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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기초 : 연인들 ㅣ 사랑의 기초
정이현 지음 / 톨 / 2012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랑의 기초 - 연인편>은 정이현과 알랭 드 보통이 공동작업으로 쓴 책 중의 한 권이다.
공동작업이라고 하면 츠지 히토나리와 에쿠니 가오리가 쓴 <냉정과 열정사이>와 공지영과 츠지 히토나리가 쓴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을 들 수 있는데, <사랑의 기초>는 구태여 2권의 책을 함께 읽지 않아도 될 정도로 소설 속의 내용은 연관성이 전혀 없고, 주제만 사랑이라는 공통의 주제를 가지고 있을 뿐이다.
사랑, 그중에서도 보편적인 사랑이라고 해야 될 듯 싶다
정이현의 소설로는 <달콤한 나의 도시>가 있는데, 언젠가 인터넷 기사에서 2010년 서울대 도서관 대출도서 순위 4위라는 기사가 난 적이 있다.
아마도 2006년에 출간된 이 소설이 드라마로 방영된 시기가 그때쯤이 아닐까 하는데, 나에게는 별로 큰 느낌을 주지 않았던 소설이다.
그에 비한다면 2009년에 출간된 <너는 모른다>가 훨씬 강한 느낌을 주는 정이현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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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의 치밀한 구성과 문장력은 독자들은 쉬지 않고 빠르게 글 속으로 몰입시키고, 빨려들게 만든다. 그러나, 이 소설은 추리소설이라는 형식만을 빌렸을 뿐이지, 전체적인 구성은 '부모의 잘못된 결혼에 의한 자녀들의 문제','화교문제', '장기밀매' '실종사건' 이라는 소재들이 뒤엉킨 등장인물 개개인의 이야기인 것이다. 이 소설을 가족소설이라는 의미로 볼 수도 있지만, 이 소설은 특이하게도 누구를 주인공이라고 하기보다는 등장인물 모두가 장마다 그들의 이야기를 비중있게 다루면서 이야기가 전개되기에 등장인물 모두가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것이다. ( <너는 모른다>를 읽고 쓴 나의 서평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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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밀하게 짜여진 구성과 함께 작가의 예리한 시선이 신선했던 작품이다.
<사랑의 기초>는 특별하지 않은 아주 평범한 젊은 연인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서른 살 이준호와 스물 여덟 살 박민아는 몇 번의 연애 경험을 가졌지만, 이제는 기억의 한 부분일 뿐인 그런 연애였다.
쉽게 만났다가 쉽게 헤어지는 그런 인연. 아니면 첫 사랑의 느낌처럼 살짝 바라만 보다가 지나가 버린 사랑인지 아닌지 모를 그런 감정만을 가지고 있다.
자란 온 환경도 소시민적인 삶을 살아 왔기에, 특별히 무엇을 바라기 보다는 무덤덤한 그런 삶.
" 연애의 초반부가 둘이 얼마나 똑같은지에 대해 열심히 감탄하며 보내는 시간이면, 중반부는 그것이 얼마나 큰 착각이었는지를 야금야금 깨달아가는 시간이다. " (p. 78)


소개팅으로 만난 두 사람이 우연히도 같은 취향을 보이게 되면, 똑같다는 생각에 흐뭇해 하면서 행복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서로가 자신의 일상 속에서 그/그녀와 함께 하는 것에 대해서 편안함과 동질감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이 편안함에 익숙해 질 무렵에 여자들의 요구 사항은 늘어나게 되고, 많은 시간을 함께하기를 바라는 여자들에 비해서 남자들은 전의 일상에서 가졌던 안락함을 그리워하게 된다.
그것은 여자와의 만남에서 갖게 되는 피곤함이기도 하다.
하찮은 일에 여자들의 늘어나는 잔소리와 억지스러운 말들은 다툼으로 이어지게 되고, 그 다툼도 어느새 시들해지면서 연인들은 이별을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누가 먼저 이별을 이야기할 것인가는 용기가 필요하다.
자신이 나쁜 역할을 하기 싫은 심리라고 할까.
작가는 이들의 사랑 이야기를 통해서 보편적인 사랑을 말하고자 한다. 그래서 그들의 사랑의 앞면과 함께 사랑의 뒷면을 이야기한다.
그것은 현실적이고 꾸밈없는 사랑이야기이다.
준호와 민아의 사랑은 사랑인지, 아닌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무미건조하다. 그래서 그들의 사랑은 우울하다.
또한, 그들의 이별은 그것 마저도 이별이라기에는 너무도 평이한 것이다.
큰 아픔도, 큰 굴곡도 없는....
어쩌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이 이럴지도 모르겠다.
소설 속에서나 운명같은 사랑, 불타는 사랑, 지고지순한 사랑을 만날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들의 보통의 사랑은 큰 고통도 없이 그저 잔잔할 뿐이다.
" 처음 만난 순간에도 헤어지는 순간에도 사람들은 '안녕'이라고 말한다는 것을 그들은 불현듯 깨달았다. 각자의 길을 향해 뒤돌아서, 서로의 뒤통수 반대 방향으로 한 발짝 내디딘 것과 거의 동시였다. 그것은 불완전한 인간들끼리 나눌 수 있는 아마도 가장 완벽한 작별인사였다. " (p. 210)
이들은 앞으로도 이와같은 사랑을 계속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새롭게 만나는 사랑 중에 어느 사랑은 결혼이라는 형식으로 발전할 것이다.
사랑, 그리고 그 사랑으로 맺어진 결혼 후의 이야기는 영국의 평범한 부부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알랭 드 보통의 <사랑의 기초 - 한 남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