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남자 - 색다르게 인생을 정주행하는 남자들을 찾아서
백영옥 지음 / 위즈덤경향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다른 남자 -  부제 : 색다르게 인생을 정주행하는 남자들을 찾아서>는 작가 백영옥이 만난 15명의 남자들과의 인터뷰를 담은 인터뷰집이다. 

작가는 '프롤로그'를 통해서 " 나는 인터뷰하는 것과 인터뷰 당하는 것 사이에는 많은 것들의 간극이 존재한다는 걸 깨달았다"라고 말하면서, " 이 인터뷰는 누군가 나를 인터뷰할 때, 이렇게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작가 백영옥은 인터뷰이도 인터뷰어도 되어 보았다는 말이 아닐까.

내가 백영옥 작가의 작품을 처음 접한 것은 <스타일>을 통해서 였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패션잡지 기자이다. 젊은 여성들에게는 관심의 초점이 될 수 있는 패션과 사랑 이야기가 어우러진 이야기이다. 바로 백영옥 자신이 문단에 등단하기 이전에 패션잡지 기자로 일하면서 인터뷰어가 되었었다. 그리고 작가가 된 후에는 인터뷰이가 되기도 했다. 그러니 그 누구 보다도 인터뷰에 대한 바람이 있었을 것이다.

인터뷰는 기본적으로 인터뷰이의 직업세계나 인생관, 가치관 등을 비롯한 많은 점들을 잘 파악해야만 좋은 인터뷰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본다. 무엇을 질문할 것인가는 순전히 인터뷰어의 몫이기 때문이고, 그 결과는 인터뷰이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2013년 2월~11월까지에 걸쳐서 경향신문에 연재되었던 기사를 정리한 이 책에는 15명의 남자 인터뷰이가 소개된다. 어쩌면 이렇게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제대로 내는 사람들을 골랐을까 할 정도로 쟁쟁한(?) 인물들이 소개된다.

서천석 : 마음을 여행하는 남자
조수용 : 경계를 거부하는 남자
박상연 : 자기 자신을 시청하는 남자
권일용 : 악인의 내면을 읽는 남자
윤광준 : 감각을 다림질하는 남자
유성용 : 길 위의 남자
홍성남 : 분노할 줄 아는 남자 
박찬일 : 온전한 한 끼를 찾는 남자
금태섭 : 개인의 힘을 믿는 남자
김영하 : 지속 가능한 남자
박웅현 : 현실을 붙잡는 남자
정구호 : 옷으로 이야기하는 남자
문훈 : 스스로를 방목시키는 남자
김창완 : 무중력 상태의 남자
강신주 : 자본을 소외시키는 남자

정신과 의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드라마 작가, 국내 최초 프로파일러, 사진작가, 여행생활자, 신부, 셰프, 변호사, 소설가, 광고, 패션디자이너, 건축가, 가수, 철학자 등이지만 그들의 활동 무대는 그들의 직업에 국한되어 있기 보다는 다방면에 걸쳐서 활동을 하고 있는 르네상스적인 인물들이다.

거기에 기본적으로 저서 몇 권은 낸 사람들이 대부분이기에 그들과의 만남은 이미 책을 통해서 이루어졌었다.

서천석은 <마음 읽는 시간>, 윤광준은 <잘 찍은 사진 한 장>, 유성용은 <다방기행문>등, 박찬일은 <보통날의 파스타> 등, 김영하는 <살인자의 기억법>등, 강신주는 <감정수업>등을 통해서 이미 그들의 생각을 엿 보았지만 그래도 그들의 작품이 아닌 인터뷰를 통해서 더 진솔하고 자신의 삶에 밀접하게 다가가는 이야기를 듣고 싶었었다. 그것을 바로 <다른 남자>를 통해 백영옥이 질문하고 그들의 말을 듣게 된 것이다.

15인 15색의 이야기가 담긴 이 책에서 인터뷰이들이 얼마나 르네상스적인 인물인지는 몇 분의 경우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다.

정신과 의사인 '서천석'은 MBC 라디오에서 <마음연구소>진행을 하면서 정신적 문제를 세심하게 다루어 주고 있는 것은 본업에 가까운 일이지만 그 이외에도 증권 사이트 팍스넷 전략기획 담당을 하기도 했다.

사진 작가인 '윤광준'은 오디오 칼럼니스트, 커피와 와인 애호가, 세상 물건을 탐하는 예민한 감각을 소유한 사람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카메라를 '세상의 새로움을 발견해 주는 도구'라고 말한다. 또한 그의 작업실인 B1은 윤광준 자연사 박물관이라고 불릴 정도로 세상 물건들이 잡동사니처럼 많이 수집되어 있다고 한다.

