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로 읽는 슬픔과 기쁨 - 예술가의 육필 편지 49편, 노천명 시인에서 백남준 아티스트까지
강인숙 지음 / 마음산책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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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이 책의 저자인 '강인숙'은

 
 라고 말한다.
학창시절에는 친한 친구와 사소한 말다툼 끝에 서먹한 마음을 예쁜 편지지에 담아 친구의 가방속에 몰래 넣기도 했고,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던 시절에는 방학동안에 보내오는 학생들의 편지에 일일이 답장을 써 보내기도 했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보내기 위해서는 사랑의 마음을 편지지 위에 썼다 지웠다 하면서 밤에는 쓰고 아침에는 차마 붙이지 못하기도 했던 기억들이 난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우리곁에서 편지는 사라지고 있다.
손쉽게 보낼 수 있는 핸드폰 문자보내기와 이메일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편지는 무엇과도 그 자리를 바꿀 수 없는 마음의 표현이자 정(情)이라고 생각된다.


이렇게 소중한 편지, 그것도 예술가들의 육필 편지 49편을 묶어서 <편지로 읽는 슬픔과 기쁨>이란 책을 펴냈으니, 이 책을 읽는 재미는 그 어떤 책을 읽는 재미보다 더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인 '강인숙'은 영인문학관 관장이다. 영인문학관에는 문인들의 원고, 초상화, 편지 등과 문인과 화가의 부채, 서화, 애장품, 문방사우, 사진 등 2만 5천 여점의 자료를 보관하고 있으니, 이 책에 실린 편지들은 그 중의 작은 일부분에 해당하는 것이다.
우리들은 평소에 문학가들의 작품을 손쉽게 접할 수 있다. 소설, 시, 시조 등의 장르에 따라서 그들의 글들을 읽고 있지만 그것들은 잘 다듬어진 글들인 것이다.
그런데 비하여 편지는 작가의 내면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글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편지는 개인의 내면 가장 깊숙한 곳의 풍경을 보여주는 내시경이다. (p7)

누군가에게 보냈거나 또는 누군가에게 받은 편지글들.
편지 속에는 친숙한 사람들과의 교감이 담겨 있기에 그들의 내면의 풍경을 만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책에 실린 편지들은 우리의 문학을 이해하는데에도 많은 도움을 주는 것이다.
편지의 주인공들은 그 이름만으로도 우리의 문화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분들이다.
박범신, 조정래, 김남조, 박완서, 이광수, 강소천, 주요한, 김상옥, 박두진, 유치환, 서정주, 전혜린, 이어령..... 그리고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 바이올리니스트 장영주.
그들이 연인에게, 배우자에게, 친구에게, 자식에게, 친지에게, 문인에게 보낸 사적인 편지들이다.
또한, 육필 편지이기에 빛바랜 편지지에 그들의 글씨체가 또렷하게 남아있는 것이 예스러움을 더한다. 
때론, 편지글 속에는 틀린 글자를 지우고 그 위에 다시 쓴 그대로의 편지지가 소개되기도 한다.
그래서, 빛바랜 편지 속에는 편지를 쓸 당시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에 따뜻하고 정겨운 마음을 함께 느끼게 해 준다.

 
 
그런데, 편지의 주인공들이 젊은 독자들에게는 교과서에서만 읽었던 글들의 문인들이  많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 세대의 인물들이라기 보다는 한 세대를 건너간 인물들도 다수 있기에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런 독자들의 마음을 미리 읽은  '강인숙'은 편지 원본을 싣고, 그 내용을 다시 적은 후에 편지마다 <편지를 말하다>란 글을 덧붙인다.
그러니, 그 편지를 왜 쓰게 되었는지, 그 편지를 쓰게 된 동기와 함께 편지 주인공들과 작가와의 인연, 만남에 관한  소소한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대하소설의 대가인 조정래의 인터뷰 기사 중에 "내가 가장 잘 한 일은 아내 김초혜를 만난 것이다." 이런 글을 읽은 기억이 나는데, 역시 조정래의 김초혜에 대한 사랑은 여기에서도 나타난다.



