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고 위험한 이름, 비너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하빌리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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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출간된 <위험한 비너스>의 개정판이다. <아름답고 위험한 이름, 비너스>의 옮긴이의 말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아사히 신문 신간 소개 서평을 인용한 말로, "마치 네 권 분량을 한 권에 모두 담은 것 같다'는 부제가 붙은 기사이다.

" 이번 장편에 등장하는 주요 수수께끼는 네 가지로 요약된다. 1) 성공한 IT사업가의 실종과 그를 찾기 위해 분투하는 아내(?)와 형    2) 의학계 명문가의 유산 상속을 둘러싼 친족 간의 복잡한 속사정   3) 사망한 부친의 불가사의한 병과 관련한 뇌 의학의 허와 실     4)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진상 등이다. 하나 하나의 스토리가 상당한 무게감을 가진 문젯거리로 마지막 페이지까지 긴밀하게 얽히면서 독자의 미스터리 두뇌를 끊임없이 자극한다 " (p.p. 544~545)

동물 병원 페이 닥터인 하쿠로의 아버지는 무명 화가였다. 아버지의 그림은 거의 팔리지가 않을 정도였다. 하쿠로의 어린 시절이기는 했어도 아버지의 그림은 어느 날부터 확연하게 화풍이 바뀌게 된다. 무슨 도형 같기도 하고 무늬같기도 한 정교한 어떤 틀의 연속과 같은 그림, 그런데 그 그림은 쳐다 보고 있으면 현기증이 날 정도이다.

얼마 후에 아버지는 뇌종양으로 사망한다.

그리고 엄마의 재혼, 재혼 상대는 의료계의 명문가의 손자, 그 역시 신경과 전문의. 9살 터울의 남동생 아키토가 태어나는데, 아키토는  명문가에 맞는 교육을 받게 된다. 하쿠로에게도 아버지는 사립학교 입학 등을 제안하지만 거절한다.

그리고 대학에 들어가면서 그 집안과는 거의 왕래를 하지 않는다. 

이야기의 시점에서 16년 전에 엄마는 재혼 전에 하쿠로와 같이 살던 집에서 사망을 한다. 석연치 않은 점들이 많았지만 그냥 그렇게 엄마의 사망은 덮여진다.

그런데 어느 날, 하쿠로를 찾아 오는 동생의 아내, 미국에서 IT사업을 하던 아키토는 가족도 모르게 그곳에서 결혼을 하고 일본에 오게 되는데, 오자마자 동생은 행방불명이 된다.

그래서 동생의 아내와 새아버지인 야스하루를 찾아가는데, 그는 사람도 암으로 사망을 앞둔 상태.

여기에서 야스하후가 사망하게 되면 상속문제 (친족들이 많음)가 대두되면서 야스하루가 신경과 전문의로 어떤 임상 실험을 했는가에 대한 내용이 전개되면서 그동안 덮여 있던 많은 이야기가 수면 위로 떠오른다.

흥미로운 것은 작가가 다방면에 전문가에 준하는 지식을 가지고 있음을 책을 읽으면서 느끼게 된다.

하쿠로가 근무하는 동물병원은 강아지, 고양이 만을 다루는 병원이 아닌 다양한 동물을 치료하는 곳이기에 그런 동물들에 대한 새로운 지식들이 소개된다. 

그리고 야스하루가 연구하던 서번트 증후군에 대한 내용도 흥미롭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다른 작품에서도 뇌의학과 관련된 내용, 특히 서번트 증후군을 가진 인물들을 다룬 작품들이 여럿 있다.

또한 수학의 난제들, 프랙털 도형, 울람의 나선, 리만 가설 등의 명제는 들어 본 적도 없는 내용들이어서 책을 읽으면서 이런 내용을 검색해 보게 된다.

인간의 능력이 신에 대한 도전일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 동물 실험에 대한 입장 등, 굵직한 사안들이 추리 소설 속에 있다는 것도 주의깊게 볼 대목이다.

소설의 후반부에서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의문점들이 등장하는데, 거기에서 밝혀지는 내용은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곳에서 실마리가 풀린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읽다보면 그가 소설을 쓰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정보를 수집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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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인간
전광섭 지음, 김상균 그림 / 책고래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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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의 친구 괴롭힘은 어딘가 약한 부분이 있는 학생들이 표적이 된다. 세호는 아버지 없이 엄마와 함께 산다. 그래서인지 준식이를 포함하여 3명의 학생들은 사사건건 세호를 괴롭힌다.

세호의 엄마가 빨래방에서 일을 하는데, 불친절하다든지, 세호의 운동화 끈을 어딘가에 버린다든가, 교과서에 낙서를 한다든가....



