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날 - 마음이 따스해지는 31가지 생일 이야기
소고 유카리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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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날은 어느 날일까?

새로운 인생을 출발하는 결혼식날일 수도 있고, 첫 아이가 태어나는 경이로운 날일 수도 있고, 자신이 목표로 했던 것에 도달한 날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가장 소중하게 생각되는 날은 아마도 1년에 한 번 돌아오는 생일이 아닐까.

"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당신의 삶 속에서 그 사랑 받고 있지요~"

누구에게나 생일에 얽힌 에피소드 한 두 가지는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생일이 모든 이들에게 기쁘고 축복받은 날은 아닌 것이다.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더없이 초라하고 슬픈 날이 될 수도 있고, 사랑하는사람을 멀리 떠나 보내 사람들에게는 그 날이 한없이 가슴 아픈 날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 책에는 이와같이 누군가에게 특별했던 생일에 관한 에피소드가 31가지 담겨 있다.

이 책의 저자인 '소고 유카리'는 3인조 팝 밴드 '밍크존'의 보컬인데, 길거리 라이브를 통해 팬들이 늘어나면서 2011년에는 미니 앨범 <종이 피아노>를 발표하면서 데뷔한다. '밍크존' 밴드는 공연이 끝날 때마다 관객들의 '생일 에피소드'를 발표하게 되는데, 그것을 모아 놓은 것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날>이다.

모두에게 기쁜 날일 것이라고 생각하던 생일 에피소드는 가슴 아프도록 슬픈 이야기, 어깨가 축 늘어진 사람에게 힘이 되어 준 흐뭇한 이야기, 생각하지도 못했던 일이 벌어지는 깜짝 파티와 같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첫 번째 이야기부터 가슴이 뭉클해진다. 가끔씩 가정 폭력을 휘두르다가 이혼을 하게 된 아버지의 이야기이다. 이혼후 아내는 1년에 하루, 딸의 생일에 아버지인 것을 밝히지 말고, 만날 수 있게 해준다. 그에게는 그 날이 가장 행복했던 날인데, 딸이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되자, 아내는 더 이상 딸과의 만남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래도 생일날마다 이름을 밝히지 않고, 생일 선물을 보내주었는데, 그것도 딸이 중학생이 되면 그만 두려고 생각하면서 마지막 생일 선물을 보낸다. 그런데,어느날 자신 앞으로 온 하늘색 넥타이 핀과 메시지 카드.

" 늘 멋진 생일 선물을 보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도 보답하고 싶은데, 생일을 몰라서 (삐질삐질) 오늘 보내기로 했습니다! 마음에 드실까...? 모르는 아이 드림. "

생각해 보니, 그날은 아버지날이었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가슴이 아픈 것인지, 가슴이 뿌듯해지는 것인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가슴이 멍해진다.

다른 이야기로는, 어릴 적에 할머니가 생일 마다 초밥을 사주셨는데, 그때마다 새우초밥을 즐겨 먹었다. 고등학생이 된 후에는 친구들과 생이를 보내고 싶었는데, 어느 해 생일에 할머니가 초밥을 만들 재료를 준비해서 찾아 온다. 할머니가 만든 초밥은 밥도 질퍽하고, 식초를 너무 많이 넣어서 맛이 없었다. 그것을 눈치챈 할머니는, " 별로 맛이 없었지? 할미가 실패했네, 미안해" (....) " 내년에는 더 맛있게 만들어 줄께" 그러나 그 약속은 지켜질 수가 없었다. 이듬해 할머니는 지진으로 돌아가셨다. 조금은 시큼하고 할머니의 손길이 닿아서 뜨뜻미지근했던 새우 초밥의 맛을 그녀는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교통사고로 죽은 아들의 생일에 불단 앞에서 생일축하 노래를 부르는 엄마.

가난했던 어린시절 생일날 엄마가 만들어준 오므라이스, 그 위에는 케첩으로 '축하래'라는 글이 쓰여졌었는데, 힘든 일을 겪은 그녀에게 언젠가 그 이야기를 들었던 직장 동료가 만들어준 오므라이스 위에는 '힘내세요'라는 글이 쓰여 있으니...

선생님의 진심을 모르고 힘들게 했던 학생들이 선생님에게 자신들이 좋아하는 색깔로 짜온 목도리의 조각을 모아서 만든 알록 달록 목도리 선물.

31편의 생일 에피소드는 미사여구가 들어가지 않은 솔직하고 간결하게 쓰여진 짧은 글들이다. 그러나 글 속에는 그 어느 해의 생일을 기억하는 순수하고 진실된 마음이 담겨 있어서 감동의 깊이가 더 깊어진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지금까지 자신의 생일에 생겼던 일들을 생각하게 될 것이다. 때론 기쁜 날로 기억되기도 하고, 때론 슬픈 날로 기억되기도 하는 그 어느 해의 생일을.

그런데, 요즘은 생일에 대한 생각들이 다소 빗나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가 있기도 하다. 특히 남자들에게는 아내의 생일이, 여자 친구의 생일이, 자녀들의 생일이 무서울 수도 있지 않을까.