사랑하는 여보, 초혜!
가을 밤이 깊어가고 있소. 당신이 떠난 그 순간부터 가을은 문득 깊어져 내 시간을 쓸쓸한 적막으로 채우고 있소. 당신과 23년 세월, 세월이 쌓일수록 당신을 아내로 얻었음을 하늘에 감사하게 되오.  (p63)

결혼한 지 23 년, 이런 편지를 보낼 수 있는 작가의 마음은 문인의 편지를 떠나서 남편이 아내에게 보낸 사랑의 편지이니, 요즘 젊은이들에게는 귀감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주요한은 아들들에게 가브리엘 히터의 <부모의 기도>를 편지글로 써서 보냈는데, 어찌 이상하다. <부모의 기도>란 이 좋은 글귀를 쓰다 오자가 나오면 찍찍 긋고 썼다니...


얼마전 세상을 떠난 박완서가 이해인 수녀에게 보낸 편지.
내 생각과는 너무도 다른 박완서의 글씨체가 어색하기만 하다.
그러나 이 편지는 이해인 수녀의 <민들레의 영토> 출간 30 년을 기념해서 보낸 편지이니, 악필의 글씨체와는 달리, 그 얼마나 정다운 편지인가 !


내가 고등학교 때에 전혜린의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를 읽고 전혜린의 삶이 평범하지 않은 것에 충격에 가까운 느낌을 받았었는데,
전혜린이 친구에게 보낸 편지도 이 책 속에 담겨 있다.
그녀가 워낙 상식적이지 않으니 사람들은 그녀의 인품도 그렇게 파격적인 줄 아는데, 다행히도 아니다.
혜린이는 친구에게 조그만 신세를 져도 반드시 인사를 하는 고지식한 명이 있다. (p132) - 저자의 덧글 '편지를 말하다.' 중에서 

장영주가 당시 장관이었던 이어령에게 보낸 편지에서는 소녀적인 재치가 엿보인다.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1968 년에 노벨 문학상을 수상할 당시에 소설가 한무숙이 보낸 축하의 편지에 대한 답신도  다른 지면을 통해서는 접할 수 없는 소중한 자료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우리 사회에서 점점 잊혀져 가는 편지글들을 통해서 그당시의 문화계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고, 예술가들이 직접 쓴 육필 서한을 통해서 그들의 생각과 마음을 엿 볼 수 있다는 것이 그동안 잊고 지냈던 옛 친구를 다시 만나는 것처럼 반가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또한, 이 모든 편지들은 우리의 문화계의 산 역사이자, 귀중한 자료라는 점에서 그 가치가 더 크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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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마음 주지마라 - 다 지난 후에 깨달은 한 가지
웨인 W. 다이어 지음, 정경옥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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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그 자체로 의미다.
돌아서서 너 자신에게로 곧장가라." ( 책 뒷표지글 중에서)



이 책의 저자는 심리학자이자 자기계발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저자이자 강연자이다.


그런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이다.
그리고 "의미와 목적으로 충만한 삶을 살기 위해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하는 물음에 답이다.
책의 구성은 1장~4장으로 되어 있는데, 이것이 바로 우리 인간들이 우리의 근원을 찾아가는 과정이자, 삶의 의미를 찾는 여정인 것이다.

 

제 1 장: '어디에서' (From)
'나는 어디에서 왔을까', '나는 누구인가', ' 내 인생의 목적은 무엇인가', '죽음 뒤에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
우리가 온 곳을 아는 것은 '기억'이 하는 역할이며 우리는 바로 지금 존재의 근원을 기억할 수 있는 장소로 가지 않고는 우리의 영적인 기원의 수수께끼를 풀 수 없다. 우리의 진정한 근원은 침묵하고 갈등을 버리고 평화를 느끼는 것.
우리의 내면에 존재하는 영원한 관용을 기억하는 것.



제 2 장 : 욕망에서 (Ambition)
욕망은 우리가 시작한 영적인 장소와 대립하는 자아를 갖게 되는 단계, 이때의 자아는 그릇된 우리 자신이다.
우리는 자신이 소유물, 성과, 명예보다 훨씬 더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제 3 장 : 어디로 (To)
우리가 마음의 어떤 장소에 도착하는 것. 의미와 목표의 삶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자아를 길들이는 방법을 설명한다.
"어디로"는 전환을 향해 마음을 열 때 향하게 되는 새로운 인생의 방향을 상징한다.
우리의 인생과 우리가 영향을 주는 사람들의 인생은 그릇된 자신을 버리고 인생의 오후와 저녁으로 돌아 설때 모든 거짓에서 완전히 벗어난다.



