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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여행 ㅣ 당신에게 시리즈
최갑수 지음 / 꿈의지도 / 2012년 7월
평점 :
품절
최갑수 시인의 시는 읽은 기억이 없다. 그러나 그가 쓴 여행 에세이는 여러 권을 읽었다. 그래서 그가 시인이라는 생각보다는 여행자라는 생각이 더 먼저 드는 것이다.
<당신에게, 여행>의 저자는 1997년 계간 <문학동네>를 통해서 시로 등단하였다. 그리고 일간지와 잡지사에서 여행기자로 일했다.
그래서 그의 사진을 따라, 글을 따라 가는 여행은 언제나 마음이 포근해지고 아름다워지고 차분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 책 속에는 우리나라에서 아름답기도 이름이 난 곳은 모두 담겨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풍경이 아름다운 곳들이 사진과 함께 소개된다.
우리나라 감성 여행지 99곳이 소개된다. 사진과 글, 그리고 작가가 고이 간직했던 그곳에 대한 정보가 'TRAVEL NOTE'에 올려져 있다.
이 아름다운 곳을 '언제 가면 좋을까' ' 어떻게 가야 할까' '그곳에서 무엇을 볼까' ' 촬영 포인트는' 그리고 '그곳에서 무엇을 먹을까' ....
한때는 역마살이 꼈다고 할 정도로 우리나라를 휘젓고 다녔지만, 이제는 우리나라 어디를 간다는 것이 때론 썩 내키지가 않을 때가 많다.
즐거운 마음으로 떠난 여행길에서 꽉 막히는 도로 속에 갇혀 있었던 경험들이 그리 유쾌하지는 않았기 때문인 것같다.
학창시절에는 배낭을 메고 사람이 더 이상 탈 수 없을 정도로 빽빽한 시외버스를 타고도 즐거웠었는데...
완행 기차를 타고 쉬며 쉬며 가는 여행길도 즐겁기만 했는데....
그런데, 이책을 읽다보니 훌훌 털고 어디론가 가야만 할 것같은 생각이 든다.
봄은 봄대로, 여름은 여름대로, 가을은 가을대로, 겨울은 또 겨울대로 아름다운 곳이 이 책 속에 가득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복사꽃이 아름다운 곳, 매화가 흐드러지게 핀 곳, 맑은 물이 흐르는 곳, 대나무나 자작나무가 울창한 곳...




2007년 아시아 최초로 치타슬로(자연과 전통문화가 잘 보호된 곳)인증을 받은 증도의 소금밭.

횡성의 이름도 예쁜, '미술관 자작나무 숲'
가평의 산골짜기에 유럽풍 건물이 들어선 작고 귀여운 '쁘띠 프랑스'

청송의 주산지.
" 기이한 풍경이다. 물 속에 나무가 뿌리를 박고 자라고 있는 모습이란!
주산지를 찾은 사람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한다. 연못은 주왕산 자락을 담고 몸을 비튼 왕버드나무를 담고 구름을 담고 흔들린다." (p. 100)

정약용의 유배지인 강진의 다산 초당가는 길.
가 볼만한 곳, 분위기가 있는 장소는 이 책 속에 모두 모아 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같은 곳이라고 해도 계절에 따라서 그 빛이 다르고, 누구와 가느냐에 따라서 그 감동이 다른 것 또한 여행이 아닐까.
" (...) 여행이란 게 마음 속 한 켠에 맑은 시냇물 흐르게 하고 열목어 두어 마리 키우는 일, 사는 게 팍팍하거나 괜히 안쓰럽게 느껴질 때 개울물을 빤히 들여다 보는 일, 그런 일 아닐까 하는 섣부른 생각도 가져 본다. " (p. 135)

강진의 영랑 생가의 뒷마당에 동백꽃이 낭자하게 떨어졌다. 동백은 나무에 피어 있을 때도 아름답지만, 빨갛게 땅위에 떨어진 모습에서 더 애처러움을 느끼게 하는 꽃이 아니던가...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황홀한 책, 그리고 시인이 들려주는 작은 목소리의 이야기들을 듣는 듯한 글을 읽는 것만을도 마음이 따뜻해 진다.

그래서 나는 최갑수 시인의 여행 에세이를 즐겨 읽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