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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로수용소 - 내 이름은 르네 타르디 슈탈라크ⅡB 수용소의 전쟁 포로였다
자크 타르디 지음, 박홍진 옮김 / 길찾기 / 2014년 9월
평점 :
절판
2000년 7월에 폴란드의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찾은 적이 있다. 햇빛이 쨍쨍 내리쬐는 한 여름의 수용소 정문에는 ' ARBEIT MACHT FREI' 라고 씌여져 있었다. 즉, ' 일하면 자유로워진다'라는
뜻이다. 수용소 건물을 지나 전시실에 가니 수용소에 갇혀 있는 사람들의 신발, 목발, 안경, 지갑, 심지어 머리카락까지 전시되어 있었다. 그리고
가장 충격적인 것은 가스실에서 사용했던 '사이클론 비'라는 빈 통들도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가스실에 들어가니 오랜 세월이 지났건만 그때의
악몽이 떠오르는 듯 했고, 가스 냄새가 나는듯한 착각에 정신이 몽롱했다.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찾았던 기억은 <포로수용소>와 같은
제2차 세계대전의 수용소 이야기를 읽게 되면 언제나 떠오르는 생각들이다.
며칠 전에 우연히 책꽂이에서 빅터 프랭클의 자전적 이야기이면서 그가 창안한 정신분석학
이론인 '로코테라피'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는 <죽음의 수용소에서 / 빅터 프랭클 ㅣ
청아출판사>를 보고 다시 읽어 보았다.
저자가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겪은 체험을 바탕으로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수감자들이 상황에
따라서 어떤 심리변화를 일으키는지, 어떻게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상실해 나가는가를 정신분석학적으로 접근한 책이다.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삶의 의미를 부여하였기 때문임을 깨닫게 해주는 책인데, '자크 타르디'의 <포로수용소>와 함께 읽어도 같은 맥락의
생각을 가질 수 있다.
<포로수용소>는 기존의 수용소 안의 이야기를 담은 이야기에 비하면 좀 색다른
점들이 있다. 이 책의 내용은 저자의 아버지인 '르네 타르디'가 프랑스 전차부대에서 전투를 하다가 독일군에게 잡혀 가서 슈탈리크 ⅡB 수용소에
갇혀서 강제 노동을 하면서 풀려나기까지의 이야기를 만화로 구성한 책이다.

기존의 수용소 관련 책과 비교되는 점은 만화라는 점도 있지만, 유태인이기에 수용소에 끌려
간 것이 아니라, 전쟁포로로 수용소 생활을 했다는 점이다.

이 책의 주인공인 '르네 타르디'는 2차 세계대전 중에 포로 수용소에 갇혔지만, 그의
아버지이자 이 책의 저자의 할아버지는 1차 세계대전 중에 독일군의 포로가 되었으며 그 이야기는 <그것은 참호전이었다>로 소개된 바가
있다.


이런 의미에서는 이 책은 '르네 타르디'의 개인사이자 가족사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넓은
의미로 본다면 역사적 사실의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개인사가 모여 하나의 거대한 역사가 됨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독일군에 의해서 포로가
된 183만 명의 군인들. 그중의 160만 명은 독일과 폴란드의 집단 수용소에서
독일의 전쟁을 돕기 위한 군수물자 생산과 독일 기업을 위해서, 독일의 농가를 위해서 노역에
시달려야 했다.

이 책은 '르네 타르디'의 이야기이지만, 이 이야기가 한 권의 책으로 엮어지게 되기까지는
그와 사돈관계에 있는 장 그랑쥬의 이야기도 그 바탕에 깔려 있는 것이다.

<포로수용소>의 만화 속에는 항상 짧은 반바지를 입은 '자크 타르디'가
등장한다. 그 소년은 아버지에게
상황에 따른 질문을 한다.


' 아빠가 자원 입대했다는 사실이 부끄러워요!', ' 이 고철더미들 보이시죠? 이걸로 냄비
같은 유용한 물건이나, 애들 장난감, 기차나 빨래통을 만들 수도 있었잖아요?' 등...
어떻게 생각하면 전쟁을 전혀 모르는 철부지 소년의 응석같기도 하지만, 그런 순수한 질문
속에서 독자들은 학살로 점철되었던 전쟁의 실태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된다.