제 4 장 : 의미로 (Meaning)

그릇된 자아를 버리고 근원으로 돌아가 새로운 방식에 따라 살게 되는 것을 말한다.
우리가 진정한 자신을 향해 움직일 때, 모든 전환이 존재의 자연스러운 방식이 된다. 새로운 태도는 좋은 기분을 가져다 준다. 의미는 자아의 욕망보다 우월하다.

이렇게 4장으로 나누어서
"의미와 목적으로 충만한 삶"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 보이는데, 은유적인 표현들도 많이 있어서 약간은 명쾌하게 읽어 내려가는데 방해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저자 자신이 이야기하듯이
"나는 평생 대단한 인물이 되고 싶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런 사람이 되었다. 하지만 그건 내가 아니다."라는 저자의 경험담이말해 주듯이 성공과 욕망의 축적은 결코 자아실현의 결과로 나온 것들이 아님을 일깨워준다.
흔히들 많은 사람들이 자아의 욕망을 인생의 목표로 삼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 발버둥을 치지만 그래서 이룩한 결과물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은 아무런 의미도, 가치도 없는 것들인 것이다. 그래서 그렇게 어렵게 평생을 쌓아 올린 것들은  모두 버려야 할 것들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의미와 목적이 충만한 삶은" 무엇일까?
그것은 우리의 존재 그 자체에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가 가지고 있는 욕망에서 벗어나 인생의 참다운 의미를 찾고자 할 때에 우리는 자신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사람들에 따라 그들이 추구하는 삶의 모습들은 모두 다르겠지만, 이 책을 통해서 "우리의 존재 그 자체"만을 한 번 더 생각해 볼 수 있다면~~~
우리 모두의 삶의 모습은 변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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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역할 - 눈높이를 맞추면 자녀가 보인다
조무아 지음 / 리더스하이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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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 모든 부모들의 바람은
좋은 부모가 되고 싶은 것.
그리고, 내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것이리라.
그래서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될 것인가에 대한 부모역할을 말해주는 책들은 많이 출간되어 있다. 
그래도, 많은 부모들이 우왕좌왕하는 것은 자녀교육에는 정답이 없기때문에 그 책들에 적혀 있는 내용들이 자신의 경우에는 적용이 안되는 경우가 허다하기때문이다.
그런데, 이 분야의 또다른 책이 출간되었으니 그 책은 바로 <부모역할>이다.


이 책 역시, 읽으시는 부모들은 자신의 경우에 빗대어서 이리 저리 맞추어 보겠지만 그리 신통치 않은 결과를 가져올 확률이 높다.
그렇다면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없는 것일까?
물론, 그렇지는 않다.

 
  
부모들이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추는 그 순간, 아이들은 이전과는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책에 실린 사례들을 자신의 아이들의 상황에 맞추어서 적절하게 변화된 부모역할을 한다면 희망은 보일 수 있을 것이다.
TV프로그램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를 본 기억들이 있을 것이다. 막무가내의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과연 저런 아이들이 변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생각을 많이 하지만 그 아이들은 전문가의 숙련된 손길에 새로운 모습으로 변하는 것이다.
그것은 아이들에게도 문제가 있었지만, 그 근본 원인은 부모에게 있었기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아이들에게 생긴 문제점도 결국에는 부모들에 의해서 생긴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것이고, 그런 자신의 문제점을 고치기 위해서는 이 책이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아이들의 행동을 바꾸고 싶다면, 부모들이 변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들을 <부모 역할>의 저자는 사례별로 자세하게 가르쳐 준다.
  
 

인간의 변화는 생각의 변화에서 시작한다. 생각의 변화는 행동의 변화를,  또 습관의 변화를, 습관은 성격을, 성격은 인생과 운명의 변화를 가져오게 한다.
또 부모, 자녀관계의 변화는 부모의 노력과 자신의 변화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P20)

저자는 22년간 P.E.T. (효과적인 부모역할 및 훈련) 강사로 활동했기에 그동안의 노하우를 부모들에게 이야기해 준다.
우리 부모들은 그동안 자신이 부모들에게 어떻게 교육을 시켰으며, 자신은 어떤 행동을 했는지를 뒤돌아 보게 해준다.