셰프인 '박찬일'은 문예창작과를 다녔던 기자인데, 하루 아침에 인생을 180도로 바꿔서 요리를 배우기 위해서 이태리행을 결정하였고, 지금은 글쓰는 요리사라고 할 정도로 집필 활동도 꾸준히 하고 있다. 

특히 이 책에서 특별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데, 그 사람은 국내 최초의 프로파일러인 '권일용'이다.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가장 악랄한 사건과 악의 현장에는 반드시 그가 있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래도 그는 이와같은 말을 남긴다.

" 인간이 아름답지 않으면 뭐가 아름답겠습니까? 인간이기 때문에 꽃이 화사하고 아름다워 보이지, 꽃이 아름답게 피려고 했겠어요? 그걸 보는 인간이 그렇게 느끼기 때문이죠?" (p.95)

정말로 의미있는 한 마디이다.

백영옥과 특별한 인연으로 만나게 되는 작가 김영하, 나도 김영하의 작품을 좋아해서 작가의 작품이 출간되면 꼭 읽곤 하는데, 그는 방랑벽이 있는지, 세계 속으로 자꾸 나간다. 사진도 찍고, 글도 쓰고, 고양이도 기르고, 번역도 하고....

백영옥은 대학원생일  때에 김영하에게 인터뷰를 부탁하고, 그는 흔쾌히 응해준다. 그리고 5년 후에 저자가 잡지사 기자로 일할 때에 또 인터뷰를 한다. 그리고 이번에 <살인자의 기억법>이 출간 된 후에 다시 인터뷰를 하게 된다.

백영옥의 책제목도 긴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시 조찬 모임>이란 소설을 읽고 <스타일>보다는 장소적 배경이나 이야기의 소재 등이 좀 더 폭넓어졌으며 구성이나 문장력도 훨씬 좋아졌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번에 읽게 된 <다른 남자>를 통해서 백영옥의 인터뷰어로서의 역량을 알게 되었다.  

이 책 속의 담겨진 15 인물들, 그들은 우리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서 르네상스적인 활동을 하는 남자들로 이 책을 통해서 그들의 각기 다른 삶의 모습, 가치관, 인생관 등을 엿 볼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이 책에 소개된 15 남자의 앞으로의 행보에 관심을 가지게 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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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
존 그린 지음, 김지원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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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2년 전에 출간되었던 책이 갑자기 베스트 셀러에 올라왔다. 영화 <안녕, 헤이즐>의 개봉때문이다. 영화 속의 감동을 원작 소설에서 찾으려는 데서 오는 현상이다.

혹시나 이 소설이 실제로 존재했던 사실을 바탕으로 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될 수도 있다. 그만큼 현실 속의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현실감이 느껴지는 소설이다.

그러나, 작가는,

" 이 책은 픽션이다. 내가 만들어 낸 내용이다.  (...) 우리 인류가 기본적으로 가정하고 있는 '가공의 이야기도 현실적일 수 있다. " ( 작가의 말 중에서) 라고 말한다.

또한, 작가는 암을 비롯한 불치병에 걸린 소설이 그동안 많이 출간된 것을 의식했는지, 이 책의 여주인공의 입을 통해서, " 암이야기란 원래 재미대가리 없는 거 아닌가? 나 같은 사람은 누구에게나 찾아 올 죽음의 부작용일 뿐이다." 라고 이런 주제에 대해서 일침을 놓기도 한다.

이 대목을 읽으면서 '과연 그렇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죽음을 앞 둔 사람들의 이야기는 소설 뿐만 아니라, 에세이, 자기계발서 등을 통해서 쏟아져 나왔고, 여전히 쏟아져 나오고 있다.

눈물, 콧물 흘리면서 가슴이 먹먹해지면서 읽었던 책들이 쌓아 놓으면 내 키를 넘을테니까....

얼마 전에 읽었던 <미 비포 유 / 조조 모예스 ㅣ 살림출판사ㅣ 2013>도 읽은 후에 한참을 생각에 잠기게 했으니까.  

헤이즐의 입을 통해서 작가는 " 암이야기란 원래 재미대가리 없는 거 아닌가? " 라고 말하기는 하지만 이 책은  암과 암환자의 이야기를 뛰어 넘어 십대 청소년의 아름답고 슬픈 사랑 이야기가 펼쳐진다.

우리에게 '삶과 죽음'이란 명제를 생각하게 해주기도 한다. 그들의 이야기는 결과적으로는 슬프지만, 이야기의 전개 과정에서는 말기암이란 죽음 앞에서도 솔직하고, 당당하고 의연할 수 있음을 보여주기에 더 가슴이 아픈 소설이다.

헤이즐과 거스는 십 대 암환자들의 만남인 '서포트 클럽'에서 만나게 된다. 헤이즐은 16살로 갑상선 암에 걸렸는데, 폐까지 전이되어서 튜브에서 산소가 나와 숨을 쉴 수 있게 해주는 산소 발생기를 끼고 다닌다.

