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스 인 더블린 - 헤어나올 수 없는 사랑의 도시, 더블린. Fantasy Series 2
곽민지 지음 / 브레인스토어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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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에세이의 저자들에게서 나타나는 공통점은 쉴 틈없이 살아오던 어떤 날에 자신이 지금까지 이루어 놓은 것들을 아무런 아쉬움 없이 떨쳐 버리고 훌쩍 길을 떠난다는 점이다. 열심히 살아왔던 삶에서 행복감을 느끼기 보다는 허전함을 느끼게 되고, 자신에게 주는 선물 중에 가장 행복함을 줄 수 있는 선물이 여행이 되기에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을 시도한다.

우린 그런 여행작가(?)들의 글을 읽으면서 그들의 도전에, 열정에 부러운 마음을 가지게 된다. '과연 나도 그들처럼 모든 것을 아낌없이 뒤로 하고 떠날 수 있을까?' 그 대답은 거의 '아니다'일 것이다. 그런데 그런 여행자들에게 물으면 십중팔구는 용기가 있어서 떠난 것은 아니라고 답한다. '그냥  떠나고 싶어서 떠났다고' 말한다. '여행에서 돌아온 후의 일은 생각하지 않았노라'고 말한다. 

<원스 인 더블린>의 저자인 '곽민지'도 열심히 살아왔고, 잘 나가는 커리어우먼 코스프레에 성공했지만, 입사 3년차가 되던 해에 더블린으로 길을 떠난다.

"나를 향한 기대, 시선 그리고 고층 빌딩이 없는 곳에서 몇 달만 살고 싶다. " (p. 7)

" 이왕이면 한국인을 만날 일도 별로 없고, 담백하고 느린 도시를 찾고 싶다. " (p.8)

그 많은 도시 중에 왜 더블린으로 떠났을까? 그건 '존 카니' 감독의 영화 <원스>와 아이리시 음악에 빠져서 이곳을 여행지로 선정한 것이다.

 

 

 (영화 '원스'중에서 - 사진 출처 : 원스 홈페이지) 

 

영화 <원스>는 " 거리에서 노래를 부르는 ‘그'. 그의 노래를 들으며 그 노래 속에 숨겨진 사랑의 아픔을 한눈에 알아보는 ‘그녀’와의 만남"를 그린 영화라고 하는데, 영화를 보지 않았기에 저자가 더블린을 선택한 이유는 알 수가 없다.

그러나 나도 아일랜드에 관한 영화 중에 기억에 남아 있는 영화가 있으니, 저자와는 공감을 가질 수 있는 공통분모가 있다.

아주 오래전에 본 '데이비스 린'감독의 <라이안의 처녀>이다.

    (영화 '라이안의 처녀' 중에서 - 사진출처 : Daum 블로그 중에서)

그 영화는 1차 세계대전 직후에 아일랜드의 서부 해안의 작은 마을에서 일어난 이야기이다. 로즈는 나이 차이가 많은 고등학교 선생님하고 결혼을 하지만 결혼에 대한 환상은 금방 깨지고, 당시 아일랜드에서는 적군이었던 영국군 수비대 장교와의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이다. 로맨스 영화라기 보다는 당시의 영국과 아일랜드 문제, 그리고 아일랜드인들의 삶과 생각들이 담겨 있는 복잡하고 미묘한 이야기가 그 속에 담겨 있기는 하지만 나는 이 영화를 볼 당시에 <라이안의 처녀>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나이는 아니었다. 그렇지만 아직도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장면들은 노란 꽃이 피어있는 벌판, 해변가에서 떨어뜨리는 양산, 폭풍우가 몰아치는 날 등인데, 어렴풋하게나마 생각이 난다. 

그래서인지 '아일랜드'하면 꼭 떠오르는 이미지는 노란꽃의 벌판이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곳인 '더블린'은 몇 년전에 론리 플래닛의 설문조사에서 '관광객에게 가장 친절한 도시 1위'로 선정되기도 했고, 치안이 잘 된 곳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고 '더블린'시내를 활보하다가는 큰 일을 당할 수가 있는데, 이곳에는 '정신나간 10대 양아치'들이 있다.  불특정인에게 무차별적으로 달걀이나 토마토를 던지는 10대들이 있다고 하니 이곳을 방문하게 된다면 참고를 하면 좋을 듯하다.

 

이 책에는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지는 않다. 저자가 길을  떠나게 된 이유에서 시작하여, 그곳에서 약 3개월이란 기간동안에 여행자라기 보다는 현지인처럼 살고자 했던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이 책을 통해서  여행중의 숙소 구하기 중에 '카우치 서핑'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현지인들의 삶을 살고 싶다면, 각국에서 온 여행자들과의 교류와 소통을 원한다면 한 번 눈여겨 보자.

'카우치 서핑'은 여행중 현지인 집에서 생활을 하는 형태의 숙소로, '너네 집에 소파있지? 나 거기서 한 이틀 재워주면 안 되겠니?'에서 출발했다고 하는 숙박시설이다.  ( www.couchsurfing.org  )

앞에서도 말했듯이, 공짜 숙소가 목적이 아닌 여행자와 교류하면서 새로운 문화를 알아가고 친구를 사귀는 게 컨셉이다.