어느날 공원에서 힘없이 앉아 있는 세호는 의자 밑에서 어떤 물체를 발견하는데, 그건 바로 그림자 인간이다.

어두울  때만 활동을 하고 밝은 곳에서는 집게 손가락만한 크기의 납작한 모습을 하는 그림자 인간.

그림자 인간은 필요할 때는 아주 크게 변하기 때문에 보는 사람들은 공포감을 느낀다.



세호의 사정을 알게 된 그림자 인간은 세호의 가방에 있다가 세호가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나타나서 세호를 도와준다.

그런데, 그림자 인간은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인간의 어려운 일을 도와주고, 그 사람의 수명을 조금씩 빼앗아 간다. 

세호가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할 때 마다 나타나서 도움을 주는 그림자 인간.

그러나 그림자 인간의 도움을 계속해서 받는다면, 세호는 그림자 인간 대신 그림자 인간이 돼야 한다.

세호에게 도움을 주는 아영이의 강아지를 구해주고, 엄마를 괴롭히는 피자 가게 아줌마를  혼내주는 등, 이런 저런 이야기가 전개된다.



세호와 아영이는 그림자 인간의 정체를 알고, 거기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한다. 

그 과정에서 세호는 자신을 괴롭히는 아이들에게서 벗어나는 것은 그림자 인간의 도움을 받는 것이 아닌 자신이 그들과 맞서야 함을 깨닫게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들과 맞설 수 있는 자신감과 용기가 필요하다. 

<책고래 마을> 동화책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들을 중심으로 아이들의 고민을 잘 표현하고 거기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아이들 스스로 터득하도록 도와준다.



그림자 인간의 경우처럼 괴롭힘을 당하는 세호가 특별한 존재인 그림자 인간의 도움을 받지만 오히려 그림자 인간이 더 위험한 존재임을 알게 해 준다. 거기에서 벗어나는 지혜와 용기는 아이들 스스로 결정할 수 있음을 깨닫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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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공범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선영 옮김 / 북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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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공범>에 등장하는 '고다이 쓰토무 형사는 <백조와 박쥐>에서 처음 나오는 형사이다. 그동안 '히가시노 게이고'에 나오는 형사, 탐정들이 시리즈로 등장했듯이 고다이 쓰토무 형사도 새 시리즈가 계속 나올 예정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히가시노 게이고'가 사망하면서 고다이 쓰토무 형사를 책 속에서 만날 수 없게 됐다.

고다이 쓰토무 형사는 <백조와 박쥐>에서는 경찰 조직과 사건 관계자를 연결해 주는 인물이었다면 <가공범>에서는 성실하고 신중하며 예리한 관찰력과 부지런한 발, 소탈하고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캐릭터로 나온다.

한 밤중에 주택가에서 화재가 발생한다. 화재 현장에서는 아내와 남편의 시신이 발견된다. 남편인 도도 야스유키는 도의원을 포함하여 구의원 15년을 한 정치인이다. 아내인 에리코는 배우 출신이다. 이들에게는 임신한 외동딸이 있다.

화재 현장 감식 결과는 자살을 위장한 방화임이 드러난다. 현장에서는 불탄 핸드폰이 발견된다.

그런데, 도도 야스유키가 사용하던 태블릿이 사라졌다. 

많은 정보가 담긴 태블릿, 이 태블릿으로 의원 사무실에 돈을 요구하는 메시지가 전달되고...

반응이 없자 딸에게 돈을 요구하는 메시지가 전달된다.

아내인 도도 에리코는 항공기 사고로 보모를 잃고 작은 외삼촌 부부에게 입양되었는데, 학창시절에는 빼어난 미모로 남학생들에게 인기가 좋았고, 길거리 캐스팅을 통해 배우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 고다이 형사의 수사로 도도 야스유키와 에리코는 고등학교 스승과 제자였음을 알게 되고, 고다이를 도와 주던 야마오 형사가 에리코와 동창임을 알게 된다.

그리고 야마오 형사가 자신이 범인이라고 자백을 하는데....

세 사람을 비롯하여 그들에게는 어떤 숨겨진 사연이 있을까, 그 실마리가 풀어져야 사건의 전반적인 윤곽이 드러나게 된다. 



가공범, 가공의 범인, 왜 야마오 형사는 자신이 범인이라고 주장할까, 물론, 처벌을 받지 않을 방법을 알고 자백한 것이기는 하지만....

