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발칙한 생각들 - 이야기로 만나는 창의성의 비밀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이야기
공규택 지음 / 우리학교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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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과 같이 편리한 세상이 될 수 있었던 것은 평범한 생각에서 벗어나 기발한 아이디어로 기존의 것들을 바꾸려는 사람들의 노력에서 이루어졌다.

우리나라의 교육이 주입식 교육이다 보니 생각의 전환이 그리 쉽지 않은데, 학교 교육에서 학생들에게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여 창의성을 신장시키는 흥미로운 수업을 하는 선생님이 계시다.

바로 이 책의 저자인 공규택 선생님인데, 그는 경기과학고등학교 국어과 교사이지만 수년간에 걸쳐서 과학영재들에게 창의성을 키울 수 있는 수업을 한 것을 바탕으로 이 책을 썼다.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발칙한 생각들>에는 남들과 다른 생각들을 하였기에 세상을 바꿀 수 있었던 사건이나 인물들의 이야기가 28가지 담겨 있다.

이 책은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는 지금은 당연하지만 처음에는 미친 짓이라고 했다 -  창의성의 과거

2부는 남들과 다른 자가 새로운 세상을 만든다 - 창의성의 현재

3부는 미래를 바꿀 발칙한 생각들이 싹트고 있다 - 창의성의 미래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독보적인 지식을 창조적인 지식이라고 한다. 이 책에는 창의적인 발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한 다양한 인물들이 소개된다. 그들의 생각인 위대하기 보다는 기발한 것에 가까운 경우가 많은데, 작은 문제점을 해결하려는 노력에서 좀더 새로운 것이 만들어진 경우들이다.

발상의 전환으로 자신의 기록에 도전한 높이뛰기 선수인 포스베리는 고등학교 시절에 전국고교 육상대회에서 예선에도 탈락했지만 5년 후에는 1968년 멕시코 올림픽 높이뛰기 금메달리스트가 된다.

그당시에는 높이뛰기를 할 때에 정면을 보면서 바를 향해 머리로 돌진했다. 그래서 장대에 발가락, 배, 가슴, 턱,코 등이 닿아서 장대를 떨어뜨리게 되었다. 21살 포스베리가 생각해 낸 자세는 거꾸로 몸을 뒤집어 넘어보는 것이었다. 지금은 자연스러운 자세이지만 그당시에 이렇게 해서 금메달을 딴 포스베리에게는 '유사이래 가장 웃기는 방법'이라는 혹평을 받기도 했지만, 이제는 그의 이름을 따서 '포스베리 플랍'이라는 기술로 자리매김했다. 다른 사례로는 수영 경기에서 반환점을 돌 때에 180도 회전하면서 발로 터치를 하는 방법인데, 이 방법이 선보이기 전에는 손으로 터치를 했다고 한다.

이렇게 작은 생각의 전환이 좋은 기록을 가져다 주기도 한다.

에디슨과 테슬라의 에피소드에서는 이미 명성을 가지고 있는 에디슨이었지만 테슬라가 개인의 이익을 버리고 더 많은 사람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 교류전기의 특허권을 포기한 것은 스승의 권위에 굴복하지 않은 빛나는 패기임을 깨닫게 해 준 사례이다.

1980년대에서 1990년대에 인기를 끈 테트리스 게임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파자노프가 수족관에서 유영하는 넙치의 모습에서 힌트를 얻었다고 하는데, 공간력가 지각력을 높여주는 게임이다.

1843년 영국에서 세계 최초의 지하철도 시스템이 공개 되었을 때에 사람들의 반응은 어떠하였을까?

지하!! 지하는 죽은 사람이 들어가는 곳이라는 생각에서 반응은 싸늘했다. 그러나 지하도 인간의 활동영역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지하철도는 그로 부터 20년이 지난 1863년에 영국에서 탄생된다. 피어슨이 지하철도를 고안하게 된 것은 두더지를 보고 생각해 냈다고 하니...

이 책 속에 재미있는 광고 사진이 4장 실려 있다. 상품의 단점일 수도 있는 것을 부각시켜서 장점으로 교묘하게 홍보를 하는데, 모델료가 비싼 모델를 쓰지도 않았으니 최소의 예산으로 광고의 효대를 극대화시키고 있다.

