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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스 인 더블린 - 헤어나올 수 없는 사랑의 도시, 더블린. ㅣ Fantasy Series 2
곽민지 지음 / 브레인스토어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여행 에세이의 저자들에게서 나타나는 공통점은 쉴 틈없이 살아오던 어떤 날에
자신이 지금까지 이루어 놓은 것들을 아무런 아쉬움 없이 떨쳐 버리고 훌쩍 길을 떠난다는 점이다. 열심히 살아왔던 삶에서 행복감을 느끼기 보다는
허전함을 느끼게 되고, 자신에게 주는 선물 중에 가장 행복함을 줄 수 있는 선물이 여행이 되기에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을 시도한다.
우린 그런 여행작가(?)들의 글을 읽으면서 그들의 도전에, 열정에 부러운
마음을 가지게 된다. '과연 나도 그들처럼 모든 것을 아낌없이 뒤로 하고 떠날 수 있을까?' 그 대답은 거의 '아니다'일 것이다. 그런데 그런
여행자들에게 물으면 십중팔구는 용기가 있어서 떠난 것은 아니라고 답한다. '그냥 떠나고 싶어서 떠났다고' 말한다. '여행에서 돌아온 후의 일은
생각하지 않았노라'고 말한다.
<원스 인 더블린>의 저자인 '곽민지'도 열심히 살아왔고, 잘
나가는 커리어우먼 코스프레에 성공했지만, 입사 3년차가 되던 해에 더블린으로 길을 떠난다.
"나를 향한 기대, 시선
그리고 고층 빌딩이 없는 곳에서 몇 달만 살고 싶다. " (p. 7)
" 이왕이면 한국인을
만날 일도 별로 없고, 담백하고 느린 도시를 찾고 싶다. " (p.8)
그 많은 도시 중에 왜 더블린으로 떠났을까? 그건 '존 카니' 감독의 영화 <원스>와 아이리시 음악에 빠져서 이곳을 여행지로 선정한
것이다.
(영화 '원스'중에서 - 사진 출처 : 원스 홈페이지)
영화 <원스>는 " 거리에서 노래를 부르는 ‘그'. 그의 노래를 들으며 그 노래
속에 숨겨진 사랑의 아픔을 한눈에 알아보는 ‘그녀’와의 만남"를 그린 영화라고 하는데, 영화를 보지 않았기에 저자가 더블린을 선택한 이유는 알
수가 없다.
그러나 나도 아일랜드에 관한 영화 중에 기억에 남아 있는 영화가 있으니, 저자와는 공감을
가질 수 있는 공통분모가 있다.
아주 오래전에 본 '데이비스 린'감독의 <라이안의 처녀>이다.

(영화 '라이안의 처녀' 중에서 - 사진출처 : Daum 블로그
중에서)
그 영화는 1차 세계대전 직후에 아일랜드의 서부 해안의 작은 마을에서 일어난 이야기이다.
로즈는 나이 차이가 많은 고등학교 선생님하고 결혼을 하지만 결혼에 대한 환상은 금방 깨지고, 당시 아일랜드에서는 적군이었던 영국군 수비대
장교와의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이다. 로맨스 영화라기 보다는 당시의 영국과 아일랜드 문제, 그리고 아일랜드인들의 삶과 생각들이 담겨 있는 복잡하고
미묘한 이야기가 그 속에 담겨 있기는 하지만 나는 이 영화를 볼 당시에 <라이안의 처녀>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나이는 아니었다.
그렇지만 아직도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장면들은 노란 꽃이 피어있는 벌판, 해변가에서 떨어뜨리는 양산, 폭풍우가 몰아치는 날 등인데,
어렴풋하게나마 생각이 난다.
그래서인지
'아일랜드'하면 꼭 떠오르는 이미지는 노란꽃의 벌판이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곳인 '더블린'은 몇 년전에 론리 플래닛의 설문조사에서 '관광객에게 가장 친절한 도시 1위'로 선정되기도 했고,
치안이 잘 된 곳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고
'더블린'시내를 활보하다가는 큰 일을 당할 수가 있는데, 이곳에는 '정신나간 10대 양아치'들이 있다. 불특정인에게 무차별적으로 달걀이나
토마토를 던지는 10대들이 있다고 하니 이곳을 방문하게 된다면 참고를 하면 좋을 듯하다.


이
책에는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지는 않다. 저자가 길을 떠나게 된 이유에서 시작하여, 그곳에서 약 3개월이란 기간동안에 여행자라기 보다는
현지인처럼 살고자 했던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이
책을 통해서 여행중의 숙소 구하기 중에 '카우치 서핑'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현지인들의 삶을 살고 싶다면, 각국에서 온 여행자들과의 교류와
소통을 원한다면 한 번 눈여겨 보자.
'카우치
서핑'은 여행중 현지인 집에서 생활을 하는 형태의 숙소로, '너네 집에 소파있지? 나 거기서 한 이틀 재워주면 안 되겠니?'에서 출발했다고 하는
숙박시설이다. (
www.couchsurfing.org )
앞에서도
말했듯이, 공짜 숙소가 목적이 아닌 여행자와 교류하면서 새로운 문화를 알아가고 친구를 사귀는 게 컨셉이다.
이
책의 중간 중간에는 더블린으로 여행을 간다면 유용한 정보가 될 수 있는 내용이 담겨 있다.

아일랜드
더블린까지 갔다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찾아가는 것은 누구나의 희망사항일텐데, 맨체스터는 영국의 북서부에 위치해 있기에, 홀리헤트 항구까지
페리가 간다.
맨유에서
만난 축구선수들의 싸인을 여권의 공란에 받았다는 기발한 이야기까지 담겨 있다.
여행
에세이들이 주로 표방하는 감성적이거나 정보를 가득 담았다거나 그런 책은 아니지만 어딘가로 따나고 싶어서, 언젠가는 꼭 가보고 싶은 곳을 찾아
떠났던 여행 이야기가 담겨 있는 책이다.
" 어차피 여행이란 그런 것이다. 달리고 성취하고 전쟁 같은 일상에 꼿꼿하게 서서 모든 걸 즐기기도 지치는 그런 순간에
훌쩍 떠나보면, 그 어느 때보다 초라한 내가 기다리고 있다. (...) 그리고 그렇게 작아진 나와 하루하루 지내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몰랐던
그 시절을 나는 아직은 그리워한다. " (p. 266)
이
책을 읽으면서 자신의 삶을 접고 훌쩍 떠나는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의 용기가 부럽다. 그러나 그런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은 결코 그것을 용기라고
말하지 않는다.
어쩌면
그건 삶의 선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보지만 그래도 나에게는 이런 여행이 용기있는 행동이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