이 책의 중간 중간에는 더블린으로 여행을 간다면 유용한 정보가 될 수 있는 내용이 담겨 있다.

아일랜드 더블린까지 갔다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찾아가는 것은 누구나의 희망사항일텐데, 맨체스터는 영국의 북서부에 위치해 있기에, 홀리헤트 항구까지 페리가 간다.

맨유에서 만난 축구선수들의 싸인을 여권의 공란에 받았다는 기발한 이야기까지 담겨 있다.

 

 

 

여행 에세이들이 주로 표방하는 감성적이거나 정보를 가득 담았다거나 그런 책은 아니지만 어딘가로 따나고 싶어서, 언젠가는 꼭 가보고 싶은 곳을 찾아 떠났던 여행 이야기가 담겨 있는  책이다.

" 어차피 여행이란 그런 것이다. 달리고 성취하고 전쟁 같은 일상에 꼿꼿하게 서서 모든 걸 즐기기도 지치는 그런 순간에 훌쩍 떠나보면, 그 어느 때보다 초라한 내가 기다리고 있다. (...) 그리고 그렇게 작아진 나와 하루하루 지내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몰랐던 그 시절을 나는 아직은 그리워한다. " (p. 266)

이 책을 읽으면서 자신의 삶을 접고 훌쩍 떠나는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의 용기가 부럽다. 그러나 그런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은 결코 그것을 용기라고 말하지 않는다.

어쩌면 그건 삶의 선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보지만 그래도 나에게는 이런 여행이 용기있는 행동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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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at Designs - 세계의 디자인 Great Art 시리즈 3
필립 윌킨슨 지음, 박수철 옮김 / 시그마북스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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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에서 접하게 되는 많은 것들에서 디자인은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이다. 지금 이 순간을 살펴 보더라도 앉아 있는 의자, 책상, 벽지, 컴퓨터, 마우스, 아이패드 등에서 디자인을 찾을 수 있다.

우리는 같은 물건이라도 좀 더 아름답고, 좀 더 편리하며, 좀 더 실용적이고, 좀 더 낮은 가격의 물건들을 찾게 된다. 그런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는 의도에서 디자인은 점점 더 발전하고 있다.

이 책은 시기별로 촘촘하게 세분된 연도에 따라서 1860년 부터 현재에 이르기 까지 (8단계로 나눔) 디자인 역사에 큰 영향을 끼친 디자인 명작 94선을 소개한다.

 

 

의자, 조명, 그릇, 자동차, 카메라 등과 같은 일상생활에 꼭 필요한 물건들에서 부터 글자체, 포스터, 광고 등과 같은 작품들, 그리고 최근의 작품으로는 아이패드에 이르기까지 산업 디자인, 그래픽 디자인, 가구 디자인, 제품 디자인 등의 선별된 명작을 약 150년에 걸쳐서 어떻게 디자인이 발전되어 왔는가를 살펴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각 디자인 작품들은 언제, 누가, 무엇을 만들었는가에 대한 디자인의 전체적인 설명을 상세하게 해 주고, 그 작품에서 주목할 부분은 어디인가를 줌인(zoom in)의 기법으로 살펴보고, 그 작품과 관련된 배경지식을 알아 본다.

이런 구성은 디자인에 대한 기본적인 상식이 적은 독자들에게도 디자인 작품을 폭넓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 준다. 

디자이너라는 직업은 18~19세기에 디자인과 관련이 있는 산업과 함께 발전하게 된다. 여기에 디자이너와 제작업자 사이의 밀접한 동반자 관계가 형성되면서 상업적으로 발전을 하게 된다.

디자인적 접근법에 의해서 살펴보면 국가별 특징이 반영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독일의 디자인은 기능주의적 경향이 있고, 이탈리아의 디자인은 유기적인 외양과 선명한 색깔의 디자인, 영국의 디자인은 1951년 세계 박람회를 계기로 디자인의 르네상스를 맞으며 국제적인 찬사를 받게 된다.

또한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디자인은 유서깊은 공예작품을 고수하는 경향이 있다.

이 책의 첫 작품은 1859년에 제작된 '미하엘 토네트'의 너도 밤나무 재목과 등나무 줄기를 이용한 의자이다. 지금은 여름에 등나무를 이용한 의자를 많이 사용하는데, 그 당시에는 혁기적인 디자인 작품이었다. 

너도 밤나구를 뜨거운 증기로 구부려 의자의 틀을 만드는 혁식적인 공정으로 만든 이 의자는 단순하고 쉽게 조립할 수 있으며 튼튼하고 우아하다. 거기에 가격까지 저렴하다.

우리 가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스위스 군용칼. 빨강색 소형 덮개 안에 여러가지 기능의 도구가 숨어 있다. 얼마나 많은 용도의 도구가 담겨 있는지는 각각 다르지만 대체로 칼날, 손톱줄, 집게, 돋보기, 이쑤시개, 족집개, 병따개, 드라이버, 전선피복탈피기 등이 들어 있다. 소위 말하는 만능 맥가이버 칼이다.

이 제품은 1879년 강철과 경재를 가지고 만든 다용도 칼인데, 스위스 여행길에 이 칼을 몇 개 정도 안 사오는 관광객이 없을 정도이니 150 여년 가까이 사랑받는 실용품이다.