어거스터스 워터스(거스)는 17살로 골육종에 걸렸지만 지금은 암의 진행이 멈춘 상태로 친구인 아이작을 따라서 '서포트 클럽'에 왔다가 한 눈에 헤이즐에 반하게 된다.

" 넌 2천 년대의 나탈리 포트만 같아." (p.22), <브이 포 벤데타>에 나오는 매력적인 여인인 나탈리 포트만을 닮았다는 헤이즐, 그들은 그 날 거스의 집에서 이 영화를 같이 본다.

 

  (사진 검색 : Daum )

 

그리고 서로 좋아하는 책을 교환하여 읽게 된다. 헤이즐은 피터 반호텐이란 작가가 쓴 <장엄한 고뇌>를 , 거스는 <새벽의 대가>를 서로 추천하여 읽게 된다.

헤이즐이 읽게 된 <새벽의 대가>는 남자들이 좋아하는 살인이 난무하는 그런 시리즈물인데, 물론 헤이즐의 취향은 아니지만 그 후편까지 구입하여 읽게 된다.

'좋아하면, 취향도 닮아가게 되는 것일까?'

그런데, <장엄한 고뇌>란 소설은 소위 말하는 '열린 결말'이었는지, 결말이 확실하게 쓰여진 책이 아니다. 주인공 안나는 죽었는지?, 안나의 엄마는 어떻게 되었는지?, 네덜란드 튤립맨은 사기꾼인지?, 클레어와 제이크는 어떻게 되었는지?

몇 년째 헤이즐에게 궁금증으로 남아 있는 소설 속의 끝부분에 대한 의문들....

이를 알기 위해서 거스는 기부단체에서 암환자들에게 주는 행운의 소원을 네덜란드에 가서 피터 반호텐을 만나는 여행에 쓴다.

이런 과정에서 헤이즐과 거스가 서로를 배려하고, 사랑하고 격려하면서 암투병을 하는 이야기가 잔잔하게 그리고 아름답게 그려진다. 그 끝은......

" 사람들은 암환자들의 용기에 대해 이야기하고, 나도 그런 용기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나 역시 몇 년이나 바늘로 찔리고 칼로 찢기고 약물을 투여당하면서 어떻게든 버텨 왔으니까. 하지만 착각하지 마라, 그런 순간마다 나는 매우, 대단히 기쁘게 죽어 버리고 싶었다. " (p. 114)

" 난 내가 싫어, 난 내가 싫어, 이게 싫어, 내가 혐오스러워, 이게 싫어, 이게 싫어, 이게 싫어, 빌어먹을, 그냥 죽게 해 줘." (p. 258)

헤이즐이 아니면, 거스가 아니면, 안암으로 장님이 되는 아이작이 아니면, 말할 수 없는 말기암 환자들의 마음 속에 담긴 이야기를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때로는 재치있게, 때로는 아프게 작가는 그려낸다.

이 책에서 가장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은 아니 가장 아름다운 내용은 헤이즐은 거스를 위해서, 거스는 헤이즐을 위해서 추도사를 써주는 부분이 아닐까 생각된다.

우리에게는 죽음이란 피하고 싶은 존재이기에 자신의 장례식이나 추도사 등을 언급하는 것이 금기시 되고 있는데, 더군다나 말기암 환자인 그들이 자신의 이 세상을 떠나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영원히 함께 하겠다는 그런 사랑의 마음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눈시울이 붉어진다.

그들에게는 아주 짧은 생이겠지만 거스가 말한 것처럼 0과 1 사이에는 소숫점을 비롯한 무수한 숫자가 있는 것처럼,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짧은 10 여 년의 삶이 그 누구의 삶 보다도 더 긴 무한대의 순간이 있을 수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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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영화포스터 커버 특별판)
줄리언 반스 지음, 최세희 옮김 / 다산책방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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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얼마전에 '줄리언 반스'의 <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 / 줄리언 반스ㅣ 다산책방 ㅣ2014  >를 읽었다.

저자가 자신의 아내와 사별한 후의 상실과 고통에 관한 5년간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라고는 하지만 제대로 이 책의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책 속에 나오는 3 이야기의 연결고리를 찾아야 한다.

첫 번째 이야기인 '비상의 죄'는 하늘을, 두 번째 이야기인 '평지에서'는 '땅'을, 세 번째 이야기인 '깊이의 상실'은 '지하'를 의미하며 이 세 주제는 하늘, 땅, 지하의 수직적인 층위를 이루는 구성으로 되어 있다.

