라지게 되었는데, 그 사건이 바로 이 책의 주된 관심사이다. 하자르 민족은 오늘날 우리에게는 전혀 알려져 있지 않은 그들 고유의 신앙을 버리고, 잘 알려진 현재와 과거의 세 종교, 즉 기독교, 이슬람교, 유대교 가운데 하나로 개종했다. 그러나 하자르 민족이 세 가지 종교 중 어느 것을 선택했는지에 대해서는 역시 알려져 있지 않다. 하자르 민족이 개종하고 나서, 곧바로 그들의 제국은 붕괴했다. 10세기 무렵에 러시아 군대를 지휘하던 스뱌토슬라프 대공이 사과를 삼키듯이 하자르 제국을 삼켜 버린 것이다. 그는 말에서 내릴 필요조차 없었다. 963년에 러시아 병사들은 잠도 자지 않고 8일 동안, 볼가 강이 카스피 해로 흘러드는 어귀에 위치한 하자르 제국의 수도를 짓밟았다. 그리고 965년에서 970년 사이에 하자르 국가는 영원히 멸망했다.
p.13 <하자르 사전>
6세기 프로코피오스가 쓴 비잔티움 제국의 <비사>에서는 이 동슬라브인이 제국의 영토를 끊임없이 침범하는 야만족으로 묘사되면, 때로는 이들이 비잔티움 제국의 노예로도 팔리고 있음이 언급되고 있다. 앞으로 동슬라브인은 키예프 루시 시대의 <원초연대기>에서도 묘사되고 있는 것처럼 발트 해에서 노브고로드를 지나 드네프르 강을 따라 흑해로 이어지는 '고대의 수상 무역로'를 따라 비잔티움 제국과 직접적인 교류를 시작하게 된다. 동슬라브인은 4-6ㅔ기경에 들어서서야 비로소 중부와 동부 러시아의 삼림, 하천, 초원 지역을 중심으로 독자적인 세력을 형성하기 시작하며, 점차로 키예프 루시 공국의 류리크 왕조 성립에 근간이 되는 단일 민족을 결성하기 시작한다. 현재의 키예프와 노브고로드를 중심으로 모여 살더 동슬라브인은 고트족에 대항하기도 했고 훈족에게는 동화되기도 했으며 키예프 루시가 들어서면서 스뱌토슬라프 공에 의해 멸망한 하자르족들에게 조공을 바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지기도 한다. 9-10세기경의 일이었다. p.38<러시아 문화예술의 천년>
하자르 민족은 오늘날 우리에게는 전혀 알려져 있지 않은 그들 고유의 신앙을 버리고, 잘 알려진 현재와 과거의 세 종교, 즉 기독교, 이슬람교, 유대교 가운데 하나로 개종했다. 그러나 하자르 민족이 세 가지 종교 중 어느 것을 선택했는지에 대해서는 역시 알려져 있지 않다. 하자르 민족이 개종하고 나서, 곧바로 그들의 제국은 붕괴했다. p.13 <하자르 사전>
한편 유대교를 받아들였던 하자르족의 신에서 차용한 것이라고도 알려진 '호르스'라는 명칭은 '원'의 개념과도 부합하는데, 그것은 아주 커다란 순환의 '바퀴'를 상징하기도 한다. (중략) 또한 '호르스'는 태양과 빛을 상징했으므로 그리스도교를 수용하기 전의 키예프 루시 사람들은 '호르스'를 '대공'의 왕관이라고도 생각했다. p.59 <러시아 문화예술의 천년>
하자르족은 러시아와 관련이 밀접하다. 러시아에 의해 멸망했기도 했지만 (위의 사례를 보아) 양자는 서로의 종교나 신을 모방하거나 차용하기도 한 듯하다. 같은 시기 러시아에 대해서 좀더 알아본다면, 하자르 족이 왜 기존의 종교를 버리고 다른 종교를 받아들이고자 했는지 추측하는데 도움이 될 듯하다. 하자르 족은 기독교, 이슬람교, 유대교의 성자만을 초대해서 개종을 결심했는데 왜 러시아는 그런 하자르 족의 신 중 하나인 '호르스' 를 차용했을까. 그리고 하자르족이 개종하자마자 러시아는 왜 하필이면 그 시기에 하자르 족을 멸망시켰을까. 정치경제적인 목적 이외에 종교적인 목적은 혹시 있을까.
러시아의 역사를 구분하자면,
1. 키예프 루시 2. 몽고 타타르 시대의 루시 3. 모스크바 루시 4. 표토르 대제 시대의 제국 러시아 5. 소비에트 러시아 6.현대 러시아
첫번째 시기인 키예프 루시 시기, 그러니까 9-13세기에 블라디미르 대공의 정교 수용(988)을 통해 비잔티움의 서구 문명과 접할 수 있었고 비잔티움 신학과 예술에 나타난 그리스도교적 세계관을 전통적인 동슬라브의 범신론적 자연관과 조화롭게 결합시켰다. 흔히 '이중 신앙' 체계라고 불리는 러시아 정신의 이원적 가치관이 형성된다. p.20<러시아문화예술의 천년>
후기 슬라브 민족 신화에 <코지제 해>라는 것이 나온다. 이 사실로 미루어 볼 때,<하자르 해>라고 불리는 바다가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슬라브 민족은 하자르 민족을 <코자르>라고 불렀기 때문이다. p.12 <하자르 사전>
슬라브인은 일반적으로 폴란드, 체코, 슬로바키아, 세르비아 지역의 서슬라브인, 세르비아, 불가리아, 마케도니아 지역의 남슬라브인, 그리고 우크라이나, 러시아 지역, 즉 키에프와 노브고로드 지역에 거주하던 동슬라브인으로 분류된다. '슬라브'라는 말은 동유럽의 제 민족들이 로마나 비잔티움 제국의 노예가 되었기 때문에 6세기경부터 형성된 조어라고 보는 견해와 러시아어로 영광을 나타내는 '슬라바 slava'에서 기원한다는 설로 갈라지고 있다. p 37 <러시아문화예술의천년>
<하자르 사전>을 접하면서 읽다가 어려워서 한동안 밀쳐놓았던 <러시아 문화예술의 천년>을 다시 들춰볼 수 있었다. 러시아의 고대슬라브 종교에 대해 좀더 재미있게 읽어볼 수 있는 계기가 생겼다. 글 곳곳에 나타나는 '하자르'라는 단어 덕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