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고백
김려령 지음 / 비룡소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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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고백>은 그동안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아 온 김려령의 성장소설인데, 이제야 읽게 되었다.

김려령 작가의 이름 앞에 붙어 다니는 타이틀은 <완득이>의 작가라는 수식어이다.

내가 읽은 작가의 작품으로는 <완득이>와 <그 사람을 본 적이 있나요>가 있기에 어느 정도 작가의 작품 성향을 짐작할 수는 있다.

 

 

<완득이>는 세계적인 성장소설인 < 호밀밭의 파수꾼>에 비견할만한 작품이라고 하지만, 그 정도의 문학성을 갖추지는 못했다.

흔히, 우리나라 청소년 소설들이 다루고 있는 가정환경이 불우한 아이들의 이야기로 결손가정에서 공부도 못하고, 싸움만 잘하는 아이가 가정과 학교에서 겪게 되는 힘든 생활이 그 바탕에 깔려 있다.

그러나, <완득이>가 다른 성장소설보다 특이한 것은 난장이 아빠와 이혼한 베트남 엄마, 문제 학생보다 더 문제스러운 똥주 선생, 왕따 윤하가 등장하면서 이야기가 활기차게 전대된다.

어른들이 읽으면 좀 뻔한 이야기와 전개이기는 하지만, 청소년 성장소설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청소년들에게는 깨달음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비하여 < 그 사람을 본 적이 있나요>는 <완득이>보다는 주인공의 연령이 더 낮아진 초등학생들이 등장하며서 이야기의 소재, 구성, 전개 등이 깔끔하면서도 더 감동적인 동화이다.

김려령은 어릴 적에 증조 할머니로부터 많은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랐기에 그녀가 작품을 쓰는데, 그런 점들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가시고백>에 담겨 있는 작가의 말에 따르면, " 내 삶의 어느 부분은 싹둑 잘라내고 싶을 때가 있었습니다. (...) 내가 만난 누구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어떤 행동이 싫었고, 어떤 사람이 싫었습니다. 그런데 조금 더 살아 보니 그런 일을 겪어서 참 다행이구나 싶은 겁니다. 생의 결이 추억으로만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아는 나이가 되었기 때문인가 봅니다. " (p. 288)

역시, <가시고백>도 작가의 삶 속에서 녹아 들었던 어떤 부분들이 작품으로 승화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완득이>, <우아한 거짓말>, <그 사람을 본 적이 있나요>, <가시고백>이 모두 어린이의 동화, 청소년의 성장소설이지만, 어른들이 읽어도 재미있으면서도 책을 덮는 순간 가슴 속에 따뜻함이 넘쳐 흐르는 작품들이다.

<가시고백>의 캐릭터들도 <완득이>의 캐릭터 못지 않게 특색이 있다.

유치원 시절에 선생님의 가방에 손을 대기 시작하면서 뛰어난 손재주를 가졌다고 자부하는 해일.

" 나는 도둑이다. 그러니까 사실은 누구의 마음을 훔친 거였다는 낭만적인 도둑도 아니며, 양심에는 걸리나 사정이 워낙 나빠 훔칠 수 밖에 없었다는 생계형 도둑도 아닌, 말 그대로 순수한 도둑이다. " (p. 51)

해일의 가정은 평범한 듯하기도 하지만, 때론 시끄럽기도 하고, 정이 넘치는 듯하지만 문제가 도사리고 있는 듯도 한 흔히 볼 수 있는 중산층 가정이다.

지란은 이혼한 엄마와 새 아빠로 구성된 가정에서 살고 있기에 친아빠와의 관계, 새 아빠와의 관계에서 작은 방황을 하게 된다.

이밖에 학교 친구인 진오와 다영이, 형인 해철이 소설의 중심 인물로 등장한다.

