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여행 당신에게 시리즈
최갑수 지음 / 꿈의지도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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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갑수 시인의 시는 읽은 기억이 없다. 그러나 그가 쓴 여행 에세이는 여러 권을 읽었다. 그래서 그가 시인이라는 생각보다는 여행자라는 생각이 더 먼저 드는 것이다.

<당신에게, 여행>의 저자는 1997년 계간 <문학동네>를 통해서 시로 등단하였다. 그리고 일간지와 잡지사에서 여행기자로 일했다.

그래서 그의 사진을 따라, 글을 따라 가는 여행은 언제나 마음이 포근해지고 아름다워지고 차분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 책 속에는 우리나라에서 아름답기도 이름이 난 곳은 모두 담겨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풍경이 아름다운 곳들이 사진과 함께 소개된다.

우리나라 감성 여행지 99곳이 소개된다. 사진과 글, 그리고 작가가 고이 간직했던 그곳에 대한 정보가 'TRAVEL NOTE'올려져 있다.

이 아름다운 곳을 '언제 가면 좋을까' ' 어떻게 가야 할까' '그곳에서 무엇을 볼까' ' 촬영 포인트는' 그리고 '그곳에서 무엇을 먹을까' ....

한때는 역마살이 꼈다고 할 정도로 우리나라를 휘젓고 다녔지만, 이제는 우리나라 어디를 간다는 것이 때론 썩 내키지가 않을 때가 많다.

즐거운 마음으로 떠난 여행길에서 꽉 막히는 도로 속에 갇혀 있었던 경험들이 그리 유쾌하지는 않았기 때문인 것같다.

학창시절에는 배낭을 메고 사람이 더 이상 탈 수 없을 정도로 빽빽한 시외버스를 타고도 즐거웠었는데...

완행 기차를 타고 쉬며 쉬며 가는 여행길도 즐겁기만 했는데....

그런데, 이책을 읽다보니 훌훌 털고 어디론가 가야만 할 것같은 생각이 든다.

봄은 봄대로, 여름은 여름대로, 가을은 가을대로, 겨울은 또 겨울대로 아름다운 곳이 이 책 속에 가득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복사꽃이 아름다운 곳, 매화가 흐드러지게 핀 곳, 맑은 물이 흐르는 곳, 대나무나 자작나무가 울창한 곳...

2007년 아시아 최초로 치타슬로(자연과 전통문화가 잘 보호된 곳)인증을 받은 증도의 소금밭.

횡성의 이름도 예쁜, '미술관 자작나무 숲'

가평의 산골짜기에 유럽풍 건물이 들어선 작고 귀여운 '쁘띠 프랑스'

청송의 주산지.

" 기이한 풍경이다. 물 속에 나무가 뿌리를 박고 자라고 있는 모습이란!

주산지를 찾은 사람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한다. 연못은 주왕산 자락을 담고 몸을 비튼 왕버드나무를 담고 구름을 담고 흔들린다." (p. 100)

정약용의 유배지인 강진의 다산 초당가는 길.

가 볼만한 곳, 분위기가 있는 장소는 이 책 속에 모두 모아 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같은 곳이라고 해도 계절에 따라서 그 빛이 다르고, 누구와 가느냐에 따라서 그 감동이 다른 것 또한 여행이 아닐까.

" (...) 여행이란 게 마음 속 한 켠에 맑은 시냇물 흐르게 하고 열목어 두어 마리 키우는 일, 사는 게 팍팍하거나 괜히 안쓰럽게 느껴질 때 개울물을 빤히 들여다 보는 일, 그런 일 아닐까 하는 섣부른 생각도 가져 본다. " (p. 135)

강진의 영랑 생가의 뒷마당에 동백꽃이 낭자하게 떨어졌다. 동백은 나무에 피어 있을 때도 아름답지만, 빨갛게 땅위에 떨어진 모습에서 더 애처러움을 느끼게 하는 꽃이 아니던가...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황홀한 책, 그리고 시인이 들려주는 작은 목소리의 이야기들을 듣는 듯한 글을 읽는 것만을도 마음이 따뜻해 진다.