전쟁 상황은 독일군, 연합군, 민간인, 군인 구별없이 마구 총격을 퍼부어야 하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었으니...
" 다들 하는 말이지만 '놈들이 아니면
우리가 죽어' ,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 '전쟁은 전쟁이야',....제기랄! ... 그 놈들이 숲 길가에 숨어 있지만 않았더라도 우리가
그짓을 할 필요는 없었을 거야" (p. 60)
불패의 최고 군대, 지상 최고의 군대, 가장 똑똑한 사람들만으로 지도부가 구성된 군대.
프랑스인들은 자신들의 군대를 이렇게 생각했지만, 전쟁터에서는 무능하기 짝이 없는 군대가 프랑스 군대였다.


독일군의 포로가 된 '르네 타르디'의 강제 수용소에서의 생활은,
" 밀집대형으로 텐트에 돌아온 이들은
슈탈라크에서 새 일을 받았어. 작은 내부 수용소에 갇힌 포로들은 매일 여기저기 끌려나가 노역을 했지. 민간 기업가들도 수용소에 와 사람들을 골라
갔어. 노예시장 같았지. 글려간 사람들은 죽지 않고서는 슈탈리크로 되돌아 오지 않았어. 기력이 다하거나 병에 걸려 영원한 제국을 건설하는데 더는
쓸모가 없는 사람들은 짐승처럼 죽어갔지." (p. 87)

그는 전쟁이 끝날 때까지 5년 동안 포로 생활을 한다. 그래도 나중에는 비교적 편한
회계업무를 맡으면서...
" 우린 거쳐가는 포로들 덕분에 다른
종류의 수용소가 있다는 걸 알게 됐어. 사람들이 무조건 가스로 처형되고, 화형당하는 수용소, 장애인과 정신지체자, '우월한 인종'의 기준에
못미치는 사람, 정치범, 동성연애자, 집시... 그리고 대량으로 학살된 유대인들"
" 그래서 유대인 기록카드를 몰래
폐기하신 건가요?"
" 조심하기 위해서지. '유대인 사냥'은
독일에서 시작해서 중앙유럽으로 전쟁 발발 이전에 이미 번졌단다. 1933년 발랑스에 왔던 아이들을 기억해 보렴." (p.
184)
1945년 1월 29일 숭요소를 떠나라는 명령이 내려지기 까지 4년 8개월, 1680일의
기록이 이 책 속에 담겨 있다. 그러나 '르네 타르디'가 집으로 돌아왔다고 해서 그의 생활은 행복했을까?
그를 비롯한 전쟁의 피해자들은 역사의 소용돌이에 휩쓸려 꽃다운 청춘을 잃어 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 후유증은 훗날까지 트라우마로 남겨질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 이 여행이 길고 또 힘든 여정이 될
거라고 당시엔 미처 예상하지 못했단다. 이어서 내가 프랑스로 돌아온 이야기의 그 이후 이야기를 해주마! 이걸로 내 이야기의 첫 부분이 끝났다!"
(p. 188)
이 마지막 문장을 통해서 <포로수용소>는 이
책의 첫 번째 시리즈임을 예감할 수 있다. 전쟁터에서, 포로 수용소에서 살아 왔지만 끝나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 이 책을 읽으면서 전쟁의 아픈
상처들을 어루만질 수 있다면 좋을텐데....

그래도 독일은 종전 후인 1970년 12월 7일 독일 총리였던 '빌리 브란트'가 폴란드의
바르샤바의 유대인 위령탑에서 무릎을 끓고 애도를 표했다. 그렇다면 2차 세계대전의 또다른 전쟁발발 국가인 일본은 어떤 태도를 보이고
있는가?
(사진출처 : 네이버 검색)
이 책은 이렇게 많은 생각들을 하게 만들어 준다. 2차 세계대전의 진실을 밝힌
<포로수용소>
'르네 타르디'의 전쟁 후의 삶의 이야기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