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한비자 법法 술術로 세상을 논하다 만화로 재미있게 읽는 고전 지혜 시리즈 1
조득필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12년 5월
평점 :
품절


한비는 기원전 3 세기 초에 전국 7웅 중의 아주 작은 나라인 한나라에서 태어났다.

중국은 춘추시대 300년, 전국시대 200 년을 거치면서 크고 작은 나라들이 각 지방에 할거하였으며, 세력을 늘리기 위한 약육강식의 힘대결이 한창이었다.

이에 자신의 사상으로 나라를 다스리고자 하는 사상가들이 많이 나왔으니, 그들을 제자백가라고 한다.

제자백가 중의 한 사람인 한비는 한나라가 번창하려면 법(法) 과 술(術) 로 나라를 다스려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한비는 자신의 나라를 떠나서 장차 중국을 통일할 진(秦)나라로 가게되는데, 이곳에서 훗날 시황제가 되는 왕정을 만난다.

진나라가 법가사상에 의해서 나라를 다스렸기에 왕정이 한비의 사상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다. 그러나, 그는 진나라에서도 그의 사상을 펼치지 못하고 끝내는 자결을 하게 되는 비운의 인물인 것이다.

비운의 주인공이 되는 이유 중의 하나는 한비는 언변이 없었고, 말까지 더듬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한비는 말은 어눌헸지만, 자신의 생각을 문장으로는 잘 나타냈던 것이다.

그렇게 씌여진 글들이 55편이 있는데, 이것을 모은 책이 한비자이다.

한비자란 그의 이름이기도 하고, 책 이름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그동안 다른 사상가들의 이야기는 널리 알려져 있어서 많이 읽었는데, 한비자는 이번에 처음 읽게 되는 것이다.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겠지만, 만화로 만나게 되니 재미있게 읽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한비자>에는 정치를 통해서 배우고, 느끼고, 깨달아야 할 교훈들이 담겨 있다.

특히 전국시대는 할거하던 나라들이 흥망을 거듭하던 때이기에 한비자가 위정자나 중신들의 사례를 들어가면서 인생의 철학과 교훈, 지혜 등의 인간 내면의 세계를 이야기하니, 그런 이야기들은 일반인들에게도 세상을 살아가는데 큰 가르침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책의 내용 중에 십과편(十過篇)은 임금이 몸을 망치고 나라를 잃게 되는 10가지 잘못이 사례를 중심으로 재미있게 이야기된다.

고분편은 한비자의 사상은 법과 술에 의한 정치인데, 그것을 불리하다고 생각하는 중신들의 이야기와 함께 그로 인하여 울분을 품은 한비의 마음이 담겨 있다.

중신들은 임금의 눈을 가리고 실권을 장악하기 위해서 아첨과 비위 맞추기를 하기에 임금의 총애를 받게 되고, 법술로 임금에게 인정을 받으려는 사람들은 임금에게 사랑과 총애를 받기 힘들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위정자들의 갖추어야 할 덕목과 함께 신하들의 역할도 중요함을 일깨워 주는 것이다.

세난편은 목숨을 걸고 임금을 설득하는 기술을 이야기한다. 임금이 된 사람들이 가지는 심리 상태를 분석하기도 한다.

설림편은 옛날 일화나 설화 등을 모아 기술하고 있다. 설림이란 설화집이란 뜻으로 설림편에서는 해학과 익살의 비평, 명언 등이 실려 있다.

이밖에도 내저설, 외저설 등이 있는데, 내저설에는 임금이 신하를 존중하는 일곱가지 조목인 칠술, 임금이 경계해야할 여섯 가지 미(微)인 육미 등이 담겨 있다.

한비자는 부국강병을 위해서 법과 술로 나라를 통치하라는 주장을 하기는 했지만, 그의 주장을 널리 펼치지는 못했다.

그렇지만, 이렇게 55편의 글들을 남겨 주었기에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의 우리들이 그의 생각을 만날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의 내용은 위정자들과 신하들이 행해야 할 덕목들이기는 하지만, 우리들에게는 세상을 살아 나가는 지혜이자 교훈이 되는 것이다.

