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티나 데이터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정환 옮김 / 서울문화사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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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일본 미스터리의 제왕'이라는 '히가시노 게이고'.

그러나 내가 읽은 그의 작품은 <탐정클럽>이 고작이었다.

<탐정클럽>은 몇 편의 단편 모음이고, 어떤 사건을 의뢰받은 탐정들에 의해서 사건이 해결되는 형식으로 극적인 반전은 읽는 재미가 있기는 하나, 차근차근 사건을 풀어나가는 이야기라기 보다는 사건이 진행되다가 마지막 부분에서 탐정이 해결된 내용을 전달하는 형식이어서 독자들이 사건 속으로 뛰어들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미스터리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단편보다는 장편이 훨씬 책 속으로 몰입할 수 있으며, 함께 사건을 파헤치는 묘미를 기대하게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플래티나 데이터>는 내가 읽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단 한 편의 장편 소설이었지만, 책의 중간부를 넘어서면서부터는 책을 손에서 놓치 못할 정도로 책 속에 푹 빠져들게 만들었다.

어떤 작품이든지간에 작가가 그 작품에 애정을 가지고 집필을 하면 할수록 좋은 작품이 나오고, 독자들도 그런 작품을 알아 보게 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는 생각이 들곤 하는데, <플래티나 데이터> 역시 집필 기간이 3년 반이라는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 가루라 그리고 내면의 류.

<플래티나 데이터>의 주인공인 가구라는 어린 시절 충격적인 사건을 접하게 된다. 아버지의 자살!!

도예가였던 아버지를 죽음으로 내 몰았던 것은 컴퓨터가 만든 도예작품.

이 사건이 재미였던, 아니면 과학발전을 입증하는 차원의 기획이었던, 아버지의 장인정신을 무참하게 짓밟은 사건이었다.

컴퓨터가 재현한 아버지의 도예작품들. 컴퓨터가 만든 위작을 가려내는 TV 프로그램에서 아버지는 3개의 작품이 모두 자신의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그 작품을 만들 당시의 상황까지, 느낌까지 모두 느낄 수  있었던만, 3개의 작품은 모두 위작.

아버지가 자신의 작품을 모두 깨뜨리고 자살을 하신 모습을 보고 가구라는 큰 충격과 함께 공황상태에서 기절을 하게 되고, 그후에 그는 다중인격이 되는 것이다.

가구라, 그리고 가구라의 내면에 존재하는 또 다른 가구라인 류.

나는 그동안 다중인격에 관한 이야기를 소재로 한 작품들을 많이 읽었기에, 가구라와 류의 다중인격을 내나름대로 생각했다.

아마도 많은 독자들이 그런 상상을 하게 되었을 것이다.

가구라는 실제의 모습, 가구라 내면의 또다른 류는 과격한 살인마의 기질을 가진 모습으로....

여기에 작가인 '히가시노 게이고'의 캐릭터의 선정의 남다름이 엿보이며, 또한 이 사건을 풀어나가는 실마리가 있는 것이다.

가구라는 경찰청 특수 해석 연구소의 주임으로 새로 개발한  DNA 수사 시스템에 의해 사건 해결을 담당하는 발달한 과학의 실체에 신뢰감을 갖고 있는 이성적인 인물. 그러나 류는 가구라와는 전혀 다른 감각적인 인물로, 그가 그리는 그림에는 류의 마음과 의식의 밑바닥에 깔린 아버지의 장인정신에 대한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있고, 사건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 단서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가구라는 아버지의 죽음에서 어차피 인간의 마음은 나약한 존재이며, 데이터야말로 모든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지만, 류는 가구라가 잃어버린 "무엇인가"를 놓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류는 그것을 자신의 가장 큰 보물로 생각한 것이다.

 

 

어떤 사건에서 입은 트라우마를 해결해 나가는 방법이 가구라와 류는 한 사람이지만 내면에서는 이렇게 완연한 차이점을 보이게 된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소설의 그 어떤 주제들보다도 이런 설정이 마음에 가장 크게 다가왔던 것이다.

 

★ '플래티나 데이터' 그리고 '모글'
과학기술의 발전은 어디까지 갈 수 있는 것일까?

얼굴의 한쪽의 절반을 차지하는 반점을 가진 다테시나 소키와 그의 오빠.

