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읽었던 책 중에 <나는 그곳에서 사랑을 배웠다 / 정희재 ㅣ 샘터
ㅣ2006>, <도시에서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 정희재 ㅣ 걷는 나무 ㅣ 2010>, <지구별 어른, 어린왕자를 만나다
/ 정희재 ㅣ 지식의숲 ㅣ 2011>, <아무 것도 하지 않을 권리 / 정희재 ㅣ 갤리온 ㅣ
2012>의 작가 '정희재'의 책이라는 것만으로도 관심이 가는 책이다.
<도시에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는 '바쁜 일상에 치여 놓치고 있었던 소중한 것들 46'이라는 부제가 달려 있다. 작가의 소소한
일상 속에서 느꼈던 소중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성장기 이야기, 직장 이야기, 가정사, 친구, 사랑하는 사람에 관한 흔한 에세이 소재들이지만 뛰어난 글솜씨가 읽으면서 공감을 가져다
주었다.
바로 그 책, <도시에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의 개정판이 <어쩌면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이다. 기존의 책은
336쪽에 46가지 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어쩌면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은 256쪽에 31가지 이야기가 담겨 있다. 물론
개정판에는 새로운 이야기도 추가되었지만 구태여 개정판에서 원래의 이야기를 이렇게 대폭 줄였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이 책을 몇 쪽 읽다가 중학교 1학년 때의 짝꿍이었던 친구를 만났다. 1년에 2~3번 정도 만나지만 그 친구를 만나면 아무런 거리낌없이 내
이야기를 주절거리게 된다. 만나면 미술 전시회를 갔다가 점심을 먹고 카페에서 그동안 살았던 이야기를 한다. 흔히들 여자들이 친구를 만나면 하게
되는 대화의 주제가 아닌, 그림 이야기, 책 이야기 그런 이야기를 하다가 정치 이야기, 사회 이야기까지 하게 된다.
친구가 어려울 때에는 연락이 끊겨서 어떤 도움을 주지도 못했지만, 지금은 그 역경을 이겨내고 사회생활과 취미생활을 열심히 한다. 그동안
못했던 그림도 그리고, 문화센터에서 강의도 듣고, 수영도 배우고...
그런 친구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친구의 긍정적인 사고방식이 오늘의 그녀를 있게 했다.

괜찮은 척, 아무렇지도 않은 척.... 그렇지만 삶이 힘들고 외롭고 지칠 때에 누군가가 곁에서 해 주었으면 하는 말들.... 바로
'정희재' 작가는 '외롭던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 그래서 외로운 당신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책 속의 글 중에서) 31가지 이야기를 책 속에 담아 놓았다.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 그 친구를 생각하게 됐다. 힘들 때에 곁에 있어 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그래도 남은 날들은 함께 할 수 있어서 고맙다고.
" '지불책우(智不責愚)
지혜로운 사람은 어리석은 사람을 나무라지 않는다. (...) 진정 지혜로운 사람은,
지혜로운 사람이니 어리석은 사람이니 굳이 나누지 않는다는 것을. 그저 괴로운 사람, 괴롭지 않은 사람이 있을 뿐이다." (p. p.
59~60)

" 걸으면서 자신에게 들려준다. '나는 아무 것도 아니다. 나는 아무 것도 아니다.' 텅
빔의 충전이다. 무無의 수혈이다. '나' 라는 확고부동한 실체가 있다고 생각하기에 화가 나는 것이다.
사실, 나는 아무 것도 아니다. 그래서 모든 것일 수 있다. 화를 치솟게 만든 그이의
얼굴을 떠올려 본다.
내 얼굴이다. 그이가 한 일은 언젠가 내가 다른 이에게 했던 행동이다. 다만 그때는 그
행위가 이토록 아픈 것인 줄 몰랐을 뿐이다. 그렇게 조화를 찾는다. 균형을 맞춘다. " (p.251)

" 이 계절이 지나면 그런 순간들이 또 얼마나 많이 쌓일까.
기억도 못 하는 자잘한 순간들이 모여 지난날이 되는
것.
소동과 자극이 주연자리를 꿰차는 동안
기꺼이 잊히고 말았던 조연의 시간들 속에
내 인생의 비밀이 차곡차곡 빻아져 흩어져 간다. " (p.
254)

살아가면서 견딜 수 없을만큼 힘들다고 느꼈던 순간들이 있을 것이다. 그 순간 누군가에게 듣고 싶었던 말.... 내가 듣고 싶었던 그
말을 누군가에게 건낼 수 있다면 그에게 얼마나 큰 위로와 용기를 될까.
항상 그걸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