많은 사례들은 짧지만, 재미있는 이야기들이며, 그 이야기 속에서 우리들이 깨달아야 할 것들이 담겨 있다.

만화이기에 더 쉽고 재미있게 접할 수 있어서 초등학생부터 어른들까지 모두가 볼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은 '만화로 재미있게 읽는 고전 지혜 시리즈 1' 이기에 앞으로도 고전 지혜 시리즈가 계속 출간될 예정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랑의 기초 : 한 남자 사랑의 기초
알랭 드 보통 지음, 우달임 옮김 / 톨 / 2012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알랭 드 보통의 소설은 소설이라기 보다는 지적 성찰의 집합체라는 생각이든다.

작가의 책들중에 에세이로 분류되는 책들인 <여행의 기술>, <불안>, <행복의 건축>, <공항에서의 일주일을>, <일의 기쁨과 슬픔> 등을 읽어 보아도 서정적인 에세이가 아닌 어떤 사물이나 상황에 대해서 정치, 사상, 철학, 심리학 등의 지적 능력을 동원하여 관찰하고 분석하는 능력이 돋보이는 작품들이다.

알랭 드 보통의 이런 책들을 읽던 중에 그가 쓴 사랑에 관한 소설이라고 해서 읽게 된 책이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이다.

이 책은 알랭 드 보통의 '사랑과 인간관계 3부작'이라고 불리는 소설 중의 하나이다.

('사랑과 인간관계 3부작'은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우리는 사랑일까, 너를 사랑한다는 건= 키스하기 전에 우리가 하는 말들의 개정판)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는 이성이 만나서 사랑을 하게 되고 이별을 하는 과정의 이야기를 달콤한 사랑의 이야기가 아닌 남녀의 심리분석과 철학적 사유에 이르는 글들로 채워 나간 독특한 소설이다.

(...) 솔직히 이런 분석은 너무 사람을 힘들고 삭막하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이 소설(소설이라는 생각으로 읽으면 안된다. 철학책이라는 개념이 더 이 책을 이해하기 쉬우니까}은 소설가로서는 생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독특한 이야기의 전개과정을 보여준다.

파리에서 런던으로 가는 브리티시 항공 보잉기 안에서 1인칭 화자와 클로이(여)의 만남에서부터 헤어짐까지의 사랑의 과정을 저자만의 새로운 시각으로 엮어 나간다.

두 사람의 만남이 이루어지게 되는 비행기 탑승의 확률 계산으로 부터 시작한다. 보잉기의 내부 그림까지 곁들여 가면서 계산한 확률은 5840.82분의 1이란다. 이것이 두 남녀의 '낭만적 운명'에서 정해진 필연적 사건의 만남이 될 이야기의 시작이다. 그이후의 과정별 상황 전개의 심리적 분석, 어떤 상황이 일어날 가능성, 그때의 철학적 분석 등이 계속 이어진다. 모든 상황에 의미가 부여되는 것이다. 마르크스, 자유정치, 공포정치까지 동원하여 설명이 이어진다.

이글의 주제가 되는 '연애'는 우리 대부분이 경험하게 되는 과정인데, 그 과정을 분석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 운명적 만남- 전화걸기- 만남- 상대방 알아가기- 친근감- 같이 지내기- 그녀에 대한 나의 사랑 알아가기- 여자의 부모님 만나기- 사소한 의견차이-그녀의 어떤 점이 좋은가에 대한 생각- 좋아하는 의미-다툼-멀어짐 -화해- 여행- 남자의 친구와의 만남뒤의 이상한 예감- 상대방에 대한 불안감 - 다시 가까워지는 듯- 뭔지 모르는 의심- 그녀의 행동의 변화- 결별- 여자의 새로운 연인(자신의 짐작의 적중)- 블루 크리스마스(자살시도)- 실패- 회상(보고싶은 마음)- 서서히 잊혀짐-

이와같은 과정은 흔한 사랑의 과정들인데, 과정에 의미가 부여된다.

