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의 부름
기욤 뮈소 지음, 전미연 옮김 / 밝은세상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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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욤 뮈소는 <그후에>, <당신없는 나는?>, <구해줘>,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사랑하기때문에> 등으로 이미 많은 독자들을 가지고 있는 프랑스 작가이다.

발표하는 작품마다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게 되는데, 그것은 아마도 작가의 톡톡튀는 젊은 감각적 문체와 트렌디한 대중문화의 코드와 달콤한 사랑이야기가 함께 어우러지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이젠 많은 독자들에게 작가의 스타일에 익숙해져 가고 있는데, 작가는 작품마다 또다른 새로움을 선사하는 것이다.

 

 

내가 기욤 뮈소의 책 중에 가장 아끼는 책은 <종이여자>이다. 이 소설은 베스트 셀러 작가인 톰이 피아니스트 오로르 발랑꾸르와의 사랑에 실패하게 되면서 단 한 줄의 원고도 쓰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게 되는데, 그의 작품 속의 인물인 빌리가 책 속에서 튀어 나와서 톰의 재기를 도와준다는 이야기인데, 처음에 이 소설을 읽게 되면 황당한 설정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지만, 차츰 차츰 이야기 속으로 빠져드는 허구와 진실의 숨바꼭질같은 러브스토리와 판타지 요소가 가미된 이야기인 것이다.

책표지 역시 종이 여자 빌리의 모습이 판타스틱하면서도 사랑스러운....

마치 책표지만 보면 <천사의 부름>은 <종이여자>와 시리즈처럼 많이 닮아 있다.

 

 

<천사의 부름>은 휴대폰이 바뀌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이야기이기에 단순한 사랑이야기처럼 생각하고 이 책을 구입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같은데, 이 책 속에는 엄청난 스릴러가 담겨 있는 것이다.

기욤 뮈소는 <천사의 부름>을 통해서 러브스토리와 스릴러를 접목시키면서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을 정도의 긴장감과 재미를 함께 선사한다.

물론, 그동안, 기욤 뮈소가 다른 작품에서도 반전과 스릴러적 효과를 노리는 장치를 작품 속에 가미시키기는 했지만, <천사의 부름>은 제대로 된 스릴러 소설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휴대폰을 처음 사게 되었을 때를 생각해 보자.

처음엔 남들이 다 쓰니까, 가장 기본 사양을 골라서 사용하게 되는데, 스티브 잡스의 영향인지 휴대폰은 이제 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자신들의 분신과도 같은 존재가 되었다.

"요술방망이나 다름없는 기계"(p10)가 된 것이다.

이야기는 크리스마스가 얼마 남지 않은 뉴욕의 JFK 공항에서 조나단과 매들린이 부딪히면서 휴대폰이 바뀌게 되면서 시작된다.

두 사람은 상반된 기분으로 그 공항에 있었던 것이다.

 

 

조나단은 한때는 재벌가의 딸과 결혼도 했고,  '맛의 마술가', '미식계의 모차르트', ' 세계 최고의 천재 셰프'라는 말을 들으면서 세계적인 셰프로 명성을 날렸으나, 지금은 아내가 바람을 피워서 이혼을 하고, 샌프란스시코에서 허름한 식당을 하고 있다.

그가 뉴욕에 온 이유도 크리스마스를 아들 찰리와 보내기 위해서 이혼한 부인으로부터 아들을 데리러 온 것이어다.

매들린은 파리에서 플로리스트로 <환상의 정원>이란 꽃집을 하는데, 얼마후에 결혼할 남자와 함께 밀월여행을 보내고 돌아가기 위해서 공항에 있었던 것이다.

너무도 상반된 감정으로 뉴욕 JFK 공항에서 부딪힌 두 사람은 얼마후 자신들의 휴대폰이 뒤바뀐 사실을 알게 된다.

조나단은 샌프란시스코에서, 매들린은 파리에서...

서로를 경망스럽고 정떨어지는 인간들이라고 생각했던 잠깐의 만남을 생각하면서 휴대폰을 돌려주려고 하지만, 파리의 공공노조 파업으로 지연되게 된다.