BMW 미니 쿠퍼 광고이다. 첫 번째 광고는 빌딩에 걸린 옥외광고인데, 손가락에 요요를 끼듯이 자동차를 끼고 흔들고 있다. 요요를 가지고 놀듯 자유자재로 핸들링과 주차를 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두 번째 광고는 여자가 앉아서 히치하이킹를 하는 모습인데, 이건 차가 작기 때문에 운전자는 보행자를 잘 볼 수 있다는 의미이다.

세 번째 광고는 더 기발한 아이디어이다. 쓰레기 더미 속에 자동차가 배송된 듯한 종이박스가 놓여져 있다. 포장박스에는 자동차 디자인, 브랜드명, 가격까지 써 있으니 지나가는 사람들의 관심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네 번째 광고는 교통안전 표지용 원뿔 13개만을 이용하였는데, 이것을 보는 사람들은 호기심이 간다. '무슨 광고일까?' 광고의 밑단에 자동차 회사 로고가 보인다. 운전면허 시험장이 생각나게 되고, 이 사이를 드나드는 다이내믹한 코너링을 하는 미니쿠퍼를 떠올린다면 광고는 성공이다.

똑같은 생각을 하면 새로운 것을 볼 수 없다. 다른 길이 있다는 것도 알 수 없다.

중동에서 난로를 수출하거나 러시아에 에어컨을 수출하는 기업. 발상의 전환이 이루어낸 성과이다.

1949년 이래 4000억개의 부품을 생산한 회사, 세계적으로 1초당 7세트를 판매하는 회사, 한 사람당 평균 62개의 블록 조각을 가지게 한 회사.

장난감 레고이다. 이 기업은  현재 3대에 걸쳐서 장난감을 만들고 있다. 처음에는 덴마크 목수였던 올센이 아들에게 나무로 만든 장난감을 만들어 주는데서 시작했는데, 아들의 장난감을 본 이웃들의 관심을 끌게 되면서 목제 생필품을 생산하던 것에서 벗어나 바퀴달린 장난감을 만들게 된다. 그러다가 플라스틱 장난감을 만들고, 플라스틱 조각에 알록달록 색깔을 입히게 되고...

그런데 장난감이 인기를 끌게 되자 아들인 고트프레드 때에는 공장견학을 오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레고전시공원이 생기고, 다시 테마공원인 레고랜드가 개장하게 된다.

3대째인 손자 켈은 레고에 사람이 없는 것에서 착안하여 사람을 만들게 되고 이로부터 각종 피규어를 추가제품으로 구성하게 된다.

자녀가 있는 집이라면 레고가 없는 집이 없을 정도로 잘 팔리는 장난감 레고, 대형 레고 매장에 가면 사람키를 넘는 레고 제품들에 정신이 팔리게 되는 것은 어린이나 어른이나 마찬가지이다.

너무도 재미있고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이 담겨 있는 책인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발칙한 생각들>

이 책은 청소년들에게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기는 하지만 어른들이 읽어도 충분히 흥미를 가질 수 있는 책이다.

새로운 생각은 세상을 바꿀 수 있지만 타성에 적은 일상의 눈으로 본다면 낯설다는 생각을 가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일상생활에서 어떤 문제에 부딪혔을  때에 스스로 창의적인 해결방법을 찾을 수 있을 수 있게 해 주는 것도 다른 사람과는 다르게 생각하는데서 비롯된다고 본다.

주입식 교육에 지친 학생들에게 새로운 생각을 하면 어떤 세상이 보이는가를 이 책은 사례를 통해서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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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 - 세상을 깨우는 시대의 기록 역사 ⓔ 1
EBS 역사채널ⓔ.국사편찬위원회 기획 / 북하우스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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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와 국사편찬위원회가 공동 기획한 프로그램인 <역사채널 ⓔ>는 한국사의 주요사건이나 사실에 대해서 5분 가량의 강렬한 메시지와 세련된 영상으로 한국사의 한 부분을 살펴본다.

이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는,

" 역사를 불러내는 미디어로서, 죽어 있는 역사가 아니라 역사의 한 조각을 현재로 호출해 내기 위해서" (p. 5)이다.

