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비밀과 음모의 세계사 - 세계사를 미궁에 빠뜨린 35가지 음모와 스캔들
조엘 레비 지음, 서지원 옮김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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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과 음모의 세계사>라고 해서 '아하 나도 이제 음모론의 세계에 입문할 수 있어' 하고 가슴 콩닥거리며 책을 펼쳤는데, 막상 이 책은 음모론이나 비의 중심 단체에 대해서는 아주 조금만 다루고 나머지는 전쟁사와 첩보대전의 일화들로 채워져 있다. 그런데 이 내용이 무슨 계통을 따라 배열된 건지도 잘 모르겠고 저자가 일화 모음집을 뛰어넘는 어떤 복안을 갖고 책을 쓰기 시작했는지도 모르겠고 마 그렇더라...


전쟁사 첩보전사 문외한인 나 같은 사람은 그냥 재미로 잘 읽었지만, 해당 분야에 상식 이상의 수준을 갖춘 독자가 집어들면 다 아는 이야기라 실망할 것 같은,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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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힘이 세다 - 안젤라 카터의 세계 여성 동화집
안젤라 카터 지음, 서미석 옮김, 코리나 사굿 삽화 / 민음사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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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누이트 족 민담들은 굉장하다는 이야기부터 해야겠다. 할머니와 손녀가 몸을 섞는 이야기가 두 편이나 있다. 이게 대체 모티브 하나로 금기 몇 개를 뛰어넘은 거야? 그 외에 러시아의 바실리사 같이 낯선 이야기도 많고 우리에게 친근한 스타일의 민담도 많은데, 모아놓고 보니까 분량이 대단하다. 여성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민담이 이렇게 많았다니!


2009년에 민음사에서 무슨 가능성을 보고 이 책을 냈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다시 나오면 오히려 좀 팔리지 않을까? 꼭 다시 나왔으면 좋겠다. 두툼한 분량이 무색하게 술술 넘어가고(옛날 이야기니까!) 직업상(?) 너무 남성 위주로 짜여져 있어 짜증나는 민담이나 이야기를 보다가 머리를 식히고 싶은 사람이라면 강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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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농담이다 오늘의 젊은 작가 12
김중혁 지음 / 민음사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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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니다, 우주일지>도 그러더니 또 우주선이 고장나서 유닛을 분리하고 죽어가는 우주인 이야기다. 이 모티브에 뭔가 남성작가들의 심금을 울리는 부분이 있나보다. 


전체적으로 나하고 안 맞는 작품인 것 같다. 일단 화자 역할에 해당할 스탠드업 코미디언이 말하는 코미디 부분이...하나도 안 웃겼다...ㅠㅠ 게다가 읽어가다보니 '엥 이게 무슨 소리야 그래서 동생이랑 여자 둘이랑 제사장과 무녀가 되어 우주 속으로 표표히 사라진 남자를 추모한다는 건가 이게 무슨 셰인도 아니고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냐...'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경쾌하려는 문체와 가벼우려는 강박 속에서 느껴지는 건 결국 한국 순문학 남자 작가의 감성이었다(술먹고 누나 같은 여자랑 사고치는 것까지 아주 그냥 판박이). 한번 의식하다 보니 읽으면서 계속 의식이 되는 바람에 영 끝맛이 비렸다.


박한 리뷰에 즐겁게 보신 분들까지 감정 상하진 않았으면 좋겠다. 난 마이너 중에서도 캐마이너 감성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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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들 - K-pop 스크린 광장 여이연문화 5
김은하 외 지음, 조혜영 엮음 / 여성문화이론연구소(여이연)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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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재미있다. 이 책에 나오는 문화예술작품들을 거의 다 모르는 나도 재미있게 읽었으니 아는 사람은 더 재미있게 읽을 것 같다. 생각해보니 나의 10대, 20대 때는 소녀라는 말을 낯간지러워서 쓴 적이 없었다. '소녀'라고 하면 만화에 나올 법한 폣병 걸린 귀족 소녀, 세상 물정 모르고 시집 끼고 다니는 여자애, 이런 비현실적인 이미지만 생각났고, 나나 우리 세대가 10대 여성으로서 자신을 정체화했던 건 오히려 '여중생'이나 '여고생'에 가깝다. 대중매체에서 '소녀'가 호명된 것은 역시 소녀시대의 데뷔 이후가 아닐까.


