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 이야기는 음악이 되었을까 - 아름다운 멜로디 뒤에 가리어진 반전 스토리
이민희 지음 / 팜파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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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보면 어느새 추억 속의 한 장면으로 돌아가 있을 때가 있다. < 왜 그 이야기는 음악이 되었을까>를 읽으면서 중고등학교 시절의 FM- RADIO에 대한 추억이 떠오르는 것이다.

언니와 함께 방을 쓰던 나는 잠결에 들려오는 음악소리에 익숙해져 있었다.

'밤을 잊은 그대에게'나 '별이 빛나는 밤에'의 시그널 뮤직은 그래서 너무도 정겹게 느껴진다. 오랜만에 이 음악을 찾아서 들어보니, 가슴이 뭉클해짐을 느낄 수 있다. 아니 눈물이 나올 정도라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감성에 젖게 된다.

이 때에 들었던 음악 중에 트윈 폴리오의 '웨딩케익, 'Marie Osmond 의 'Paper Roses', 카펜터스의 ' Yesterday Once More', kansas의 'Dusty In The Wind'등은 지금 들어도 그 시절의 한 장면이 떠오를 정도로 추억 속의 이야기가 담긴 음악들이다.

이 책을 펼치자 마자 이런 저런 생각들이 떠오르는 것은 책 속에 담긴 24곡의 음악들이 만들어지게 된 이야기가 어느 한 시점으로 시간여행을 하게 해주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왜 그 이야기가 음악으로 만들어졌는가에 대한 상황과 당시의 음악 세계 등에 관한 이야기이니 내용은 흥미롭고 재미있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책 속의 음악들의 음율을 생각하면서 음악을 듣기보다는 음악을 읽는다고 해야할 것이다.

그런데, 24곡의 음악이야기는 이미 우리들이 잘 알고 있는 이야기들도 다수가 있다. 헨델의 '메시아'. 사이먼 앤 가펑클의 ' El ConderPasa', 존 레논의 'Imagine', 레조 세레스의 'Gloomy Sunday' ,모차르트의'Requiem', 윤심덕의 '사의 찬미' , 알라 푸가체바의 ' 백만 송이 장미' 등은 여러 책들이나 영화 등에서 다루었던 소재들이기에 익히 잘 알고 있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이렇게 또 한 권의 책으로 엮어서 읽게 되니 그 배경을 더 잘 알 수 있다.

며칠 전에 읽었던 <샌프란시스코에 반하다>에서 살짝 이야기되었던 스콧 맥켄지의 노래 'San Francisco'는 '샌프란시스코에 가게 되면 머리에 꽃을 꽂으세요'라는 단순한 의미로만 생각했는데, 그 배경이나 이 음악의 확산은 생각이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노래는 미국에서 유럽으로 퍼져 나갔으며, 1968년의 체코슬로바키아의 민주 자유화 운동인 '프라하의 봄'에서도 불려졌던 노래이다. 한 때 미국을 휩쓸었던 히피의 대안문화를 상징하기도 하지만, 거기에서 더 나아가 온 세계의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일깨우는 화해의 노래이기도 하다.

" 노래는 머리에 꽃을 꽂고, 폭력으로 얼룩진 세상과 화해하자고 말하고 있다. " (p. 27)

헨델의 '메시아'가 끝나면 모든 관객은 기립박수를 치는 것이 통상적인 광경이다. 이 음악을 작곡할 당시에 헨델은 극도로 건강이 악화되었고, 경제적으로도 궁핍한 상황이었다. 그런 어느날 그에게 전달된 제닌스의 한 편의 시에서 출발한 음악이 '메시아'이다. 이 곡은 연주에만 총 2시간 30분이 소요될 정도로 긴 곡이지만, 헨델의 영감은 단 3주만에 이 작품을 작곡할 정도로 정열적이었던 것이다. 악보만 무려 260장에 달하는 대작인 '메시아'를 듣는 사람들이 기립박수를 보낼 수 밖에 없는 것은 바로 헨델의 위력이 아닐까.

이 작품에서 가장 유명한 곡이 코러스 '할렐루야'이다.

사이먼 앤 가펑클의 ' El ConderPasa'는 페루인의 혼이 담긴 음악이라고 할 수 있다. 이야기는 1532년 프란시스코 피사로의 정복으로 페루가 침략을 당하게 되자, 침략자와 맹렬하게 싸운 인물이 투팍 아마루 2세이다. 그는 스페인의 지원군에 의해 쿠스코 광장에서 비참하게 처형을 당한다. 그러나 잉카의 후예들은 그의 죽음을 인정하지 않고 그가 콘도로로 다시 태어나 안데스 산맥에 둥지를 틀고 영원한 생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18세기 이후 이 이야기는 전설처럼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달되면서 잊지 않으려고 노래로 불려지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 El ConderPasa' 이다.

그래서 이 곳은 신대륙 발견의 역사와 함께 핍박받았던 잉카인들의 혼이 담겠다고 할 수 있다.

'Gloomy Sunday' 는 자살을 부르는 노래라고 알려진 곡이다. 1936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유행처럼 번진 자살사건. 자살자의 곁에는 이 악보가 있거나 음악이 흘러나왔다고 하는....

20세기의 자살이 자살을 부르는 '베르테르 효과'와 같은 의미로 생각하면 된다. 'Gloomy Sunday' 의 작곡가인 레조 세레스의 약혼자의 자살, 그리고 작곡자 자신의 자살....

슬프고 우울한 이야기인데, 알라 푸가체바의 '백만 송이 장미'도 화가 니코 피로스마니의 소심한 사랑이 탄생시킨 노래이다.

" ... 그러나 만남은 짧았고

곧 밤 기차가 그녀를 데려갔네.

그래도 장미의 노래가 그녀 곁에 있었네.

불행한 화가의 삶도 꽃으로 가득했다네." - 알가 푸가체바의 ' 백만 송이 장미' 중에서 -

아름다운 멜로디, 우울한 멜로디, 슬픈 멜로디 뒤에 얽힌 그 음악이 나오게 된 이야기를 이 책을 통해서 읽을 수 있다.

음악이 만들어진 배경을 알고 그 음악을 듣는다면 훨씬 그 음악이 가슴에 더 가까이 다가올 수 있다고 생각된다.

아주 재미있는 한 편, 한 편의 짧은 이야기를 읽는다는 생각으로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니, 음악을 좋아한다면, 그 음악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를 알고 싶다면 한 번 읽어보면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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