그래서 나는 최갑수 시인의 여행 에세이를 즐겨 읽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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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라! 명화 속 숨은 그림 그림과 친해지는 명화 톺아보기 1
장세현 지음 / 낮은산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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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작품을 감상하다보면 그림 속에 아무런 연관이 없는 것같은데, 해골바가지가 그려져 있고, 생쥐가 있고, 파리가 앉아 있고, 여자들의 자화상에서는 책을 들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든가 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예전에는 누구의 무슨 작품이라는 것에만 관심이 있어서 화폭 속의 그림들을 자세하게 들여다 보지 않았기에 그냥 지나쳐 버렸지만, 미술관을 자주 찾다 보니, 도슨트 시간을 이용하면 이런 것들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어서 작품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찾아라 ! 명화 속 숨은 그림>은 어린이들을 위한 책인데, 이런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화가들이 자신의 그림 속에 숨은 그림 속의 수수께끼를 풀어나갈 때에 필요한 암호처럼 그런 장치들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책 속에서 그런 비밀스러운 장치들을 찾아 낼 수 있다면 미술 감상은 더 재미있어 질 것이다.

특히 어린이들은 미술작품을 접할 때에 어렵다는 선입견을 먼저 가지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왜 화가들이 그런 그림을 그리게 되었는가를 알게 된다면, 그 그림이 그려진 시대상이나 미술 사조도 자연스럽게 알게 될 것이다.

특히, 서양 미술은 기독교 문화와도 깊은 관련이 있으니, 그림을 통해서 그런 점들도 배울 수 있게 될 것이다.

이 책 속에는 미술작품 19개에 대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데, 그중에 몇 작품을 소개하면,

'한스 홀바인'의 <대사들>은 영국의 성공회를 만든 헨리 8세 때의 대사들의 모습을 그린 자화상인데, 이 그림을 이해하려면 영국의 헨리 8세 시대의 역사를 알아야 한다. 헨리 8세의 왕비였던 캐서린과 앤 블린의 이야기를 안다면 좋겠지만...

이 그림 속에는 2명의 대사를 그린 그림인데, 생뚱맞게 해골바가지와 십자가에 못박힌 예수상이 그려져 있다. 특히 예수상은 화폭을 샅샅히 뒤져야만 볼 수 있다.

이 그림의 중앙에는 탁자가 놓여 있는데, 그 위에 있는 물건들은 위대한 과학기술을 뽐내는 것들이다. 바로 해골은 이런 발달된 과학기술이 헛되다는 것을 암시한다. 곧 해골이 죽음을 상징하기에, 죽음 앞에 모든 것은 헛되다는 것이고, 그런 인간을 구원하는 것이 예수임을 작게 그려진 구석의 예수상이 말해 주는 것이다.

'주세페 아르침 볼드'의 <사계절> 연작은 도대체 정물화인지? 초상화인지?

숨은 그림찾기처럼 각종 꽃과 과일들로 뒤섞여 있는데, 특히 <정원사> 그림은 이 그림을 거꾸로 놓아야 정원사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이다.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궁정의 시녀들>은 그림에 대한 해석이 널리 알려져 있는 그림인데, 이 그림을 소재로 '박민규' 작가는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란 소설을 쓰기도 했다.

특히 흥미로운 그림은 '피터르 브뤼헐'의 <네덜란드 속담>이다. 처음 이 그림을 보고 '왜 이리도 난장판일까?'하는 생각을 했는데, 이 그림 한 장 속에는 85개 이상의 네덜란드 속담이 담겨져 있다.