깜빡 잊고 생일을 기억하지 못했다가는 아마도 1년이 괴로울 것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자랑할 수 있을 정도의 생일을 만들어 주지 않는다고 해도 거의 마찬가지이다.

옆구리를 찌러서라도 특별한 날을 만들고 싶어하는 사람들. 의미있는 선물이 아닌 명품을 기대하는 사람들. 그래서 생일의 진정한 의미는 퇴색되어 가고 있다.

가족끼리 한 끼 식사를 하면서 이 세상에 태어나서, 이 세상에 존재하기 때문에 서로에게 행복을 줄 수 있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생일이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생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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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료되었습니다 - 모든 미해결 사건이 풀리는 세상, 제6회 대한민국 디지털작가상 대상작
박하익 지음 / 노블마인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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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종료되었습니다>의 시작은 참으로 황당하다. 허무맹랑하다.

어느날, 죽은 사람이 생전의 모습 그대로 우리 앞에 일상의 모습으로 나타난다면 어떨까?

7년전에 기울여져가는 아들의 사업자금을 마련해서 아들을 만나러 가던 어머니가 강도의 칼에 찌려서 세상을 떠났다.

아들은 어머니의 살해 당하는 모습을 목격했지만, 정신적인 충격으로 당시의 상황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그래서 마음 속의 아픔으로 간직되었던 그 어머니가 살아 돌아 온 것이다.

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이 2017년이라면?

차라리, UFO에서 인간을 닮은 우주인이 내려왔다고 하던가, 2012년 마야인의 예언이 실현된다고 하는 것이 더 실감이 나지 않을까.

소설 속으로,

이처럼 죽은 사람이 살아 있을 때의 모습 그대로 돌아오는 일은 몇 년전부터 세계 각국에서 일어나게 되고, 우리나라의 경우는 7번째의 일이라고 한다.

그런데, 죽었다가 돌아온 사람들은 그 누군가에 의해서 억울하게 살해당한 사람들이고, 그 사건의 범인이 밝혀 지지 않았거나, 범인이 잡혔어도 온당한 처벌을 받지 않았을 경우에, 그 사건의 피해자가 살아 돌아 오게 되고, 살아 온 자들은 범인을 찾아서 복수를 하는데, 복수가 이루어지는 순간 살아 돌아왔던 사람들은 흔적도 없이 소멸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을 RVP(살인 피해자 환세 현상)이라고 한다. 물론, 책 속에서의 정의이다.

이런 이야기가 어린이들의 만화 영화라면 모를까 너무 사실성이 결여된 소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된든데,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점점 책 속으로 빠져 들게 되고, 과연 어떤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 것인지 궁금증은 가중된다.

이 소설은 추리소설과 SF 소설의 성격을 함께 가지고 있다.

그래서 추리소설이란 장르로 본다면, 진홍이 어머니의 살해범을 찾는 것이 이 책을 읽는 묘미이기도 하다.

다시 소설 속으로 들어가 보면,

그런데, 어머니가 살아 오셨다는 사실에 진홍의 마음은 뭔지 모를 불안감과 두려움, 기쁨이 교차하게 된다.

아들을 본 어머니는 아들에게 달려 든다. 죽이기 위해서....

초능력에 가까운 이상한 기운이 느껴지는 어머니.

RV (환세자. 다시 살아온 사람들)는 복수를 위해서 살아 돌아 온 사람들이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어머니을 살해한 자는 아들이란 말인가?

아들이 사주한 중국인 폭력배의 소행인가.

아들이 어머니의 죽음으로 수 억원의 보험금을 챙겨 사업을 일으겼으니, 사건이 일어난 날의 날치기범이자 살행범은 아들의 사주를 받은 자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러 저러한 많은 생각들이 스쳐가면서 소설 속으로 다시 빠져든다.

사건의 해결을 위한 형사들의 활약. 그리고 RV의 비밀을 파헤치려는 국정원과 CIA의 활동.

아들은 생각한다. 어머니가 범인을 죽인다면 다시 흔적도 없이 사라질테니, 어머니와 함께 있기 위해서는 어머니가 범인을 죽이는 것만은 막아야 되겠다고.

그런데, 이 책의 등장인물들에 얽힌 또다른 사건들이 밝혀진다.

" 서진홍이 사이코패스가 아니라면 그의 정체는 도대체 무엇일까? 평범한 정상적인 정서를 가진 살인자? 아니면 자신이 살인을 했을 지도 모르는 과실 치사범" (P. 58)

" 서진홍은 어떤 인간일까? 잔혹한 범죄자? 아니면 회개의 눈물을 흘리는 참회자?" (P. 134)

책 속의 글처럼 별의별 생각이 다 스쳐간다.