일본군 위안부 소녀상부터 K-팝에서 소녀가 차지하는 위상까지 종횡무진으로 달리는 논문집이라 뚜렷이 결론을 내린다든가 하는 것은 없지만, 저자들은 모두 '소녀문화'가 새로운 저항문화가 되기를 기대하는 것 같지만 '과연?' 싶다. 왜냐하면 스크린에, 화면에 재현된 소녀들 말고 한국의 10대 소녀들에 대한 문화인류학적 보고서가 아직 안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소녀'를 아직 다 모른다. 


마지막이 '촛불소녀' 이야기라서 두근대며 읽었지만 홍승은 씨가 글을 잘 쓰는 것과 별개로 촛불소녀가 2008년의 촛불소녀 분석이 아니어서 좀 아쉬웠다. 2016년 참여한 여성들은 역시 '촛불소녀'가 아니라 헬페미가 맞지 않을까. 2008년 촛불소녀들의 이야기를 '촛불시위를 이끌어낸 발화점'이나 '광장의 마스코트' 정도로만 의미를 부여하는 게 아니라, 그들의 계급적 구성(강남촛불소녀들이 빠지기 시작할 때 '하층' 촛불소녀들이 충원되기 시작했다든가), 그들이 촛불시위 중 겪은 성추행/강간, 그들이 돌아간 공간 등에 대해 따로 서술한 책이 하나쯤은 나왔으면 좋겠다. 2008년 촛불소녀들을 '진보저씨'들이 추행한 사건도 꽤 있었지만 그때야말로 적아대립의식으로 다들 가득차서 입다물고 넘어갔다는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다(절대 그럴 리 없다고 부정할 수 없다). 


'소녀'가 더 많이, 더 깊이, 더 전체적으로 탐구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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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 영의 악의 기원
박지리 지음 / 사계절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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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국 소설을 거의 읽지 않는다. 잘난 척이나 괴짜 흉내가 아니라, 한국 소설 특유의 질척거리는 정서와 등장인물들의 논리적으로 모자라는 사유, 어슴푸레한 감정으로 행동하는 방식이 나하고 참 안 맞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은 정말 좋았다. 이 작가는 좋아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작가지만 진정 아깝고 서운했다. 


이 작품은 드물게도 '죄의식'이라는 주제를 탐구한다. 문체는 단순해 보이지만 그 단순함이 그로테스크로 이어지고, 마지막 마무리는 사르트르의 단편 '어느 지도자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했다(물론 장편과 단편이 다르고, 박지리의 소설이 더욱 복잡하고 여러 가지 문제를 건드린다). 


오랜만에 읽은 역작이었다(원고지 2.900매에 달한다고 한다). 엘리트 소년들의 기숙사 학교라는 설정이 주는 고딕고딕함도 좋았고, 언뜻언뜻 보이는 BL적 요소와, 마냥 밝기만 한 청소년 시절을 보내는 듯한 주인공들이 순간순간 위선과 침묵을 합리화하는 쪽으로 마음을 비트는 장면들도 좋았다. 이 작품은 부디 오래 남아 컬트적 사랑을 받는 고전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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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출판사 2017-11-07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사계절출판사 다윈 영 편집자입니다. 덕분에 다윈 영 2쇄 들어갑니다. 속표지 뒤에 독자분들 리뷰를 발췌해 넣으려고 합니다. ˝오랜만에 읽은 역작이었다. 이 작품은 부디 오래 남아 컬트적 사랑을 받는 고전이 되면 좋겠다. -별의아이˝ 이렇게 넣으려고 하는데 괜찮을지요? 주소와 연락처를 알려주시면(literature@sakyejul.com) 박지리 작가의 신작 ˝3차 면접에서 돌발 행동을 보인 MAN에 관하여˝를 보내드리겠습니다. 책은 12월 초에 나올 예정입니다. 고맙습니다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