저자와 아내의 이야기는 세 번째 이야기에 나오는데, '비상의 죄', '평지에서', '깊이의 상실'은 서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첫 번째 이야기에서 '나다르'는 자신의 이상을 열기구와 사진 그리고 사랑을 통해서 이루고자 하지만 아내의 죽음으로 더 이상 날아 오를 수 없다. 두 번째 이야기에서도 '프레드 버나비'는 '베르나르'와 비극적인 사랑으로 끝맺음을 한다. 저자가 가장 하고 싶었던 이야기인 세 번째 이야기인 자신의 이야기는 아내와의 사별로 인하여 헤어나올 수 없는 감정의 깊이로 떨어지게 된다. 전설 속의 오르페우스가 아내를 구하기 위해서 지하세계로 들어가지만 실패한 것처럼 '반스' 자신도 상실의 지하세계를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어쨌든, 단순히 우리들이 생각하는 에세이에서는 읽을 수 없는 깊이있는 질문과 그 해답을 찾아내야하는 쉽지 않은 책이다. 그렇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뭔가 지적 수준이 충만된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되는 책이다.

그러던 중에 우연히 TV 프로그램 <TV 책을 보다>에서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에 관한 방송을 하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러지 않아도 관심이 가던 소설이기에 이 프로그램은 나중에 다시 보기로 하고, 책을 먼저 읽기로 했다.

그런데, 내가 이 책에 대한 딱 하나의 정보를 가지고 있는 것은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다시 읽게 된다'는 말이었다.

작가도 역시 이 책의 원고는 150 페이지이지만, ' 나는 이 작품이 3백 페이지짜리라고 생각한다' 말했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아주 꼼꼼하게 읽기 시작했다. 마지막 페이지를 읽는 순간 다시 첫 페이지로 돌아가지 않으리라는 생각을 가지고.... 결론 부터 말하자면 나도 역시 이 책을 2번 읽게 되었다. 한 번은 아주 꼼꼼하게, 그리고 두 번째는 내가 알고자 하는 부분들에 대한 내용이 이 책 속에서 어떻게 표현되었고, 어떻게 숨겨져 있었는가를 알기 위해서. 아니, 작가는 그 부분들을 일부러 숨기려고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독자들은 그들이 생각하는 나름대로 기억하고, 추측하면서 자신들의 작품으로 만들어가고 있었다.

그래서 '줄리언 반스'를 제외하고는 그 어떤 독자도 마지막에 밝혀지는 충격적인, 황당한 반전을 결코 생각 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 마지막 것은 내 눈으로 본 것은 아니다. 그러나 결국 기억하게 되는 것은, 실제로 본 것과 언제나 똑같지는 않은 법이다." (p. 11) 

여기에서 나는 지금까지 내가 살아오면서 스쳐간 순간들, 사건들이 과연 내가 생각했던 믿고자 했던 것들에 의해서 내 머릿속에서 재구성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토니의 선생님인 '존 헌트'가 수업시간을 통해서 말했던 구절이 스쳐간다.

" 역사는 부정확한 기억이 불충분한 문서와 만나는 지점에서 빚어지는 확신이다. " (p. 34)

이 소설은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학창시절의 이야기, 2부는 40년을 훌쩍 뛰어 넘어서 60대 노년의 이야기이다. 흥미로운 것은 20대나 60대나 별로 변할 것 없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고 인성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야기의 시작은 학창시절, 친구와의 우정(?) 그리고 사랑이야기이다. 1인칭 화자인 토니 웹스터에게는 앨릭스와 콜린이란 친구가 있다. 에이드리언 핀이 전학을 오게 됨에 따라서 3 친구와의 관계는 4친구의 관계로 변하게 된다. 그러나 토니의 학창시절에 더 깊숙이 파고드는 인물은 에이드리언이다.

그는 전학생이지만 이내 학교 안의 선망의 대상이 된다. 지성과 겸양을 갖춘 학생으로 진지하고 학구적이며 모든 면에서 뛰어나다. 전학 오자마자 역사선생님인 조 헌트와 나누는 토론은 다른 학생의 사유와는 깊이가 다를 정도로 뛰어나다. 역사, 철학, 문학 등 다방면에 뛰어난 우등생인 에이드리언에 비하면 토니는 한참 뒤떨어지는 학생이다. 학업 뿐만 아니라, 사고방식, 생활면에서도.

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명석한 두뇌를 가진 에이드리이기에 토니가 상식에 적용하는 지점에 있다면, 에이드리언은 논리를 적용하는 지점에 있을 정도이다.

토니는 베로니카를 사귀게 되고, 그녀를 친구들에게 소개시키게 되는 때부터 무언가 심상치 않은 기류가 흐른다.

그리고 에이드리언은 토니에게 베로니카와 사귀려고 한다는 편지를 보내는데....

얼마후, 에이드리언의 자살 소식을 듣게 된다.