소설의 첫 이야기가 해일이 지란이 가지고 온 새 아빠의 전자 수첩을 훔치는 장면과 아무런 거리낌없이 훔친 물건을 중고 시장에 팔고, 그 돈을 예금하는 이야기로 시작하기에 조금은 칙칙하고 문제성이 많은 그런 청소년의 이야기일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지만, 해일이 엉뚱하게 병아리를 부화하는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활기차고 생동감있는 이야기가 펼쳐지게 된다.

손재주가 뛰어난 도둑, 병아리를 부화시키고 키우는 아이가 한 인물이라는 것이 <가시고백>이 가지는 뛰어난 설정인 것이다.

이 작품에서도 <완득이>의 똥주 선생님 못지 않은 담임 선생님이 등장한다.

흔히, 학교에서 볼 수 있는 권위주의적이고, 학생들을 성적으로 자리매김하는 교사가 아닌, 학생들과 공감할 수 있는 선생님이다.

" 고등학생의 뇌는 무조건 대학으로만 채워져야 할 것처럼 세상이 떠들어 대는 바람에, 본인들도 그래야 하는지 알고 0.1점마저 절박해 한다. 대학을 통과하지 않으면 추레한 인생이 될 거라는 무언의 협박에 점수와 동떨어진 세계를 탐색하는 아이들은 죄라도 진 것처럼 큰 소리를 내지 못했다. " (p. 111)

해일이 물건을 훔친 후에 써 놓았던 일기는 '나는 도둑이다'라는 독백으로, 자신이 도둑질을 하게 된 연유가 적혀 있는 듯하지만, 그 독백이 독백이 아닌 고백이 되는 과정이 이 소설의 내용이라고 보면 좋을 것이다.

자신의 허물을 누군가에게 털어 놓을 수 있을 때에 '독백'은 '독백'이 아닌 '고백'이 될 수 있는 것이니까.

이 소설 속의 청소년들이 갖고 있는 아픔은 혼자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믿어주고 보살펴주고, 아껴줄 때에 벗어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래야 마음 속에 박힌 가시를 뽑아 낼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 가시를 뽑아낼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바로 친구들에 대한 작은 관심과 신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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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의 계보 - 마쓰모토 세이초 미스터리 논픽션 세이초 월드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김욱 옮김 / 북스피어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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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쓰모토 세이초'는 일본 추리소설의 거장이라고 한다. 그러나, 나는 그의 추리소설을 단 한 편도 읽지를 않았다. 어떤 책을 썼는가를 검색해 보았지만, 우리나라 독자들에게는 그리 많이 읽히지 않았던 소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작가가 이미 20 년전에 세상을 떠났으니, 신간이 출간되지 않았기에 모르고 지나쳤던 작가인지도 모르겠다.

작가는 41세에 등단하여 약 40 여년간에 걸쳐서 천 편이 넘는 작품을 썼다고 한다. 그것도 다양한 장르에서.

아무튼 <미스터리의 계보>를 통해서 새로운 작가를 만날 수 있었는데, <미스터리의 계보>는 픽션이 아닌 논픽션이다.

 

 

이 작품은 1967년 8월 11일부터 1968년 4월 5일까지 '주간 요미우리'에 연재 되었던 것으로, 원래는 5편의 에피소드가 소개되는데, 이 책에서는 3편만을 담아 놓았다.

책을 읽는내내 책 속 인물들의 끔찍한 살인 행각에 '차라리 논픽션이 아닌 추리소설이라면...' 하는 생각을 할 정도로 인간의 행동이라고 볼 수 없는 엽기적인 이야기들에 등골이 오싹해진다.

 

 

첫 번째 이야기인 <전골의 먹는 여자>는 인육에 관한 이야기이다.

전골? 인육?

대충 어떤 이야기일까 짐작이 갈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은 실제로 일본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1940년대에 군마현의 산골 마을에서 한 여자가 전처의 딸을 살해하여 인육으로 만들어 전골로 끓여 먹은 것이다.

가해자인 아키코나 그녀의 남편, 그리고 전처의 딸까지 지능 장애가 있기는 했지만,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 자행된 것이다.