화려한 티파니 전등갓은 유럽 교회의 착색 유리창을 영상시킨다.

디자인 작품은 가구, 생활용품의 디자인 이외에도 글씨체, 광고, 포스터, 등도 포함이 되는데, 그중에 우리 눈에 들어오는 지하철 노선도가 있다. 1931년 영국에서 가장 먼저 디자인된 지하철 노선도는 요즘의 지하철 노선도와 같은 모습이다.

고불고불한 노선과 조밀한 도심부가 표시된 복잡한 지도의 불편함을  해결한 간편한 노선도는 해리 백이 내놓았을 때에는 승객들이 혼란스러울 것이라는 부정적 시각도 있었지만 오히려 승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보이게 된다. 이처럼 종래의 방식에서 탈피하여 역과 노선의 연결 상태를 도식으로 표현한 파격적인 지도는 지금까지도 많은 나라에서 사용되고 있다. 그렇기에 영국의 지하철 노선도는 20세기 디자인의 위대한 업적 중의 하나로 평가된다. 특히 해리 백의 기능적 접근법은 모더니즘 운동의 전형적 특징으로 간주된다.

 

현대인에게는 당연한 것으로 생각되는 밀폐용기인 터퍼웨어, 뮌헨 올림픽의 그림문자, 다이슨 DC01 진공청소기, 러버 소파, 탁상용 전등 등은 그 다자인이 선보일 때에는 획기적인 디자인 작품들이다.

 

캐딜락 시리즈 62를 보라, 하드 톱형과 길이 6.1m의 늘씬한 컨버터블형이 포함된 차체, 꼬리 지느러미에 장착된 후미등이 돋보이니 이 디자인의 캐딜락을 보고 반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2002년 네덜란드에서 디자인된 화환 전등은 금속박으로 만든 꽃과 잎을 전구 주변에 배열한 화환 형태의 수요일 전등이다. 숲속에서의 변화무쌍한 빛과 얼음이나 수정의 영롱한 빛에 대한 디자이너의 애착이 완벽하게 구현된 다지인 작품이다.

영국의 산업 디자이너이자 애플의 디자이너인 조너선 아이브의 아이패드는 우아하고 간결한 모양으로 사랑을 받는다. 앞면은 깔끔하고 두께는 갈수록 얇아지고 윤곽선은 손에 잡기 편하게 매끈한 모양으로 변화를 거듭한다.

조너선 아이브의 말을 들어보자,

" 남과 다르기는 매우 쉽지만, 남보다 뛰어나가는 매우 어렵다. "

우리의 일상은 디자인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디자인에 관한 관심도 날로 높아지고 있는데, '아름다운 것'이라는 개념을  넘어서 이제는 아름답고, 편리하고, 새롭고, 혁신적인 디자인에 관심이 집중된다.

 

이 책은 디자인에 관심이 없는 독자들이라고 해도 충분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디자인에 대한 폭넓은 지식이  쌓여 갈수록 실생활에 필요한 물건들을 선택할 때에 좀 더 세심하게 관찰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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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임금 잔혹사 - 그들은 어떻게 조선의 왕이 되었는가
조민기 지음 / 책비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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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왕들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많은 매체를 통해서 잘 알려져 있는데, 그들은 즉위과정 부터  드라마틱한 왕들이 상당수 있다. 다시 말하자면 조선의 왕들은 그들이 모두 왕이 될 수 있는 숙명을 타고 난 것은 아니었다는 점이다.

조선 500년 역사 속에서 왕과 왕비의 장남으로 태어나 선왕이 승하한 후에 임금이 된 사람은 조선의 왕 26명 중에 단 2명뿐이다. 연산군과 숙종인데, 연산군은 중종반정에 의해서 물러났으니, 제대로 왕위를 지키지 못한 조선의 불운한 왕이다.

그렇다면 조선의 왕들은 정상적인 방법으로 왕위에 오른 경우 보다는 다양한 방법을 통해서 왕위에 올랐음을 알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조선 임금 잔혹사>의 저자인 '조민기'는 '과연 조선의 임금들은 어떻게 왕이 되었을까?'라는 것에 주목을 하고 이 책을 쓰게 되었다.

책을 펼치면 목차부터 눈에 들어온다. 저자는 조선의 26명의 왕들 중에 19명의 임금과 3명의 세자을 다음과 같이 분류했다.

제1부 : 왕으로 선택된 남자 : 세종, 성종, 중종.

제2부 : 왕이 되고 싶었던 남자 : 선조, 광해군, 인조

제3부 : 왕으로 태어난 남자 : 연산군, 숙종, 정조

제4부 : 왕이 되지 못한 남자 : 소현세자, 사도세자, 효명세자.

'왕이 되고 싶었던 남자'인 선조, 광해군, 정조는 어떻게 해서라도 임금의 자리를 지키고 싶어서 고군분투했던 왕들이고, '왕으로 태어난 남자'는 완벽한 정통선을 가지고 태어났으나 재위기간 내내 엄청난 피바람 속에 있었던 왕들이다.

특히, 세자이기는 했지만 왕이 되지 못하고 비극적 죽음을 맞이했던 '왕이 되지 못한 남자' 중의 소현세자와 사도세자는 눈부신 가능성을 보여 주었던 권력의 희생양이 되어 왕위에 오르지도 못하고 목숨을 잃는 비극적인 세자로 남게 된다. 그에 비하면 효명세자는 반대로 일찍 세상을 떠나서 왕의 마음을 애절하게 만들었다.

