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현남 오빠에게
조남주 외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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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중지


"현남 오빠에게", "당신의 평화", "경년"은 어느 정도 도식적이기는 해도 워낙 '여성의 현실'이 주는 무게가 있는지라 한숨지으며 읽었다. 20년 전쯤에는 이미 다 풀렸어야 할 문제가 '아직도 현실'로 다가올 때의 먹먹함이랄까. 그러나 그 뒤, 판타지가 섞인 소설들은 오히려 고발의 날카로움도 덜했고 그렇다고 소망성취의 속시원함도 없고, 세세하게 포착하기 힘든 현실의 갈등과 균열을 드러내주는 것도 아니고...


기획소설집이라 주제를 정해놓고 써야 했을 작가들의 어려움은 십분 이해가 가지만, 그래도 기대를 충족시킬 만한 소설집은 아니었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여성에게 칼날을 들이대는 현실을 따라잡기에는 아직 판타지의 역동성이 미흡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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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비하인드 도어
B. A. 패리스 지음, 이수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7월
평점 :
판매중지


여성의 고립, 가정폭력, 가스라이팅 등을 소재로 다루는 책이라고 해서 어떤 깊이로 다루었을까 기대하며 책장을 넘겼는데,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정도가 아니라 이 정도면 '사이코패스에게 걸린 죄없는 여성'을 관음하는 포르노에 가깝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말이 요정 대모님의 출현에 가깝게 술술 풀려버리는 건 그렇다 쳐도, 모든 악행과 폭력이 한 개인의 비정상성 때문으로 치부되고 나머지는 피해자에게 가해지는 폭력과 공포의 묘사에 집중한다면 그게 포르노가 아니고 뭔가.(옆길로 새자면 정유정의 <7년의 밤>이 마음에 안 들었던 이유도 그거였다. 악인은 그냥 '악인이라서' 가학하고 범죄를 저지른다. '왜 이런 악인이 만들어지는가'에 대한 고찰도 없다. 악인과 피해자, 정의 사이의 멀고도 가까운 거리나 날카로운 균열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범죄소설을 좋아한다면 한번쯤 볼 만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지는 않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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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담과 일본
타네 키요시 지음, 주재명 외 옮김 / 워크라이프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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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건담도 모르고 일본 정치도 모른다. 하지만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한 세대를 넘어 '고전'으로 자리잡은 문화상품이 어떤 시대적 함의를 갖고 있었는가를 다루는데, 지구 연방과 지온 공국이 일본의 양면이라는 지적은(타당한지 판단할 정도로 일본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매우 인상깊었다. 그 외에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는데,


- 일본에서 '그 전쟁'이라고 하면 진주만 공습 이후의 2차세계대전을 가리킨다는 말. 한국에서 '그 전쟁'은 역시 1950년 한국전쟁일 것이다. 과연 우리에게는 그 경험을 상징적으로 아우를 만한 문화상품이 있을까? <아르미안의 네 딸들>이 가장 먼저 생각나지만, 이 작품은 세대를 뛰어넘는 대중적인 반향을 일으켰다고 하기는 좀 약하다. <태백산맥>? 에이...


- 일본 정치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면서 뒷부분의 '두 명의 샤아'를 읽어내기는 힘들었다. 그러나 애니메이션에서도 현실에서도 "체제에 순종하여 힘을 키우다 반역한다"는 반전은 일어나기 쉽지 않다. (이걸 해낸 정치인은 고 김대중 전대통령 정도일까. 물론 판단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어떤 사람은 고 노무현 전대통령을 떠올릴 수도 있을 테고...) 한국에서는 과연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87년 체제가 어떤 식으로든 극복될 수 있을까? 어떤 부분이 파괴되고 어떤 부분이 남아야 할 것인가?


-2018년, OECD의 일원인 한국은 과연 '우주적'까지는 아니더라도 '전 지구적'인 상상력을 갖고 있는 나라일까? 


- 전투기에 구멍을 뚫다니, 미쳤어! 

"1그램도 소홀히 다루지 않는다. 기재 중량의 10만 분의 1까지 철저하게 관리한다"는 호리코시의 방침은 현장에서도 문자 그대로 추구되었다. ‘어쨌든 중량을 제한하고, 극한까지 파고들자"는 단순한 구호나 정신론이 아니었다. 조금이라도 가볍게 만들기 위해 기체의 골조 군데군데에 구멍을 뚫는 ‘살 빼기‘를 시행, 마침내는 파일럿이 앉는 조종석 등받이에도 구멍을 뚫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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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이 서린 말 욜로욜로 시리즈
마이테 카란사 지음, 권미선 옮김 / 사계절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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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린 소녀를 납치 감금하고 자기만의 것으로 만들려는 남자의 욕망을 그린 소설 중 아직 존 파울즈의 <콜렉터>를 능가할 만한 섬뜩한 작품은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이 소설은 거기에 '가스라이팅'이라는 요소를 덧붙여 독자의 전율을 만들어낸다. 


몇 년 동안 단 한 사람만을 만날 수 있고, 그 사람의 평가에 자신의 생사와 학대 여부가 달려 있을 때, 그 사람이 아무리 나쁜 놈이라고 해도 그의 영향을 받지 않고 온전히 자존감을 지키며 살아남기는 힘들 것이다. 이 소설은 범죄라는 극단적 설정을 택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가정에서 부부 사이에서, 혹은 부모가 자녀에게 가하는 가스라이팅은 수도 없이 많을 테다. 사실 이 소설에 나오는 가스라이팅은 꽤 약한 축에 속하지만 결정적인 순간 방향을 잘못 잡거나 망설이게 만들기에는 충분하다. 이 소설의 제목이 '사라진 소녀' 류가 아니라 '독이 서린 말'인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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