이 책의 기본 줄거리인 1인칭 화자와 클로이의 사랑 이야기는 아주 평범하고 때론 너무 많이 보았던 사랑이야기의 장면들이기때문에 진부하게까지 느껴질 수 있는데, 사랑의 과정을 해석하는 시선은 너무도 철학적이고 학문적인 통찰과 사유가 존재하는 것이다.

그래서, '알랭 드 보통'의 글이 특이하고, 그러한 글쓰기의 재주가 돋보이는 것이다. 아마도 글쓰기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표현해도 과언을 아닐 것이다. (...)

(<왜 나는 너를 사랑하지 않는가>를 읽고 쓴 서평 중에서 )

이렇게 알랭 드 보통의 글들은 지적 성찰이 돋보이는 독특한 작품들이기에, 정이현 작가와의 공동작업으로 소설을 쓴다는 것을 알고는 어떤 소설이 탄생할 것인지 궁금했다.

그런데, 예상과는 다른 두 권의 책이 출간되었다. 주제는 같으나, 서로 다른 이야기의 책이 나온 것이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가 이십 대에 쓴 저자의 자전적 연애소설로 인간의 관계와 사랑에 대한 탐구였다면, 17년만에 쓴 보통의 신작소설인 < 사랑의 기초 - 한 남자>는 사십 대가 된 알랭 드 보통의 자전적 결혼 소설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소설은 사랑을 하여서 결혼을 한 부부들이 어느 정도 가정생활에서 익숙해지고, 그 익숙함이 지극히 평범한 삶의 모습으로 정착되었을 때에 부부들이 가질 수 있는 일상을 깊이있게 탐색해 나간다.

가정생활, 육아, 자녀에 대한 부모의 역할, 성, 외도 등 다양한 소주제의 성찰이 심리학적으로, 철학적으로 탐구되고 분석되는 것이다.

" 이 소설은 ‘오래된 관계’에 관한 이야기다. 최초의 행복감이 자취를 감춘 뒤에, 내가 그토록 매혹되었던 낭만적 사랑의 시기가 지나고 나면, 사랑에는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질까. 낡은 사랑의 초상이 독자들에겐 암울하게 비쳐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작가인 나는 이것이 진지하고 성숙한, 조심스럽지만 보다 희망적인 답이 되길 바랄 뿐이다." (작가의 말 중에서 )

보편적인 연인들처럼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하여 중년을 맞은 벤과 엘로이즈의 일상 속에서 그들의 사랑이 어떻게 변하여 가고 있는가를 작가는 남성인 벤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책 속의 글 중에 누구나의 마음 속에 들어 올 수 있는 문장들이 많이 있다. 그 중에는,

'우리가 사랑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보다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결국에는 훨씬 잘 해 준다'글이다.

냠편은 아내에게, 아내는 남편에게 사랑하는 사람들이기에 가장 잘 해주어야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밖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는 친절하게 대해 주면서, 집에 돌아와서는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모든 스트레스를 다 풀어 버린다는 것이다.

또한, '우리가 사랑에게 기대하는 것은 행복이라기 보다는 친밀감'이라는 것이다.

'행복이라기 보다는 친밀감'

과연 그렇다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알랭 드 보통이 이 소설을 통해서 전하는 메시지를 보면,

지극히 평범한 삶이라는 엄청나게 어려운 과제를 그럭저럭 계속해 가나가는 일.

그것은 진짜 용기이고, 영웅주의라는 것이다.

중년부부의 사랑을 달콤하고 재미있게 그려내기 보다는 결혼에 관한 주제들을 중심으로 여러 방면에 걸쳐서 탐색하고 분석하는 알랭 드 보통 특유의 글쓰기가 돋보이는 소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랑의 기초 : 연인들 사랑의 기초
정이현 지음 / 톨 / 2012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랑의 기초 - 연인편>은 정이현과 알랭 드 보통이 공동작업으로 쓴 책 중의 한 권이다.