너무도 가난한 살림에 이 집, 저 집 돌아다니며 식량을 구걸하여 끼니를 때웠는데, 살인 사건이 일어나기 전날 이웃집에서 무를 마지막으로 얻어 왔다. 남편은 무를 넣고 끓인 음식을 모두 먹고 나갔는데, 전처 딸이 먹을 것을 달라고 하자, 전부터 곱지 않게 보던 마음이 있었는데, 살해하고, 그것을 끓여서 가족들에게 내 놓는 것이다.

이 사건은 일어난 지 8개월 후에 전처딸이 행방불명이 된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여 조사를 하게 되면서 범행이 밝혀지게 된다.

작가는 이 사건을 계기로 그 전에 일본에서 일어났던 인육 사건을 파헤친다. 1902년에 일어났던 11살 아이를 나병 환자가 살해하여 먹은 사건을 함께 분석해 나간다.

내가 어릴 때에도 이와 비슷한 소문이 있었다. 당시만 해도 거지도 많았고, 나병 환자들도 많았다.

가끔씩 깡통을 든 거지떼들이 몰려 와서 '밥 좀 주세요~~'하고 외친곤 했다. 그러면 어머니는 밥 한 그릇과 김치를 깡통 속에 부어 주곤 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거지보다 더 무서운 것이 나병 환자였다. 아이들 사이에서는 나병 환자들이 어린이를 잡아 가서 간을 빼 먹는다는 소문이 돌았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도 나병 환자들이 사람고기를 먹으면 낫는다는 속설이 있었기에 이런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작가는 인육 사건을 다양한 시각으로 분석하고, 그 사건이 어떻게 전개되었는지, 이와 유사한 사건들은 어떤 사건들이 있었는가를 인간의 심리 등을 중심으로 세밀하게 써 나간다.

마치 사건을 수사하는 수사관다운 싸늘한 시선으로 사건을 구성해 나가기에 더욱 공포스럽게 느껴진다.

 

두 번째 이야기인 <두 명의 진범>은 사법부의 병폐를 꼬집어 내기도 하고, 증거를 조작하여 살인범을 만들어 내는 경찰에 대하여 일침을 가하는 이야기이다.

이야기의 출발은 우리나라에서 현재도 논란이 되고 있는 사형제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작가는 사형제가 폐지되어야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이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억울하게 사형을 언도 받은 사람이 사형이 집행된 후에 진범이 나타난다면 그것을 결코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이다.

'사형이 집행이 이루어진 피고 중에 정말 억울한 사람은 한 명도 없을까'라는 것이다.

언젠가 사형수들의 마지막 이야기를 담은 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 그 책에서도 그런 이야기가 나온다. 사형수들은 자신에게 언젠가 형이 집행될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종교에 귀의하기도 하고, 마지막 남은 시간을 의미있게 보내는데, 그들을 보면 정말 사형수인가 아닌가를 느낄 수 있다고 한다.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억울함을 이야기하는 사형수들이 있는데, 스님도 그런 경우에 그가 범죄자가 아님을 느낄 수 있지만, 어떤 방법이 없었다고 이야기한 부분이었다.

바로 <두 명의 진범>은 검찰과 경찰이 어떤 사람을 범죄자로 만드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음을 이야기해 준다.

이 이야기는 <스즈가에서 일어난 하루 살인사건>인데, 하루의 내연남을 범인으로 지목하게 되자, 목격자의 증언에 대해서도 조사를 소홀하게 되고, 그를 올가미에 엮어 놓는 일에만 치중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진범이 살인을 하고 다른 사건으로 교도소에 들어가서야 그 사건의 범인으로 자기가 아닌 다른 사람이 억울하게 잡혀 있다는 것을 알고 자수를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경찰이나 검찰은 처음 범인으로 정해 놓았던 사람에게서 의심을 거두지 못하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검사와 피고의 문답, 피고의 자백 내용, 진범의 자수 내용, 경찰의 처음 수사 시작부터 피고를 풀어주는 과정까지의 수사기록 등을 토대로 다각적으로 조명해 본다.