추리소설을 많이 읽은 독자라면, 처음에 범인의 의혹을 받는 인물은 범인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아니면, 역발상으로 그런 생각을 가진 독자들을 위해서 처음에 의심을 받는 인물이 범인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이 소설은 책장을 덮기 전까지는 결말을 속단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이야기가 절정을 넘어서는 순간, 이 소설은 범인을 찾기 위한 추리소설의 성격만을 지니고 있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작가는 이처럼 사실성이 결여되는 설정인 살인 사건의 피해자를 왜 죽음 속에서 살아 나게 하였으며, 왜 피해자가 범인에 대한 복수를 하게 했을까 하는 의문이 풀리게 된다.

" 인간만 영혼을 가진게 아니야. '이야기'도 인간처럼 각기 영혼과 생명력으 지니고 있지. 아무리 터무니없는 이야기라도 일단 뼈대가 서고 작동하기 시작하면 그럴 듯하게 진행돼.

도저히 있을 수 없는 괴상한 이야기도 천연덕스럽게, 마치 꿈결처럼 말이야.

죽은 사람이 되살아나도 이상하게 여겨지지 않고, 어린아이라도 얼마든지 어른처럼 말을 할 수 있게 되지 ." (p. 226)

그동안, 우리들은 현실 속에서 사회면을 장식했던 흉악범들의 이야기를 많이 접해 왔다.

차마 그 기사를 보는 것조차 섬뜩하여서 시선을 돌려야 했던 경우들이 있을 것이다.

인간으로서는 저지를 수 없는 행동을 하고도 태연한 모습으로 사건 현장에서 범행을 재연하는 모습의 살인자들을 보았을 것이다.

그 뒷편에서 들려오는 피해자 가족들의 절규.

피해자들의 가족들이 가지는 마음은 범인들이 받는 처벌의 수위가 그들의 마음에는 턱도 없이 못 미칠 것이다.

그러나, 범인들은 피해자의 가족에 의해서 처벌을 받는 것이 아니라, 법에 의해서 처벌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피해자들의 가족은 일말의 양심의 가책도 없이 감옥 속에서 생활하는 범인을 용납할 수 없는 마음으로 평생을 힘겹게 살아가는 것이다.

자신의 가족은 황망하게, 처참하게 이 세상을 떠났지만, 범인은 잘 도 살아 있는 것이다.

연쇄 살인을 저지르고도 가책이 없는 인간.

그 인간의 사고방식에 절망감을 느끼는 피해자의 가족들의 마음.

그들은 어떤 마음이 들까?

그들에게는 범인이 인간으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적 소양도 획득하지 못한 야수로 보일 것이며, 피해자가 범인에 대한 심판자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할 것이다.

이 소설에서는 범인들을 구태여 나눈다면, 인간인 범죄자, 인간의 탈을 쓴 범죄자, 갱생의 삶이 불가능한 자로 구분하고 있다.

이쯤에서 떠오르는 범죄자들의 이름이 있을 것이다.

그들은 과연 감옥에서 피해자들에 대한 죄값을 치르고 있는 것일까.

그들은 삶의 본질을 모르는 짐승으로 살다 세상을 떠나는 것이 아닐까.

이 소설의 백미는 반전, 그리고 또 반전.

생각하지도 못했던 인물의 사이코패스 행각.

이야기의 실마리를 찾았는가 하면, 또 다시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었던 상황이 벌어진다.

그런데, 작가가 이 소설을 통해서 남기고 싶은 말은 인간의 죄를 어떻게 심판하는가 하는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피해자가 범인에게 가할 수 있는 최고의 형벌은 무엇일까?

과연 죽은 자가 다시 살아 나서 복수를 하고 사라지는 것일까?

아니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피해자가 아니면 피해자의 가족이 내뱉는 폭언, 폭행.

그것은 범죄자들에게 아무런 양심의 가책도 느끼게 하지 못할 것이다.

오히려, 피해자나 그의 가족들이 베푸는 무한한 사랑이 범죄자들을 번민에 빠트리게 할 것이다.

범죄자에게 무한한 사랑을 베푸는 것, 그로 인하여 사랑을 깨닫게 되는 것,

자신의 행동에 가슴이 아파서 잠 못 이루고 하얗게 밤을 지새우는 날들.

그 보다 더 큰 형벌은 없을 것이다.

범죄자에게 가하는 최고의 형벌은 사랑인 것이다.

문득, 공지영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의 사형수 정윤수가 생각난다.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면서 그가 가지고 갈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을 보듬어 주던 사람들의 사랑의 마음들이 아니었을까~~

<종료되었습니다>의 작가는 " (...) 사회문제를 현실적으로 드러내면서 대중성을 가질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추리소설에 매료되(...)(작가 소개 글 중에서) 었다고 하는데, 그래서 인지 우리 사회의 문제들을 생각해 보게 된다.

이 책은 아름다운 세상을 위협하는 사이코패스들에 대한 생각, 인간의 마음 속의 선과 악의 존재, 인간의 죄를 어떻게 심판하여야 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들을 정리해 볼 수 있는 추리소설 겸 SF 소설인데, 읽는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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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복서간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41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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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복서간>의 저자인 '미나토 가나에'를 떠 올리게 되면 그의 데뷔작인 <고백/ 미나토 가나에ㅣ 비채 ㅣ 2009>을 읽을 때의 충격이 되살아 난다.