또한 연산군이 남긴 말인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역사뿐이다.(人君所畏者 史而已)" 라는 문장에서 방송은 시작된다.

박물관 속에 갇혀 있고, 교과서 안에 잠들어 있던 낡고 고루한 역사는 가라! 세련된 영상과 짧지만 강렬한 메시지! 잠들어 있던 우리 역사에 숨을 불어 넣는다! '우리 자신'에 대한 관심이 지극히 높아지고 있는 요즘, '우리'의 진정한 모습은 과연 어디서 만날 수 있을까? 그 답을 얻기 위해 '역사채널e'가 한국사 속으로 들어간다.  (프로그램 소개글 중에서)

2011년 11월부터 지금까지 방송되니 많은 이야기가 소개되었다. 그 중에서 21개의 한국사 에피소드를 3개의 주제로 나누어서 이 책 속에 담아 놓았다.

1부 어떻게 살 것인가 Quaestio
2부 나는 누구인가 Cogito
3부 무엇을 기억할 것인가 Memento
여기 소개되는 역사적 사건이나 사실들은 역사전문가들에 의해서 고증되고 확인된 내용들이기에 역사적 의미를 가지고 있기도 하지만 교과서 등에서는 다루지 않았던 내용들이기에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물론 역사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은 다른 매체를 통해서 이미 알고 있는 사실들이기는 하지만, 역사에 관심이 없거나 역사를 처음 배우는 학생들에게는 지루하지 않게 역사를 알아가는 과정이 될 수 있다.

첫 번째 이야기인  조선말 명문가 우당 이회영가 이야기부터 가슴을 울린다. 당시 조선 갑부인 이회영은 차근차근 가문의 재산을 정리하여 만주 망명길에 오른다. 안락함이 보장된 고향을 등지고 조국 독립을 위해서 만주로 떠나는 그들, 신흥무관학교를 세우는 등 조선의 안위를 걱정했던 뜨거운 가슴과 냉철한 이성을 가졌던 이회영 형제들, 그러나 그들은 만주에서 끼니 걱정을 해야 할 정도로 궁핍한 생활을 하였으니...

" 우리 형제가 당당한 호족 명문으로서 차라리 대의가 있는 곳에 죽을지언정, 왜적 치하에서 노예가 되어 생명를 구차히 도모한다면 이 어찌 짐승과 다르겠는가?" (p.20)

또다른 이야기로는,

" 내가 죽은 뒤에 뼈를 하얼빈 공원에 묻어두었다가 우리의 국권이 회복되거든 고국으로 옮겨다오" (p. 177)라는 유언을 남겼던 안중근 의사는 해방이 된 지 70여 년이 되었지만 그의 무덤이 어디에 있는지 조차 알 수 없으니 효창공원에는 그의 가묘만이 덩그라니 남아 있다.

거기에 요즘도 일본관료들의 망언이 계속되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은 역사 속 아픈 조각들이다.

그런 반면 임진왜란 때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강압에 의해 조선에 출병했으나 명분 없는 전쟁에 환멸을 느껴 귀화한 일본인 사야가, 그는 동방성인의 백성이 되고 싶어 조선인인 김충선이 되었다.

그림에 관한 이야기로는 윤선도의 증손자인 공재 윤두서의 <자화상>을 소개한다.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천재화가 3재(三齋- 재는 겸손하다는 뜻)중의 한 사람인 윤두서는 대상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리얼리티를 중시한 화가인데 서민의 삶을 들여다 보는 작품들도 많이 그렸다. 그의 대표작인 자화상은 실학의 등장과 관련이 깊으며 이 자화상의 특징은 겉으로 드러난 얼굴과 내면의 정신이 서로 어우러진 윤두서의 철학적 기운이 담겨 있는 작품이다.

그리고  '유네스코 세계기록 유산'으로 지정된 조선왕조실록은 1893권 888책으로 구성되었는데 조선 25대(태조~철종까지, 고종실록과 순종실록은 일제에 의해서 편찬되었기에 역사적 사실 왜곡이 많아서 제외된다)472년간의 기록이 오롯이 담겨져 있다. 연산군 조차도 두려워한 역사적인 기록을 담고 있는 조선왕조 실록.