공동작업이라고 하면 츠지 히토나리와 에쿠니 가오리가 쓴 <냉정과 열정사이>와 공지영과 츠지 히토나리가 쓴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을 들 수 있는데, <사랑의 기초>는 구태여 2권의 책을 함께 읽지 않아도 될 정도로 소설 속의 내용은 연관성이 전혀 없고, 주제만 사랑이라는 공통의 주제를 가지고 있을 뿐이다.

사랑, 그중에서도 보편적인 사랑이라고 해야 될 듯 싶다

 

 

정이현의 소설로는 <달콤한 나의 도시>가 있는데, 언젠가 인터넷 기사에서 2010년 서울대 도서관 대출도서 순위 4위라는 기사가 난 적이 있다.

아마도 2006년에 출간된 이 소설이 드라마로 방영된 시기가 그때쯤이 아닐까 하는데, 나에게는 별로 큰 느낌을 주지 않았던 소설이다.

그에 비한다면 2009년에 출간된 <너는 모른다>가 훨씬 강한 느낌을 주는 정이현의 소설이다.

 

 

" 작가의 치밀한 구성과 문장력은 독자들은 쉬지 않고 빠르게 글 속으로 몰입시키고, 빨려들게 만든다. 그러나, 이 소설은 추리소설이라는 형식만을 빌렸을 뿐이지, 전체적인 구성은 '부모의 잘못된 결혼에 의한 자녀들의 문제','화교문제', '장기밀매' '실종사건' 이라는 소재들이 뒤엉킨 등장인물 개개인의 이야기인 것이다. 이 소설을 가족소설이라는 의미로 볼 수도 있지만, 이 소설은 특이하게도 누구를 주인공이라고 하기보다는 등장인물 모두가 장마다 그들의 이야기를 비중있게 다루면서 이야기가 전개되기에 등장인물 모두가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것이다. ( <너는 모른다>를 읽고 쓴 나의 서평 중에서)

 

 

치밀하게 짜여진 구성과 함께 작가의 예리한 시선이 신선했던 작품이다.

 

<사랑의 기초>는 특별하지 않은 아주 평범한 젊은 연인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서른 살 이준호와 스물 여덟 살 박민아는 몇 번의 연애 경험을 가졌지만, 이제는 기억의 한 부분일 뿐인 그런 연애였다.

쉽게 만났다가 쉽게 헤어지는 그런 인연. 아니면 첫 사랑의 느낌처럼 살짝 바라만 보다가 지나가 버린 사랑인지 아닌지 모를 그런 감정만을 가지고 있다.

자란 온 환경도 소시민적인 삶을 살아 왔기에, 특별히 무엇을 바라기 보다는 무덤덤한 그런 삶.

" 연애의 초반부가 둘이 얼마나 똑같은지에 대해 열심히 감탄하며 보내는 시간이면, 중반부는 그것이 얼마나 큰 착각이었는지를 야금야금 깨달아가는 시간이다. " (p. 78)

 

 

소개팅으로 만난 두 사람이 우연히도 같은 취향을 보이게 되면, 똑같다는 생각에 흐뭇해 하면서 행복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서로가 자신의 일상 속에서 그/그녀와 함께 하는 것에 대해서 편안함과 동질감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이 편안함에 익숙해 질 무렵에 여자들의 요구 사항은 늘어나게 되고, 많은 시간을 함께하기를 바라는 여자들에 비해서 남자들은 전의 일상에서 가졌던 안락함을 그리워하게 된다.

그것은 여자와의 만남에서 갖게 되는 피곤함이기도 하다.

하찮은 일에 여자들의 늘어나는 잔소리와 억지스러운 말들은 다툼으로 이어지게 되고, 그 다툼도 어느새 시들해지면서 연인들은 이별을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누가 먼저 이별을 이야기할 것인가는 용기가 필요하다.

자신이 나쁜 역할을 하기 싫은 심리라고 할까.

작가는 이들의 사랑 이야기를 통해서 보편적인 사랑을 말하고자 한다. 그래서 그들의 사랑의 앞면과 함께 사랑의 뒷면을 이야기한다.

그것은 현실적이고 꾸밈없는 사랑이야기이다.