이 소설의 이야기는 싱글맘이 유코 선생님의 4살짜리 딸의 죽음이 수영장에서 추락한 것이 아닌 자신이 가르치던 반 학생에 의한 범행임을 밝히는 이야기이다.

13살 중학생인 그녀의 제자가 범인임을 알고 있지만, 미성년자이기에 살인자라고 해도 무죄방면이나 보호관찰 처분 밖에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자신이 그들에게 복수를 감행하는 이야기이다.

<고백>은 이야기의 형식부터가 특이하다. 옴니버스 스타일의 독백 형식을 갖춘 작품이어서 각 장에 나오는 인물들에 따라서 똑같은 상황을 대하는 각각의 인물들의 심리묘사가 미세하게 표현되면서 같은 상황이 각자의 상황판단과 시각에 따라서 얼마나 다르게 느껴질 수 있는가를 알게 해 준다.

소설은 한 눈을 팔 수 없을 정도로 흡인력이 강해서 책을 손에 잡게 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 속에 빠져 들게 된다.

그런데, 이 소설이 충격적인 것은 주인공인 유코 선생님의 딸을 죽게 만든 두 제자에게 가하는 복수의 수위가 문제인 것이다.

책의 마지막 부분을 읽기 전까지는 상상도 못했던 결말, 교사가 자신의 제자인 가해자에게 가하는 복수는 "악~~" 소리가 나올 정도로 독하다.

책장을 덮는 순간까지 머리가 '멍'할 정도이다. 그래서 이 소설은 일본에서 뿐만아리라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독자들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지만, 소설의 내용에 대해서 긍정적인 반응과 부정적인 반응으로 나뉘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미나토 가나에'의 소설의 가독성은 자타가 인정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후의 작품인 <소녀>,<야행관람차>도 재미있게 읽었던 소설이다.

<소녀/ 미나토 가나에ㅣ 은행나무 ㅣ2010>은 여름방학 직전부터 여름방학동안의 소녀들의 경험의 이야기들로 꾸며진다. 그들이 방학동안에 자원봉사를 가게 되는 노인요양센터와 소아병원 난치병 환우들의 이야기와 함께 전개된다.

그리고, 소설속에는 또다른 소설. '요루의 외줄타기'가 또 하나의 소재로 등장한다. 성장소설과 추리소설의 형태가 접목되기는 했으나, 추리의 성격이 좀 약하다고 볼 수 있다. 이 소설은 탄탄한 구성에 드라마틱한 소재와 설정들, 그것이 초반부터 거의 다 드러나 있는 상태로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중간 중간에 복선이 깔려 있어서 그 복선이 이야기의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 그리고, 후반에 또다른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 그리고, 역시 결말부분은 깜짝 놀랄만한 장면이 연출되어서 '아니 !! 역시, '미나토 가나에' 다운 설정 ?' 하면서 놀라기는 하지만.... 그래도 '고백'에서 워낙 큰 충격을 받았기에 '소녀'의 반전은 약한 충격이라고 해야 할까.

죽음을 보고 싶다는 설정이 한 가닥을 이루고는 있지만, 이 소설은 일본의 여고생들의 생활, 치매노인 문제, 난치병 환우의 우정, 그리고 아쓰코와 유키의 우정과 가족애 등을 함께 다루고 있다. 그래서 이 소설은 추리소설의 형식을 빌린 청춘소설, 또는 성장소설인 것이다.

이번에 읽게 된 <왕복서간>은 장편소설이 아닌 한 편이 약 90 페이지 정도 되는 3편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책제목이 말해주듯이 편지 형식을 빌린 것이다.

지금은 이메일, 카톡, 메일 등으로 사라져 가는 손편지.

손편지를 쓰던 시절로 돌아가 본다면 옛 추억이 되살아 날 듯한데, 마치 그 시절로 돌아가듯이 10년 전, 20년 전, 15년 전의 이야기를 되살아 나는 것이다.

추억~~ 아름답기만 할까? 추억 속에는 잊혀졌으면 하는 것들도 있고, 다시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트라우마를 느끼게 되는 것들도 있을 것이다.

'미나토 가나에'라면 추억 속의 한 장면을 어떻게 풀어나갈까?

역시 소설의 첫 부분에서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이야기들이 퍼즐처럼 맞추어져야만 그 시절의 숨겨진 비밀들이 밝혀질 수 있을 것이다.

첫 번 째 이야기인 < 십 년 뒤의 졸업문집>은 고교시절 방송반 동아리였던 친구들이 고이치와 시즈키의 결혼식에 참석하게 되면서 시작된다.

고이치는 고교시절에 지아키와 사귀는 사이였는데, 결혼은 시즈키와 하게 된다. 그 이유는 5년전에 방송반 동아리였던 친구들끼리 학창시절을 떠올리면서 <월희의 전설>이 전해져 오는 송월산에 올라가게 되는데, 내려오는 중에 지아키가 사고를 당하게 된다.