그런데 사관들은 왕의 생존시에 따라 다니면서 왕의 일거수 일투족을 기록하고 왕의 사후에 실록이 완성되면 사초를 물로 씻어 흔적을 지워 버린다고 하는데, 어느 사관의 무덤에서 실록이 되지 못한 채 발견도 사초가 있었다고 하니 그 사연은 무엇일까.

요즘 들어 재조명되는 광해군의 외교정책, 조선의 천민들의 삶, 아라비아 중국에 이어 세 번재로 일식을 예측했다는 조선의 과학기술, 병자호란 이후에 청에서 돌아온 환향녀들, 왕의 남자인 환관, 한국전쟁 당시에 폭파 위기에 처했었던 덕수궁....

역사 속의 한 조각 이야기들이 흥미있게 펼쳐진다.

그런데, 이 책을 통해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조선 말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에 얽힌 사연이다. 아마도 고종과 순종이 일본식 복장을 입고 나란히 찍은 사진을 기억할 것이다. 조선의 왕이라면 위풍당당하여야 하겠으나 왜소하고  나약한 모습. 일본은 조선의 왕을 한 장의 사진으로 '식민지 군주'로 무력하게 만들어 버렸다. 19세기 서양 열강들은 식민지 모습을 찍어서 사진엽서로 만들어서 팔았다고 한다. 그곳에 가보지는 못하지만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것이 사진이었다.

일본도 마찬가지로 초대 통감인 이토 히루부미는 현실정치에 사진을 활용했다. 일본의 사진사들을 동원하여 조선의 이미지를 만들어 냈다. 좋은 모습 보다는 조선을 열악하고 미개한 이미지로 전락시키는 수단으로 사진을 찍었다. 그래서 사진 속의 이미지들은 조선인의 모습이 무력하고 나약하고 지저분하고 미개한 모습오 왜곡되게 찍었다. 칼을 쓰고 관아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죄인의 모습, 젖가슴을 드러낸 여인의 모습, 조선의병들이 잔혹하게 처형당하는 모습, 일본의 상징이 벚꽃이 가득한 광화문의 모습, 퇴락한 왕조를 보여주기 위해서 잡초만 무성한 근정전의 모습...

사진 속의 이미지는 이렇게 현실을 왜곡시켰다. 그나마 남아 있는 일본인이 찍은 사진들을 보면서 우리는 그것이 그당시의 모습이라고 생각했으니...

" 사진을 읽는다는 것은 우리 눈 앞에 있는 이미지가 현혹시키는 힘을 꿰뚫어 보는 것이다. 우리는 사진에서 피사체보다 먼저 보이지 않는 시선, 카메라 뒤에 선 이들의 시선을 제대로 볼 줄 알아야 한다. 그때에 비로소 진실을 볼 수 있다. " (p. 235)

역사는 지나간 과거를 담고 있다. 현재는 과거의 연속선 상에 놓여 있다. 역사를 그저 지나간 사건이나 사실 쯤으로 생각하거나 이런 이야기들이 지루하고 고리타분하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역사 속에는 과거의 사람들이 살아온 삶의 모습과 성찰이 담겨 있다.

우리는 역사를 통해서 이 책의 주제이기도 한, '어떻게 살 것인가', '나는 누구인가', '무엇을 기억할 것인가'를 찾아내야 한다.

<역사 e>는 역사를 싫어하는 독자들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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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일, 지금만큼은 사랑이 전부인 것처럼 - 테오, 180일 간의 사랑의 기록
테오 지음 / 예담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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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일 지금만큼은 사랑이 전부인 것처럼>은 저자가 '테오'라는 것만으로도 꼭 읽고 싶은 책이다. 이미 '테오'는 3권의 에세이를 출간했다.

<바로 거기쯤이야, 너를 기다리는 곳>, < 당신의 소금사막에 비가 내리면>, < 당신의 아프리카에 펭귄이 찾아 왔습니다>

그중에 볼리비아 여행 에세이인 <당신의 소금사막에 비가 내리면>을 읽게 되었고, 그 책이 좋아서 <당신의 아프리카에 펭귄이 찾아 왔습니다>를 읽었는데, 이 책도 역시 남아프리카 여행 에세이이다.