초현실주의 화가인 ' 살바도르 달리'의 <볼테르 흉상이 있는 노예 시장>에서 볼테르의 흉상을 찾는다는 것은 설명이 없이는 어려운 일이고, 그림 자체를 조금은 어긋나게 하고 보아야 잘 보인다. 착시 현상이라고 하면 될 것이다.

'샤갈'은 자신의 자화상을 그린 그림에서 일부러 신체의 일부분을 잘못 그렸다. 자세히 보면 손가락이 7개이다. 화가로서 오른손이 7개 였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던 것은 아닐까.

저자는 19개의 그림들의 설명과 함께 그림 속에 숨어 있는 것을 찾아 보도록 한다. 그런데, 질문에 대한 답은 책의 마지막 부분에 실어 놓았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미술 작품 속에 담겨진 깊은 뜻을 알게 되는데, 그런 의미들은 다른 작품에서도 같은 의미로 쓰여지기도 하니, 미술작품을 좀더 꼼꼼히 살펴보는 습관을 키워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 사진출처: <찾아라 ! 명화 속 숨은 그림>에서,

책 속의 사진을 찍었으나 명확하지 않게 나온 사진들이 있어서 그런 경우에는 Daum 이미지에서 퍼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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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 저택의 비밀 1 - 모로 백작의 초대 모로 저택의 비밀 1
스토리 이펙트 글, 이정태 그림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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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저택의 비밀>은 앱스토어 스마트폰 게임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만화이다. 작가는 만화를 만들기 위해서 이 게임을 열심히 해 보았다고 한다. 그런데, 정말 재미있었다는 평이다.

만화와 게임은 다른 점도 있는데, 그것은 게임에는 없는 함정과 암호 트릭, 인물들의 숨겨진 이야기는 만화에서만 읽을 수 있으니, 게임보다 더 많은 상상력과 추리력, 창의력을 요하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만화를 읽다보면 그 속에 나오는 암호를 풀기 위해서 또는 내용에 나오는 과학적 지식을 보충하기 위한 '앙투안의 ~~ 노트'가 있어서 어린이들에게 창의력과 지식을 함께 가져다 준다고 할 수 있다.

이야기는 어느날 모로 백작의 양아들인 앙투안에게 백작의 편지가 도착한다. 그런데, 초반부터 흥미롭게도 그 편지는 암호편지이다. 어떤 의미도 찾아 볼 수 없는 글자들이 적힌 편지와 함께, 그 암호를 풀기 위한 구멍이 뚫린 천공카드 2장이 배달된 것이다.

앙투안은 파리 기숙학교를 떠나 백작이 사는 모로저택으로 가게 된다. 그런데, 백작은 이미 세상을 떠났고, 그에게 남겨진 것은 유언이 담긴 상자 뿐이다. 물론 그 상자도 그냥 열리지는 않는 것이다.

백작이 남긴 유언장. 그리고 백작의 주치의인 페르디낭의 말 한 마디는 저택을 긴장감에 휩싸이게 만든다.

" 부검결과 모로 백작의 사망 원인은 심장마비가 아닌 약물에 의한 사망, 즉, 독살이란 말일세!"

백작은 5명의 친 자식이 있었는데, 왜 양아들인 앙투안에게 전 재산을 남겨 주었을까?

모로 백작을 독살한 사람은 저택 안에 있다. 그렇다면 범인은 친 자식들이나 저택에서 살고 있는 고용인이라는 말인가?

8년만에 저택에 돌아온 앙투안은 그동안 변한 저택의 모습이 낯설기만 하고, 백작의 자녀들은 이번 기회에 앙투안을 저택에서 몰아내려고 한다.

전재산을 물려 받고 심지어는 범인으로 몰린 앙투안은 자신이 범인을 잡겠다는 조건으로 5일의 기한을 약속받게 되는데....

<모로저택의 비밀>은 추리만화가 가질 수 있는 모든 재미를 다 갖추고 있다.

명탐정보다 더 명탐정같은 면모를 갖춘 앙투안의 추리력은 사건을 풀어내는 듯하지만, 그리 쉽게 범인이 잡힐 까닭이 있겠는가?