" (...) 마지막으로 남긴 편지에서 그는 검시관에게 자신의 자살 이유를 설명해 놓았다. 그는 삶이 바란 적이 없음에도 받게 된 선물이며, 사유하는 자는 삶의 본질과 그 삶에 딸린 조건 모두를 시험할 철학적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만약 바란 적이 없는 그 선물을 포기하겠다고 결정했다면 결정대로 행동을 취할 윤리적, 인간적 의무가 있다는 것이었다. 결론 부분은 실질적으로 자신의 논지가 타당함을 알리고자하는 내용이었다. (...)" (p. 88)

그리고 세월은 흘러 60년대에 접어든 토니에게 베로니카의 어머니가 유산으로 5백 파운드와 편지 2통을 남겼음을 알게 된다. 그 편지에 동봉되었던 에이드리언의 일기장이 있었는데, 그것을 베로니카가 가지고 주기를 꺼려하기에 그녀를 여러 번 만나게 된다. 그 마음에는 혹시나 다시 이어질 것인가 하는 속마음을 가지고....

왜? 왜? 왜? 베로니카의 어머니가 토니에게 유산과 편지를 남겼을까. 40년 전의 기억으로 되돌아 가서 생각하면 아마도 베로니카의 집에 갔었을 때에 가족들의 냉대에 대한 보상일까?

아니면 베로니카가 에이드리언과 사귀게 되면서 받은 토니의 상처에 대한 보상일까?

작가가 아주 정교하게 짜 놓았던 플롯을 아무도 감지하지 못하는 것이 독자들이 책을 읽은 후에 또다시 읽게 되는 이유이다.

그리고 우리 머리속의 선입견이 그렇지도 않은 사실을 그렇다고 생각해 버리는 오류때문이기도 하다. 이런 오류를 범하는 인물로 토니를 빼놓으면 안된다.

에이드리언과 베로니카의 사귐이 자신의 패배라고 생각하고, 굴욕감을 느꼈으며, 두 친구를 멸시하고 저주의 편지를 보냈으니...

40년이 흐른 후에도 변하지 않은 토니, 그래서 그의 인생이 그렇게 순탄하지 못한 것이아닐까.

먼훗날 만난 베로니키의 입에서 거듭 나오는 말의 의미 조차 파악을 하지 못하는 토니였으니.

" 아직도 전혀 감을 못 잡는구나, 그렇지? 넌 늘 그랬어, 앞으로도 그럴거고, 그러니 그냥 포기하고 살지 그래" " (p. 246)

40 년 전에도 그랬고, 지금고 그러니 베로니카의 마음이 어떻겠는가.

" 인생은 단순히 더하고 빼는 문제가 아니다. 상실의, 혹은 실패의 축적과 곱셈이다. " (p. 181)

마지막 반전은 '줄이언 반스' 말고는 어떤 독자도 예감을 할 수 없었으리라. 이 부분을 읽으면서 내 머리는 뽕 망치로 한 대 맞은 것처럼 '띵'하다. 읽었던 페이지를 몇 페이지 다시 넘겨 자세하게 다시 읽어 본다. 분명 잘못 읽은 것이 아님을 확인한다.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를 덮기가 무섭게 다시 첫 페이지로 돌아간다. 분명 어떤 반전이 있을 것을 예감했기에 그리도 꼼꼼하게 읽었건만, '줄리언 반스'의 반전 포인트를 놓치고야 만 것이다.

'줄리언 반스'는 '전후 영국이 낳은 가장 지성적이고 재기 넘치는 작가'로 평가를 받는다. 해박한 식견과 사유의 무게가 그의 작품 속에 흐른다.

그래서 이 소설의 많은 부분들은 줄거리 위주로 읽는 독자들에게는 버겁게 느껴질 수도 있다. 기억이란 어느 정도만이 우리에게 남겨진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그것 마저도 우리들이 스스로 만들어낸 선입견에 의해서 축적된다.

"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에서 반스는 기억의 문제 외에도 인간의 조건과 장에 대한 성찰을 시도한다. 삶은 우연으로 점철되어 있다. 우연의 연속 안에서 인간이 실제로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자주 젼혀 의도하지 않은 것이 한 인간과 그 주변의 운명을 좌지우지하기까지 한다. 그렇기에 에이드리언은 인생을 ' 바란 적이 없었던 선물'이라 단언하며 '인생을 직시하고, 또 책임을 가진 사유하는 개인이라면 '거부할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고 말한다." (옮긴이의 말 중에서)

우리의 기억, 우리가 믿고 있었던 기억, 그것이 얼마나 믿을 만한 것일까?

