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4월 20일 미국의 콜럼바인 고등학교에서 역사상 최악의 총기 난사 사건이 일어난다. 총 그리고 그들이 만든 사제 폭탄으로 학생
12명, 교사 1명이 죽고 24명의 부상자가 발생한다.
미국의 학교 총격 사건은 잊을만 하면 일어나는 끔찍한 사건인데, 피해자는 대부분 학생이고, 가해자도 역시 학생이다.
같은 공간에서 같이 생활하던 친구들을 향해서 난사하는 총기사건, 그래서 이런 사건이 일어날 때 마다 그 충격은 더 클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이런 사건을 일으킨 가해자 그리고 가해자의 가족들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나는 가해자의 엄마이다>에는 가해자 부모가 느꼈던 그리고 아직도 그 고통에서 헤어나지 못한 엄마의 이야기가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콜럼바인 총기사건의 가해자는 2명이다. 살해 성향을 지닌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가진 에릭 해리스와 이 책의 저자인 수 클리볼드 의 아들인
딜런 클리볼드이다.
가해자인 에릭과 딜런은 사건을 일으킨 후에 자살을 택한다. 그래서 딜런의 엄마인 수는 자신도 아들을 잃은 엄마이지만 이웃과 언론의 따가운
시선으로 인하여 마음 놓고 슬퍼할 수도 없는 처지가 된다.
그리고 자신은 딜런이 이런 끔찍한 사건을 일으킬 아무런 문제점도 가지지 않았던 아들이라는 생각에 심한 자괴감에 빠지기도 한다.
그러나 사건 이후에 딜런의 일기, 행동 등을 하나 하나 추적해 나가는 과정에서 자신이 미처 몰랐던 아들의 문제를 발견하게 된다.
그래서 자식을 둔 부모들의 입장에서 깊이 생각해야 하는 점은 어떤 사건에 있어서 자신의 자녀가 피해자가 될 수도 있지만 가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 책에는 엄마인 수 클리볼드가 결혼하여 딜런을 낳고 기르는 과정의 이야기인 17년의 기록과 총격 사건이 일어난 후에 딜런의 행동을
추적하면서 알게 된 사실들 그리고 수 클리볼드가 어떤 사실들을 알아내고 어떻게 살아왔는가에 대한 17년의 기록, 즉 34년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수 클리볼드가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는 사건 이후에 고통 속에서 딜런의 행위를 추적해 나가면서 알게 된 것들을 그리고 그 과정에서 그녀가
느끼고 배운 것들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아이들의 감춰진 고통을 미리 알고 어떤 상황을 막을 수 있게 해 주기 위해서 이다.
엄마 조차도 알지 못했던 아들의 우울증은 사건이 일어나기 2년전부터 있었고, 우울증은 심한 자살충동을 일으켰는데, 그런 성향이 에릭의
살해충동과 맞물리면서 사건이 발발하게 된 것이다.
그녀는 사건 이후에 느꼈던 혼란과 죄책감, 비탄을 견뎌 내기 위해서 수 권의 일기를 쓰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이 책을 쓰게 된 자료들이
된다.
오늘의 뉴스 중에는 17살 소녀가 8살 초등학생을 유괴하여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사건이 보도되었다. 정신병 치료를 받은 적이 있기는
하지만 계획된 범죄였을 것이라는 보도를 보면서 참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가해자의 부모들이 느끼는 한결같은 생각은 '내 자식이 그런 행동을 할 줄은 몰랐다'는 것.
그리고 어떤 사건에 있어서 자식이 피해자가 될 수도 있지만 가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
딜런은 자신의 우울증과 자살충동을 친구들을 살해하는 것으로 마무리지었지만 그의 부모들은 평생을 아들의 죄를 짊어지고 살아 갈 수 밖에
없다.

특히 이 책은 가해자의 엄마가 자식의 행동을 변명하려는 마음이나 가해자의 엄마가 겪는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자신의 자녀교육에 대해서
합리화하려는 그런 마음에서 쓴 책은 아니다.
어찌 보면 가해자의 엄마는 너무도 솔직하고 자세하게 사건을 정리하고 아들의 심리를 분석해 나간다. 그리고 사건 이후에 자신이 어떻게
대처하고 행동했는지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썼다.
이 책의 내용과는 좀 다른 이야기이지만, 우리나라에서 일어나는 군부대 총기사건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된다. 가해자가 군생활에서 피해자였다는
사실이 우리를 씁쓸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