테오에게 여행은 일상에서 벗어나 자신과 마주할 수 있는 치유의 시간이 된다. 그래서 그는

" 여행은 떠나는 것이 아니라 향하는 것입니다.

여행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여행에게로 향하는 것입니다. " ( 당신의 소금사막에 비가 내리면 중에서)

그가 찍은 분위기있는 사진들과 함께 감성을 적시는 글들은 마음에 잔잔한 감동을 주었다. 그런데 왠지 모르는 우수에 찬 그런 느낌도 함께 받았다.

아마도 그건 그에게 사랑의 기쁨과 아픔이 함께 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180일, 지금만큼은 사랑이 전부인 것처럼>을 읽게 되니  어렴풋하게 알 수 있을 듯하다.

바로 이 책은 테오의 900일간의 사랑이야기, 그리고 이별, 다시 주어진 180일간의 선물과 같은 사랑이야기 그리고 또다시 안녕을 고하는 이야기이다.

이별을 예감한 사랑, 사랑을 하면서도 이 사랑이 힘들 것이라는 것을 알았기에 마음의 준비를 했지만, 이별이란 준비를 했다고 고통스럽지 않은 것도 아니고, 슬프지 않은 것도 아니다.

테오와 그녀의 만남은 굴렌 굴드 한정판 앨범을 매개로 이루어진다. 사랑은 그렇게 아무런 준비도 없이 오는 것이다. 함께 바다를 보러 가고, 자신의 한정판 앨범을 그녀에게 주고, 영화를 보고, 출근길 동행을 해주고, 상대방을 행복하게 해줄 비밀 레시피를 찾고....

그러나 상대방의 부모님이 원하는 조건을 갖추지 못했기에 사랑의 시작부터 이별은 예고되었다. 그래도 그들의 사랑은 900일을 채우게 되고, 마침내 이별을 한다.

아프리카 자카드 펭권의 사랑법은 한 마리 펭귄만을 사랑한다고 하는데...

이별을 고한 후 그들은 슬픔, 고통, 절망, 공포를 이기지 못하고 곧바로 다시 180일간의 새로운 연애를 시작한다. 그녀가 테오에게 준 선물이다. 안녕을 위한 사랑.

900일 + 180일, 1000일이 넘는 사랑이 넘지 못한 그 장벽.

" 만남의 이유가 없든 이별에도 이유는 없습니다. 이별하게 되어 이별할 뿐 달리 이유가 있는 건 아닙니다. 사람들이 붙이는 이유들은 모두 필요해서 만든 것일 뿐. 실은 그런 이유 따위 없어도 결국 이별하게 될 사이인 것입니다. " (p. 35)

이 책의 내용은 테오가 그녀와 헤어진 후 3년이 지나서 쓴 글이다. 헤어질 때는 잊지 못할 것 같았던 사랑. 그러나 그녀는 새로운 인연을 만났다고 하니...

" 사랑한다는 건 이런 것입니다. 살아온 날들을 섞고 서로의 내일을 묶어 꿈같은 동화 한 편 써내는 일" (p. 66)

" 깨닫습니다. 이별에는 준비가 소용 없다는 것을. 실연이 주는 슬픔을 건너거나 피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닙니다. " (p. 204)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아련히 먼 기억 속의 사랑을 끄집어 되새겨 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 그당시에는 슬픈 이별이었지만 이제는 퇴색한 사랑이야기를.

테오의 글은 언제나 함축되어 있다. 최소한의 단어들로, 최소한의 문장을 만들어 내지만 그 내용은 가슴 속에 깊숙이 내려 앉는 그런 글들이다.  

사랑의 기쁨도, 슬픔도 그에게 가면 아름다운 문장으로 다시 태어난다. 짧은 시간에 읽을 수 있는 책이지만 한 번 읽고 덮기에는 뭔가 아쉬움이 남아서 언젠가 다시 꺼내 읽고 싶은 그런 책이다.