준호와 민아의 사랑은 사랑인지, 아닌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무미건조하다. 그래서 그들의 사랑은 우울하다.

또한, 그들의 이별은 그것 마저도 이별이라기에는 너무도 평이한 것이다.

큰 아픔도, 큰 굴곡도 없는....

 

 

어쩌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이 이럴지도 모르겠다.

소설 속에서나 운명같은 사랑, 불타는 사랑, 지고지순한 사랑을 만날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들의 보통의 사랑은 큰 고통도 없이 그저 잔잔할 뿐이다.

" 처음 만난 순간에도 헤어지는 순간에도 사람들은 '안녕'이라고 말한다는 것을 그들은 불현듯 깨달았다. 각자의 길을 향해 뒤돌아서, 서로의 뒤통수 반대 방향으로 한 발짝 내디딘 것과 거의 동시였다. 그것은 불완전한 인간들끼리 나눌 수 있는 아마도 가장 완벽한 작별인사였다. " (p. 210)

 

이들은 앞으로도 이와같은 사랑을 계속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새롭게 만나는 사랑 중에 어느 사랑은 결혼이라는 형식으로 발전할 것이다.

사랑, 그리고 그 사랑으로 맺어진 결혼 후의 이야기는 영국의 평범한 부부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알랭 드 보통의 <사랑의 기초 - 한 남자>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랑의 기초 세트 - 전2권 사랑의 기초
알랭 드 보통.정이현 지음 / 톨 / 2012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랑의 기초>는 정이현과 알랭 드 보통이 공동 작업이라는 프로젝트로 쓴 두 권의 책이다.

정이현은 <사랑의 기초 - 연인들>을,

알랭 드 보통은 <사랑의 기초 - 한 남자>를.

정이현의 소설로는 <달콤한 나의 도시>, <너는 모른다>를 읽었는데, <너는 모른다>는 스릴러 형식의 소설이기는 하지만, 책 속에는 가족관계를 비롯한 사회적 문제를 다루고 있다.

그래서인지 정이현을 '도발적이고 발칙하며 감각적이고 치밀한 작가'라고 일컫기도 한다.

알랭 드 보통이 쓴 책들은 작가만이 가지는 독특한 문체와 철학적 사유가 담긴 현학적인 글들이기에 조금은 어렵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작가만이 가지는 특색있는 글에 매료되어 그의 작품들을 상당수 읽었다.

보통이 쓴 소설 중에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는 소설이라고는 하지만, 소설같지 않은 소설이다.

그외에 보통의 소설로는 <키스하기 전에 우리가 하는 말들>, <우리는 사랑일까>등이 있는데, 이번에 그가 쓴 <사랑의 기초- 한 남자>는 17년 만에 쓴 신작소설이다.

 

 

<사랑의 기초>의 출간에 즈음하여 내가 이 책에 거는 기대는 정이현과 알랭 드 보통이 함께 작업하는 사랑이야기라는 것에 있었다.

지금까지 남녀 작가의 공동작업으로 씌여진 소설이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으나, 그 중에 가장 많이 독자들에게 읽힌 소설은 일본 작가인 츠지 히토나리와 에쿠니 가오리가 쓴 <냉정과 열정사이>가 아닐까 한다.

<냉정과 열정사이>는 두 작가가 2년 여에 걸쳐서 하나의 소설을 번갈아 가면서 함께 쓰기로 한 릴레이 러브 스토리이다.

주인공 이름이 쥰세이라고 하면 두오모 성당이 생각날 것이다.

"피렌체의 두오모에 너랑 오르고 싶어."

" 피렌체의 두오모는,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의 두오모니까." ( 냉정과 열정사이 중에서)

사랑했던 연인들이 헤어진 지 10년만에 지난날의 그 약속을 지킬 수 있을까?

그들은 피렌체의 도오모에서 만날 수 있을 것인가?

가슴 설레이면서 읽었던 <냉정과 열정사이>의 한 장면을 그리면서 피렌체의 두오모 성당을 찾았던 기억이난다.

피렌체의 두오모에서, 그리고 밀라노의 두오모에서 소설 속의 쥰세이와 아오이는 존재하는 것이다.