이 책은 많은 자료를 제공한다. 우선 왕위계승 순서를 알 수 있도록 왕실 가계도를 보여준다. 이것은 왕들이 왕위에 오르게 된 과정을 알기 쉽게 설명해 준다.

왕의 왕위 계승 순서, 왕비는 누구였던가, 왕비 가문의 배경, 왕의 업적, 재임기간 중에 중대한 사건, 왕의 자식들, 승하 등에 관한 내용 등을 통하여 이 책이 주목하는 왕들의 관하여 설명해 주고 있다.

각 왕들에 관한 이야기가 끝나는 마지막에는 왕의 일대기인 연표를 첨부하여 왕의 모든 것을 살펴보도록 도와준다.

조선을 대표하는 성군의 아이콘으로 세종과 성종을 말하지만 그들은 정상적인 계승 서열을 통해서 왕이 되지는 않았다.

그 중에 성종은 세조의 차남인 예종이 죽으면서 왕위계승서열 3위였으나 (서열 1위 : 예종의 장남인 제안대군, 서열 2위: 성종의 형인 월산대군) 세조의 왕비인 정희왕후와 어머니인 인수대비 그리고 세조의 공신인 한명회의 비호 속에 왕위에 오르게 된다. 그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힘은 성종이 되는 자을산군이 바로 당시의 실세인 한명회의 사위인 점이 가장 큰 영향력을 가졌다고 볼 수 있다.

성종은 치세 기간 중에 기존 훈구세력과 신진 사림의 적절한 등용과 신진 사림을 이용하여 훈구 공신 세력을 견제하는 등의 안정적인 정책을 실시하지만 성군이라는 이미지 뒤에는 또다른 모습의 성종이 있다.

그래서 성종의 두 얼굴을 알아 본다. 지극한 효자 vs 비정한 남편, 남성우월주의 vs 남녀차별, 현명함과 인내의 미덕을 지닌 군주 vs  현실과 타협한 적당주의 로 생각해 볼 수 있다.

폐비 윤씨 문제를 통해 성종이 보여준 태도는 훗날 연산군대에 와서 혼란과 비극을 자아내게 된다.

그 결과 연산군은 조선 왕들 중에 영원한 폭군으로 낙인이 찍히게 된다.

조선 역사상 가장 무능한 군주로 기억되는 왕은 선조가 아닐까 한다. 선조 대에는 역사상 유례없는 출중한 신하들이 많았던 때이다. 선조는 중종의 서(庶)손자로,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전에는 그럭저럭 괜찮은 군주였지만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왕의 위엄을 포기하고 오로지 왕위만을 지키기 위해서 무능하고 의심많고 어리석은 군주의 모습으로 변한다.

 

인조 '단언컨대 가장 완벽한 최악의 군주' 지칭된다.  선조의 서자들 중 한 명에 불과한 그는 반정을 계획한 신하들에 의해 왕으로 옹립된다. 광해군의 모든 치적을 부정하고 비난했지만 자신은 오히려 광해군과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조선 역사상 최악의 군주로 꼽힌다.

이미 조선의 왕들에 대한 이야기는 조선왕조실록을 근간으로 한 많은 책들을 통해서 또는 작가들의 상상력이 가미된 영화나 드라마, 소설 등을 통해서 많은 독자들이 잘 알고 있다.

조선의 왕들에 대한 책들은 주제만 다를 뿐이지 읽다보면 거기에서 거기일 정도로 잘 알려진 내용들을 저자들의 방식대로 나열한 경우가 허다하다. 물론 이 책도 그리 신선한 내용은 담겨 있지 않다. 그건 이미 조선의 왕들의 이야기는 들어날 수 있는 이야기는 이미 다 잘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비슷 비슷한 내용들을 담은 책들이 많이 출간되어 있지만 그래도 조선의 왕들이 어떤 상황에서 어떤 과정을 통해서 왕이 되었는가를 안다는 것은 조선의 역사를 재조명해 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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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전쟁 생중계 - 고려의 역사를 뒤흔든 10번의 전투 전쟁 생중계
정명섭 외 지음, 김원철 그림 / 북하우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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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는 건국 초기에는 후삼국을 통일하기 위한 전쟁을, 그후에는 북방에서 세력을 키워 중원을 차지하려는 거란족의 요나라, 여진족의 금나라, 몽골족의 원나라와의 전쟁을, 그리고 남쪽으로는 일본의 해양세력과의 전쟁으로 약 500 여 년간 끊임없이 전쟁을 치러야만 했다.

<고려전쟁 생중계>는 고려 역사에서 치러진 10번의 전쟁을 이 책을 통해서 재조명해 본다. 이미 2011년에 <조선전쟁 생중계>가 이 책과 같은 형식으로 출간되었기에 시대는 거슬러 올라가지만 <고려전쟁 생중계>는 <조선전쟁 생중계>와 같은 연장선상에 놓인 책이라고 해야 될 것이다.

책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3명의 저자가 짝을 이루어서 (정명섭, 신효승 or 졍명섭, 이노우에 히로미) 긴박했던 전쟁 속으로 들어가서 전장 상황을 생중계하는 형식으로 고려의 전쟁사를 설명해 주고 있다. 