세 번째 이야기는 <어둠 속을 내달리는 엽총>이다.

이 사건은 몇 십 년전에 의령에서 일어났던 연쇄 권총 살인 사건과 비슷하다. 우순경 사건이라고도 하는데, 더운 여름날 동거녀와 말다툼 끝에 술을 마시고, 총을 들고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무차별적으로 살인을 저지른 사건이 있었다.

책 속에 나오는 사건은 1930년대 일본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두, 세살에 어머니와 아버지를 여위고, 할머니와 누나 밑에서 자란 청년이 산간 농촌 마을의 주민 서른 명을 살해한 것이다.

이 사건의 바탕에는 일본의 산간 지붕에서 행해지던 악습인 요바이 풍습도 한 몫을 하게 된다.

요바이 풍습은 밤에 여인의 침실에 잠입하는 것으로 성적문란을 일으키는 풍습이었는데, 이밖에도 동족간의 혼교 관습도 이 고장에는 있었다.

청년은 마을 여자들과 문란한 관계를 맺게 되고, 결국에는 자신과 관계가 있었거나 연정을 품었던 여자들을 포함해 동네 주민을 무차별적으로 살해한다.

그는 폐병이 걸리기도 했고, 하는 일없이 백수건달로 살아가는 자신을 업신여기는 사람들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서 사격 연습까지 하면서 살인을 계획하는 것이다.

자신을 배신한 여자들, 마을 사람들의 뼈에 사무치게, 바보 취급당했던 자신이 누구인가를 가르쳐 주려고 살인을 했다고, 유서에 밝혀 놓고, 자신도 자살을 한다.

이 책에 실린 논픽션 3편은 소설이라고 해도 끔찍할 것이나, 실제로 일본에서 일어난 사건을 재구성하고 재조명해 보는 이야기이기에 그 잔혹함을 말로 다 할 수 없을 지경이다.

이 이야기들은 1930년대에서 1940년대에 걸쳐서 일본에서 일어난 충격적인 이야기인데, 비단 그 시대, 그 곳에서만 일어난 살인사건이 아니라, 유사한 사건들이 지구촌 다른 곳에서도 일어났고, 지금도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 더 큰 충격을 준다.

미국에서 자주 일어나는 무차별적인 총기 사건은 범인의 연령이 낮아지기도 하고, 예전보다 자주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요즘에는 사이코 패스에 의한 잔인한 살인사건들도 일어나기에 픽션이 아닌 논픽션인 <미스터리의 계보>를 읽는 독자들의 마음은 편하지가 않을 것이다.

이런 사건을 다루는 작가의 노련함은 소설에서는 상상력이 더 가미될 것이고, 이런 사건에서 감지된 사람들의 심리도 작가의 소설에서 큰 몫을 할 것이다.

그러니, '미쓰모토 세이초'의 추리소설이 어떤 작품인가 몇 작품은 읽어 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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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르센 메르헨 문지아이들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지음, 김서정 옮김, 니콜라우스 하이델바흐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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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나 어른이나,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나 책을 전혀 읽지 않는 사람이나 안데르센의 동화 몇 편은 다 알고 있을 것이다.

<성냥팔이 소녀>, <인어공주>, <엄지 아기>, <못생긴 아기 오리>,< 임금님의 새 옷>은 너무도 잘 알려진 동화이다.

그렇다면 안데르센은 몇 편의 동화를 남겼을까? 약 160여편의 동화를 남겼고, 그 동화들은 150여 개의 언어로 번역되었다고 하니, 세계 어느 나라에서든지 안데르센의 동화를 쉽게 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릴 적에 추운 겨울날, 이불 속에서 읽던 안데르센의 동화, 그리고 아들이 어릴 때에 읽어 주던 안데르센의 동화.

그 동화들은 아름답기도 했고, 슬프기도 했지만, 읽은 후에도 깊은 감동을 주었던 것은 안데르센 동화의 특징인 풍자적인 요소가 많이 작용했다고 생각된다.