오늘은 테오의 사랑 이야기를 읽으면서 마음 한 구석에 접어 두었던 옛 사랑을  반추할 수 있었기에  봄꽃들이 더욱 아름답게 다가오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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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슬 - 제주4·3의 끝나지 않은 이야기
김금숙, 오멸 원작 / 서해문집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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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에 의하면 제주 4.3사건은 1947년 3월 1일 경찰의 발포사건을 기점으로 하여 1948년 4월 3일 발생한 봉기사태와 그로부터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충돌과 진압과정에서 양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니까 1948년 4월 3일 이후에도 한국전쟁이 끝날 때까지 선량한 제주도민들이  희생당했다. 약 3만 명이 넘는 양민들의 애닯은 절규를 조금이나마 잠재울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2014년부터 국가기념일로 지정되어 정부주관 행사가 치뤄지고 있다.

솔직히 나도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제주 4.3 사건'에 대해서 자세한 내용은 알지를 못했다. 이렇게 긴 세월에 걸쳐서 일어난 사건을 말한다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이 책은 오멸 감독의 독립영화인 <지슬>을  만화로 출간하였다. 영화는 민간인 학살이라는 가슴 아픈 이야기를 슬프지만 때로는 해학적으로 풀어나간 작품으로 국내외에서 뛰어난 작품으로 인정을 받았다.

그런 영화를 수묵화로 재탄생시킨 것이 만화 <지슬>이다. 수묵화이기에 붓터치와 먹의 농담만으로 표현을 하게 되는데, 그림을 그린 '김금숙' 작가는 그녀만이 가진 독특한 그림풍으로 굵직 굵직한 선으로 강렬한 붓놀림을 보여준다. 그것이 더욱 이 작품을 강하게 표현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 (...) 김금숙 작가는 그 따뜻한 가슴으로 항상 개인의 슬픔, 사회의 부조리를 읽어내고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만화를 꾸준히 그려왔습니다. 아픔을 고통으로 표현하기 보다는 은유적이고 부드럽게 풀어내는 실력을 갖춘 작가이기도 하고요. " (p. 4 - 만화가 박재동의 추천사 중에서)

책 속의 그림은 온통 흑백으로 표현이 되지만 그 속에서 더 강한 피 비린내가 풍겨 나오기도 한다.

그리고 이 책의 내용들은 <지슬>이란 영화를 보지 않았다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절제된 내용만을 보여준다.

이야기는 1948년 11월 제주도 북서부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토벌대에 의해서 인접 지역에서 많은 사람들이 희생당했다는 소문을 듣고 주민들은 피난을 간다. 어디로 갈 것인가... 되도록 토벌대에 발각되지 않는 곳으로 가기 위해서 산 속으로 들어간다.  

 

피할 수 있는 사람들은 멀리 멀리 도망을 가다가 숨을 장소로 동굴 '큰 넓궤'를 생각해 낸다.

입구는 좁지만 들어가면 많은 사람들이 숨을 수 있는 곳이다. 이렇게 숨어 지내다가 발각이 되어 총살을 당하게 되는데, 그 이야기가 한 컷 한 컷 의미있게 다가온다.

이 책의 제목인 '지슬'( 한자어로 地實 )은 제주도 방언으로 감자를 뜻한다. 땅에서 나오는 열매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지슬은 이 책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무동이 엄마는 다리가 아파서 피난을 가지 않는다. 만약에 자신이 길을 나서게 되면 아들에게 업혀서 가야 되니 그냥 남아 있겠다고 하면서 삶은 지슬을 챙겨 가라고 아들에게 말한다. 그러나 아들은 그 지슬을 집에 두고 온다. 나중에 노모가 총살을 당할 때에 가슴에 안고 죽는 것은 바로 그 지슬이다.

순덕어멈이 산으로 도망을 치면서 자신의 딸이 함께 못 온 것도 모르고 챙겨 온 것도 지슬이다. 

따뜻한 지슬을 동굴 속에 숨어서 이웃들과 함께 나누어 먹는다.

그리고 토벌대 중에 기합을 받느라고 굶은 선임에게 건네 주는 것도 지슬이다. 지슬은 땅에서 땅으로 이어지면서 열매를 맺는데, 바로 이런 어려움 속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 오가는 생명줄과 같은 것이 지슬로 표현된 것이다.

아름다운 제주, 아무런 걱정없이 평화롭게만 보이는 제주, 그 땅에서 이런 아픈 역사가 지슬처럼 얽혀 있었음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다.