아이들에겐 부모가 세상 전부일 수 있다. 부모가 하는 말, 부모가 하는 행동을 통해서 세상을 보고 세상을 배운다. 무심코 던진 한 마디, 무심코 한 행동이, 우리 아이의 뇌리에 심어지고 우리 아이의 일생에 영향을 미치는 좌표가 될 수 있다. (P45)

부모들이 아이의 눈높이에 맞추면 아이들은 스스로 마음을 열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왜? 부모들은 자신의 기준에 맞추어 생각을 하고, 왜? 아이들이 마음을 열 시간을 주지 않는 것인가?

 

흔히, 우리가 혼동해서 쓰고 있는 말에 "틀리다"와 "다르다"의 개념을 모르고 쓰는 경우가 많다.
"다르다"는 결코 "틀리다"가 아닌 것이다.
그런데도, 부모들은 자신의 생각과 다른 아이들의 행동은 "틀리다"는 생각으로 인식해 버리는 것이다.

자신의 기준으로 세상을 보고 자신의 잣대로 세상을 재고 있다. (...) 서로 다른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태도는 다 같이 편안해지고 함께 갈등을 줄여나가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 (P218)

이 책의 PART5 는 [효과적인 부모 역할 훈련 프로그램]으로  꾸며져 있다.
부모역할 훈련 교육의 필요성, 교육 진행 방법, 교육 진행과정, P.E.T 프로그램의 효과 등을 말해준다.


"가정교육은 3대 간다."라는 말이 있다.
자신의 아이들을 탓하기 전에 부모들이 먼저 자신의 행동과 태도와 습관 등을 생각해 보고, 부모들이 지금까지 아이들을 어떻게 대해 왔는가를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자녀의 말을 편안한 마음으로 끝까지 듣고 앞질러 판단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자녀를 수용하는 부모가 되는 것. (P267)

이 내용을 실천한다면 아이들은 부모가 말하기 전에 스스로 변화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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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기의 간주곡
J.M.G. 르 클레지오 지음, 윤미연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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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 클레지오'는 2008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데, 그가 노벨상을 받을 즈음해서 발표한 작품이 <허기의 간주곡>이다.
작가의 또다른 작품인 <아프리카인>이 아버지의 이야기라면, <허기의 간주곡>은 어머니의 이야기라고 한다.
또한, 작가의 특색은 거의 비슷한 등장인물과 배경, 줄거리와 주제와 삽화, 묘사들이 그의 후기 작품들에 계속 되풀이 되어진다고 한다.
그런 '반복은(...) 그가 의도한 기억을 위한, 기억하기 위한 , 기억하게 만들기 위한' (p320) 도구라고 한다.
그런데, 나는 '르 클레지오'의 작품은 <허기의 간주곡>이외에는 읽어 보지를 않았기에 또한, 이 책을 읽으면서도 이야기들의 내용이 명쾌하게 들어 오기보다는 낯선 그의 문체에 상당 부분 혼란스러움을 견디어야 했기에 그 어떤 평을 곁들이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더구나, 책의 제목이 나타내는 "허기"에 대한 생각도 이 책의 첫 부분에서는

나는 허기를 잘 알고 있다. 그걸 겪어보았기 때문이다. 전쟁이 끝낙ㄹ 무렵, 어리아이였던 나는 다른 아이들과 함께 미군 트럭을 쫒아 도로를 달려가면서, 군인들이 기세좋게 던져주는 추잉껌, 초콜릿, 빵 꾸럭미를 잡으려고 두 손을 내밀었다. (p11)

그러나, 그것은 "허기"를 나타내는 일부분일  뿐인 것이다.
'르 클레지오'가 말하고자 하는 "허기"는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는 것이다.

허기, 그것은 과거를 잊지 않을 수 있게 해 주는 것이다.
"그런 허기를 겪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그 시절, 모든 것이 부족했던 그 기나긴 세월에 대한 기억을 간직하지 못 했을 것이다. (p 312)

<허기의 간주곡>의 시대적배경은 1930년대에서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는 시기이다.
그것은 이 책의 주인공인 에텔 브링이 열살 정도에서 성인으로 결혼하게 되는 때의 이야기이기도 한다.