사건의 발단은 1985년으로 거슬러 올라가게 되고, 에리코, 야마오, 당시에 자살을 한 인물까지, 그들에게는 학창시절의 추억이 있었으며, 그 추억은 아름다운 추억이 아닌 그 어떤 가슴 아픈 이야기가 있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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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허한 십자가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 자음과모음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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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허한 십자가>는 출간 당시인 2014년에 읽은 책이다. 10여 년이 지나서 다시 읽어 보니 그때의 생각과는 조금 달라졌음을 느끼게 된다.

    20년 전에 나카하라 미치마사는 딸을 잃게 된다. 아내가 잠깐 슈퍼마켓에 저녁 식재료를 사러 간 사이에 들어 온 도둑에게 딸이 살해당한다. 욕실에 손과 발이 묶인 채, 입에는 스폰지 공을 물고 죽은딸의 모습에 그들의 일상은 무너진다.

    살인범은 가석방된 사람으로 먹을 것이 없어서 나카하라의 집에 침입했다가 살인을 한 것이다.

    8살 소녀를 그렇게 잔인하게 죽였다니....

    만약, 범인이 가석방이 되지 않았다면 이런 끔찍한 살인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나카하라 부부는 범인이 사형을 받기를 원하게 되고, 결국에는 사형이 선고되지만, 이미 그들 가정은 산산이 무너져 버렸다.

    "누가 이 살인범을 교도소에 몇 년 만 있으면 참사람이 된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살인자를 공허한 십자가에 묶어두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p. 202)

    목숨까지도 바쳐서 딸의 살인범을 사형시키겠다고 생각했지만, 그런 판결이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유족들이 느끼는 상실감은 그 어떤 십자가도 공허할 뿐이다. 판결을 받은 죄인들은 그들의 하루 하루를 아무런 죄책감도 없이 감옥 속에서 보내고 있을 것이다. 

    아내는 이혼을 원하고 그들은 헤어져서 각자의 생활을 하게 된다. 나카하하는 동물 장례식장을 운영하면서 살아 가는데....

    또다시 그에게 닥쳐 온 불행한 소식은 아내가 길에서 살해당했다는 소식이다.

    아내의 살인 사건을 추척하던 중에 아내가 이혼 후에 '사형 폐지론 이라는 이름의 폭력'이라는 원고를 쓰고 있었던 중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 원고는 살인 현장에서 없어졌지만 아내가 사용하던 컴퓨터에는 그 내용이 고스란히 남겨져 있었다.  아내는 자신이 겪은 일들을 정면으로 바라보게 되면서 범인의 사형이 진정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내의 일상을 추적하던 중에 알게 된 또다른 사실은 대학병원 소아과 의사와의 만남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 의사는 책의 첫머리에 나왔던 후미야. 

    20년 전에 후미야는 고등학교 때에 사오리라는 소녀를 임신을 시켰고, 낳은 아이를 죽여서 수해(나무의 바다, 음침한 가지를 뻗은 나무들이 빼곡한 곳으로 자살의 장소로 불린다)에 묻었던 사실을 알게 된다. 

    아내가 후미야의 영아 살해 사건을 알게 되고,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자수하여 죄의 댓가를 받으라는 말을 하게 되는데, 이를 엿들은 후미야의 장인이 입막음으로 아내를 살해한 것이다.

    후미야는 영아를 묻었던 살해 장소를 찾아가서 성묘(?)를 하고 오던 중에 만난 임신한 여자를 자신의 아내로 삼고 그녀의 아들을 자신의 아들처럼 키우는데....

    과연 이것이 후미야가 저지른 살인의 속죄가 될 수 있을까? 후미야의 아내는 의사인 후미야와는 결혼 상대가 되지 않을 정도의 여인이었는데, 그녀의 입장은 오래 전의 범죄이고 아무도 알지 못하니(상대방이었던 사오리와는 비밀로 했으니) 그냥 일상 속에서 자신과 아들을 보살피는 것으로 속죄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과연 그럴까? 아무리 태어나자 마자 갓난 아이라고 해도 생명이니 살인은 살인이고 그에 마땅한 죄는 사람이 판단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 않을까?

    만약, 속죄의 마음이 있었다면 그 사건 이후에 유흥업소에서 비참하게 살고 있는 상대 여성을 돌봐야 하지 않았을까?

    물론, 범의 심판을 받은 후에.

    감옥에서의 속죄가 아무 의미없는 십자가에 불구하더라도 감옥에서 등에 지고 속죄를 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생각은 나카하리의 아내의 생각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을잃은 슬픔은 영원히 끝나지  않는 고통의 시작이다. 어린 딸을 잃은 부모의 마음, 아내를 잃은 남편의 마을, 철없던 시절 태어난 영아를 살해한 고통.

