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없는 남자들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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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기담집>과 함께 <여자 없는 남자들>을 읽었다. 이제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이라면 출간되는대로 구입해서 읽게 된다.

그만큼 나도 하루키의 소설에 빠진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루키의 단편들은 해학적인 내용이 담긴 경우들이 많은데, <여자 없는 남자들>은 그렇지는 않다.

하루키 소설의 주인공들이 청춘들이었던 것에 비하여 이 책 속의 주인공들은 연령대가 다양해졌다. 그러나 역시 이야기의 중심에는 남자와 여자가 있고, 또다른 여자와 남자가 있기도 하고,정상적인 사랑의 이야기가 아닌 불륜이나 외도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이 책 속에는 7편의 단편이 담겨 있다. 그중의 5편은 거의 같은 시기에 썼고, 이 책의 표제작인 <여자 없는 남자>는 이번 단행본 출간에 맞춰서 쓴 소설이고, <사랑하는 잠자>는 카프카의 소설 <변신>을 무대로 하여  쓰여진 단편소설이다.

책의 제목처럼 이 책 속에는 '여자 없는 남자들'이 등장한다. 처음부터 독신이었으나 결혼한 여자들과의 외도를 즐기다가 사랑에 빠지게 되는 남자가 등장하기도 한다. <독립기관>이란 작품은 52살 독신 미용 성형외과 의사의 이야기인데, 여자가 없어도 잘 살아가고 있는 도카이는 결혼한 여자들과의 만남을 통해서 아무런 아쉬운 점 없는 삶의 영위한다. 그러던 중에 한 여성과 깊은 사랑에 빠지게 되고, 그로 인하여 '나는 대체 무엇인가'라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 빅터 프랭클 박사의 책인 <수용소에서>처럼 인간이란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던져진 사람들이 된다면.... 한낱 맨몸뚱이 인간으로 세상에 툭 내던져진다면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자신의 존재가 제로에 가까워질 정도로 한 여자를 사랑했지만, 그래서 통절한 사랑에 빠졌지만 처음으로 사랑다운 사랑을 느낀 여자의 배신으로 인하여 스스로를 죽음 속으로 내몰게 된다.

사랑했던 여자는 독립적인 기관을 사용해서 거짓말을 했고, 도카이 의사는 독립적인 기관을 사용해서 사랑을 했던 것이라니...

어떤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나 모든 것으로부터 단절된 삶을 살게 된 남자, 그 남자를 관리하는 여자.

그 여자는 <천일야화>의 셰에라자드 처럼 성교 후에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중에 가장 흥미로운 이야기인 그 여자의 학창시절 짝사랑 남자의 집을 몰래 드나들었던 이야기.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알 수 없으나 그 여자와의 결별이 예감되고, 그 마지막 부분의 이야기를 결코 들을 수 없을 듯하니...

이처럼 이 책에 등장하는 남자들은 연인이나 여성과의 이별을 겪거나 겪게 된다. 사별하기도 하고, 이혼하기도 하고, 배신당하기도 하고...

<사랑하는 잠자>를 빼고는 남자 주인공들이 모두 중년의 남자인 것도 기존의 하루키의 소설과는 다른 점을 보여준다. 단편들은 서로 다른 이야기들이지만 어떤 점에 있어서는 일맥상통하는 점도 있는 듯하다.

그것은 '여자없는 남자'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그래도 '무라카미 하루키'는 단편소설 보다는 장편소설이 훨씬 재미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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