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일 지금만큼은 사랑이 전부인 것처럼>은 저자가 '테오'라는 것만으로도 꼭 읽고 싶은 책이다. 이미 '테오'는 3권의
에세이를 출간했다.
<바로 거기쯤이야, 너를 기다리는 곳>, < 당신의 소금사막에 비가 내리면>, < 당신의 아프리카에 펭귄이 찾아
왔습니다>
그중에 볼리비아 여행 에세이인 <당신의 소금사막에 비가 내리면>을 읽게 되었고, 그 책이 좋아서 <당신의 아프리카에 펭귄이
찾아 왔습니다>를 읽었는데, 이 책도 역시 남아프리카 여행 에세이이다.
테오에게 여행은 일상에서 벗어나 자신과 마주할 수 있는 치유의 시간이 된다. 그래서 그는
" 여행은 떠나는 것이 아니라 향하는 것입니다.
여행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여행에게로 향하는 것입니다. " ( 당신의 소금사막에 비가
내리면 중에서)
그가 찍은 분위기있는 사진들과 함께 감성을 적시는 글들은 마음에 잔잔한 감동을 주었다. 그런데 왠지 모르는 우수에 찬 그런 느낌도 함께
받았다.

아마도 그건 그에게 사랑의 기쁨과 아픔이 함께 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180일, 지금만큼은 사랑이 전부인
것처럼>을 읽게 되니 어렴풋하게 알 수 있을 듯하다.
바로 이 책은 테오의 900일간의 사랑이야기, 그리고 이별, 다시 주어진 180일간의 선물과 같은 사랑이야기 그리고 또다시 안녕을 고하는
이야기이다.
이별을 예감한 사랑, 사랑을 하면서도 이 사랑이 힘들 것이라는 것을 알았기에 마음의 준비를 했지만, 이별이란 준비를 했다고 고통스럽지 않은
것도 아니고, 슬프지 않은 것도 아니다.
테오와 그녀의 만남은 굴렌 굴드 한정판 앨범을 매개로 이루어진다. 사랑은 그렇게 아무런 준비도 없이 오는 것이다. 함께 바다를 보러 가고,
자신의 한정판 앨범을 그녀에게 주고, 영화를 보고, 출근길 동행을 해주고, 상대방을 행복하게 해줄 비밀 레시피를 찾고....
그러나 상대방의 부모님이 원하는 조건을 갖추지 못했기에 사랑의 시작부터 이별은 예고되었다. 그래도 그들의 사랑은 900일을 채우게 되고,
마침내 이별을 한다.
아프리카 자카드 펭권의 사랑법은 한 마리 펭귄만을 사랑한다고 하는데...

이별을 고한 후 그들은 슬픔, 고통, 절망, 공포를 이기지 못하고 곧바로 다시 180일간의 새로운 연애를 시작한다. 그녀가 테오에게 준
선물이다. 안녕을 위한 사랑.
900일 + 180일, 1000일이 넘는 사랑이 넘지 못한 그 장벽.
" 만남의 이유가 없든 이별에도 이유는 없습니다. 이별하게 되어 이별할 뿐 달리 이유가
있는 건 아닙니다. 사람들이 붙이는 이유들은 모두 필요해서 만든 것일 뿐. 실은 그런 이유 따위 없어도 결국 이별하게 될 사이인 것입니다. "
(p. 35)
이 책의 내용은 테오가 그녀와 헤어진 후 3년이 지나서 쓴 글이다. 헤어질 때는 잊지 못할 것 같았던 사랑. 그러나 그녀는 새로운 인연을
만났다고 하니...
" 사랑한다는 건 이런 것입니다. 살아온 날들을 섞고 서로의 내일을 묶어 꿈같은 동화 한
편 써내는 일" (p. 66)
" 깨닫습니다. 이별에는 준비가 소용 없다는 것을. 실연이 주는 슬픔을 건너거나 피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닙니다. " (p. 204)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아련히 먼 기억 속의 사랑을 끄집어 되새겨 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 그당시에는 슬픈
이별이었지만 이제는 퇴색한 사랑이야기를.
테오의 글은 언제나 함축되어 있다. 최소한의 단어들로, 최소한의 문장을 만들어 내지만 그 내용은 가슴 속에 깊숙이 내려 앉는 그런
글들이다.

사랑의 기쁨도, 슬픔도 그에게 가면 아름다운 문장으로 다시 태어난다. 짧은 시간에 읽을 수 있는 책이지만 한 번 읽고 덮기에는 뭔가
아쉬움이 남아서 언젠가 다시 꺼내 읽고 싶은 그런 책이다.
오늘은 테오의 사랑 이야기를 읽으면서 마음 한 구석에 접어 두었던 옛 사랑을 반추할 수 있었기에 봄꽃들이 더욱 아름답게 다가오는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