현장 취재를 하는 듯 생생하게 마이크를 들고 전장에 뛰어 든 종군기자와 앵커의 생중계를 듣는 듯한 느낌을 가지게 해 주기에 국사에 관심이 없는 독자들로 지루하지 않게 고려의 전쟁사를 접할 수 있다.

전쟁의 원인, 전장의 상황, 전략과 전술, 전선의 위치, 군사의 이동경로, 병력 상황, 당시 쓰였던 무기 등을 표나 지도, 그림 등으로 보여주는데 이는 철저한 고증을 거친 자료들이다. 

그런데, 한 나라의 역사를 전쟁사를 통해서  살펴 본다는 것이 자칫 위험한 발상일 수도 있으나, 당대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사건은 전쟁일 수 밖에 없다. 당시에 일어난 전쟁을 통해서 대외관계를 알 수 있고, 전쟁에 대처한 상황들을 통해서 나라 안의 상황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반도는 역사 속에서 잦은 북방민족의 침입을 받았는데, 그 이유는 북방민족의 세력이 강해지면 중원을 차지하기 위해서 고려와의 전쟁이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또한 이 책에서는 고려의 전쟁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전쟁을 통해서 국내의 상황을 되짚어 보게 되고,

각 전쟁에서 활약을 보인 영웅들의 이야기 속에 가려진 민중의 역사를 찾아내어 폭넓은 역사관을 가질 수 있도록 한다.

고려 역사 속의 10번의 전쟁을 살펴보면,

1. 삼수채 전투 : 고려군 vs 요나라군

2. 귀주 대첩 : 고려군 vs 요나라군

3. 귀문관 전투 : 고려군 vs 여진족군

4. 길주성 전투 : 고려군 vs  여진족군

5. 동선역, 안북성 전투 : 고려군 vs  몽골군

6. 충주산성 전투 : 고려군 vs 몽골군

7. 제 1차 일본 원정 : 여몽연합군 vs 일본군

8. 제 2차 일본 원정 : 여몽연합군 vs 일본군

9. 홍건적의 침입 : 고려군 vs 홍건적

10. 진포, 황산 대첩 : 고려군 vs 왜구

고려 10번의 전투들을 보면서 생소한 전투명이 있음을 알게 된다. '삼수채 전투', '귀문관 전투', ' 동선역, 안북성 전투', '진포, 황산 대첩' 등인데, 우리가 교과서에서 고려의 역사를 배울 때에는 거란의 침입, 여진족의 침입 등으로 명명했던 것 같은데, 이 책에서는 구체적인 전투지역을 바탕으로 이와같은 전투명이 붙여져 있다.

거란족의 요나라와의 전투에서 강동 6주를 얻어낸 서희의 그 유명한 외교 담판이 있었고, 강동 6주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 요나라가 고려에 반환을 요구하나 거절 당하자 요나라의 3차 침입이 일어나게 된 것이 강감찬의 귀주대첩이다. 귀주대첩은 고려와 요나라 간의 30년 전쟁을 종식시킨 전투이며 고려가 거둔 최대의 승리를 가져다 준 전투이기도 하다. 귀주 대첩으로 대승을 거둔 고려에 약 100 년간의 평화가 찾아 오고, 이 시기에 고려는 안정을 되찾고, 요, 송과의 활발한 교류를 통해 문화 경제적인 발전이 이루어진다. 그러나 곧 여진족이 쳐들어 오고 윤관은 여진족을 몰아내고 동부 9성을 쌓게 된다. 그러나 9성의 위치는 아직까지도 정확한 위치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이처럼 고려사를 통해서 알 수 있는 고려전쟁에 관한 내용들은 전투기록에 대한 상세한 기록이 나와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고려의 전쟁에 있어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몽골과의 전쟁이라고 할 수 있다. 몽골족과의 기나긴 전쟁의 서막을 알리는 전투가 '동선역, 안북성 전투'이다. 몽골초원에서 일어난 작은 회오리가 중국 대륙을 강타하는 거대한 태풍으로 변한 군사가 몽골군이다. 몽골군은 다른 유목민족과는 달리 북방을 차지하는 것에 안주하지 않고 세계로 뻗어나가 원제국을 세우게 되는데, 그 바탕에는  칭기즈칸의 탁월한 지도력과 몽골족의 특유한 전술, 빠른 기동력을 이용한 전술에 잔혹함까지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몽골의 침략으로 1231년 최우는 강화도로 천도를 하게 되고, 몽골은 고려왕의 입조와 개경 환도를 요구하면서 계속적인 침략을 하게 되니 충주산성 전투가 일어나게 되고, 고려의 전국토는 몽골족의 약탈과 파괴로 고려는 처참한 상처를 받게 되고, 고려사회는 분열되고 국가는 혼란에 빠진다.  

최씨 정권이 무너지면서 기나긴 몽골과의 전쟁은 끝나지만 몽골의 쿠빌라이칸은 일본 정벌을 위해 고려의 물자와 병력 동원을 명령한다. 일본 1차 원정에서는 전체 원정군의 1/3 이 돌아오지 못할 정도로 참패를 하는데, 그것은 일본의 강력한 저항과 태풍때문이다.

