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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정신 - 세상을 바꾼 책에 대한 소문과 진실
강창래 지음 / 알마 / 201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의 정신>의 저자인 '강창래'에 대하여 '이어령'은 ' 강창래의 글솜씨와 박학다식, 깊은 통찰력에 찬사를 보' (저자 소개글 중에서)낸다고 하였으며, 이 책에 대해서는 '거의 모든 분야에 대한 깊은 통찰에 감탄스럽다' (추천글)라고 말했다.
'이어령'의 이 두 문장으로 '강창래'의 글솜씨와 독서편력을 다 말하기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 책은 내가 알지 못했던 많은 책들에 대한 지식과 소문 그리고 진실을 말해 주고 있다.
특히 고전 중의 고전이라고 일컬어지는 책들에 대해서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으며 과연 읽어 보기는 했는가 하는 물음을 자신에게 묻게 된다. 이 책에서 많은 페이지에 걸쳐서 거론되는 루소의 <사회계약론>, <에밀>, 플라톤의 <소크라테스의 변명>, 공자의 <논어>, 코페르니쿠스의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등의 내용은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것일까?
세기를 전해 내려오는 책들에 대한 소문이 누군가에 의해서 의도적으로 만들어졌다고 생각한 적은 없는가?
이 책에서는 '세상을 바꾼 책에 대한 소문과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 그동안 고전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말하던 책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면서 책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리기도 한다.
저자가 한 권의 책에 대한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 10 여권이 넘는 책들을 읽고 그 책들에 대한 내용까지 독자들에게 들려준다.
이 책은 '책 세상을 이해하기 위한 질문들 5가지'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주제만 보아도 이 책이 특별한 이야기를 들려줄 것이라는 점을 예상할 수 있다.
첫 번째 이야기 : 포르노 소설과 프랑스 대혁명
두 번째 이야기 : 아무도 읽지 않은 책
세 번째 이야기 : 고전을 리모델링해 드립니다.
네 번째 이야기 : 객관성의 칼날에 상처 입은 인간에 대한 오해
다섯 번째 이야기 : 책의 학살, 그 전통의 폭발.
간단하게 핵심적인 이야기들을 살펴보면,
(1) 첫 번째 이야기에서는 좋은 책이란 어떤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해 보게 된다. 그리고 역사 속에서 세상을 바꾸었다고 말하는 좋은 책들이 정말 그 시대에 많은 사람들에 의해서 읽혔고, 그래서 사회를 변화시키는 원동력이 되었는가 하는 점을 프랑스 대혁명 직전의 사람들의 독서를 통해서 알아 본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프랑스 대혁명에 영향을 준 책은 루소의 <사회계약론>이나 <에밀>이 아닌 연애소설인 <신 엘로이즈>였다고 한다. '아무리 그건 말도 안돼!!'라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지만 이토록 낯선 이야기는 프랑스 대혁명을 전공한 문화사학자인 '단턴'과 '헌트'가 프랑스 대혁명 직전에 프랑스 인들이 많이 읽은 책들을 조사하여 얻어낸 결과이다.