처음 범인으로 지목된 사람은 결백함을 인정받게 되기 마련이지만, 그렇다고 방심하면 절대 안 되는 것이 추리를 풀어 나가는 첫 걸음이 아닐까.

그리고 앙투안을 시시때때로 노리는 '의문의 사나이'. 그는 누구의 사주를 받은 자일까?

아니면 앙투안을 도와주려는 그 어떤 사람(백작?)의 하수인은 아닐까?

책 속에는 함께 책을 읽고, 문제를 풀고 해결해 나가면 더 재미있게 여러가지 장치가 되어 있다.

암호편지 풀기, 거짓을 말하는 사람 찾아내기, 미로찾기, 숫자와 자모음을 조합하여 비밀 글자 찾기, 과학원리 등....

이 책은 단순히 추리만화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어린이들에게 상상력과 추리력, 논리력을 요구하는 내용들이 많이 담겨 있다. 그래서 학습만화이기도 하다.

<모로 저택의 비밀>은 시리즈로 구성되어서 앞으로 계속 출간될 예정이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 문제를 풀면 좋을 페이지들이 다수 있으니, 함께 읽으면서 자녀들이 어떻게 범인을 찾아내는가를 보고, 의논을 나누어 보면 더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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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무늬영원
한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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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랍어 시간>을 시작으로 읽게 된 한강의 작품들.

장편소설에서 동화, 그리고 산문집까지 장르마다 새로운 작가의 작품세계를 엿 볼 수 있었다. 신선하다고 해야할까, 산문집인 <가만가만 부르는 노래>에는 작가가 직접 작사하고 작곡하고 부른 노래 CD까지 들어 있었다.

동화는 가슴에 잔잔한 여운을 남겨 두었고, <희랍어 시간><바람이 분다, 가라>는 같은 작가의 소설이지만 다른 느낌을 주는 작품이었다.

<바람이 분다, 가라>는 등장인물들의 감정의 흐름이나 그들의 관계, 소설이 전개되는 방식과 문체들이 소설의 형식을 벗어나 있다. 소설의 시제 역시,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가 어떤 장면의 바뀜이 없이 그대로 뒤죽박죽으로 섞여서 쓰여졌다.

다시 말하자면,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면서, 인물과 인물 사이를 돌아다니면서 이야기의 내용이 전개되는 소설이다.

이런 것들이 소설을 읽는 과정에서 처음에는 몰입에 방해가 되기도 한다.

읽다보면 글의 내용이 대사부분에 해당하는 부분이고, 읽다보면 과거의 어떤 싯점으로 이야기가 돌아가 있고, 다시 현재 싯점으로 돌아와 있던 이야기는 과거의 또다른 싯점에 가 있는 것이다.

또한, 정희의 이야기인가 하면, 인주의 이야기로 넘아가 있기도, 또다른 등장인물의 이야기가 전개되기도 한다.

소설의 앞부분에서는 소설을 읽는 속도가 떨어지게 되는데, 그 이유는 이런 소설의 전개 방식이나 문체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마치 소설의 전체 내용이 큰 퍼즐의 바탕이라면, 그 속의 이야기들은 퍼즐 조각이 되어서, 그것을 맞추어 나가는 작업과도 같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큼직한 퍼즐 조각이 아닌, 세밀하게 나누어진 퍼즐 조각이어서, 이쪽에서 맞추다가, 다른 쪽의 퍼즐이 나오면 그 쪽을 맞추어 나가는 고난도의 퍼즐 맞추기와 같은 것이다.

거기에 우주의 신비, 생의 기원과 같은 천제 물리학에 대한 이야기, 그림에 관한 이야기까지 폭넓고 깊이 있는 생소한 이야기와도 만나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바람이 분다, 가라>는 읽기가 그리 쉬운 소설은 아니다.