여기에서 잠깐, 이 책의 10번의 전쟁에 관한 내용에는 먼저 전쟁의 전체적인 설명, 2명의 저자에 의한 전쟁에 관한 생중계 형식의 내용, 그리고 전쟁 속 숨은 이야기가 소개되는데, 1차 일본 원정에 관한 숨은 이야기에는 흥미로운 내용이 있다.

여몽연합군의 일본 정복의 실패 원인이 된 가미카제라고 불리는 태풍의 존재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시기는 음력 10월 20일 (양력 11월 26일)이었기에 일본은 태풍이 불지 않았으며 신풍(神風)이 불어서 여몽 연합군의 배가 가라앉았다고 주장한다. 자료를 찾아 보면 고려사, 원나라 문헌, 일본 문헌 등에 태풍에 관한 내용은 차이가 있다.

1차 원정에 실패한 원나라는 1차 원정의 3배가 넘는 규모로 다시 일본을 침략하지만 또다시 태풍으로 인해 실패로 돌아간다.

여기에서 생각해 볼 문제는 일본의 가미카제라고 불리는 신풍(神風)이다. 가미카제는  일본인의 정신적 지주이며  임진왜란, 태평양 전쟁 등의 다른나라 침략을 정당화하는 구실을 가져다 준 것이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여몽연합군의 두 차례의 일본 침공에 대해서 상세하게 배운다고 한다.

제2차 세계대전 때 적의 목표물(주로 군함)에 일부러 충돌하여 자살한 일본 조종사들을 일컫는 말.그런 공격에 사용된 항공기를 가리키기도 한다. 이 행위는 1944년 10월 레이테 만 전투부터 전쟁이 끝날 때까지 가장 성행했다.

가미카제라는 말은 '신의 바람'을 뜻하는데, 원래는 1281년 몽골(원나라)이 일본을 침공했을 때 우연히 들이닥쳐 몽골 함대를 침몰시킨 태풍을 일컫는 말이었다. 가미카제 비행기는 대부분 일반 전투기나 경폭격기였고, 폭탄과 여분의 연료 탱크를 실은 뒤 이륙하여 목표물에 충돌했다.

(Daum 백과사전 중에서 발췌)

 고려 전쟁의 9번째는 홍건적의 침입이다. 공민왕이 반원정책을 추진하고 있던 때에 중원에서 반란을 일으킨 홍건적이 고려를 2차례 침입하게 된다. 침입을 막기는 하지만 개혁을 시도하던 고려에는 큰 타격을 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남해안을 중심으로 왜구들의 약칼과 노략질이 계속되다가 대규모 침략이 이루어진다.

 

이렇게 10번의 고려 전쟁사를 다루고 있는데, 이 모든 내용은 역사적 고증을 바탕으로 설명되고 있다.

 저자가 이 책의 구성을 '생중계'로 한 것은 역사는 과거의 사실들이기에 생동감이 없고 흥미를 잃기 쉽다는 점을 고려하여 살아있는 역사의 현장 속으로 들어가서 그 상황을 중계한다고 보면 좋을 듯하다.

우리는 조선의 전쟁사에 대해서는 그래도 고려의 전쟁사 보다는 좀 더 잘 알고 있다. 자칫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있는 고려의 전쟁사. 그러나 역사는 지나간 과거의 의미만을 가지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면 이런 책들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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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환화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54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비채 / 201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일본의 대표적인 추리소설 작가이자 다작의 작가로도 잘 알려진 '히가시노 게이고'

'히가시노 게이고'는 자신의 사생활이 거의 노출되지 않은 작가이다. 데뷔작 이후 20여 년에 걸쳐서 50편 이상의 작품을 썼으니 그의 작품을 따라 읽기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내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을 처음 접한 것은 몇 년이 되지 않았다. 우연한 기회에 <교통경찰의 밤>을 읽게 되었는데, 그 책 속에 담겨 있는 작가의 '10년만의 후기'가 인상적이었다.

이 책이 간행된 것은 약 10년전이다. (...) 어떤 작품을 써도 팔리지 않고 찬사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나는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여러 분야에도 도전했다. 아이디어를 짜내기보다 소재거리를 찾아 정신없이 돌아다니는 한심한 짓을 하기도 했다. <교통경찰의 밤> 중에서 p.268

지금은 꽤 잘 알려진 추리소설 작가에게도 이런 시기가 있었다고 하니, 지금에야 에피소드로 넘길 수 있겠지만 당시의 작가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교통경찰의 밤>에는 6 편의 단편소설이 담겨 있는데, 작가 자신이 자동차 부품 회사 엔지니어였던 경험과 교통사고라는 주변의 경험을 토대로 다양한 이야기를 '한 치 앞도 내다 볼 수 없는 예측 불가능한 이야기'가 소름이 끼치도록 섬뜩하게 다가온다. 처음에 한 두 편은 결말을 예상해 보기도 했지만 이내 섣부른 결말을 예측할 수 없음을 알게 되면서 작가의 다른 작품들에 관심이 가게 된다.