살아온 날들을 되짚어 볼 때에 내가 기억하고 있는 것들이 모두 진실일까 하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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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리본 - 내일을 살아갈 희망
박서진 엮음, 이윤재 그림 / 미르북컴퍼니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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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리에게 '노란 리본'은 아픔으로 다가온다. 100여 일이 지나도록 전국 방방곡곡에 매달려 있는 노란 리본. 그 노란 리본은 억장이 무너지는 슬픔이자 분노이고 가신 이들에 대한 애도의 뜻이기도 하다.

이 책의 표제작이기도 하고  노란 리본의 유래가 된 아름다운 희망의 이야기를 첫 이야기로 읽는다. 4년 동안 뉴욕의 감옥에 수감되어 있던 빙고는 석방된 후에 아내를 만나러 버스를 타고 간다. 시무룩한 빙고에게서 그의 사연을 들은 버스 승객들은 빙고 만큼이나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그건 빙고가 아내를 만나러 가는 길인데, '만약 나를 다시 받아 줄 것이라면, 우리가 살던 브런즈윅의 입구에 있는 커다란 떡갈나무에 노란 리본을 하나 묶어 두라'고 했기 때문이다. 빙고는 마을 입구의 떡갈나무에 노란 리본이 달려 있지 않다면 아내가 자신을 받아 주지 않는 걸로 알고 그냥 그곳을 버스를 타고 지나치리라는 것이니....

버스 안의 모든 사람들은 브런즈윅이 가까워지자 셀렘과 긴장감으로 가슴을 졸인다. 물론 빙고의 마음은 두근 두근...

그런데, 그곳에 도착하니 떡갈나무에는 온통 노란색 리본으로 덮여 있으니 이 보다 더 감동적인 순간이 있을까.

"노란 리본은 희망입니다. 노란 리본은 믿음입니다. 노란 리본은 기다림입니다. 노란 리본은 사랑입니다. 빙가 맞이한 노란 리본의 기적이 우리에게도 찾아 오기를 바라고 바라 봅니다. " (p. 19)

그런데 우리에게는 그런 희망도, 믿음도, 기다림도, 기적도 찾아 오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더 슬픔에 빠져 있는지도 모르겠다.

'박서진'이 쓴 <노란 리본>은 작가가 직접 쓴 이야기는 아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창작한 30편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그 이야기들 중에는 이미 다른 책들을 통해서 잘 알려진 이야기들도 다수 있다. 또한 실제 인물과 사건을 참고로 하여 약간 각색을 한 이야기도 있다.

그러나 이 책의 이야기들은 영화 보다 더 영화같고, 소설 보다 더 소설같은 이야기지만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점에 주목을 해야 한다.

몇 편을 소개하자면, 북유럽의 대표적인 화가인 '알브레히트 뒤러'의 <기도하는 손>이란 작품에 얽힌 이야기이다. 이 그림 속의 모델인 한스는 힘든 노동으로 굵어진 손가락  뻐마디가 오그라져서 잘 펴지지도 않을 정도의 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친구인 뒤러를 위해서 노동의 힘듦도 잊고 매일 매일 뒤러를 위해서 기도를 했다. 뒤러의 <기도하는 손>이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작품이 된 것은 바로 자신을 위해서 기도하던 친구의 손이기 때문이 아닐까.

프랜차이즈 KFC 의 상징인 백발의 할아버지 이야기도 감동적이다. 당시 67살의 노인인 '커넬'은 치킨 요리 프랜차이즈 계약을 하기 위해서 1010번의 도전 끝에 KFC 1호점 계약을 성공시킨다. 그후 '커넬'은 11가지 비밀 양념 치킨 조리법으로 글로벌 프랜차이즈 브랜드로 KFC를 성공시겨서 세계 80여 개국에 13,300 개의 매장을 가지고 있다. 나이가 늙었다고 1,010 번이나 계약 거절을 당했지만 지금은 KFC 로고의 온화한 미소의 할아버지로 자리매김을 하였으니, 그는 '실패와 좌절은 인생을 살아가는데, 최고의 자산'이라는 생각을 가졌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얼마전 '미르북컴퍼니'의 <필로미나의 기적>을 읽었는데, 그 이야기도 이 책 속에 있다. 아일랜드 18살 미혼모가 수녀원에서 아이를 낳고 자신의 뜻과는 무관하게 아들인 앤터니를 다른 나라로 입약을 보내게 된 이야기이다. 그들은 비록 살아서 만날 수는 없었지만 엄마와 아들이 그리워하고 만나기 위해서 노력했기에 50년만에 아들의 무덤을 찾게 된다는 감동적인 이야기이다.

2008년 중국 쓰좐성 대지진 때에 엄마는 죽고 그 옆에서 담요에 쌓인 아기가 발견되는데, 엄마가 남긴 휴대전화 화면의 문자가 공개된 적이 있다.