얼마전에 출간된 '한강'의 세 번째 소설집인 <노랑무늬영원>은 7편의 단편소설이 담겨 있다. 단편소설은 장편소설 보다는 짧기에 함축된 내용들이 담겨 있어서 자칫하면 작가가 그 작품에서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무엇인가를 감지하기가 힘든 경우가 많다. <노랑무늬 영원>도 한강의 작품을 처음 읽는 독자들이라면 쉽게 그런 것들을 찾아낼 수 없을 것이다.

이 책의 끝머리에 나와 있는 '작가의 말'를 빌리면,

" 단편은 성냥 불꽃 같은 데가 있다. 먼저 불을 당기고, 그게 꺼질 때까지 온 힘으로 지켜본다. 그 순간들이 힘껏 내 등을 앞으로 떠밀어 줬다. " (p. 308)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은 수 년 동안 작가의 고통과 그 흔적이 남긴 결과로 세상에 나오게 된 작품들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7편의 단편소설에는 자주 나오는 소재들이 있다.

아주 가까운 사람의 죽음 또는 언젠가 알았던 사람의 죽음에 대한 소식, 특별히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평탄하지도 않기에 어긋나게 되는 부부의 이야기, 네팔이나 인도 여행, 꿈(악몽)이야기, 말을 듣지 않는 손 이야기 등이 작품마다 이렇게 저렇게 얽혀서 들어가 있다.

7편의 이야기 중에 <왼손>은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제멋대로 행동하는 왼손때문에 겪게 되는 이야기인데, 신경숙의 소설집인 <모르는 여인들>에 실린 '그가 지금 풀숲에서'의 아내의 이야기와 유사하다.

이 책에서 등장하는 사람들은 자신만의 트라우마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것이 어떤 이유였던간에... 그래서 힘들어 하고, 아파한다. 그러나 외부로 그런 것들을 나타내기 보다는 내면에 숨겨 놓고서.

작품들은 그것마다 특색이 있지만, 그 중에서 가장 여운이 남는 것은 <밝아지기 전에>와 이 책의 표제작인 <노랑무늬영원>이다.

<밝아지기 전에>는 직장 동료였던 은희 언니 이야기를 통해서 자신의 모습을 반추해 보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노랑무늬영원>은 화실에 가던 중에 검은 개를 피하려다가 교통사고가 일어난다. 그 개를 쳤다면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겠지만, 그 사고로 인하여 손을 다치게 된 그녀는 그림을 그리는 작업은 물론, 집안일도 하지 못하게 된다. 그러니, 남편과의 관계는 점점 멀어져 가게 되고...

그런 중에 어느 사진관에 자신의 사진이 걸려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과거 속의 한 남자를 떠올리게 된다. 등산길에 단 한 번 만났던 그 남자의 근황을 알게 되는데...

그녀가 교통사고가 났던 그 시절에, 그래서 힘겹고 무기력한 인간으로 전락하게 된 그 시기에 그 남자는 미국에서 총을 맞고 죽었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같이 생각해 볼 수 있는 이야기는 친구의 아들이 가지고 놀던 도마뱀의 학명이 '노랑무늬영원', 불도마뱀, Fire Slalmander 이다. 그 도마뱀은 사고로 한쪽 발을 잃었는데, 다시 새살이 돋아나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가 교통사고로 인하여 느꼈던 상실감, 무력감은 이 한 장의 사진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2가지 이야기로 인하여 치유될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이 사고로 인하여 힘겨운 2년을 살아 가던 때에 그가 알던 그 누군가는 총탄에 삶을 마감했던 것이다.

타인의 죽음으로 인하여 자신의 삶을 되짚어 볼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도마뱀의 잘린 발에서 새 살이 돋아 나듯이, 자신도 언젠가는 아픈 마음과 몸이 치유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파란돌>에 나오는 한 문장도 이 책에 담긴 작품들과 같은 느낌으로 다가오기에 여기에 적어 본다.