그의 작품들 중에 <옛날에 내가 죽은 집>, < 백야행>,< 탐정클럽>, < 교통경찰의 밤>, < 용의자 X 의 헌신> 을 읽었는데, 작품들마다 섬뜩한 살인사건이 담겨 있었으며, 추리소설의 묘미인 기막힌 반전이 도사리고 있었다

        

       

그런데,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에는 살인사건도, 이야기를 풀기 위한 추리도 담겨 있지 않다. 이야기를 읽다보면 얼기 설기 보이지 않는 끈으로 이야기와 이야기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느끼게 된다.

마치 흩어진 퍼즐이 하나 하나 제자리를 잡아가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퍼즐 맞추기라면 우선 큰 그림을 알고 있기에 큰 그림을 생각하면서 작은 조각들을 이리 저리 꿰맞추어 보고 안 맞으면  다른 퍼즐 조각을 다시 맞추어 가면서 큰 퍼즐의 판을 완성시키게 되는데, 이 소설은 그렇지가 않다. 각 장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읽다가, 방심하고 다음 이야기를 넘어가서 읽다보면 그 이전에 이미 나왔던 이야기와 또 다른 이야기가 연결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조각들은 모여서  큰 틀이 완성되는 것이다.

그것도 30 여 년이라는 과거와 현재의 시간을 넘나들면서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아마도 이 작품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 중에서도 힐링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소설이라고 생각된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은 소설에 따라서 치밀하게 짜여진 구성과 예상하지 못했던 반전으로 인하여 재미있게 읽은 작품이 있는가 하면, 어떤 소설은 너무도 흔한 내용과 급조한 듯 결말을 짜맞춘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작품이 있다. 그래서인지 작가가 모든 작품을 쓴 것이 아니라, 누군가 조력자가 있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을 가지는 사람도 있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건 한 작가가 그렇게 왕성하게 작품을 쓰기가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그가 추리소설작가이기는 하지만 본격 추리소설만 쓰는 것이 아니라, 추리소설의 틀 속에 학원물, 서스펜스, 패러디, 엔터테인먼트, 로맨스 등의 다양한 장르를 가미시키기 때문이기도 하다.

거기에 베일에 가려진 작가에 대한 사생활이 그런 추측을 해보게 되기도 하는 것이다. 

그의 소설 중에는 우리나라에서 영화로 만들어진 <백야행>, <용의자 X 의 헌신>이 있어서 비록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에게까지 그의 작품은 잘 알려져 있다.

얼마전에 출간된 <몽환화>는 앞의 작품들과는 또다른 재미와 메시지를 전달하는 장편소설이다. 혹시 노란색 나팔꽃을 본 적이 있는가?

나는 어릴 적부터 나팔꽃을 많이 보고 자랐는데, 아버지가 심어 놓은 장미와 라일락, 사루비아, 봉숭아, 과꽃 사이에서 덩굴을 따라 살짝 얼굴을 내밀면서 뻗어나가는 나팔꽃은 아침 일찍 피곤했다. 꽃이 지면 황금색에 가까운 씨가 맺히는데, 그것을 벗기면 까만 씨가 몇 개 나오곤 했다.

그래서 낯익은 나팔꽃, 나팔꽃은 청자색, 분홍색, 흰색 그리고 테두리는 흰색이고 가운데는 분홍이나 청색이니 분명 노란색 나팔꽃은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일본의 에도 시대에는 노란색 나팔꽃이 있었고, 어떤 이유에서인지 노란색 나팔꽃은 자취를 감추어 버렸다고 한다. 사라진 노란 나팔꽃을 소재로 쓴 <몽환화>

 

책을 펼치는 순간부터 독자들은 이미 노란 나팔꽃의 추척하는 미스터리의 세계로 빠져 들게 된다. 그런데 처음부터 2개의 프롤로그가 심상치가 않다. 예측할 수 없는 결말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조차 상당부분을 읽을 때까지 감(感)을 잡을 수 없다.

첫 번째 프롤로그 도쿄 올림픽이 일어나기 2년전인 어느 여름날, 평범한 건설회사 직원인 신이치는 출근길에 누군가가 휘두른 일본도에 찔려서 죽고, 그의 아내인 가즈코는 가까스로 생명을 구하게 된다.

두 번째 프롤로그 첫 번째 프롤로그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것 같은 이야기로 다이토 구 이리야에서 칠석에 열리는 나팔꽃 시장 순례 이야기이다. 가모 가족은 연례 행사로 나팔꽃 순례시장을 가게 되는데, 14살 소타는 가족 행사로 나팔꽃 순례를 하던 중에 이바 다카미를 만나 첫사랑을 하게 되지만 집안의 반대로 헤어지게 된다.

그리고 이야기는 급진전이 되어서 소타 집안과 리노 집안의 이야기로 바뀌게 되는데....

올림픽 수영선수였던 리노는 갑작스럽게 사촌인 나오토의 자살을 접하게 되고, 얼마 안 있어서 홀로 살던 할아버지가 누군가에 의해서 살해된다. 할아버지의 죽음 이전에 리노는 식물을 연구하던 할아버지가 많은 꽃을 재배하는 것을 보게 되고, 그것을 블로그에 올려주는 작업 중에 할아버지가 은밀하게 키우는 노란꽃 화분이 있음을 알게 된다. 그런데, 살인 사건 이후에 그 노란꽃 화분이 없어지니....

원자력 공학을 공부하던 소타는 리노와 이 사건의 진실을 밝히려는 과정에서 그의 형이 노란꽃에 관심을 가지고 사건 형사인 하야세와 접촉을 하는 것을 알게 된다.