다테시나는 자신의 외모때문에 힘든 상황을 수학이라는 학문에 매진하여 수학천재가 된다. 다테시나 남매가 만들어낸 최첨단 DNA 수사 시스템의 실용화.

이 시스템으로 각종 사건 현장에 모발 한 가닥만 떨어져 있어도, 사건의 범인을 색출할 수 있다. 혈액형, 키, 몸무게, 심지어는 몽타주가 아닌 범인의 사진까지도.

디지털 테이터가 있다면, 모든 사건을 해결할 수 있다.

그런데, 연쇄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그것은 경찰청 특수해석연구소의 DNA 수사 시스템의 검색 결과는 ‘NOT FOUND’. NF13으로 분류되게 된다.

그런데, 이 시스템을 만들어낸 다테시나 남매가 살해되게 되고, 그들이 연구하던 결과물이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플레티나 데이터'. 그것의 해결할 수 있는 '모글'

 

 

과학의 발전은 과연 어디까지 가능하게 할 것이며, 그것이 가져다 주는 부작용들은 어떤 현상으로 나타날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보게 한다.

★ 국가 지도층의 추악한 모습은 이 작품에서도 한 몫을 한다.

국가 지도층은 국민들에게 항상 이야기한다. 모든 정책은 국민을 위하는 것이라고,

그러나, 과연 그럴까. <플래티나 데이터>에서도 방대한 양의 DNA 데이터를 축적하는 사업에 국민들의 협조를 구하고, 그것이 범죄를 예방하는 방법이라고 하지만, 그것 자체를 두려워 하는 집단은 국가 지도층, 사회 지도층이라는 것이다.

개인 정보를 취급하는 과정에서 자신들의 범죄 행각이 들어 날 수 밖에 없으니까.

그래서, 그들은 그것을 두려워하고, 시스템에서 빠져 나가려는 음모를 꾸밀 수 밖에 없다.

 

인간의 정신을 조종하는 노하우는 권력을 쥐는 것과 연결되는 거야, 그래서 실험이 필요했어. (P 472)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은 탄탄한 구성과 정교한 문체, 그리고 강한 흡인력.

<플래티나 데이터>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 중에 단연 최고라는 평을 받고 있는 작품이다.

소설의 소재나 주제가 그렇게 낯설지는 않지만, 소설의 구성이 탄탄하다는 생각이 든다. 얼기설기 얽혀 있는 이야기들이 조금씩 실마리를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책 속에 빠져들 정도로 강한 흡인력을 가진 작품이라고 해야할 것이다.

그리고, 등장인물의 캐릭터들도 다양하다.

끝까지 가구라의 행적을 쫓는 아사마. 그리고 내면의 류.

또다른 사람의 내면의 인물인 스즈랑.

미스터리 소설의 묘미인 범인 찾기는 쉽게 짐작이 가는 인물이지만, 미스터리 소설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이라면 스스로 책을 읽어가면서 범인을 추측해 보는 것도 또다른 재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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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2
스티그 라르손 지음, 임호경 옮김 / 뿔(웅진)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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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을 읽으면서 머리를 스치는 생각들은 이 소설이 드라마로 제작된다면 참 재미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미 이 작품은 스웨덴에서 '밀레니엄' 시리즈 3부가 모두 영화화되었다.

 