 

봄에는 노란 유채꽃이 만발하는 제주, 그 제주에 이런 아픈 우리의 역사가 숨어 있었다. 자칫하면 왜곡되어 그 진실이 밝혀지지 않을 뻔 했지만 이제는 그 베일이 차츰 벗겨지고 있다.

아직도 유족들 중에는 그 날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다.  

한국 현대사의 비극 중의 한 사건인 '제주 4.3사건'을 이 책을 통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기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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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리 자매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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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모토 바나나의 <키친>을 읽은 이후에 작가의 소설이 나올 때마다 빼놓지 않고 읽게 되었다. 최근에는 <막다른 골목의 추억>그리고 <사우스포인트의 연인>에 이르기까지.

작가는 활발한 집필활동을 하는지 꾸준히 새로운 책들이 출간되는데, 대부분의 책들은 앉은 자리에서 읽고 일어날 수 있을 정도로 짧은 소설들이다. 

<도토리 자매>도 역시 장편소설이라고 하기에는 짧은 130쪽이 약간 넘는 내용이 담긴 얇고 작은 책이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들을 출간될 때마다 따라 읽다 보니 이제는 작가의 소설이 가지는 특징들이 눈에 들어온다. 어쩌면 그건 작가의 작품에 익숙하다는 것이기도 하지만 거의 대부분의 소설이 같은 맥락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부모님을 일찍 잃었거나 부모님이 이혼을 하여서 화목한 가정을 가지지 못한 경우, 연인과의 헤어짐으로 어딘가로 떠나 온 경우, 이런 상실 속에서 소극적으로 자신의 삶에 힘겨워 하다가 작은 계기로 치유를 하여 가는 과정을 다룬 경우 그리고 빠지지 않고 나올 정도로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에 등장하는 이야기는 는  음식과 여행에 관한 이야기이다.

여행과 음식으로 상실된 것을 치유하는 경우가 소설 속에 감초처럼, 아니 주요 내용으로 등장한다.

이 소설의 처음의 시작은 도토리 자매가 만든 홈페이지의 이야기이다.

'누구에게든 메일을 보내고 싶은데, 아는 사람에게는 보내고 싶지 않을 때 마침 딱 좋은 존재'라는 콘셉트로 시작된 홈페이지'을 도토리 자매는 개설한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은 그 이야기가 주를 이룰 것이라고 생가하지만 그 보다는 도토리 자매의 상실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언니 이름 구리코와 주인공인 나의 이름 돈코다에서 '돈'과 '구리'를 합쳐서 '돈구리' .

일본어로 '돈구리'는 도토리이다. 도토리 자매는 10살 때에 부모님이 교통사고로 사망하게 되면서 삼촌집에서 이모네집으로 그리고 마지막으로 할아버지집을 전전하면서 살아간다. 물론 그들 친척들이 도토리자매를 구박하지는 않았지만 화목한 가정에서 지내지는 못했다. 이모네집에 살 때에는 이모의 결혼 권유로 언니인 구리코가 가출을 하기도 한다.

언니 구리코와 동생 돈코다의 성격은 자매이지만 성향이 많이 다르다. 언니는 현실적이고 연애는 잘하지만 결혼에는 부정적이다. 동생은 현실에 순응하는 듯하지만 반은둔현 외톨이이다.

자매가 30살, 28살이 된 성인이지만 성장기의 상실감때문에 힘겨워하면서 그 치유 방법을 찾는 과정이 그려진다.

 

언니인 구리코는 여행을 통해서 치유의  과정을 갖게 되는데, 그 여행지가 한국의 서울이다. 남자 친구와 함께 떠난 한국여행. 여기에서 음식 이야기가 나온다, 삼계탕, 간장게장, 김치 등.

 

그래서 이 소설의 중반 이후에는 서울의 거리가 소개된다. 일본인들이 주로 관광하는 서울의 모습과 음식점 등의 이야기는 일본 소설에서 접하게 되는 이야기이기에 이 책을 읽는 재미가 더해지기도 한다.

구리코가 여행을 통해서 치유를 경험한다면 돈코다는 어떻게 자신의 상실감을 이겨나갈까.