이렇게 시대적 배경을 두 부분으로 나누어서 이야기하는 것은 이 책의 이야기가 전쟁에 의해서 세상이 추락하는 것과 맞물려서 에텔 브룅의 가족들도 파산과 몰락을 겪게 되는 것이다.
역사와 함께 몰락해 가는 가정, 그리고 그 가정의 몰락을 막기 위한 노력을 하는 딸의 역할이 그 축을 이루기 때문이다.
부모보다도 더 사랑을 베풀어 주었던 에텔의 종조부 솔리망.
그는 죽으면서 자신의 재산을 에텔에게 상속해 주지만, 그녀의 아버지는 어린 딸을 교묘하게 속여서 그 돈을 가지고 새로운 사업들을 하려고 하지만, 사기꾼들에 의해서 모두 날려 버리고 파산을 하게 된다.
종조부 솔리망과  함께 어린날의 추억이자, 앞날의 아름다운 집을  꿈꾸었던 연보라색 집과 아르 모리크 가의 정원은 물거품이 되어 버린다.
에텔은 부모의 불화 속에서 어린날을 보내게 되는데, 아버지의 여자였던 가수 모드도 에텔의 집의 몰락과 함께 무너지게 된다.
심지어 모드는 시장의 쓰레기통을 뒤져야 하는 신세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에 에텔의 학창시절 친구인 제니아와의 우정, 그러나 먼훗날 만난 친구의 모습은 어린 시절의 모습이 아닌...
여기에 로망펠드와의 사랑. 그리고 헤어짐, 전쟁이 일어난 후에 만남에서 결혼까지의 이야기.
그러나, 제니아와의 우정과 로랑 펠드와의 사랑은 이야기속에서는 작은 한 부분들이고, 그리움의 대상이었다가 훗날 만남을 갖게 되는 것이다.


'르 클레지오'의 소설은 처음 읽어 보기에 좀 낯선 모습으로 다가오지만, 역시 그의 문체는 섬세하면서도 서정적이다.

책의 첫 페이지에 나온 랭보의 <허기의 축제>라는 시가 '르 클레지오'의 <허기의 간주곡>이라는 서사시로 풀어 냈다고 하는데, 이 역시 문학적 소양이 짧은 나에게는 힘든 해석일 뿐이다.
<허기의 간주곡>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르 클레지오'를 먼저 자세히 알고 책을 읽는 것이 이 책을 이해하기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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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조한 도시 - 사진으로 읽는 도시의 인문학 초조한 도시 1
이영준 지음 / 안그라픽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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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펼치는 순간 '서문'의 내용이 너무도 가슴이 와닿아서 그 부분부터 소개할까 한다.
저자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만난 '반가사유상'.
나도 그동안 '반가사유상'을 여러번 만났지만, 처음엔 그저 교과서에 실린 사진의 실물을 본다는 생각에, 그리고 어느 정도 세월이 흐른 후에는 저자와 같은 느낌이 있었고, 지금도 그 아름다움이 머리 속에 담겨 잇다.

실제의 중량이나 표현에서 무거운 느낌을 주는 다른 불상과는 달리, 반가사유상은 날씬한 팔다리에다 가볍게 앉아있는 모습이 결코 둔중하지 않다.
그러나 거기에서 조금씩 베어 나오는 사유의 혼은 방을 가득 채우고 나의 눈과 머리와 가습으로 소리없이 스며든다.
전혀 강렬한 것이 없는데 사람을 사로잡는 힘이 있는 불상이다. (p7)

'반가사유상'을 대했을 때의 최초의 충격. 그 최초의 충격을 우리의 후손들이 오늘날 우리가 살고, 보고 있는 이 도시를 천 년후에 본다면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과 함께 그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도시의 모습은 그대로 남아 있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새삼 느끼게 된다.