이 당시 프랑스에서는 포르노 소설, SF 소설, 정치적인 중상과 비방을 담은 소설들이 많이 나왔는데, 루소나 볼테르 등과 같은 계몽사상가도 포르노 소설을 썼으며 그런 소설들이 대중들에게 인기가 있었다.
프랑스 대혁명의 지적인 기원에는 포르노 그래피가 자리잡고 있었으며 대중들은 계몽 사상가의 위대한 저작물이 아닌 음란 연애소설들에 많이 읽었다. 대중들은 포르노 그래피에서 묘사하는 성행위를 따라가다 보면 신분의 차이가 완전히 사라진다. 그래서 그것은 지배층의 위선을 폭로하고 평등사상을 담아낼 수 있는 최고의 책이 되었다고 하니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던 사실들과는 너무도 많은 차이가 있으니 믿어야 할까 말아야 할까.
그러나 분명한 것은 무지했던 대중들 중에서 <사회계약론>을 읽은 사람들이 얼마나 되겠는가. 그런 것에 대한 조사도 사회문화사학자들이 밝혀냈다고 한다.
(2) 매일 쏟아져 나오는 책들, 그 책들은 누가 읽을까? 역사적으로 보았을 때에 이 세상에 아무도 읽지 않은 책이 있을까. '아무도'는 좀 그렇고,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읽었던 책은 생각 보다 많을 것이다.
그중에서 세상을 바꾸어 놓은 책 중에서 코페르니쿠스의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를 사례로 들었다. 이 책은 우리나라에는 완역본이 없는 책이다. 이 책은 '무시무시하게 어렵다' 고 한다. 그래서 천문학자들 조차 거의 읽지 않은 책이라고 한다. 그런데, 코페르니쿠스의 이론이 세상에 어떻게 알려졌을까?
그것은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가 출간되기 이전에 이 책의 요약본이 이미 세상에 나왔고, 그의 제자인 레티쿠스가 코페르니쿠스의 이론에 대한 소개서를 썼기 때문이라고 한다.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는 당시의 출판은 초판이 약 180부가 발간되는 실정을 감안한다면 읽은 사람이 20명 내외일 것이고, 그중에 끝까지 읽은 사람이 얼마나 될 것인지 궁금한 책이다.
갈릴레오에 대한 이야기도 잘못된 부분들이 많이 있다. 그는 종교재판에서 자신의 주장을 철회했고, '그래도 지구는 돈다'라는 말을 한 적도 없다. 그런 사실은 어떤 문장으로도 남아 있지 않고, 만약에 그가 작은 소리로 중얼거리는 것을 듣고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라고 해도 그는 그 자리에서 투옥이 되었을 것이다. 아마도 갈릴레오를 주인공으로 한 위인전에서 그를 영웅으로 만들고 싶어서 만들어낸 에피소드가 아닐까. 그에 비하면 조르다노 브루노는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을 주장했고, 교회의 박해를 받고 대중들과 소통을 하였던 인물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자신의 신념을 굽힌 갈릴레오를 더 기억하고 있다.
뉴턴의 책 중에 운동법칙 3가지, 만유인력을 설명한 책인 <프린키피아>도 역시 일반일들이 읽기에는 너무 어렵게 씌여진 책이기에 읽은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3) 세 번째 이야기에서는 '고전 중의 고전'이라 할 수 있는 책들 중에 <소크라테스의 변명>과 <논어>을 주로 다룬다. 소크라테스나 공자는 자신의 책을 남기지 않았다. 소크라테스의 철학은 거의 플라톤에 의해서 책으로 남겨진다. 플라톤의 기억에 의존해서 씌여졌기에 어느 정도 정확한 기록인가는 알 수 없다.
소크라테스는 민주주의를 혐오하고 스파르타를 선망했다. 그를 고발한 사람은 독재 치하에서 핍박받던 민주투사이다. 소크라테스가 죽기 전에 남겼다는 '악법도 법이다'는 실제로 그런 말을 소크라테스가 남긴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누군가가 성인의 입을 빌려 자신들의 정치적 이득을 얻기 위해서 만들어 낸 말이다. 이런 식으로 소크라테스의 철학은 많은 해설서를 양산시키기도 했다.

논어의 경우에도 은유적 표현의 대화가 담겨 있는데, 이것은 해석하기 나름이다. 그래서 극단적인 해석이 나오게 된다. 누구의 해석이 맞을까? 그건 2500 년전의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을 때에 제대로된 해석이 나올 수 있다.
(4) 본성과 양육
이 주제는 그동안 많은 연구와 실험을 가졌던 이야기이다. 이와 관련된 책이야기들이다.
- 인간의 모습은 본성이 아니라 양육의 결과다.
- 본성를 뒤바꿀 정도의 양육은 불가능하다.

- 여성은 태어나는 것인가, 만들어지는 것인가?

심리학, 진화 생물학, 우생학, 유전공학, 행동 심리학 등의 분야에서 연구하고 실험한 사례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리고 이에 관한 책들도 소개된다.
(5) 책의 학살은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전통이다. 그런데, 이 비극적인 학살은 오늘날 (21세기)에도 자행된다. 책의 학살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진시황제의 분서갱유에서 중국의 문화혁명까지.
책은 지혜의 화신이기 때문에 책을 말살하려는 행위가 있어 왔다. 책을 읽고 많은 것을 터득하게 되는 대중들에게서 책을 훔치거나 빼앗아서 통치자들의 것으로 만들거나 아니면 불살라 버리는 행태가 책의 학살이다. 통치자들에게는 대중들의 권리를 깨우치게 해주는 책이 적과 같은 대상이기에 성가신 존재가 된다. 그래서 대중들을 위한 정치가 아닌 경우에는 이런 책의 학살이 이루어지게 되고, 책들은 타오르는 불 속에 사라져 가게 된다.