    요즘, 우리 사회에서 묻지마 살인 등으로 죽은 사람들의 가족들의 절규가 들리는 듯하다.유족 입장에서는 사형이란 판결이 어떤 의미를 가지겠는가? 사형이 집행된다고 해도 달라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그렇다면 범인은?  사형 판결을 받은 범인이 진정한 의미의 반성을 할까?

    사형을 형벌로 여기지 않고 주어진 운명이라고 받아 들이는 나카하라의 딸을 살해한 범인의 말은 유족의 가슴에 큰 못이 된다. 그는 유족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남기지 않은 채, 사형 집행 날만을 기다렸다고 한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사형은 있으나 집행이 안되고 있다. 

    사회적 이슈를 던지는 <공허한 십자가> 

    공허한 십자가에 묶어 두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 한 문장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 살인자를 법의 이름으로 처벌했다고 해서 상처가 치유되지 않는다면, 정의란 무엇일까. 죄를 짊어지고 평생을 살아야 할 사람은 가해자인가, 아니면 피해자의 유족인가. ‘속죄’란 감옥 속에서 보내는 시간이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으로 이뤄지는 것인가.
    『공허한 십자가』는 이 질문들에서 시작한다. 단순한 범죄 사건의 재현이 아니라, 잃어버린 자와 남겨진 자 사이의 심연을 응시하며, 인간이라는 존재가 짊어져야 할 도덕적 책임의 무게를 집요하게 파고든다. (...)
    『공허한 십자가』는 단순히 범죄의 동기와 범인을 밝히는 미스터리가 아니다. 이 소설은 인간이 인간을 심판한다는 것의 의미를 끝까지 밀어붙인다. 정의란 무엇이며, 복수는 어디서 끝나는가. 속죄는 감옥에서의 시간이 아니라면 어떤 방식으로 가능한가. 그리고 끝내 남겨진 자들이 짊어지고 가야 할 십자가는 과연 누구의 것인가.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 작품을 통해 다시 한번 인간 사회의 가장 깊고 아픈 질문을 꺼내놓는다.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이 소설을 읽는 독자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속에서 완성될 것이다.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도 오래도록 생각하게 될 것이다. 진정한 속죄란 무엇인가. 누가 누구를 심판할 수 있는가. 십자가를 지고 살아가는 것은 과연 누구인가. 『공허한 십자가』는 그 질문을 결코 쉽게 놓아주지 않는다.
      <출판사 리뷰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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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허한 십자가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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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판절판


    < 2014년 11월 15일에 읽고 쓴 리뷰입니다>  이번에 개정판으로 다시 읽으면서 오래 전에 쓴 글을 끌어 왔다.


    몇 년전에 '공지영'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공지영 ㅣ푸른숲 ㅣ2005>를 읽고 사형제도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이 책을 원작으로 한 영화를 볼 때는 눈물을 참을 수 없어서 주르르륵 흘리기도 했다.


    '죄는 미우나 인간은 미워하지 말라'고도 하지만, 어떤 범죄의 경우에는 그 사건의 잔인함이나 무자비함에 치를 떨게 하기도 한다. '절대로 용서를 해 주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는 사건들을 보면서 우리들이 그 사건의 피해자 가족의 마음을 헤아릴 수 없음을 느끼게 된 적도 있다.


    사형제도는 유지되어야 할까? 아니면 폐지되어도 될까?


    피해자의 유족이 가해자를 심판할 수 있을까?


    가해자들은 자신의 죄를 진심으로 뉘우치기는 하는 것일까?


    이런 생각들이 <공허한 십자가>를 읽으면서 스쳐간다. 무겁게 느껴지는 주제...




    히가시노 게이고는 또 새로운 작품으로  독자들을 찾아왔다. <몽환화/ 히가시노 게이고 ㅣ 비채ㅣ 2014>를 읽은 지 몇 달이 지나지도 않았는데, 새로운 소설이 나오다니 '히가시노 게이고'의 창작열은 너무 심하다 싶을 정도로 다작을 배출하고 있다.


    흡인력 강한 추리소설들이 대부분이기에 그의 작품이 출간되면 무의식적으로 읽게 된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가 인생 30주년을 맞은 2014년에 출간된 소설이니 그만큼 공을 들여 쓰지 않았을까...


    이 소설은 나카하라에게 일어나는 2사건을 쫓아가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진실 찾기가 밑그림으로 깔려 있다. 11년 전에 혼자 집을 지키던 8살 딸이 살해당하게 된다. 그로 인하여 아내와 이혼을 하고, 다니던  광고회사를 그만두고 애견 장례업을 하게 된다. 그러던 중에  아내가 길에서 칼에 찔려서 살해당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나카하라에게 일어나는 딸의 살해 사건 그리고 아내의 살해 사건.