학창시절 스치듯이 잠깐 좋아했던, 그렇다고 연애 감정이 있었던 것도 아닌 동창생 무기가 꿈에 죽은 모습을 보게 되면서 그를 찾아가는 과정이 그려진다.

무기의 소식이 궁금해서 유일한 동창생에게 메일을 보내서 알게 된 내용은 그가 오토바이 사고로 죽었다고 하여 옛 추억을 찾아 찾아간 동네에서 꿈 속에서 본 것과 같은 현실에 맞닥들이게 되고....

그런데 이상한 것은 그 즈음에 도토리자매의 홈페이지에 올려졌던 남편을 잃은 야쓰미의 메일 내용이 꼭 무기와 관련이 있는 듯하니...

이런 어수선한 마음을 다스려 주는 것이 바로 언니가 서울 여행을 하면서 동생에게 도토리자매 홈페이지를 통해서 보내 오는 메일이다. 그래서 그 역시 오키나와로의 여행을 결심하게 된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은 자극적이거나 거창한 사건이 일어나지는 않는다. 항상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인물,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 문제가 없는 듯하지만 현실의 장벽에 힘겨워하고 있다. 그렇다고 아우성 치지도 않고 마음 속으로 그 힘겨움을 다지고 있다. 그리고 아주 사소한 것을 통해서 상실을 치유하여 나간다. 여행을 통해서, 음식을 통해서, 아니면 작은 어떤 것이 계기가 되어서....

<도토리 자매>도 역시 소소하고 사소한 일상들 속에서 따뜻한 이야기를 찾을 수 있다. 우린 모두 크고 작은 마음의 상처를 가지고 살아가지 않을까.

" 인터넷 속과 마찬가지로 임시로 가득한 이 세상. 대답을 가리키는 화살표는 역시 하나였다. 대답 주위를 빙빙 맴돌면서 나는 지난 반년 동안 무의식 중에 차분하게 근신하고, 언니의 연애에 무언가가 환기되기도 하고, 야스미씨의 메일이 유독 마음에 걸리고, 그러다 결구 무기의 꿈까지 도달한 것만 같았다. 이 혼돈스러운 세상에서는, 죽은 무기가 내게 포착될 만한 타이밍에 꿈을 통해 찾아 온 것도, 야스미  씨가 무기 부인의 이미지와 겹쳐진 것도 우연이 아니다. 그리고 그런 것들은 전부, 누구든 유영하는 무의식의 바다, 익명으로 구상된 세계 안에서는 개성을 지니지 않을지도 모른다. 의미가 비슷한 정보만 떠 있어서 어디를 포착해도 알 수 있다. 사람이 죽어 그 파문이 주위 사람들에게 퍼지는 모양도 그렇다. 모두가 사람들의 마음으로 이뤄진 거대한 바다 어딘가에 확고하게 동그마니 존재하고 있고, 그 정도도 아마 똑같으리라. 그런데도 우리는 저마다 다른 색을 지닌 사람들의 슬픔을 기억한다. " (p.p.. 83~84)

이 책을 읽으면서 며칠 전에 조카가 들려준 이야기가 생각났다. 대학교 같은 학과 학생 중에 아주 밝은 남학생이 있었는데, 갑자기 죽었다는 소식을 페이스북을 통해 알았다고 한다.

'교통사고일까? 자살일까?'하는 의문을 품고 있었는데, 곧 기숙사에서 자살했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한다.

항상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고 다니는 밝은 학생이었다고 하는데... 한국이 아닌 미국 뉴욕에서 일어난 일이다.  죽음으로 젊은 날을 마감할 수 밖에 없었던 그에게 고독을 치유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던 것 같다. 

이 소설처럼 마음 속에 간직된 상실과 고독을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은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니다. 낯선 여행지에서 보게 되는 풍경 속에서, 또는 누군가 함께 걷고 함께 이야기하고 함께 같은 곳을 바라보는 것에서 우리는 행복을 되찾을 수 있다.

요시모토 바나나가 소설을 쓸 때마다 여행을 이야기하듯이 여행지에서 느끼는 작은 기쁨과 깨달음들이 우리 가슴속에서 치유의 역할을 하게 된다.

아니 꼭 여행을  떠나지 않더라도 오늘 하루를 나만의 의미있는 날로 생각한다면 결코 고독하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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