그런데, 영화는 단 몇 시간에 이 작품의 이야기를 모두 보여 주어야 하기에, 소설로 성공한 작품들이 영화로 제작되어 상영될 경우에 몇 % 부족만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드라마는 영화에 비해서는 많은 시간을 들여서 몇 부작으로 제작될 수 있기에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은 영화보다는 드라마가 더 심도있는 작품으로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은 그만큼 이 작품은 미스터리 작품으로써 구성도 탄탄하고 묘사도 세밀하고, 심리적 갈등도 잘 표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1>을 읽은 후에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2>를 거의 반 정도 읽은 후에 시간적인 여유가 없어서 잠시 접어두게 되니 어떻게 이야기가 전개될 것인지 궁금하였다.
그런데, 우연히 새벽 3시경에 잠에서 깨어나게 되었다.
책상앞에 앉아서 한 3시간 남짓 책을 펼쳐드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 속에 몰입을 하게 된다.
미카엘과 리스베트의 환상적인 콤비는 한 조각 한 조각 하이예트의 실종사건의 퍼즐을 맞추어가는 과정은 숨을 죽이고 읽을 수있을 만큼 흥미롭다.
" 그녀는 거의 맞은편에서 무언가를 혹은 누군가를 본다, 그녀는 충격을 받는다. 얼마 후 그녀는 헨리크 방예르와 면담하기 위해 그를 접촉했지만 면담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이어 그녀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다.
이날 무언가가 일어난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사진들은 설명해 주지 않았다. " (p51~52)
추악하고 흉칙한 모습으로 드러나는 연쇄 살인사건의 실마리와 그를 추적해 나가는 과정에서 인간은 얼마나 잔인할 수 있으며, 살인이 일종의 습관처럼 행해지는 것에 대한 경악을 금할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근친간의 성폭행과 사디스트의 행태는 인간의 추악함을 그대로 보여주는 이야기인 것이다.
이 작품은 하리예트 실종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기는 하지만, 그 바탕이 되는 대기업 방예트 가문의 추악한 모습과 기업 윤리를 둘러싼 비리 등도 함께 다루고 있다.
거기에 저자는 스웨덴의 역사와 정치, 경제, 사회상까지도 이야기의 내용 곳곳에 함께 다루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한 추리소설이상의 사회문제까지 다루어 주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마치 이 소설의 주인공인 미카엘이 이 소설의 저자인 '스티그 라르손'의 분신과 같다는 생각을 독자들은 하게 되는 것이다.

 


" (...) 어쩌면 그 전후로도 확장될 수 있는 시기에 어떤 미친 사디스트 연쇄 살인범 한 놈이 성경을 팔 밑에 끼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17년 동안 숱한 여자들을 죽였다는 말이 되겠군, 그런데 이 살인 사건들을 서로 연관 지으려 한 사람은 지금까지 하나도 없었고, 이건 좀 상상이 지나친 것 같은데?" (p152)
저자가 <엑스포>의 편집장으로서 그의 신념에 따라 반 파시즘 투쟁과 베트남 전쟁 반대시위 등과 같은 행동을 보여주었던 것처럼, 미카엘이 대기업의 비리를 추적하고 세상의 악과 맞서 나가는 것이다.
이 작품에서 미카엘 못지 않게 관심이 집중되는 캐릭터는 리스베트 살란데르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은 보잘것없고 사회에 부적응 인물로 비치지만, 그 어떤 여자보다도 강인하고 천재적인 지능을 갖춘 인물인 것이다.
그가 가진 컴퓨터 해킹 능력이 없었다면  방예르가의 추악한 연쇄살인을 해결할 수도 없었을 것이며, 베네르스트룀의 기업 비리도 들추어 낼 수 없었을 것이다.

특이하게도 이 책의 목차는
★ 1권
1장 : 스웨덴 여성의 18 퍼센트는 살면서 남성의 위협을 한 번 이상 받은 적이 있다.
2장 : 스웨덴 여성의 46 퍼센트는 남성의 폭력에 노출되어 있다.
☆ 2권
3장 : 스웨덴 여성 중 13 퍼센트는 심각한 성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다.
4장 : 성폭행을 당한 스웨덴 여성 중 92 퍼센트가 고소를 하지 않았다. 

 


각 장  첫 장에 등장하는 이런 글귀를 읽으면서 그 의미를 생각해 보는 것도 저자가 이야기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밀레니엄' 시리즈의 4부의 원고가 시작과 결말을 포함하여 약 250 페이지가 존재한다고 하는 이야기도 있기는 하지만, 저자의 사실혼 관계인 부인과 가족간의 분쟁이 있기도 하고, 원고의 중간 부분을 완성할만한 사람도 없기에 저자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그의 작품에 몰입을 했던 독자들에게는 더욱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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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의 부름
기욤 뮈소 지음, 전미연 옮김 / 밝은세상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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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욤 뮈소는 <그후에>, <당신없는 나는?>, <구해줘>,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사랑하기때문에> 등으로 이미 많은 독자들을 가지고 있는 프랑스 작가이다.

발표하는 작품마다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게 되는데, 그것은 아마도 작가의 톡톡튀는 젊은 감각적 문체와 트렌디한 대중문화의 코드와 달콤한 사랑이야기가 함께 어우러지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이젠 많은 독자들에게 작가의 스타일에 익숙해져 가고 있는데, 작가는 작품마다 또다른 새로움을 선사하는 것이다.