지아키는 모델이었는데, 사고로 얼굴을 다치게 되고, 고이치와 결별을 하고 행방불명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 소식을 결혼식장에 와서 알게 된 에쓰코는 방송반 동아리 친구들에게 그 진상을 알기 위한 편지를 보내는 일을 하게 되면서 숨겨졌던 비밀들이 밝혀진다는 내용이다.

" 송월산에서 있었던 사고는 정말 사고였을까?" 아니면 " 고이치와 지아키의 사이를 시기한 시즈키의 계획된 범행이었을까?"

두 번 째 이야기인 < 이십 년 뒤의 숙제>는 초등학교 교사인 '다케자와 마치코'는 38년간의 교사 생활을 마무리하면서 자신이 교직 생활을 하는 동안에 마음에 걸리는 6명의 학생들이 있다.

그녀는 병원에 입원 중이기에 자신을 대신해서 제자인 오바가 찾아 보도록 한다.

오바는 6명의 제자를 찾아 다니면서 그들을 만난 이야기를 선생님에게 편지로 전달한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선생님이 정말로 알고 싶었던 것은 20 년 전에 일어난 사건에 대한 것이다.

흔히 우리가 농담처럼 말하는, "엄마하고 아내하고 같이 물에 빠졌다면 누구를 구할 것인가?" 하는 이야기를 떠올리게 된다.

선생님은 6명의 아이를 데리고 남편과 함께 가까운 산에 갔다가 근처 강에 남편과 제자가 빠지게 된다.

" 제자와 남편, 둘 중 누구를 구할 것인가?" (p. 128)

6명의 제자들이 20년전의 같은 사건을 자신의 상황에 따라서 각기 다른 시각으로 기억하는 것이다.

마치 <고백>의 학생들처럼.

그러나, 그것만이 선생님이 알고 싶었던 진실일까? '미나토 가나에'이기에 또다른 복선이 깔려 있고 치밀한 구성이 이 소설을 읽는 재미이다.

세 번 째 이야기인 < 십오 년 뒤의 보충 수업>은 앞의 2 편의 소설보다 더 기막힌 트릭이 숨겨져 있다.

중학교 때부터 사귀어 온 준이치와 마리코.

작은 다툼이 있은 얼마 후에 준이치는 국제자원봉사대로 P국으로 떠난다. 마리코는 준이치가 떠나기 직전에 자신이 영화를 같이 보러 가기로 한 것을 잊었던 것이 친구가 남편에게 폭행을 당하고 도움을 청했기 때문인데, 오히려 그 친구는 그 일로 이혼을 하게 된 것이 마리코 때문이라고 원망을 한다.

그 일로 마리코는 자신이 불의를 보지 못하는 성격에서 오는 것이라는 생각과 함께 15 년전의 일을 떠올리게 된다.

그래서 마리코에게 편지를 보내게 되면서 그 사건의 진실을 조금씩 알아 가게 되고, 결국에는 잊혀졌던 모든 사건의 전말이 주마등처럼 떠오르게 되는 것이다.

" 편지에는 이렇게 아무 거리낌 없이 쓸 수 있으면서, 어째서 당신에게 의논하지 않았을까? " (p. 196)

이 단 한 문장만으로도 우리는 편지의 역할을 생각하게 된다. 우리에게서 거의 사라져 간 손편지.

편지에 대한 추억을 떠올려 본다. 편지는 말보다는 더 진심이 담겨 있어서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쓸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 소설 속에서도 편지가 아니었으면 할 수 없었던 이야기들이 자연스럽게 밝혀지게 되는 것이다.

준이치가 마르코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 속의 문장, 그것은 마르코를 위한 것일까? 아니면 준이치를 위한 것이었을까?

진실을 밝힐 수 밖에 없었던 그 상황들.

영원히 묻혀질 수 있었던 진실이지만, 그 진실은 편지에 의해서 밝혀지는 것이다.

" 진실을 고백해야 할까? 거짓말을 해야 할까? 진실을 고백할 용기는 정말 없었어. 그렇다면 거짓말을 해야지. 하지만, 100 퍼센트 거짓말을 해야 할까? 아니면 50 퍼센트 진실과 50 퍼센트 거짓말을 해야 할까? 90 퍼센트 진실과 10 퍼센트 거짓말을 해야 할까? (p. 248)

'미나토 가나에'의 소설이 가지는 특색인 하나의 사건을 다양한 인물의 다양한 시각으로 분석하는 구성은 <왕복서간>의 3편의 소설 속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처음에는 편지글들이 안부 편지처럼 느껴지다가 어느 순간부터 그 내용은 오랜 세월동안 숨겨졌던 진실을 밝히는 매개체가 됨을 알게 된다.