 

 

공동 작업으로 쓴 소설로는 <냉정과 열정사이>의 작가 츠지 히토나리와 공지영이 쓴 소설이 있다.

<사랑 후에 오는 것들- 공지영 편>, <사랑 후에 오는 것들 - 츠지 히토나리 편>이 있다.

이 소설은 한국 여자와 일본 남자의 사랑을 공지영은 여자의 시각으로, 츠치 히토나리는 남자의 시각으로 쓴 소설인데, <냉정과 열정사이>와는 좀 다르게 각각의 주인공 시각에서의 사랑과 이별, 만남, 사랑의 과정이 그려진 소설이다.

<냉정과 열정사이>를 읽은 독자들에게는 반복되는 내용이 다소 지루하게 느껴지는 소설이기도 하다.

 

 

이런 공동 작업으로 씌여진 소설들을 읽었기에 <사랑의 기초>도 전형적이 로맨스 서사의 남자 버전, 여자 버전으로 쓰여진 소설이 아닐까 하는 생각으 가지게 되었다.

그런데, 두 작가에 의해서 씌여진 소설은 전혀 그렇지 않은 작품이다.

정이현은 한국의 가장 전형적이고 보편적인 젊은 남녀의 연애, 사랑을 썼다.

서른 살 남자와 스물 여덟 살의 여자가 소개팅으로 만나, 서로의 같은 점을 발견하고 가까워지면서 사랑을 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서로가 바라는 것들이 다르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고, 다투게 되고, 이별을 하게 되는 이야기인데, 이별조차도 이별같지 않은 평이한 이별.

평범한 젊은 연인들의 사랑이야기이다.

 

그런데 반하여 알랭 드 보통의 소설은 사랑을 하였기에 결혼을 한 가정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사십 대의 남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가족 이야기, 사랑에 관한 이야기, 자녀 교육 등 온갖 영역에 걸친 이야기를 분석하는 것이다.

'오래된 관계'에 대한 이야기 속에서 알랭 드 보통 특유의 지적 성찰에 의한 이야기들이 씌여진 것이다. 보통의 자전적 결혼 소설이라고도 할 수 있다고 한다.

 

정이현과 알랭 드 보통은 이 두 권의 책에서 공통 주제인 '사랑'을 이야기한다.

정이현은 한국의 가장 보편적인 젊은 연인의 사랑을,

알랭 드 보통은 영국의 한 가정의 보편적인 부부의 이야기를 남자의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다.

 

소설의 영원하고 보편적인 주제인 '사랑'

구태여 주제가 같다는 것만으로 공동작업이라고 하기에는 두 소설이 어떤 연관성이 없어 보이기도 한다.

이런 연관성을 찾자면, 시대를 초월해서도 같은 맥락의 각각 다른 두 권의 책을 찾아내기란 그리 어렵지 않은 것이기에.

(2010년 4월부터 2012년 4월까지 꼬박 2년 동안, 작가들은 함께 고민하고, 메일을 주고받고, 상대 작가의 원고를 읽고, 서울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자신의 원고를 수정하여 마침내 두 권의 장편소설을 세상에 내놓게 되었다 - 출판사 서평 중에서)

 

출간 전부터 정이현과 알랭 드 보통의 공동 프로젝트라는 홍보에 예약구입까지 했지만, 기대에 못 미친다는 생각이 든다.

각각의 소설로 보자면, 정이현의 소설은 너무도 평이하고, 알랭 드 보통은 자신의 문체를 그대로 가지고 있어서 한 권의 책으로도 그 몫을 충분히 할 수 있는 것이다.

 

두 권의 책에 대한 각각의 서평은 각 권에 다시 올리도록 하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파리5구의 여인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파리 5구의 여인>의 작가인 더글라스 케네디는 미국 뉴욕의 맨해튼 출신이지만, 미국 보다는 유럽에서 더 잘 알려진 소설가이다.

21살에 아일랜드로 건너가 극작가로 활동을 시작하였으며, 그후에 여행기와 소설 등을 발표하면서 유럽에서 명성을 얻게 되었다.