 

 

내가 기욤 뮈소의 책 중에 가장 아끼는 책은 <종이여자>이다. 이 소설은 베스트 셀러 작가인 톰이 피아니스트 오로르 발랑꾸르와의 사랑에 실패하게 되면서 단 한 줄의 원고도 쓰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게 되는데, 그의 작품 속의 인물인 빌리가 책 속에서 튀어 나와서 톰의 재기를 도와준다는 이야기인데, 처음에 이 소설을 읽게 되면 황당한 설정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지만, 차츰 차츰 이야기 속으로 빠져드는 허구와 진실의 숨바꼭질같은 러브스토리와 판타지 요소가 가미된 이야기인 것이다.

책표지 역시 종이 여자 빌리의 모습이 판타스틱하면서도 사랑스러운....

마치 책표지만 보면 <천사의 부름>은 <종이여자>와 시리즈처럼 많이 닮아 있다.

 

 

<천사의 부름>은 휴대폰이 바뀌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이야기이기에 단순한 사랑이야기처럼 생각하고 이 책을 구입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같은데, 이 책 속에는 엄청난 스릴러가 담겨 있는 것이다.

기욤 뮈소는 <천사의 부름>을 통해서 러브스토리와 스릴러를 접목시키면서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을 정도의 긴장감과 재미를 함께 선사한다.

물론, 그동안, 기욤 뮈소가 다른 작품에서도 반전과 스릴러적 효과를 노리는 장치를 작품 속에 가미시키기는 했지만, <천사의 부름>은 제대로 된 스릴러 소설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휴대폰을 처음 사게 되었을 때를 생각해 보자.

처음엔 남들이 다 쓰니까, 가장 기본 사양을 골라서 사용하게 되는데, 스티브 잡스의 영향인지 휴대폰은 이제 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자신들의 분신과도 같은 존재가 되었다.

"요술방망이나 다름없는 기계"(p10)가 된 것이다.

이야기는 크리스마스가 얼마 남지 않은 뉴욕의 JFK 공항에서 조나단과 매들린이 부딪히면서 휴대폰이 바뀌게 되면서 시작된다.

두 사람은 상반된 기분으로 그 공항에 있었던 것이다.

 

 

조나단은 한때는 재벌가의 딸과 결혼도 했고,  '맛의 마술가', '미식계의 모차르트', ' 세계 최고의 천재 셰프'라는 말을 들으면서 세계적인 셰프로 명성을 날렸으나, 지금은 아내가 바람을 피워서 이혼을 하고, 샌프란스시코에서 허름한 식당을 하고 있다.

그가 뉴욕에 온 이유도 크리스마스를 아들 찰리와 보내기 위해서 이혼한 부인으로부터 아들을 데리러 온 것이어다.

매들린은 파리에서 플로리스트로 <환상의 정원>이란 꽃집을 하는데, 얼마후에 결혼할 남자와 함께 밀월여행을 보내고 돌아가기 위해서 공항에 있었던 것이다.

너무도 상반된 감정으로 뉴욕 JFK 공항에서 부딪힌 두 사람은 얼마후 자신들의 휴대폰이 뒤바뀐 사실을 알게 된다.

조나단은 샌프란시스코에서, 매들린은 파리에서...

서로를 경망스럽고 정떨어지는 인간들이라고 생각했던 잠깐의 만남을 생각하면서 휴대폰을 돌려주려고 하지만, 파리의 공공노조 파업으로 지연되게 된다.

조나단은 매들린의 휴대폰을 본다는 것이 타인의 사생활을 엿보는 것같은 죄책감에 휴대폰을 훔쳐 보려는 생각을 하지 않으나, 휴대폰의 사진 한 장을 보게 되자, 다른 사진들을 그리고, 다음에는 메일을 보게 되고, 또다시 일정관리를 보게 된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휴대폰의 용량을 채우고 있는 어떤 파일들에 대한 호기심에서 비밀번호를 풀게 되고, 그 속에서 엄청난 사건의 메일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매들린의 입장에서는

"(...) 더 깊이 파고 들면 아무도 봐서는 안 될 파일이 나올 수도 있었다. 진작 없애야 했던 파일, 세상 어느 누구도 보아서는 안 되는 파일이 휴대폰에 들어 있었다. 그녀의 삶을 망가뜨린 비밀, 그녀를 광기와 죽음의 문턱으로 내몰았던 비밀." (p79)

기욤 뮈소가 달콤한 사랑이야기를 풀어나갈 것이라고 생각했던 독자들에게는 새로운 스타일로 변신하는 기욤 뮈소의 스릴러 소설을 접하게 되는 것이다.