저자의 소설 <고백>이 너무도 충격적인 결말이었기에 <왕복서간>의 소설들에서는 '독'하기 보다는 편지를 통해서 그동안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기 위한 시간적 여유가 생기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되도록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가고자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또한 편지가 가지는 감성적이고 세밀한 감정 표현이 소설들을 좀더 부드럽게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해 준다.

"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 주세요
낙엽이 쌓이는 날
외로운 여자가 아름다워요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 주세요
낙엽이 흩어진 날
헤매인 여자가 아름다워요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모든 것을 헤매인 마음 보내드려요
낙엽이 사라진 날
모르는 여자가 아름다워요” (노래 가사 중에서)

깊어가는 가을 !!

눈이 내릴 겨울도 멀지 않았는데, 누군가에게 손편지를 날려 보내면 어떨까?

그동안 모아 놓았던 편지들이 꽤 많았는데, 몇 번의 이사를 하면서 퇴색한 편지들을 없애 버렸다.

그러나, 지금까지 가지고 있는 편지가 여러 통이 있는데, 그 중의 하나는 '연이'라는 학생이 한 권의 노트에 자신이 나에게 편지를 보내고 싶을 때마다 편지지에 곱게 써서 간직하던 편지를 노트에 붙여서 보내준 것이 있다.

그리고 또 하나는 '용익'이란 남학생이 내가 보낸 편지를 원본은 자기가 간직하고, 복사본을 2권으로 엮어서 보낸 편지 모음이다.

그땐 문구점에 들려서 예쁜 편지지와 편지 봉투를 한 아름 사가지고 나오던 일이 그리도 행복한 일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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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수인 잊힌 책들의 묘지 4부작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지음, 김주원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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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은 스페인의 미스터리 소설가이다. 그의 소설을 한 번 읽어보면 그의 작품에 빠질 수 밖에 없을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주는 작품을 쓴다.

'사폰 신드롬'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그의 작품은 발표될 때마다 베스트 셀러에 올라간다. 그의 처녀작이자 데뷔작인 <9월의 빛>은 1937년 프랑스의 파리에서 멀리 떨어진 노르망디근처의 파란만에 위치한 숲속의 궁전과도 같은, 아니 커다란 성채와도 같은 크래븐 무어에서 일어나는 이야기이다.

많은 부채를 남기고 세상을 떠난 아르망 소벨의 아내와 두자녀인 이레네와 도리온,

그리고 저택의 주인인 라자루스, 마을 청년인 요트에 관심이 많고 바다를 좋아하는 이스마엘의 겪는 섬뜩하고 소름끼치는 그림자와의 결투, 그림자에 얽힌 진실은 무엇이며, 그림자의 실체는.....

크래븐 무어 저택을 둘러싼 숲의 음산한 분위기, 그리고 저택의 벽을 따라 숨는듯, 때론 흩어지는 듯한 그림자의 정체.

그런데, 이 작품은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의 초기작품이어서 그런지 유령이 나오는 이야기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단순한 설정이고, 구성도 미스터리 소설에서 볼 수 있는 복선들이 별로 깔려 있지 않은 그런 소설이다. 그러나, 그의 소설을 여러 권 읽은 독자들은 이 소설에 나오는 내용들이 차기 작품에서 차용된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사폰'의 작품들은 다른 작품들과 주인공이나 줄거리 등이 교묘하게 연결되어 있어서 한 작품만 읽어서는 정확한 내용을 파악하기 어렵기도 하다.

<9월의 빛>에 안개가 자욱한 날이 많이 등장하는데, 그 밖의 작품들에도 안개낀 날의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것은 아마도 그의 소설들이 섬뜩할 정도로 기분 나쁜 이야기가 담겨 있기도 하기 때문인 것이다.

<9월의 빛>, <안개의 왕자>, <한 밤의 궁전>을 사폰의 안개 3부작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반하여 사폰은 '잊혀진 책들의 묘지' 사부작 연작 소설을 기획하고 있는데, <바람의 그림자>, <천사의 게임> 그리고 세 번째 작품이 <천국의 수인>인 것이다.

<바람의 그림자>는 2001년에 발표한 소설인데, 1945년 바르셀로나를 배경으로 한다. 다니엘은 아버지와 함께 '잊혀진 책들의 묘지'라고 하는 미로와 같은 도서관에서 한 권의 책을 가져 오게 되는데, 그 책은 훌리안 카락스가 쓴 <바람의 그림자>이다. 이 책을 쓴 훌리안 카락스의 책에 대한 열정 등을 중심으로 사건이 전개된다. 과연 그 책의 정체는?

<천사의 게임>은 독자들의 영혼을 사로 잡을 책을 쓰기를 원하는 다비드 마르틴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역시 '잊힌 책들의 묘지'가 나오는데, 도대체 천사인지, 아니면 악마인지 모를 어떤 인물이 마르틴의 인생을 담보 잡은채 책을 쓰게 되는데, 그 이야기가 현실세계의 이야기인지, 죽은 후의 이야기인지, 혼돈을 일으킬 수 있을 정도로 이상한 사건들이 연속적으로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나는 <천사의 게임>을 우연히 읽게 되면서, 그 다음에는 <바람의 그림자>를 그리고 <9월의 빛>을 읽게 되었는데, 세 편의 미스터리 소설은 어떤 소설에서도 느낄 수 없었던 강렬한 인상을 주었고, 이야기를 읽는내내 오싹할 정도로 으시시한 느낌을 받았다.