특히 프랑스에서는 기사 작위까지 받았으니, 이번에 출간된 <파리 5구의 여인>은 배경이 파리5구와 10구이기에 그 의미가 더 크게 느껴진다.

내가 더글라스 케네디의 소설 중에 처음 읽은 작품은 <빅 픽처>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벤 브래드 포드는 6살 때에 외할아버지 집에서 카메라 뷰파인더를 통해서 세상을 바라보면서 포토 그래퍼를 꿈꾼다. 그러나, 아버지의 권유로 변호사가 되지만, 항상 못 이룬 꿈에 대한 아쉬움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러던 중에 부인과의 불륜을 저지른 사진작가를 살해하게 되고, 완전범죄를 위하여 자신이 살해한 게리 서머스의 삶을 살기 위해서 멀리 떠나가게 된다.

얼굴이 잘 알려지지 않은 사진작가이기에 그의 명성을 누리면서 자신의 꿈을 이루는 듯했지만 그의 정체가 밝혀질 위기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또 다른 삶을 찾아야 했는데, 그것은 앤드류 타벨이 되어 살아 가는 것이다.

자신의 본 모습을 버리고 타인의 모습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그리운 아들에 대한 만남도 허락하지 않는 것이다.

영원히 잊지 못할 자식에 대한 사랑. 아들의 생일날, 만날 수 없는 자식을 그리며 먼 길 위에 서 있는 벤의 이야기가 가슴을 아프게 했었다.

<빅 픽처>는 세 사람의 인생을 살지만, 영원히 되돌릴 수 없는 지난날에 대한 아픔과 그리움이 너무도 잘 묘사된 작품이었다.

한 번 책을 들게 되면 책 속으로 빠져 들게 하는 더글라스 케네디의 소설은 그 이후에도 독일이 통일되기 전에 그곳에서 잠깐의 사랑을 나누었던 여인과의 이야기를 다룬 <모멘트>

그리고 남성 작가가 묘사하기엔 한계가 있는 위킹 우먼의 사랑이야기인 <위험한 관계>

이 소설에서는 결혼, 그리고 임신, 출산, 이혼을 둘러싼 법정 이야기를 흥미롭게 다루었기에 더글라스 케네디의 소설이라면 소설가의 이름만으로도 관심이 가게 되었다.

더글라스 케네디는 소설마다 작가의 상상력이 돋보이는 독특한 이야기라는 점이 책을 덮는 순간까지 책에서 빠져 나올 수 없을 정도로 흡인력이 대단하다. 그래서 그의 소설은 한 번 읽으면 또 그의 소설을 찾게 되는 것이다.

<파리 5구의 여인>은 그의 다른 소설들보다 스릴러 요소가 강하게 들어가 있으면서도 로맨스가 있고, 거기에 판타지 요소가 가미된 소설이다.

책 표지 그림의 아름다운 여인의 머리에 꽂힌 것이 머리핀인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소설 속 주인공이 노트북에 열심히 소설을 쓰고 있는 모습인 것이다.

이 그림 속에 이 작품의 이야기가 모두 담겨 있는 것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해리 릭스.

'인생에 있어서 이처럼 처참하게 추락할 수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동안 살아온 날들이 한순간에 곤두박질을 치게 된다.

영화학과 교수였던 그는 18살 제자와 사랑에 빠지게 되고, 단 한 번의 외도로 그의 명성은 산산이 부서지게 된 것이다.

여제자의 거짓 임신, 그것을 악용한 대학 학장인 가드너 롭슨의 술수로 여제자는 자살을 하고, 해리는 사회적으로 매장이 되었다.

" 내 인생이 산산이 부서진 날, 나는 도망치듯 파리로 갔다. " (p. 5)

파리로 떠나 오게 된 해리는 가진 돈도 없으니, 파리 10구의 터키 이주민들이 사는 파라디스 가의 지저분한 쪽방에서 살게 된다.

그러나, 한 가지 희망이 있다면, 자신이 20 년전부터 쓰고 싶어 했던 소설을 쓰는 것이다.