 

휴대폰 속 파일은 앨리스 딕슨 이라는 14살 소녀의 실종사건에 대한 모든 기록을 담은 것이다.

예상하지 못했던 이야기의 전개는 조나단과 매들린이 서로 어떤 접점으로 다가갈 수 밖에는 관계라는 것이다.

그리고 매들린은 조나단이 오늘날 허술한 식당을 운영하기 전에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셰프였으며 그가 추락하게 된 배경에 <윈 엔터테인먼트 그룹>이 있었음을 알게 된다.

 

" 그래, 운명이었어, 조나단과 휴대폰이 뒤바뀐 건 하늘의 뜻이었던 거야. 조나단, 조르주, 프란체스카의 뒷조사를 하고 다닌 건 앨리스에게 돌아오기 위한 일련의 과정이었어. " (p283)

 

 

" 그녀는 그와 처음 만났던 순간을 다시금 떠올렸다. JFK 에서 우연히 몸을 부딪치지 않았다면 그와의 인연은 시작되지 않았을 것이다. 실수로 휴대폰이 뒤바뀌는 일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그와의 인연은 시작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녀가 30초만 일찍 혹은, 30초만 늦게 카페에 들어갔더라면 그와 마주치지 않았을 것이다. 결정적인 순간에 두 사람을 그 자리에 있게 한 건 바로 운명의 힘이었다.

돌아가신 할머니는 운명을 일컬어 '천사의 부름'이지, 라고 말씀하시곤 했었다. " (P314)

 

<천사의 부름>은 이런 숨겨졌던 이야기들을 두 사람이 어떻게 풀어나가게 되는가를 잘 표현하고 있다.

마치 한 편의 영화을 보는 것처럼 칙칙한 맨체스터와 뉴욕의 맨해튼을 비롯한 곳곳을 독자들이 책 속의 주인공들과 함께 그 장소에 있는 것과 같은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장소적 표현을 하고 있으며, 그들의 심리도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첫 장면부터 끝 장면에 이르기까지 치밀하게 계산된 구성이 돋보이기도 하면서, 이야기의 전개는 빠른 템포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긴장감이나 흡인력은 최고의 경지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특히, <천사의 부름>에는 음식이야기도, 음악이야기도 한 몫을 한다.

 

 

기욤 뮈소의 소설의 바탕을 이루는 것은 역시 '사랑'이다. 진실한 사랑, 한 순간에 끌리는 사랑.

그 사랑의 이야기에 스릴러가 환상적인 호흡을 맞추어 한 편의 소설로 탄생한 것이 바로 <천사의 부름>이다.

실제로 소설의 모티브가 된 휴대폰이 뒤바뀌게 된 상황이 2007년 8월 몬트리올에서 작가에게 있었으며, 그것에서 영감을 얻어서 이 작품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또한, 기욤 뮈소는 한 언론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속편이 있을 수도 있다고 했으니, 이 소설은 결말이 있기는 하지만, 열린 결말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독자들 스스로 그 이후의 이야기를 상상해 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마지막으로, 앨리스가 조나단에게 남긴 편지 속에 인용된 빅토르 위고의 말을 끝으로 이 글을 맺으려고 한다.

" 인생에 가장 아름다운 날들은 우리가 아직 살지 않은 날들이다. " (P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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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페어
하타 타케히코 지음, 김경인 옮김 / 북스토리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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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내용 중의 하나가 예고된 살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범인은 살인 현장에 다음번의 살인을 예고하는 메시지를 남기고 간다.



그야말로 간큰 살인범이지만, 추리소설에서는 흔히 많이 등장하는 방법중의 하나이다.
그런데, <언페어>에서는 다음의 살인 예고편이 추리소설 속에 담겨져 있는 것이다.
범인은 가장 처음의 살인 현장에 책갈피를 떨어뜨린다.
" 불공정한 것은 누구인가?"






