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 고기를 먹은 소녀 창비청소년문학 68
박정애 지음 / 창비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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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소설에서 가장 짜증나기 쉬울 때는 인물이 제대로 형상화되어 있지 않을 때다. 너무 착한 아이, 너무 되바라진 아이, 너무 눈치없는 아이 등이 나오는 청소년소설은 일단 '작가가 독자를 한 단계 낮은 존재로 보고 있다'는 의심을 불러일으킨다. 


그런 면에서 '청소년 소설' 이전에 매우 좋은 '작품'이었다. 억압적인 환경에서 십대 소녀가 갖는 꿈과 반항심이 허황하게 그려지지도 않았고, 뜬금없는 해피엔딩이나 비극으로 끝나지도 않는다. 옛말과 고유어의 사용도 우리말 지식을 자랑한다거나 청소년에게 우리말을 가르친다는 식이 아닌, 그 시대와 상황을 묘사하기 위한 담담한 서술 속에 녹아 있다. 


소설을 즐겨 읽는 십대 초중반에게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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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심령수사 - 범죄수사에서 활약한 심령술 형사들의 이야기
제니 랜들스 외 지음, 이경식 옮김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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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과학이나 심령학 같은 것을 원래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미 알고 있을 이야기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상당히 성실하게 예화들을 모아놓았고, 긴 이동을 할 때 심심풀이로 볼 만한 재미도 있다. 


재미있었던 건 경찰이 심령술사 제보를 대하는 방식이다. 우리나라 같으면 '미친놈' 한 마디로 경찰에서 끊어버리지 않을까 싶은 전화를 '파 볼 수 있는 하나의 방향' 정도로 생각한다는 게 신선했다. 한편으로 얼마나 답답하면 그러겠냐 싶긴 하지만(<살인의 추억>에서도 점쟁이에게 찾아가는 장면이 있지 않던가?)...


우리나라에도 심령술사 제보자들이 있을까 궁금하다. 있을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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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라에 간 고양이 - 화묘·몽당(畵猫·夢唐), 고양이를 그리고 당나라를 꿈꾸다 화묘 시리즈
과지라 지음, 조윤진 옮김 / 달과소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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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편의 글은 눈에 들어오지 않고, 고양이들의 모습만 보인다. 귀여운, 귀여운 고양이들!


고양이나 당나라나 둘 다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소장용으로 꼭 가지고 있어야 할 책. 사기 전에는 책값에 살짝 손을 떨었는데 실물을 보고 나니 이런 귀중품을 2만원에 팔아주신다니 와 싸다 너무나 감사합니다 굽신굽신이 되는 것이다. 고양이들의 표정, 의복, 동작, 뭐 하나 놓치기가 아깝다. 


한편으로 다 읽고 나서도 어떻게 이런 기획이 가능하지? 이거야말로 전해 내려오는 문화의 힘인가 싶어 멍하다. 대중 문화를 즐기는 입장에서 일본 애니/망가에 대한 열등감이야 오래된 것이지만, 요즘 중국의 문화상품들을 보면 '아 역시 대국의 힘은 문화에서도 이기기 힘든가!' 싶어 쪼그라들고 만다. 하기야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만드는 정권이 버젓이 있는 나라에서 이 정도라도 용한 것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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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동물들의 소송
앙투안 F. 괴첼 지음, 이덕임 옮김 / 알마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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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권에 대한 책이다. 저자는 동물보호단체 회원이고, 채식주의자고, 동물권 소송에서 동물을 대리하는 변호사. 


그런데 글을 찹 잘 쓴다. 동물권에 대해 애초부터 거부감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면 웬만한 사람은 끄덕끄덕하면서 읽을 만한 글맛이 있다. 모피 사업과 공장식 축산에 대한 반감이야 당연히 가질 만하다고 생각했지만, 문화권이 달라서 그런지 애니멀 호딩과 동물원, 동물로 정서장애를 치료하는 요법에 대한 반감과 반박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한국이 동물보호법에서 당연히 매우 후진적인 쪽에 속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선진적이라는 진술에 깜짝 놀랐다. 하기야 우리나라 법 자체는 선진적인 것이 얼마나 많던가. 헌법도 그렇고 근로기준법도 그렇고 안 지켜져서 문제지. 한편으로는 '동물보호법이 선진적이라는 한국이 이 모양이면 전세계적으로 대체 동물들이 무슨 꼴을 당하고 사는 건가' 싶어서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 


꼭 채식이나 동물권에 대한 생각이 없더라도 '이런 문제에 대해서도 한번 생각해 보자'고 추천할 만한 교양서. 번역도 깔끔해서 좋았다. 고등학생 정도부터 무리없이 읽을 수 있을 것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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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 Vol. 2 시공그래픽노블
브라이언 K. 본 지음, 피오나 스테이플스 그림, 이수현 옮김 / 시공사(만화)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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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자가 나오기 전 서로 적이었던 부모의 로맨스부터 시작해서 화자가 탄생하고 화자의 어머니는 시월드와 대면하고 화자는 아직 갓난아기인데다 지금까지 본 바로는 '막장 드라마'다. 그런데 책이 으마으마하게 얇고 내러티브와 그림은 섬세하다. 게다가 인물들이 생동감을 얻어가고 있다. 


....세 권 정도 한꺼번에 내지...


2권 20페이지 그림이 압권이었으며, 앞으로 얼마든지 더 정신없는 스토리와 그림이 펼쳐질 것 같다. 2권을 1시간 만에 다 읽어버리고 두근두근 기대중이다. 아직까지는 너무, 너무 서론이라서 이야기가 어디로 갈지 감도 못 잡겠다. 


그리고 인용구는 아마 다들 공감할걸?

아빠는 언젠가 이별은 전쟁과 비슷하다고 했다. 보통은 부수적인 피해가 따라온다고. 옛 애인들이 싸우면, 무고한 사람들이 포화 속에 갇힌다. 장기 연애의 결말은 너무나 파괴적이어서, 친구와 동료들은 물론이고 만나 보지 못한 사람들에게까지 충격을 줄 수 있다." -2권 96, 97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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