" 그러니 당신에게 물어도 되겠어요.

거긴 지낼 만한가요. 빗소리를 여전히 들을 만한가요.

영원히 가져오지 못하게 된 감자 생각을 잊었나요.

오래전 꾸었다는 꿈 속의 당신, 부풀어오른 팔로 파란 돌을 건지고 있나요. 물의 감촉이 느껴지나요. 햇빛이 느껴지나요. 살아 있다는게 느껴지나요. 나도 여기서 느끼고 있어요. " (p. 215)

극한 상황에 몰린 냉정한 인간들의 삶을 들여다 보면서 그들이 더 깊은 곳으로 숨어 버리기 보다는 조금씩 세상곁으로 나올 수 있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한강'은 이 7편의 소설을 10 여년에 걸쳐서 썼다고 한다. 작가가 말하고 싶은 것은 아마도 회복일 것이다.

노랑색이 가진 희망, 그것을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느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그동안 읽었던 '한강'의 소설들은 그리 달달한 소설들은 아니다. 그리고 편안하게 '룰루 랄라' 하면서 읽을 수 있는 작품들도 아니다.

책장을 펼치는 순간, 사유의 세계로 들어가야 한다. 그래서 한강의 소설들이 끌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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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 이야기는 음악이 되었을까 - 아름다운 멜로디 뒤에 가리어진 반전 스토리
이민희 지음 / 팜파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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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보면 어느새 추억 속의 한 장면으로 돌아가 있을 때가 있다. < 왜 그 이야기는 음악이 되었을까>를 읽으면서 중고등학교 시절의 FM- RADIO에 대한 추억이 떠오르는 것이다.

언니와 함께 방을 쓰던 나는 잠결에 들려오는 음악소리에 익숙해져 있었다.

'밤을 잊은 그대에게'나 '별이 빛나는 밤에'의 시그널 뮤직은 그래서 너무도 정겹게 느껴진다. 오랜만에 이 음악을 찾아서 들어보니, 가슴이 뭉클해짐을 느낄 수 있다. 아니 눈물이 나올 정도라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감성에 젖게 된다.

이 때에 들었던 음악 중에 트윈 폴리오의 '웨딩케익, 'Marie Osmond 의 'Paper Roses', 카펜터스의 ' Yesterday Once More', kansas의 'Dusty In The Wind'등은 지금 들어도 그 시절의 한 장면이 떠오를 정도로 추억 속의 이야기가 담긴 음악들이다.

이 책을 펼치자 마자 이런 저런 생각들이 떠오르는 것은 책 속에 담긴 24곡의 음악들이 만들어지게 된 이야기가 어느 한 시점으로 시간여행을 하게 해주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왜 그 이야기가 음악으로 만들어졌는가에 대한 상황과 당시의 음악 세계 등에 관한 이야기이니 내용은 흥미롭고 재미있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책 속의 음악들의 음율을 생각하면서 음악을 듣기보다는 음악을 읽는다고 해야할 것이다.

그런데, 24곡의 음악이야기는 이미 우리들이 잘 알고 있는 이야기들도 다수가 있다. 헨델의 '메시아'. 사이먼 앤 가펑클의 ' El ConderPasa', 존 레논의 'Imagine', 레조 세레스의 'Gloomy Sunday' ,모차르트의'Requiem', 윤심덕의 '사의 찬미' , 알라 푸가체바의 ' 백만 송이 장미' 등은 여러 책들이나 영화 등에서 다루었던 소재들이기에 익히 잘 알고 있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이렇게 또 한 권의 책으로 엮어서 읽게 되니 그 배경을 더 잘 알 수 있다.