조나단은 매들린의 휴대폰을 본다는 것이 타인의 사생활을 엿보는 것같은 죄책감에 휴대폰을 훔쳐 보려는 생각을 하지 않으나, 휴대폰의 사진 한 장을 보게 되자, 다른 사진들을 그리고, 다음에는 메일을 보게 되고, 또다시 일정관리를 보게 된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휴대폰의 용량을 채우고 있는 어떤 파일들에 대한 호기심에서 비밀번호를 풀게 되고, 그 속에서 엄청난 사건의 메일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매들린의 입장에서는

"(...) 더 깊이 파고 들면 아무도 봐서는 안 될 파일이 나올 수도 있었다. 진작 없애야 했던 파일, 세상 어느 누구도 보아서는 안 되는 파일이 휴대폰에 들어 있었다. 그녀의 삶을 망가뜨린 비밀, 그녀를 광기와 죽음의 문턱으로 내몰았던 비밀." (p79)

기욤 뮈소가 달콤한 사랑이야기를 풀어나갈 것이라고 생각했던 독자들에게는 새로운 스타일로 변신하는 기욤 뮈소의 스릴러 소설을 접하게 되는 것이다.

 

휴대폰 속 파일은 앨리스 딕슨 이라는 14살 소녀의 실종사건에 대한 모든 기록을 담은 것이다.

예상하지 못했던 이야기의 전개는 조나단과 매들린이 서로 어떤 접점으로 다가갈 수 밖에는 관계라는 것이다.

그리고 매들린은 조나단이 오늘날 허술한 식당을 운영하기 전에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셰프였으며 그가 추락하게 된 배경에 <윈 엔터테인먼트 그룹>이 있었음을 알게 된다.

 

" 그래, 운명이었어, 조나단과 휴대폰이 뒤바뀐 건 하늘의 뜻이었던 거야. 조나단, 조르주, 프란체스카의 뒷조사를 하고 다닌 건 앨리스에게 돌아오기 위한 일련의 과정이었어. " (p283)

 

 

" 그녀는 그와 처음 만났던 순간을 다시금 떠올렸다. JFK 에서 우연히 몸을 부딪치지 않았다면 그와의 인연은 시작되지 않았을 것이다. 실수로 휴대폰이 뒤바뀌는 일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그와의 인연은 시작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녀가 30초만 일찍 혹은, 30초만 늦게 카페에 들어갔더라면 그와 마주치지 않았을 것이다. 결정적인 순간에 두 사람을 그 자리에 있게 한 건 바로 운명의 힘이었다.

돌아가신 할머니는 운명을 일컬어 '천사의 부름'이지, 라고 말씀하시곤 했었다. " (P314)

 

<천사의 부름>은 이런 숨겨졌던 이야기들을 두 사람이 어떻게 풀어나가게 되는가를 잘 표현하고 있다.

마치 한 편의 영화을 보는 것처럼 칙칙한 맨체스터와 뉴욕의 맨해튼을 비롯한 곳곳을 독자들이 책 속의 주인공들과 함께 그 장소에 있는 것과 같은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장소적 표현을 하고 있으며, 그들의 심리도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첫 장면부터 끝 장면에 이르기까지 치밀하게 계산된 구성이 돋보이기도 하면서, 이야기의 전개는 빠른 템포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긴장감이나 흡인력은 최고의 경지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특히, <천사의 부름>에는 음식이야기도, 음악이야기도 한 몫을 한다.

 

 

기욤 뮈소의 소설의 바탕을 이루는 것은 역시 '사랑'이다. 진실한 사랑, 한 순간에 끌리는 사랑.

그 사랑의 이야기에 스릴러가 환상적인 호흡을 맞추어 한 편의 소설로 탄생한 것이 바로 <천사의 부름>이다.

실제로 소설의 모티브가 된 휴대폰이 뒤바뀌게 된 상황이 2007년 8월 몬트리올에서 작가에게 있었으며, 그것에서 영감을 얻어서 이 작품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또한, 기욤 뮈소는 한 언론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속편이 있을 수도 있다고 했으니, 이 소설은 결말이 있기는 하지만, 열린 결말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독자들 스스로 그 이후의 이야기를 상상해 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마지막으로, 앨리스가 조나단에게 남긴 편지 속에 인용된 빅토르 위고의 말을 끝으로 이 글을 맺으려고 한다.

" 인생에 가장 아름다운 날들은 우리가 아직 살지 않은 날들이다. " (P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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