 

 

 

 

동화 속에는 동물들의 이야기가 많이 나오지만, 그 바탕에는 삶의 지혜도 있었고, 인간들의 다양한 모습도 있었기에, 책을 읽으면서 마음 속에 하나 가득 교훈적인 것들이 새겨졌던 것이다.

이번에 다시 읽게 된 안데르센의 동화들.

<안데르센 메르헨>을 보는 순간, 책의 크기나 책의 두께에 압도당하는 느낌이었지만, 워낙 이야기들이 재미있기 때문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집중하여 읽을 수 있었다.

이 책 속에는 안데르센 동화 43편이 실려 있다. 혹시 '메르헨'이란 뜻이 궁금할 수도 있겠다.

'메르헨'이란 독일어로 전래동화, 설화, 민담, 동화 등을 일컫는 말이다.

책 속에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동화들도 있지만, 전혀 읽은 적이 없는 동화들도 다수 담겨 있어서, '안데르센 동화' 를 잘 알고 있다고 뽐내는 어린이들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어린 시절, 우리집에는 안데르센 동화집이 시리즈로 몇 권이 있었다. 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동화가 <야생 백조>이다. 아마 그때는 이 제목이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엘리자와 열 한 명의 오빠 이야기인데, 새 왕비가 들어오면서 이들은 궁에서 쫒겨 나게 된다. 왕비의 마술에 오빠들은 백조로 변하여 그물에 엘리자를 태우고 하늘을 날아다니던 중에 마술에서 풀려나기 위해서는 묘지에 있는 쐐기풀로 사슬 갑옥을 만들어서 오빠들에게 입히면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엘리자는 쐐기풀에 찔려 가면서 옷을 짓다가 어느 나라의 왕비가 되지만, 11벌의 옷을 만들기 위해서 쐐기풀을 구하러 묘지에 갔다가 마녀로 오해를 받고 처형을 당할 위기에 처하게 된다.

처형장으로 가면서도 갑옷을 짓던 엘리자는 드디어 11벌의 갑옷을 만들어 엘리자 주변을 훨훨 날아 다니며 걱정스러운 마음을 가지고 있던 오빠들에게 던져 준다.

하얀 백조가 늠름한 왕자로 변하는 순간, 나는 너무도 기뻣었는데....

이 책 속에서 그 이야기를 읽으니, 어릴 적의 우리집이 그리워진다. 그때의 그 느낌이 그대로 살아난다.

처음 읽는 동화인 것같으나, 읽다 보면 어렴풋이 생각이 나는 동화들도 있으니, 이 책은 나를 어린 시절로 시간여행을 시켜준다.

중국 이야기를 해 주겠다면서 안데르센은 <나이팅게일>이야기를 해 준다.

노래를 잘 부르는 나이팅게일. 사람들은 그의 노래를 아름답다고 칭찬을 하지만, 황제는 나이팅게일의 존재를 외국의 책을 통해서 알게 되니...

 

 

숲에서 잡아 와서 궁에서 키우지만, 사람들은 나이팅게일보다 더 아름다운 인조 나이팅게일를 만들어 낸다. 보석으로 치장한 인조 나이팅게일은 언제나 사람들이 노래를 부르라고 하면 똑같은 노래를 똑같은 리듬으로 부르지만, 결국 태엽이 풀려서 고장이 나게 된다.

그래도 끝까지 황제를 지켜주고 아름다운 노래를 불러 줄 수 있는 새는 나이팅게일이다.

황제에게 나이팅게일이 하는 이야기는 자신이 궁전에 와서 황제에게 노래를 불러 준다는 것을 비밀로 해 달라고 한다. 나이팅게일은 사람들의 마음을 알기에....

어른이 읽어도 동화 속에 감추어진 작가의 의도를 감지할 수 있어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특히 안데르센의 동화는 동물들을 등장시켜서 이야기 속에서 인간의 속성을 꿰뚫어 보는 혜안이 있다. 일단을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지만, 그 이야기 속에는 인간에 대한 풍자와 위트가 담겨 있어서 안데르센이 말하고자 한 것을 깨닫는 순간, 부끄러운 마음이 생기게 된다.