며칠 전에 읽었던 <샌프란시스코에 반하다>에서 살짝 이야기되었던 스콧 맥켄지의 노래 'San Francisco'는 '샌프란시스코에 가게 되면 머리에 꽃을 꽂으세요'라는 단순한 의미로만 생각했는데, 그 배경이나 이 음악의 확산은 생각이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노래는 미국에서 유럽으로 퍼져 나갔으며, 1968년의 체코슬로바키아의 민주 자유화 운동인 '프라하의 봄'에서도 불려졌던 노래이다. 한 때 미국을 휩쓸었던 히피의 대안문화를 상징하기도 하지만, 거기에서 더 나아가 온 세계의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일깨우는 화해의 노래이기도 하다.

" 노래는 머리에 꽃을 꽂고, 폭력으로 얼룩진 세상과 화해하자고 말하고 있다. " (p. 27)

헨델의 '메시아'가 끝나면 모든 관객은 기립박수를 치는 것이 통상적인 광경이다. 이 음악을 작곡할 당시에 헨델은 극도로 건강이 악화되었고, 경제적으로도 궁핍한 상황이었다. 그런 어느날 그에게 전달된 제닌스의 한 편의 시에서 출발한 음악이 '메시아'이다. 이 곡은 연주에만 총 2시간 30분이 소요될 정도로 긴 곡이지만, 헨델의 영감은 단 3주만에 이 작품을 작곡할 정도로 정열적이었던 것이다. 악보만 무려 260장에 달하는 대작인 '메시아'를 듣는 사람들이 기립박수를 보낼 수 밖에 없는 것은 바로 헨델의 위력이 아닐까.

이 작품에서 가장 유명한 곡이 코러스 '할렐루야'이다.

사이먼 앤 가펑클의 ' El ConderPasa'는 페루인의 혼이 담긴 음악이라고 할 수 있다. 이야기는 1532년 프란시스코 피사로의 정복으로 페루가 침략을 당하게 되자, 침략자와 맹렬하게 싸운 인물이 투팍 아마루 2세이다. 그는 스페인의 지원군에 의해 쿠스코 광장에서 비참하게 처형을 당한다. 그러나 잉카의 후예들은 그의 죽음을 인정하지 않고 그가 콘도로로 다시 태어나 안데스 산맥에 둥지를 틀고 영원한 생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18세기 이후 이 이야기는 전설처럼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달되면서 잊지 않으려고 노래로 불려지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 El ConderPasa' 이다.

그래서 이 곳은 신대륙 발견의 역사와 함께 핍박받았던 잉카인들의 혼이 담겠다고 할 수 있다.

'Gloomy Sunday' 는 자살을 부르는 노래라고 알려진 곡이다. 1936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유행처럼 번진 자살사건. 자살자의 곁에는 이 악보가 있거나 음악이 흘러나왔다고 하는....

20세기의 자살이 자살을 부르는 '베르테르 효과'와 같은 의미로 생각하면 된다. 'Gloomy Sunday' 의 작곡가인 레조 세레스의 약혼자의 자살, 그리고 작곡자 자신의 자살....

슬프고 우울한 이야기인데, 알라 푸가체바의 '백만 송이 장미'도 화가 니코 피로스마니의 소심한 사랑이 탄생시킨 노래이다.

" ... 그러나 만남은 짧았고

곧 밤 기차가 그녀를 데려갔네.

그래도 장미의 노래가 그녀 곁에 있었네.

불행한 화가의 삶도 꽃으로 가득했다네." - 알가 푸가체바의 ' 백만 송이 장미' 중에서 -

아름다운 멜로디, 우울한 멜로디, 슬픈 멜로디 뒤에 얽힌 그 음악이 나오게 된 이야기를 이 책을 통해서 읽을 수 있다.

음악이 만들어진 배경을 알고 그 음악을 듣는다면 훨씬 그 음악이 가슴에 더 가까이 다가올 수 있다고 생각된다.

아주 재미있는 한 편, 한 편의 짧은 이야기를 읽는다는 생각으로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니, 음악을 좋아한다면, 그 음악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를 알고 싶다면 한 번 읽어보면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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