    아내의 장례식에 갔다가, 자신은 딸의 살해 사건 이후에 세상과 인연을 끊고 살았지만, 아내는 딸의 사건을 계기로 잡지사에 근무하면서 '사형제도 폐지'에 반대하는 활동을 하였음을 알게 된다.


    딸을 죽인 살인범은 강도살인죄로 수감되었던 전과자로, 가석방 중에 살인을 저질렀다.  만약에, 살인범에게 사형이 적용되었다면, 딸을 잃는 불행한 일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책 속에는 피해자나 유족이 검찰처럼 구형 의견을 말하거나 피고에게 질문을 할 수 있는 제도인 '피해자 참가 제도'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다.


    " 우리는 듣고 싶네, 피고에게 사형을 구형한다는 말을. 가령 사형이 되지 않는다고 해도 법정에 사형이라는 말을 울려 퍼지게 하고 싶네, 그 마음을 이해하겠나?" (p. 181)


    나카하라의 전부인이 살해당한 후에 그의 어머니가 한 말이다.


    사형제도는 경우에 따라서는 꼭 필요한 제도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찬반 여론은 공존한다.


    " 사형 폐지론자의 눈에는 범죄 피해자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는 말은 이런 사건의 유족들 모두의 마음일 것이다.


    " 유족은 단순히 복수를 하기 위해 범인의 사형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한번 상상해보기 바란다. 가족이 살해당한 사람이,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까지 얼마나 큰 고통을 견뎌야 하는지.... 범인이 죽는다고 해서 피해자가 살아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면 유족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무엇을 손에 넣으면 가슴속에 쌓인 웅어리를 풀 수 있는가? 사형을 원하는 것은 그것 말고는 유족의 마음을 풀 수 있는 길이 없기 때문이다. 사형을 폐지한다면, 그렇다면 그 대신 유족에게 무엇을 줄 것인지 묻고 싶다. " (p. 188)


    " 흔히 ' 죽음으로 속죄한다'는 말을 하는데, 유족의 입장에서 보면 범인의 죽음은 '속죄'도 '보상'도 아니다. 더구나 그곳을 지났다고 해서 앞이 보이는 것도 아니다. 자신들이 무엇을 극복하고 어디로 가야 행복해질지는 여전히 모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통과점마저 빼앗기면 유족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 사형폐지란 바로 그런 것이다. " (p. 190)




    아내는 살해당하기 직전까지 사형 폐지론을 비판하는 내용의 책을 쓰고 있었다. 그녀는 또한 도벽에 관한 내용을 담은 글도 쓰고 있었다. 그것이  그녀의 죽음의 단초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사형을 집행받게 되는 사람들은 사형을 형벌로 받아들이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그들은 주어진 운명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아무런 반성도 없이 유족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없이 다만 사형이 집행될 날 만을 기다리는  범인들이 있다. 그래서 그들에게 형은 무력한 것이다.


    만기 출소를 하는 범인들을 생각해 보자. 그들은 교도소에서 속죄를 하였을까? 그렇다면 재범을 저지르지 않을 것이다.  교도소의 갱생시스템이나 사회의 편견은 그들을 다시 범죄의 구렁텅이로 몰아 넣는다.


    " ' 대체 누가 이 살인범은 교도소에 몇 년만 있으면 참사람이 된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살인자를 공허한 십자가에 묶어 두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p. 212)


    그렇다, 그들은 공허한 십자가에 묶여 있다가 다시 나오는 것일 뿐이다.


    사형제도의 모순과 갈등을 다루는  이 소설은 나카하라가 전 부인의 살해에 얽힌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남녀 중학생이 저지른 21년 전의 범죄로 옮아간다. 둘만이 알고 있는 상태에서 낳은 영아를 살해해서 수해에 묻어 버린 사건이다. 그 사건이 세상에 밝혀지는 것을 두려워한 범인이 나카하라의 전 부인을 살해한 것이다.


    <공허한 십자가>는 사회문제를 추리소설의 형식을 빌어서 흥미롭게 파헤친다. 사형제도의 존폐 여부, 속죄, 형벌, 청소년들에 의해서 발생되는 영아 살해사건, 묻혀졌던 살인사건에 대한 훗날의 형벌제도 등....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은 끝까지 읽어야 그 진실을 알아 낼 수 있는데, 이 책도 여기 저기로 복선이 깔리기 때문에  사건과 사건 사이에서 숨겨진 진실을 찾아야 한다.



    이 책에서 가장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문장은,


    "살인자를 공허한 십자가에 묶어 두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다.

    그 답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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