이와같이 5 주제에 의해서 이 책의 이야기는 전개되는데, 덧붙이자면 첫 번째 이야기인 '포르노소설과 프랑스 대혁명'은 단편적인 면만을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프랑스 대혁명이 가지는 역사적인 의의를 자칫 오해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이 사건은 사회적 배경, 발단, 전개 과정, 결과, 미친 영향 등을 깊이있게 살펴 보아야 한다.
그런데, 이 책의 몇 페이지에 달하는 내용만으로 프랑스 대혁명에 영향을 준 것이 마치 루소의 연애소설인 <신 엘로이즈>를 비롯한 포르노소설이라고 하는 것은 과장된 내용일 수도 있다.

비록 당시에 루소의 <사회계약설>이 포르노 소설들 보다 많이 읽히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혁명의 중심에 선 사람들은 그 책의 첫 문장인 '인간은 자유롭게 태어났지만, 어디서나 쇠사슬에 묶여 있다. 다른 사람들 보다 더 노예가 되어 있으면서도 자기가 그들의 주인이라고 믿는 자들도 있다' 에서 인간평등의 의미를 깨닫게 되었을 것이다.
물론, 루소가 이 책을 쓴 당시에는 널리 읽히지 않았지만 그후에 혁명가들의 복음서가 되어 프랑스 혁명의 인권선언으로 계승되었고, 국민공회 헌법을 만들 때에 바탕이 되었다는 것은 익히 잘 알려진 사실이다.
또한 첫 번째 이야기에서 흥미로운 내용 중에는 장정일의 소설 <내게 거짓말을 해봐>가 음란성 논란으로 법원의 유죄판결을 받은 사건에 대한 이야기이다. 장석주의 <채털리부인의 여인>을 비롯한 고전과의 비교, 금태섭 변호사의 <율리시스>와의 비교, 강금실 변호사의 변론 내용 등을 이야기한다.
유명화가의 예술작품과의 형평성 문제도 대두된다. 조각이나 회화에서의 표현은 예술로 보면서, 소설 속의 음란 내용은 왜 외설로 보는가 하는 문제도 제기한다.
여기에서 책을 읽는 독자의 입장에서 책 속의 포르노그래피는 책읽기에 불편한 마음이 든다. 성인의 경우에도 양서라고 하는 책 속의 그런 부분들이 외설스럽다고 판단되는 책들이 있는데, 청소년들이라면 그런 부분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때론 청소년들에게 양서라고 하는 책을 선물하려고 하다가 그런 부분들이 생각나서 망설이게 되는 경우도 있다.
책 속의 이런 내용들은 읽으면서 내 생각과는 좀 다르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부분들이다.
그래도 꼭 고전이라고 해서, 양서라고 해서 좋은 책이고 널리 읽히는 책이라는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뜨린 책 이야기라는 점은 참신한 주제라고 생각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독서법도 되짚어 보게 된다. 좀더 깊이있고 폭넓은 독서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많은 책을 읽기 보다는 한 권의 책을 읽더라도 깊이있게 읽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 한 권의 책을 제대로 다 읽었다고 말할 수 있는 시점은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길 때가 아니라 독후감을 끝낼 때다. " (p. 7)
저자는 이 책의 '들어가는 말'에서 이와같은 문장을 써놓았다. 내가 이 말의 의미를 깨달은 것은 약 4년 정도가 되었는데, 그 이전에는 책은 읽는 것으로 끝난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우연한 계기로 책의 서평을 쓰게 되면서 책은 읽는 것이 끝이 아니라 책을 읽은 후에 그 내용을 정리해 보고 그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들을 글로 남기는 것임은 알게 되었다.

저자는 이 책 속에 국내외, 시대를 아우르는 독서편력을 고스란히 담아 놓았다. 한 권의 책을 읽기 위해서 또 다른 책을 읽고, 그 책을 읽으면서 다른 책을 연결해서 읽는 그런 독서법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그는 깊이있고 폭넓은 책읽기를 통해서 그동안 우리들이 알고 있던 책이야기와는 좀 다른, 별난 책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렇게 연결되는 책읽기가 강창래의 독서법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