그리고, 이어서 <추리소설>이라는 제목의 살인 사건을 다룬 소설의 전반부를 출판사에 배달시킨다.
이 소설을
"최고로 비싼 원고료를, 이 작품을 위해 지불하도록..."
살인을 막으려면, 소설의 다음 부분을 입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또 다른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메시지의 문장끝에 씌여진 "T" 와 'H" 라는 이니셜.

<언페어>는 이미 일본에서 드라마로 방영되었으며, 9월에는 <The Answer>라는 제목의 영화로 다시 태어난다.
이 소설은 거의 초반부를 넘어서면서 범인의 윤곽이 드러나게 된다.
추리소설가를 꿈꾸는 미스터리 연구회 소속의 대학생이 이 작품의 원고를 출판사에 가지고 갔다가 보기 좋게 거절을 당한 후에 행방불명이 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지게 된다.
이 소설 속의 또다른 소설인  <추리소설>이  출판이 거절당한 이유는 "리얼리티가 없다"," 전개가 불공정하다." 였다고 한다.
그렇기에 이 소설의 살인사건은 <추리소설>과 똑같은 살인 사건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너무도 쉽게 범인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언페어>는 추리소설이다.
추리소설의 매력은 소설의 끝부분까지 범인이 누구일까 궁금해 하면서 이야기를 따라가야 하는 것이고, 소설 속의 범인을 알아 맞추는 것이 묘미가 아니던가....
그렇다면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은?
그리고, 왜 그렇게 끔찍한 살인을 저지르는 것일까?
<언페어>의 작가인 '하타 와케히코'는 소설가, 극작가, 연출가, 시나리오작가이다.
그중에서도 2004년에 <언페어>로 정식 소설가로 데뷔를 했다고 하니, 아무래도 드라마나 영화와 더 밀접한 관계가 있지 않을까....
그래서인지 이 소설은 드라마, 영화로 제작해야 더 빛이 날 것같은 느낌이 드는 추리소설이기도 한 것이다.
또한 소설의 전개는 매우 빠르게 전개되고, 각 인물들의 심리묘사도 적절하게 잘 표현되어 있다.
역시, 한여름밤에는 추리소설이 대세인지 요즘에는 읽어 볼 만한 추리소설들이 다수 출간되고 있어서 무더위를 식혀주고 있다.
소설 속에는 추리소설을 쓰기의 기본이라든가, 출판사, 작가, 대필작가들의 이야기도 들어 있어서 한 권의 책이 이 세상에 나오기까지의 어려움도 한 번쯤은 다시 생각해 보게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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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백
노나미 아사 지음, 이춘신 옮김 / 서울문화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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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자백>의 작가인 노나미 아사는 <얼어붙은 송곳니>로 나오키상을 수상한 일본 대중문학을 대표하는 여류작가이다.

 