그것만이 자신이 세상 속으로 다시 들어갈 수 있는 길이기도 한 것이다.

" '내 존재를 세상에 널리 알리리라'는 생각은 실패한 사람, 바닥까지 내려간 사람들이 흔히 내보이는 허망한 꿈일지도 모른다. 비록 바닥까지 추락했지만 나는 눈물을 흘리며 절망하기보다는 소설로 마지막 기회를 부여잡고 싶었다. " (p. 67)

그러나, 해리의 생활은 그리 녹녹하지 않다,

파라디스 가에서의 생활은 예의도, 도덕도 존재하지 않는 터키인들과의 갈등을 빚게 된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야간 경비일을 하게 되지만, 그곳에서 불법적인 일이 자행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곳에서 돈을 벌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일상 속에서 잠깐 탈피하기 위해서 찾아 간 살롱에서 헝가리 국적의 여인 마지트를 만나게 된다.

오십대 후반이라고는 하지만, 그렇게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운 여인.

그녀와의 1주일에 2번의 밀회에서 그들은 자신의 지나온 삶의 이야기들을 나누면서 서로를 알아간다.

" 사람에게는 절대로 치유될 수 없는 비극이 있다. 다만 슬픔을 떠안은 채 적당히 적응하면서 살아갈 뿐이리라. 그러면서 차츰 상실감을 품고도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리라. " (p. 189)

'완벽하게 순수한 선의에서 나오는 행동은 없다' 했던가...

살롱에서 그에게 다가왔던 파리 5구의 여인.

그를 만나게 된 것은 우연이었을까, 아니면 어떤 함정으로 들어가는 악마의 덫이었을까.

" 당신이 나를 필요로 했기 때문에 내가 당신 인생에 들어간거야" (p. 404)

해리 릭스를 둘러싸고 그를 힘들게 하였던 사람들은 한 사람씩, 한 사람씩 사라진다.

그 누군가에 의해서 처참한 모습으로 살해당하는 것이다.

살인의 끝은 어디일까?

해리 릭스는 그 덫에서 빠져 나올 수 있을 것인가?

소설은 차츰 흥미롭게 진행되고, 언젠가 본 스릴러 영화 속의 한 장면처럼 누군가가 해리 릭스의 일거수 일투족을, 아니 그의 머릿속의 생각들까지를 모두 읽어 내는 것이다.

" 마침내 쿠타르 형사가 말했다.

" 선생은 귀신에 씌었군요."

그렇다. 나는 정말로 귀신에 씌었다. " (p.420)

이 소설의 마지막 문장이다.

스릴러 소설의 마지막 문장이라니....

해리는 죽기 전에는 그 악마의 덫에서 빠져 나오기는 힘들 것이다.

자살로 귀결될 것만 같은 그의 인생이 안스럽게 느껴진다.

더글라스 케네디의 <빅 픽처>처럼 뒤돌아 보아도 돌아갈 수 없는 너무도 먼 길을 와 버린 그런 느낌이 마지막 문장을 통해서 느껴진다.

해리가 나락으로 한없이 굴러 떨어졌을 때에 가장 큰 행복을 가져다 준 일탈은 그의 발목을 잡는 악마의 덫이자 영원히 빠져 나올 수 없는 블랙 홀이 아니었을까.

책을 다 읽고 내려 놓는 나의 손은 무겁다.

마음은 더 씁쓸하다. 깔끔하게 끝맺지 않기에 주인공의 불행이 예견되는 소설이기 때문인 것이다.

아무래도 더글라스 케네디의 소설 4권 중에는 멈추지 않고 피해가지만 또 다른 장애물이 놓여 있는 벤의 이야기를 그린 <빅 픽처>가 가장 훌륭한 작품이 아닐까 한다.

<빅 픽처>가 너무 강하게 다가 왔기에 그만한 작품을 만나기가 그리 쉽지는 않은 것이다.

그래도 더글라스 케네디는 이미 내 마음 속에 들어온 작가이기에 그의 다른 작품이 출간되기를 기다려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