할아버지가 마지막 피웠던 노란꽃, 그러나 세상에 알리기를 꺼렸던 노란꽃. 그 노란꽃을 노리는 사람은 누구였을까. 그리고 리노의 사촌인 나오토의 죽음과의 연관은?

그 노란꽃은 에도시대에 번성했으나 지금은 없어진 노란 나팔꽃.

" 짙은 노란색을 발현시키기 위해서는 카로니토이드 계열의 색고사 꼭 필요해. 이것은 현존하는 나팔꽃에는 포함되지 않아. 그래서 환상의 꽃인 거지." (p. 217)

"  어떤 꽃은 피워도 좋지만 노란 나팔꽃만은 쫒지 마라. 이유를 물었더니 그것은 몽환화이기 때문이라고 했어"

" 몽환화?"

" 몽환(夢幻)의 꽃이라는 의미일세, 그 뒤를 쫒으면 자기가 멸하고 만다고, 그렇게 얘기했어. " (p. 220)

 

'히가시노 게이고'의 추리소설에서 흔히 찾을 수 있는 퍼즐 맞추기 그리고 씨줄과 날줄의 만남이 이 소설의 결말에 도달하게 해준다.

크게 두 개의 축으로 소설 속의 이야기를 분류할 수 있는데, 한 축은 리노와 소타가 사건 해결을 위해서 동분서주하면서 알아내는 이야기, 그리고 한 축은 소타의 형인 요스케와 이 사건을 맡은 형사인 하야세가 노란꽃의 진실을 찾아 가는 과정의 이야기이다.

분명 어떤 연결도 감지할 수 없었던 독자들은 MM사건이 결말에 이르는 힌트임을 나중에서야 알게 된다. 마릴린 몬로의 팬이었던 사람이 그녀의 죽음에 충격을 받고 일으키게 되는 살인사건, 그리고 나팔꽃의 진실만을 찾던 독자들은 노란 나팔꽃이 어떤 비밀을 가지고 있는지를 아주 나중에야 알게 된다. 전혀 감지 할 수 없었던 노란 나팔꽃, 그런데, 과연 꽃 자체에 결정적인 문제가 내재되어 있었던가...

여기에 이 소설이 가지는 독자의 허를 찌르는 한 방이 있다.

몽환화, 몽환, 환각... 마성의 식물.

작가는 이 작품을 이미 10년전에 <역사가도>라는 잡지에 연재하였는데, 당시에 작가는 자신이 역사물에관련된 소설을 쓰기에는 좀 무리가 있다고 생각해서 집필을 꺼렸지만 편집자가 권유해서 썼다가 다시 그 틀만 남겨 놓고 다시 쓴 소설로 긴 기간이 약 10년이 걸렸다.

<몽환화>를 읽게 되면 홍보글에는 '에도시대'라는 말이 나오지만 역사적 사실은 거의 이 소설에 담겨 있지 않다. 오히려 노란 나팔꽃을 다시 재배하기 위한 식물학자의 이야기 속에서 식물에 관한 이야기와 소타가 자신이 전공한 원자력 공학에 회의를 느끼게 되는 과학에 대한 이야기가 더 심도있게 다루어진다.

그렇다면 <몽환화>를 통해서 작가가 독자들에게 남기고 싶은 메시지가 무엇일까 생각해 보게 된다.

몽환화인 노란 나팔꽃이 없어질 수 밖에 없었던 이유와 대비하여 원자력 발전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원자력은 분명 인간들에게 이로운 점이 있다. 그러나 그 보다 더 큰 해(害)가 존재한다. 그래서 소타는 자신의 전공에 대해서 깊은 생각을 하게 된다.

원자력 발전, 그건 지금에 와서 사용하지 않는다 해도 지금까지 보다 더 높은 기술이 요구되니. 작가는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에 이 소설을 새로 쓰기로 결심을 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 세상에는 빚이라는 유산도 있어. 소타군." 다카미는 다정한 말투로 말했다. "모른 체해서 없어지느 거라면 그대로 두면 되지,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누군가는 이어받아야 하잖아? " (p. 409)

 "그냥 내버려둬서 사라진다면 그대로 두겠지.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누군가는 받아들여야 해. 그게 나라도 괜찮지 않겠어?"  (p. 420)

<몽환화>는 처음에는 얽히고 설킨 이야기의 매듭을 풀기가 힘들어서 어떻게 이야기가 전개될 것인지 궁금증이 많이 드는 이야기이지만 한 겹, 한 겹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우리가 그 존재를 잊어 버려야 하는 것들이 있음을 자각하게 된다.

사라진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는 것에, 그리고 사라진 것을 다시 존재하게 해서는 안 되는 것도 있음을 깨닫게 된다. 특히 원자력과 관련된 부분은 이 책에서 가장 크게 부각시키고 싶었던 이야기임을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라면 책의 말미에 크게 깨닫게 된다.

추리소설이라는 하지만 범인 색출에 집중되는 그런 추리소설이 아닌 사회의 문제를 다루는 추리소설이기에 <몽환화>가 독자들에게 주는 메시지는 강하다고 할 수 있다.

탄탄한 구성과 독자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그 어느 추리소설 보다 돋보이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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