"치밀하고 정교한 심리묘사를 통해 긴장감을 높인다'는 평가를 받는다"(작가소개글 중에서)는 작가 소개글을 읽고 이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든다.
첫 작품인 <낡은 부채>를 읽는데, 기존의 추리소설을 읽던 때의 긴장감이나 추리력은 별 소용이 없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첫 장면인 에필로그에서 살인의 이유도 설명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누군가가 400만엔을 줄테니까, 사체 처리에 가담을 해 줄 것을 이야기하고, 그후 가타이사강의 하천부지에서 비에 흔적이 씻겨 나간 변사체가발견되고, 윗옷은 벗겨졌지만, 이름이 새겨진 바지를 입었기에, 변사체의 신원을 밝혀지고, 범인도 쉽게 찾을 수 있고.....
살해를 한 사람은 그의 부인이고, 부인의 사주를 받아 사체를 집근처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유기하는 것, 그리고 대충 유기한 듯한 행동.
살인 사건을 다룬 이야기가 어떻게 이렇게 엉성하게 구성되었단 말인가?
반전도, 트릭도 없으니....
<자백>은 '자백 받아내기의 달인'이라고 불리는 도몬 형사를 주인공으로 한  네 편의 중편 <낡은 부채>, < 돈부리 수사>, < 다시 만날 그날까지>, <아메리카 연못>을 담은 연작소설인 것이다.
그런데,도몬 형사는 날카롭거나,날렵한 형사는 아닌 것이다. 다소 어수룩한 형사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그에게는 소박하고 성실하며, 푸근함이 있는 것이다.
각각의 이야기는 에필로그, 내용, 프롤로그의 형식으로 짜여 있는데, 많은 살인 사건을 다룬 이야기들이 그 사건에만 집중되는 것에 비하여, <자백>은 도몬 형사의 일상, 가정생활 이야기를 비중있게 다루고 있다. 그래서 도몬 형사의 인품이 엿보이고, 그가 지극히 평범한 소시민적인 인간임을 알려주는 것이다.
특히, <돈부리 수사>는 이야기의 진행이 <낡은 부채>처럼 확연하게 나타난 살해사건을 수사하는데, 어설픈 범인들은 꼭 지문을 남겨둔다. 그리고, 자신의 집주소까지도 버려진 종이에서 찾을 수 있을 정도로 어설프다.
범인을 찾아 간 집에서 만난 것은 가스를 틀어 놓고 죽으려는 범인.
그런데, 파키스탄인이다. 잔돈을 훔치기 위한 택시강도살인.
그러나, 파키스탄인은 절도죄만을 인정하고, 살인은 인정하지 않는다.
이에 도몬은 돈부리수사를 하는 것이다. 일본이 가난했던 시절에는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에게 가스돈, 오야코도 등의 음식을 시켜주면 이를 먹고 완고했던 용의자들도 범죄사실을 불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렇게 도몬도 파키스탄인의 집에서 보았던 냄비 속에서 카레를 생각해 내곤, 그들이 먹는 카레와 빵을 만들어 먹이고 자백을 받기도 한다.
<다시 만날 그날까지>에서는 금액은 작지만 400여건에 달하는 절도를 저지른 부부 절도범을 잡기 위해서 그 집앞의 어떤 집에 잠복근무를 하게 된다.
방주인이 건설노동자여서 몇 달씩 방이 비어 있는 곳에 주인의 허락을 받고, 잠복하게 되는데, 마침 집에 돌아온 방 주인과 마주치기도 하고, 이미 절도범은 형사들이 그 집에 잠복을 한 것을 알고 도망쳤지만, 그를 모르고 하룻밤을 잠복을 하기도 한다.
참 어처구니없는 형사이기도 하다.
이렇게 <자백> 속의 이야기들은 내용은 다르지만, 사건을 풀어 나가는 어수룩함을 비슷비슷하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도몬 형사가 있다.
그의 형사로서의 신조 중의 하나는
" 결코 강압적이지 않은 분위기 속에서 묻고 들어주기르 반복하면서 논리정연하게 조서를 꾸민다"(p 319)는 것이다.

 


도몬은 유능하거나 특별한 형사는 아니다. 아니, 자백을 받을 때의 인간미 넘치는 마음은 특별하지만.
그리고 사건도 특별하거나, 얼키고 설킨 그런 사건 이야기도 아니다.
이 이야기들은 쇼와 40년(1965년)~쇼와 60년(1985년) 사이의 시대적 배경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작품 속에는 이 사건이 일어난 때에 신문에 실린 뉴스들이 등장한다.
김대중 납치사건, 일본 항공기를 납치하여 서울로 몰고 왔던 적군파 사건, 세기의 결혼이었던 찰스 황태자 결혼이야기 등이 작품 속에 슬쩍 언급이 된다.
허구의 소설에서 역사 속의 진실의 이야기가 한 문장씩 감초처럼 쓰여진다.
이 시대를 기억하는 독자들이라면, "이런 일이 있었지~~"라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네 편의 소설의 시대적 배경이 된 때에는 과학 수사기법이 아무래도 미흡하였기에, 도몬 형사처럼 발로 뛰고, 기록을 하고, 끝까지 사건 해결을  위해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기다리고, 용의자의 자백을 받는 과정을 거쳤던 것이다.

 


그러니, 옮긴이가 '옮긴이 후기'에서 썼듯이 "아날로그 향수를 자극하는 소박하고 성실한 사건 기록부"(p322)라는 표현이 가장 적확한 표현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너무도 자극적이고 흥미본위의 추리소설에 길들여진 독자들에게는 이 책이 너무 심심하고 무미건조한 이야기들처럼 느껴질 수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작품 속에 들어가서 그 아날로그적인 그 시대의 이야기로 받아들이다면 향수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디지털 시대의 이야기가 식상하다면, 아날로그 향수의 세계을 접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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