물론, 흡입력은 10점 만점에 10점이다.

너무 너무 재미있어서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하였으며, 생동감이 넘치고 현장감이 있는 소설들이었다.

'잊힌 책들의 묘지'... 얼핏 '옴베르토에코'의 <장미의 이름>의 끔찍한 살인사건과 수도원의 미궁 속의 책들의 이야기가 떠오르기도 한다.

<잊힌 책들의 묘지> 4부작 연작소설의 3번째 이야기인 <천국의 수인>도 1957년 12월 '셈페레와 아들' 이란 서점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그 서점의 주인인 아버지 '셈페레', 아들인 '다니엘' 그리고 서점에서 일하는 '페르민'.

어느날 이 서점을 찾아 와서 희귀본인 <몽테크리스토 백작>사는 의문의 사나이가 있다. 그는 이 책에 이런 문구를 남겨 페르민에게 전해 달라고 한다.

" 죽은 자들의 세계에서 살아 돌아와 미래의 열쇠를 갖게 된

페르민 로메로 데 토레스에게

13호" ( 책 속의 글 중에서)

페르민이 이 이야기의 중심으로 들어온다. 1939년 바르셀로나의 몬주익 교도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죽어서만 나가 수 있다는 그 교도소. 몽테크리스토 백작이 감옥을 탈출했듯이, 페르민도 그 감옥을 탈출했는데....

단순히 죄수의 탈옥과 관련된 이야기라면 그리 신선하지는 않을 것이다. 거기에는 책에 얽힌 이야기, 글쓰기에 얽힌 이야기가 담겨 있는 것이다.

교도소에 있던 마르틴. 맞다 <천국의 게임>을 쓴 그 마르틴. 그의 글쓰는 재능을 탐내는 교도소장 발스.

마르틴으로 하여금 자신의 작품을 쓰도록 해서 문인의 명성을 얻고자 하는 인간.

훗날 재산과 명성을 얻게 되는 그는 어떻게 그 자리에 올 수 있었을까?

<바람의 그림자>, <천사의 게임>은 <천국의 수인>과 함께 교묘하게 퍼즐처럼 얽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앞의 두 소설을 읽지 않았다고 해도 그리 크게 이야기의 내용을 따라 잡지 못하지는 않는다. 다만, 흥미가 반감될 뿐이다.

<바람의 그림자>와 <천사의 게임>이 어둡고 기괴한 이야기처럼 느껴졌다면 <천사의 수인>은 좀 평범한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미스터리의 장치도 그리 강하지는 않다.

미스터리 소설을 많이 읽은 독자들에게는 흔히 보아 왔던 소설의 전개과정을 대하는 듯한 느낌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사폰'의 미스터리 소설의 특징인 모험소설에 로맨스가 결합된 소설이어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그러나 결말 부분은 그의 다른 소설들처럼 명쾌하게 결론을 지어 주지는 않는다.

긴 여운과 함께 독자들에게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9월의 빛>에 사폰이 한국독자에게 남긴 사인 )

(<천국의 수인>의 저자 사인)

<천국의 수인>역시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가지게 해 준다.

그런데, <바람의 그림자>와 <천사의 게임>을 읽은 지가 여러 해 되었기에 줄거리는 기억이 나지만, 세세한 내용을 잊었기에 처음 이 책을 읽고자 하는 독자들은 전작도 함께 읽어 볼 것을 권하고 싶다.

물론 각각의 소설은 독립적인 이야기이지만, 교묘하게 얽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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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나를 만나기 위해 너에게로 갔다
박재영 지음 / 황소자리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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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나를 만나기 위해 너에게로 갔다>는 배낭여행 블로그인 '하늘호수의 세계여행'의 블로거가 쓴 책이다.

2008년, 서른다섯 살의 직장인은 사표를 내고 1년간의 세계여행을 떠난다. 서울대학교 졸업, 해군장교 제대, 서울대 대학원 석사, SK 주식회사 석유 마케팅분야에서 근무라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학력과 연봉이 빵빵한 직장을 가지고 있건만, 그는 그동안 자신이 걸어온 길에 대해서 회의를 느끼게 된다.그래서 그는 진짜 자신의 모습을 만나기 위해서 여행을 떠나게 된 것이다.

하루 전에 읽었던 대학을 휴학하고 인도와 남미로 220일간의 여행을 떠났던 여학생의 책과 여행목적이나 여행루트가 비슷하다.

그런데, 책 속의 내용은 많이 차이가 난다. 먼저 읽은 책은 책 속에 담긴 사진들이 자신의 익살스러운 모습과 낙서처럼 써놓은 책 속의 자필 메모가 책을 읽는데 집중이 안 되는 것이다.