" 샤오야, 사랑스런 우리 아기, 만약 네게 살게 된다면 이것만 기억해 주렴.... 엄마는 너를 영원히 사랑해 ..." (p. 125)

어머니의 가없는 사랑을 이 이야기를 통해서 새삼 가슴에 담아 본다.

이렇게 감동적인 이야기는 사람과 동물 사이에서도 나타난다. 노숙자 할아버지가 우연히 만나게 된 떠돌이 개를 보살펴 주게 되고, 누렁개는 죽을 뻔한 할아버지를 밤새 지켜 주었다는 이야기.

비틀즈의 '폴 매카트니'가 친구의 아들 줄리안을 위해서 작곡한 'Hey Jude' 에 얽힌 감동적인 사연. 그래서 이 노래는 세계인의 사랑을 받게 되지 않았을까.

마지막으로 소개할 이야기는 영국의 사진작가 '자나 브리스키'가 인도의 캘커타에 있는 홍등가의 아이들에게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해 줌으로써 홍등가의 여자로 살아야 하는 대물림의 운명을 밝은 미래를 가질 수 있는 아이들로 바꾸어 놓았다는 이야기이다.

" 아이들은 술 마시고 노래하는 사람들, 홍등가에 사는 가족들, 창녀가 막 낳은 아이의 모습같이 거리의 솔직한 모습도 찍었지만, 무너진 벽에 피어난 들꽃, 지친 사람들이 간혹 떠올리는 미소 등 자나 조차 미처 몰랐던 그 거리의 놀라운 아름다움을 포착하여 가져오곤 했습니다. 개구장이처럼 거리를 뛰어다니며 애물단지 취급받던 아이들은 자신이 원하는 사진, 간절히 원하는 한 장을 찍기 위해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은 사진을 통해 점점 꿈꿀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진 찍는 것은 곧 아이들 스스로 자신의 존재를 성찰하게 도와주었고, 아이들이 도저히 꿈꾸지 못했던 미래를 찾게 했습니다. " (p. p. 275~276)

이 책 속에 담긴 이야기들은 한 작품, 한 작품 모두 감동적이다. 조숙아로 태어났기에 생명이 위태로웠던 쌍둥이 아이 이야기에서 아흔 살이 훨씬 넘은 잉꼬 부부에 이르기까지 가슴 속에 작은 울림으로 다가오는 이야이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는 사람의 이야기, 병마와 싸우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사람의 이야기, 꿈이 껶여서 태어났지만 작은 실마리로 인하여 밝은 미래를 향해 가는 사람의 이야기....

그래서 이 책은 처음 책장을 펼치는 순간부터 감동으로 다가온다.

지금 이 순간, 힘들고 지친 사람들에게 희망의 노란 리본, 사랑의 노란 리본, 믿음의 노란 리본이 가슴 위에 꽂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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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주의 감정수업 - 스피노자와 함께 배우는 인간의 48가지 얼굴
강신주 지음 / 민음사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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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내가 읽은 강신주의 저서는 <철학의 시대>밖에 없다. 이 책의 부제는 '춘추전국시대와 제자백가'이니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 것인지 부제만 보아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사에 관심이 있어서 이 책을 읽게 되었는데, 고대 중국의 혼란스러움 속에서 많은 사상가들이 자신의 사상으로 중국을 다스리고자 하였으니, 그것이 중국 철학의 근간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당시의 상황을 이해하는 것이 제자백가와 그들의 사상을 올바르게 알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을 당시에는 저자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이라고는 철학자라는 것 뿐이었다.

그러나, 이제 철학자 강신주의 이름 앞에는 '돌직구 철학자'라는 수식어가 붙어 다닌다. TV 등의 대중 매체를 통해서 그의 강연을 들었거나 '힐링 캠프'의 게스트로 나온 그를 본 대중들은 이제 낯익은 철학자로 강신주를 기억한다.

그래서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아니고, 2013년 이 책의 출간 당시부터 읽으려고 하던 책이었기에 읽게 되었다.

이 책은 비교적 천천히 읽으면서 책 속의 48가지의 감정들에 대해서, 그리고 각 감정들을 뒷받침해주는 책들에 대한 이야기에 빠져들게 되었다.

<강신주의 감정수업>에서 인간의 감정을 48가지로 분류하여 그 감정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내려주는 철학자는 스피노자이다. 스피노자에 대해서는 학창시절에 교과서에서 접한 철학자라는 것 이외에는 그 이후에 스피노자에 대한 책을 읽어 보지 못했기에 철학자의 이름만 기억하고 있었다.

스피노자는 이성의 윤리학이 아닌 감정의 윤리학을 옹호했으며, 슬픔을 주는 관계를 제거하고 기쁨을 주는 관계를 지키라는 기쁨의 윤리학을 주장했다. 그리고 그는 인간의 다양한 감정을 48가지로 나누어 각각의 본질을 명확하게 규정하였다. 그 내용이 스피노자의 <에티카>에 실려 있다.