 

 

 

그런데, <안데르센 메르헨>의 아쉬운 점이 있다면 '니콜라우스 하이델바흐'가 유명한 독일의 그림책 작가이기는 하지만, 그의 그림은 상상력을 잘 나타내기는 했지만, 환상적이지는 않다.

그래서 안데르센 동화의 풍자적인 요소와는 맞아 떨어지지만 우리나라 어린이들에게는 다소 낯설게 느껴지는 점이 있을 것이다.

엄마와 어린이가 함께 읽으면 좋을 동화책 <안데르센 메르헨>

어른 들은 추억 속으로, 어린이들은 상상 속으로, 날아가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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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엔 스무 살의 인생이 있다 - 시, 내 청춘을 위한 소울푸드 98편
이영미 엮음, 고부기 그림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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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무 살은 화려한 서른, 풍요로운 마흔을 위해 참고 견뎌야 하는 시간이 아니다." (책 속의 글 중에서)

이 말은 스무 살을 서른 살이나 마흔 살로 가기 위한 과정으로 보기 보다는 스무 살 자체의 의미를 찾으라는 뜻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분명 스무 살은 날개만 안 달렸지 어디든지 날아 갈 수 있을 것 같았고, 자신의 의지에 따라서 얼마든지 원대한 꿈을 실현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이 넘치던 시절이었던 것이다.

<스무 살엔 스무 살의 인생이 있다>를 펼치는 순간 들어오는 한 문장은 그야말로 눈이 화들짝 커지게 만든다.

스무 살을 이처럼 잘 표현한 말이 있을까?

" 그대들은 박살이 나도 좋은 청춘이니까요" (p. 7)

이 책의 구성은 1월부터 12월까지 월별로 구성되어 있는데, 월마다 청춘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시와 저자의 체험이 담긴 생활 속의 이야기가 번갈아 가면서 소개된다.

특히, 저자인 '이영미'가 26번째 교직생활을 하고 있으며, 청소년의 멘토가 되어 주는 활동을 하고 있기에 청춘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 것이다.

젊다는 것은 미숙하기에 실수도 할 수 있고, 실패도 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청춘들에게 자신의 삶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는 얼마든지 있으니,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책하라는 말도 아끼지 않는다.

전체적으로 책 속의 글들은 부드럽고 온화하며 포근한 엄마 품같은 느낌을 준다.

그러나, 저자도 한때는 까칠한 사람이었기에 지인들은 그녀의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나타내기도 했다고 한다. 흘러가는 세월 속에 지금의 그녀는 "괜찮다. 다 괜찮다." 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으로 변하게 되었다.

이 책에 시(詩)만 실렸다면 너무 감성적으로 흐를 수도 있었겠지만, 저자의 산문이 실리게 되니 짧은 호흡과 긴 호흡을 번갈아 내쉬게 되는 것이다.

읽으면 읽을수록 좋아서, 한 번 읽고 책장을 넘기기가 아쉬워 지는 아름다운 시, 희망이 가득한 시에 매료되었다가, 다시 저자의 진심이 담긴 인생이야기를 읽게 되니, 마음은 더 푸근해지는 것이다.

저자의 바람은,

" 나는 글 쓰는 것을 좋아하니 많은 사람들이 위로받고 용기를 얻고 희망을 이야기할 글을 쓰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것처럼요." ( p.77)

시인 용혜원의 시 <함께 있으면 좋은 사람 1>은 몇 번이고 읽고 싶은 시이다.

" 함께 있으면 좋은 사람 1

- 용혜원 -

그대를 만나던 날

느낌이 참 좋았습니다.

착한 눈빛, 해맑은 웃음

한 마디, 한 마디의 말에도

따뜻한 배려가 담겨 있어

잠시 동안 함께 있었는데

오래 사귄 친구처럼

마음이 편안했습니다.