그리고, 개인일기 형식이기에 여행지에 대한 단상이나 정보보다는 잡문과 같은 느낌을 받았었다.

그런데 비하여 이 책은 목차부터가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되어 있고, 저자가 직접 가보았던 곳들의 여행루트와 추천 여행루트, 나라별로 꼭 가보아야 할 곳, 그곳에서 해 볼 수 있는 투어에 대한 정보 등을 친절하게 담아 놓고 있다.

어찌 되었든, 이렇게 자신의 일상을 훌훌 털어버리고 장기 배낭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용기가 부럽기는 하다. 그러나 섣부르게 따라 할 수 없는 것이 장기배낭여행이기도 하다.

모든 재산 탈탈 털어서, 떠나는 것까지는 좋지만, 그 이후의 삶이 걱정되기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남미에서 230일을 여행하고, 또 다시 4개월을 스페인, 모로코, 이집트, 요르단, 시리아, 터키, 그리스, 이탈리아,태국, 라오스, 캄보디아를 거쳐서 일상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지금은 다시 직장생활을 하고 있지만, 언젠가 또다시 떠날 날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사는 것이 진짜 행복한 삶일까?' 하는 생각에서 떠난 여행이 그에게 삶과 행복에 대한 생각을 바꾸어 놓았다고 한다.

남미의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보면서, 그들이 그 속에서도 행복한 웃음을 지을 수 있다는 것이 그에게 큰 의미로 다가왔던 것이다.

소소한 것에 기뻐하고 만족할 줄 아는 삶의 지혜, 고난이나 슬픔에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지혜가 여행이 가져다 준 가장 큰 깨달음이라고 그는 말한다.

일반적으로 유럽여행은 많이 하기에 그에 관한 책들이 수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에 비하면 남미 여행에 관한 책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인데, 그래서 우린 마야, 잉카, 아즈텍 문명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조금이나마 남미 문화를 엿 볼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그러나, 대체적으로 남미는 치안이 불안하고, 삐끼가 판을 치고, 여행자들을 삥 뜯는 악명높은 경찰까지 있으니, 인프라는 열악하기만 하다. 그러나 놀라울 정도로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대하게 된다면 진흙 속에서 숨은 보석을 찾을 수 있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라틴 아메리카의 미술작품에 대한 이야기도 잠깐 언급이 되는데, 서양미술처럼 기교와 형식에 치우치지 않고 그들의 역사와 현실, 분노와 열정, 슬픔과 아픔을 표현한 것이 바로 라틴 미술작품이라고 한다.

남미대륙 중 남위 40도 이하의 지역을 파타고니아라고 하는데, 그곳의 풍취가 담겨진 사진들은 그 어떤 예술 작품보다도 더 아름답다.

" 그래, 서른다섯이라는 나이에 사표를 내고 전셋집과 차를 팔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떠났지만, 내 마음 깊은 곳에는 미래에 대한 걱정과 고민이 남아 있었다. 그래서 가슴 한 구석에 무거운 돌덩이가 놓여 있는 것처럼 답답해서 여행을 온전히 즐길 수 만은 없었다. 하지만 마음 속에 남아 있던 모든 근심들이 파타고니아의 바람에 실려 날아가는 것 같다. 이런 것을 떨쳐 버리기 위해 멀고 먼 파타고니아에 꼭 와 보고 싶었던 건 아닐까. " (p. 281)

이 책의 저자는 여행을 떠나기 위해서 스페인어를 배우고, 살사 댄스를 배울 정도로 치밀한 계획에 의해서 여행을 한다.

자신이 인생에서 꼭 한 번쯤 해보고 싶었던 것들인, 스쿠버 다이빙, 승마, 빙하트래킹, 고래상어투어, 패러글라이딩, 바다낚시, 팜파스 투어 등도 빼 놓지 않고 한다.

"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 것은 남미의 눈부신 아름다움. 내 두 다리로 걷고 내 두 눈으로 본 이 땅은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을 바꿀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햇살 속에 파랗던 카리브해, 매일 가슴을 뛰게 하던 파타고니아의 대자연, 눈부시게 빛나던 우유니, 나를 압도하던 안데스산맥의 장엄함.... 이렇게 아름다운 세상을 보지 못하고 좁은 땅덩어리에 갇혀 살다가 죽었다면 한 번 사는 이 삶이 얼마나 억울했을까. 이제는 천상병 시인의 시에 나오는 구절처럼 이 세상 삶을 마치고 떠날 때 진심으로 '아름다웠더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 (p. 362)

현재의 삶이 빡빡하다면 한 남자의 세상구경 이야기를 읽어 보아도 괜찮을 듯하다. 그러나, 이 남자처럼 훌훌 털고 지구촌으로 내달리면 아니아니아니되오.

저자는 아직 미혼으로 처자식도 없고, 홀어머니도 돌아가시고, 여행에서 돌아오면 다시 시작할 수 있을 정도의 스펙과 용기와 도전정신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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