우리의 내면 세계라고 할 수 있는 감정,  사랑, 절망, 분노, 질투, 슬픔....

분명 우리의 마음 속에 움크리고 있는 감정들인데, 이에 대해서 설명하라고 한다면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스피노자는 너무도 명확하게 이런 감정을 정의한다.

사랑 - 사랑 (amor)란 외부의 원인에 대한 생각을 수반하는 기쁨이다.

탐욕 - 탐욕 (avaritia)이란 부에 대한 무절제한 욕망이자 사랑이다.

멸시 - 멸시 (despectus)란 미움 때문에 어떤 사람에 대해 정당한 것 이하로 느끼는 것이다.

미움 - 미움 ( odium)이란 외적 원인의 관념을 동반하는 슬픔이다.

희망 - 희망 (spes)은 우리들이 그 결과에 대하여 어느 정도 의심하는 미래나 과거의

         사물의 관념에서 생기는 불확실한 기쁨 (inconstans laetitia)이다.      

                                                                   - 스피노자 , <에티카>에서

이렇게 스피노자가 말하는 48가지 감정을 인간의 삶을 굴곡지게 하는 걸작을 보여주는 문학가들의  48 편의 작품들을 통해서 살펴본다. 즉, 스피노자의 감정과 문학작품을 연결하는 감정수업이다.

그리고 각 쳅터의 끝에는 '철학자의 어드바이스'가 실려 있는데, 이것이 바로 철학자 강신주의 목소리이다.

각 감정에 걸맞는 문학작품을 고른다는 것이 그리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문학작품의 선택은 독서가이자 편집자가 고른 작품을 강신주가 읽고 그 감정에 타당한 작품인지를 고려하여 읽고 그 중의 문장들을 발췌하여 설명하는 형식으로 이 책을 엮었다.

참고로, 이 글들은 <중앙선데이>의 <S 매거진>에 격주로 <강신주의 감정수업>으로 연재되었었다.

이 책을 통해서 독자들은 48권의 명작을 접할 수 있다. 그중에 내가 읽은 책에 대한 내용은 책과 연결된 감정을 이해하기가 쉽다.

비루함의 감정에 <무무>, 탐욕의 감정에 < 위대한 갯츠비>, 박애의 감정에 <레 미제라블>, 절망의 감정에 <책 읽어주는 남자>, 호의의 감정에 <노르웨이의 숲>, 영광의 감정에 <노인과 바다>, 분노의 감정에 <죄와 벌>, 희망의 감정에 < 위대한 유산>, 복수심의 감정에 < 빙점>이 선택된 이유를 확실하게 이해할 수가 있다. 이렇게 읽었던 작품들이 나오면 각 감정과 이입시키기가 쉽고, 그 작품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된다.

그밖에 읽지 않았지만 궁금했던 작품들에 대해서도 강신주는 그 책 속에서 특별히 어떤 감정과 연결지어 읽어야 하는가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준다.

책 속의 48 작품을 통해서 어떤 작품이든간에 어떤 특정한 감정이 작품 속에 파고 들어 있음을 깨닫게 된다. 위대한 작품은 이렇게 어떤 감정에 모든 등장인물과 사건들을 포섭시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물론, 깊이있는 독서를 통해서만 느낄 수 있을 수도 있다.

그래서 고전 명작은 어느 정도 삶의 연륜이 쌓인 후에 읽어야 그 작품을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고, 작품이 전하는 메시지를 찾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의 독서 교육은 청소년들에게 미처 배경지식도 갖추지 못하고, 삶의 무게를 느끼지도 못하는데, 세계적인 문호들의 고전을 읽으라고 권장도서 목록에 담아 놓고, 그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라는 숙제를 내주기도 한다. 그건 독서를 권장하기 보다는 어려운 고전에 눌려서 책을 기피하는 청소년을 만들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내 경우에도 학창시절 힘들게 읽었던 재미없던 고전이 지금은 세기적인 명작이라는 생각을 갖게 해 주곤하니까....

강신주와 함께 읽는 책 이야기, 그 속에는 스피노자의 48 가지의 감정이 담겨 있었다. 이렇게 48 가지의 감정을 그 개념부터 정확하게 살펴보는 것은 '좋음' 그리고 '나쁨' 이라는 행동 기준을 더 단호하게 삶에 관철시킬 수 있게 해 주기 위함이기도 하다.

이 책은 48 가지 감정의 명확한 정의를 살펴본다는 의미에서 출발하여 48 권의 명작 속에 담긴 의미를 살펴보게 되고, 또한 그 책을 쓴 48 명의 작가를 알아 보는 의미까지 있어서 정말 흥미롭게 읽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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