내가 하는 말들을

웃는 얼굴로 잘 들어주고

어떤 격식이나 체면 차림 없이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솔직하고 담백함이

참으로 좋았습니다.

그대가 내 마음을 읽어주는 것 같아

둥지를 잃은 새가

새 보금자리를 찾은 것만 같았습니다

짧은 만남이지만

기쁘고 즐거웠습니다

오랜만에 마음을 함께

나누고 싶은 사람을 만났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장미꽃 한 다발을 받은 것보다

더 행복했습니다

그대는 함께 있으면 있을수록

더 좋은 사람입니다. (p.p. 32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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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사용법 - 제16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대상작 신나는 책읽기 33
김성진 지음, 김중석 그림 / 창비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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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엄마가 배달되기로 한 날' ( 책 속의 글 중에서)

깜짝 놀랄만한 이야기이다. 엄마가 배달되다니...

<엄마 사용법>은 제 16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대상 수상작이다. 그런데, 이런 문장들을 보니 어떤 이야기가 전개될 것인지 궁금증이 생긴다.

 

 

현수는 엄마가 없다. 다른 친구들처럼 엄마가 있었으면 좋겠다. 엄마를 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조립시 생명 장난감에는 엄마가 있다. 생명 장난감은 조립부품을 조립한 후에 '깨어나기' 버튼을 누르면 생명이 들어온다.

현수는 전에도 생명 장난감으로 익룡이 있었는데, 조립하는 과정에서 눈을 붙이지 않고 깨어나기를 하는 바람에 여기 저기 부딪히다가 결국에는 나뭇가지에 걸려서 날개를 퍼득거리다가 파란 사냥꾼들에게 회수되었다.

그러니, 생명 장난감인 엄마의 부품 조립은 신경이 이만 저만 쓰이는 것이 아니다. 잘못 조립하면 엄마는 불량품이 되어 사냥꾼들에게 잡혀 가게 되는 것이다.

 

 

현수는 배달된 엄마를 '엄마 사용법'에 따라서 조심스럽게 조립을 하고, '깨어나기'까지 눌렸건만....

현수가 생각하는 엄마는 청소, 빨래, 요리만을 하는 그런 생명 장난감을 원했던 것은 아닌데, 깨어난 엄마는 그런 일 밖에는 해 주지를 못한다.

현수는 할아버지의 말에 따라 현수가 먼저 엄마에게 원하는 것을 해 보이게 된다.

현수는 엄마가 안아주고, 책도 읽어주고, 사랑한다는 말도 해 주기를 원하기 때문에.

<엄마 사용법>은 로봇 영화에서 볼 수 있었던 감각을 가지지 않은 생명 장난감 엄마를 뛰어 넘어, 다정다감하게 자식을 돌 볼 수 있는 그런 엄마를 그리는 것이다.

로봇이 발달하는 시대에 한 번쯤은 엄마도 생명 장난감으로 탄생시킬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하는 어린이들에게는 풍부한 상상력을 키워 줄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된다.

또한, 진짜 엄마란 일을 하는 엄마가 아니라, 자식을 마음으로 보살펴 줄 수 있어야 함을 깨닫게 해주기도 한다.

이 책을 읽는 어린이들은 어떤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엄마가 없는 아이들이라면 현수처럼 진짜 엄마가 그리워질 것이다.

엄마 말을 잘 듣지 않던 아이들이라면 자신들의 가정에 엄마가 존재한다는 것만도 얼마나 큰 행복인가를 깨닫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이 이야기가 더 감동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예쁜 마음씨를 가진 현수가 있기 때문이다.

비록 생명 장난감 엄마이지만, 차츰 현수의 마음으로 다가오는 진짜 엄마같은 엄마.

그 엄마를 파란 사냥꾼으로 부터 보호해 주고 싶은 마음.

그리고, 엄마와 함께 새로운 가정을 만들고 싶은 현수의 마음이 잔잔하게 가슴속에 들어온다.

<엄마 사용법>은 가정의 소중함을, 그리고 엄마의 역할을 생각해 볼 수 있는 그런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아름다운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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