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기초 세트 - 전2권 사랑의 기초
알랭 드 보통.정이현 지음 / 톨 / 2012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랑의 기초>는 정이현과 알랭 드 보통이 공동 작업이라는 프로젝트로 쓴 두 권의 책이다.

정이현은 <사랑의 기초 - 연인들>을,

알랭 드 보통은 <사랑의 기초 - 한 남자>를.

정이현의 소설로는 <달콤한 나의 도시>, <너는 모른다>를 읽었는데, <너는 모른다>는 스릴러 형식의 소설이기는 하지만, 책 속에는 가족관계를 비롯한 사회적 문제를 다루고 있다.

그래서인지 정이현을 '도발적이고 발칙하며 감각적이고 치밀한 작가'라고 일컫기도 한다.

알랭 드 보통이 쓴 책들은 작가만이 가지는 독특한 문체와 철학적 사유가 담긴 현학적인 글들이기에 조금은 어렵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작가만이 가지는 특색있는 글에 매료되어 그의 작품들을 상당수 읽었다.

보통이 쓴 소설 중에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는 소설이라고는 하지만, 소설같지 않은 소설이다.

그외에 보통의 소설로는 <키스하기 전에 우리가 하는 말들>, <우리는 사랑일까>등이 있는데, 이번에 그가 쓴 <사랑의 기초- 한 남자>는 17년 만에 쓴 신작소설이다.

 

 

<사랑의 기초>의 출간에 즈음하여 내가 이 책에 거는 기대는 정이현과 알랭 드 보통이 함께 작업하는 사랑이야기라는 것에 있었다.

지금까지 남녀 작가의 공동작업으로 씌여진 소설이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으나, 그 중에 가장 많이 독자들에게 읽힌 소설은 일본 작가인 츠지 히토나리와 에쿠니 가오리가 쓴 <냉정과 열정사이>가 아닐까 한다.

<냉정과 열정사이>는 두 작가가 2년 여에 걸쳐서 하나의 소설을 번갈아 가면서 함께 쓰기로 한 릴레이 러브 스토리이다.

주인공 이름이 쥰세이라고 하면 두오모 성당이 생각날 것이다.

"피렌체의 두오모에 너랑 오르고 싶어."

" 피렌체의 두오모는,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의 두오모니까." ( 냉정과 열정사이 중에서)

사랑했던 연인들이 헤어진 지 10년만에 지난날의 그 약속을 지킬 수 있을까?

그들은 피렌체의 도오모에서 만날 수 있을 것인가?

가슴 설레이면서 읽었던 <냉정과 열정사이>의 한 장면을 그리면서 피렌체의 두오모 성당을 찾았던 기억이난다.

피렌체의 두오모에서, 그리고 밀라노의 두오모에서 소설 속의 쥰세이와 아오이는 존재하는 것이다.

 

 

공동 작업으로 쓴 소설로는 <냉정과 열정사이>의 작가 츠지 히토나리와 공지영이 쓴 소설이 있다.

<사랑 후에 오는 것들- 공지영 편>, <사랑 후에 오는 것들 - 츠지 히토나리 편>이 있다.

이 소설은 한국 여자와 일본 남자의 사랑을 공지영은 여자의 시각으로, 츠치 히토나리는 남자의 시각으로 쓴 소설인데, <냉정과 열정사이>와는 좀 다르게 각각의 주인공 시각에서의 사랑과 이별, 만남, 사랑의 과정이 그려진 소설이다.

<냉정과 열정사이>를 읽은 독자들에게는 반복되는 내용이 다소 지루하게 느껴지는 소설이기도 하다.

 

 

이런 공동 작업으로 씌여진 소설들을 읽었기에 <사랑의 기초>도 전형적이 로맨스 서사의 남자 버전, 여자 버전으로 쓰여진 소설이 아닐까 하는 생각으 가지게 되었다.

그런데, 두 작가에 의해서 씌여진 소설은 전혀 그렇지 않은 작품이다.

정이현은 한국의 가장 전형적이고 보편적인 젊은 남녀의 연애, 사랑을 썼다.

서른 살 남자와 스물 여덟 살의 여자가 소개팅으로 만나, 서로의 같은 점을 발견하고 가까워지면서 사랑을 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서로가 바라는 것들이 다르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고, 다투게 되고, 이별을 하게 되는 이야기인데, 이별조차도 이별같지 않은 평이한 이별.

평범한 젊은 연인들의 사랑이야기이다.

 

그런데 반하여 알랭 드 보통의 소설은 사랑을 하였기에 결혼을 한 가정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사십 대의 남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가족 이야기, 사랑에 관한 이야기, 자녀 교육 등 온갖 영역에 걸친 이야기를 분석하는 것이다.

'오래된 관계'에 대한 이야기 속에서 알랭 드 보통 특유의 지적 성찰에 의한 이야기들이 씌여진 것이다. 보통의 자전적 결혼 소설이라고도 할 수 있다고 한다.

 

정이현과 알랭 드 보통은 이 두 권의 책에서 공통 주제인 '사랑'을 이야기한다.

정이현은 한국의 가장 보편적인 젊은 연인의 사랑을,

알랭 드 보통은 영국의 한 가정의 보편적인 부부의 이야기를 남자의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다.

 

소설의 영원하고 보편적인 주제인 '사랑'

구태여 주제가 같다는 것만으로 공동작업이라고 하기에는 두 소설이 어떤 연관성이 없어 보이기도 한다.

이런 연관성을 찾자면, 시대를 초월해서도 같은 맥락의 각각 다른 두 권의 책을 찾아내기란 그리 어렵지 않은 것이기에.

(2010년 4월부터 2012년 4월까지 꼬박 2년 동안, 작가들은 함께 고민하고, 메일을 주고받고, 상대 작가의 원고를 읽고, 서울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자신의 원고를 수정하여 마침내 두 권의 장편소설을 세상에 내놓게 되었다 - 출판사 서평 중에서)

 

출간 전부터 정이현과 알랭 드 보통의 공동 프로젝트라는 홍보에 예약구입까지 했지만, 기대에 못 미친다는 생각이 든다.

각각의 소설로 보자면, 정이현의 소설은 너무도 평이하고, 알랭 드 보통은 자신의 문체를 그대로 가지고 있어서 한 권의 책으로도 그 몫을 충분히 할 수 있는 것이다.

 

두 권의 책에 대한 각각의 서평은 각 권에 다시 올리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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