저자가 이 책에 수록한 사진들 속의 모습들도 6개월이 멀다하고 사라져 버리는 것이 우리 도시들의 오늘날의 모습인 것이다.
우리나라처럼 급변하는 도시의 모습을 기억으로 보존하기 위햇는 "사진찍기"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초조한 도시>는 사진을 통하여 시간을 멈추게 하여 먼훗날 누군가가 오늘날 도시의 모습을 기억하고 성찰하게 하려는 시도이다. (p13)

여기까지의 서문의 글을 읽으면서
유럽의 도시들이 중세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것에 비하면, 우리의 도시들이 정말 얼마나 빠르게 변모하고 있는가를 느끼게 된다.
그러니, 지금 여기에 존재하고 있는 도시의 현상을 건축물들을 기록해 둔다는 것은 얼마나 귀중한 기록이 되겠는가....
그런데, 우리는 도시를 찍을 때에 아름다운 모습, 사람들로 번잡한 도시의 생동감 넘치는 모습을 흔히 찍는다.
그런데, <초조한 도시>의 저자 이영준이 찍은 사진들은 삭막하기 그지 없는 그런 도시의 모습을 담고 있다.
도시의 간판, 고층빌딩의 모습, 콘크리트 구조물인 다리의 모습.
그러나 그 사진들은 얼핏 보기에는 도시의 삭막함을 나타내는 것같으나 그 속에서 우리들은 자연스럽게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게 된느 것이다.
그것은 도시를 삭막하게 느끼게 만드는 '기호와 속도', ' 밀도와 고도', '콘크리트'를 통해서 도시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폭포수 같은 기호, 숨 막히는 밀도, 완고한 콘크리트
그 속에서 발견한 삭막한 아름다움의 역설
 
  

(1) 기호의 제국
 

흔히 사람들은 도시의 모습을 '정서'라는 필터를 통해서 찍는다. 그래서 아름다운 도시의 모습이 직접적으로 표현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후지사키 야스오'는 이미 오래전에 <한국의 도시>를 통해서 기호의 중첩만이 있는 그런 사진을 찍었다.
저자 역시 도시의 건물들을 점령하고 있는 간판들을 통해서 '추지사키 야스오'와 같은 기호의 제국의 모습을 담아낸다.


또한, 광화문 네거리의 랜드마크인 이순신 장군의 뒷 모습을 중심으로 이곳에 설치된 전광판인 미디어보드의 모습에서 새로운 컷의 사진을 소개해 준다.
마치 미디어 아트의 전시장같은 생각이 들지 않는가?
이순신 장군의 머리 위로, 옆으로, 밑으로 마구 마구 정보들이 날라 다니고 있는 모습이.
부천에 있는 '아인스 월드'는 전세계의 유명한 건축물들을 미니어처로 꾸민 곳인데, 주변의 도시의 모습과 중첩된 모습은 어떤 느낌으로 다가오는가?


(2) 밀도와 고도
도시의 밀도와 고도, 그밖의 사물들의 밀도와 고도.
심지어 삶과 죽음의 밀도까지.

  
  

이 책에 실린 사진들은 객관적이고 차가운 이미지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런 컷은 망원렌즈를 통해서 찍기 때문에 빛이 맑고 투명해야 한다고 한다.
우린 쉽게 저자가 찍은 사진들을 접하지만, 이런 사진을 남기기 위해서는 저자의 나름대로의 숨막히는 밀도라는 정서를 담아내는 능력이 엿보이는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나에겐 그저 휙 ~~ 휙~~ 지나치는 도시의 한 모습이었지만, 이렇게 사진으로 기억할 수 있게 해주니, 그 느낌이 새롭다.
(3) 콘크리트의 격
도시를 삭막하게 보이도록 하는 주범은 무엇일까, 아마도 콘크리트가 아닐까 한다. 그러나, 저자는 이 콘크리트를 감성적인 물질이자 구조물이라고 말한다.
그는 콘크리트의 굳건함, 무게감, 부피감, 표면의 질감 등을 통해서 콘크리트가 구조물을 만들었을 때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있다.

 

그의 사진 속에서는 이 콘크리트가 대리석 못지 않은 아름다움을 발하고 있으니, 이런 사진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는 감동을 더할 수 있는 것이다.

사람만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콘크리트도 연기한다.
그것은 질감과 양감, 나아가 세월의 흔적을 통해 시간감까지 보여주는 매우 풍부한 연기이다.
나는 그 연기의 관객일 뿐이다.  (p216)


중세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유럽, 아니면 자연풍광을 함께 품고 있는 도시들.
그런 도시들이 아닐 경우에는 우리들은 도시를 이야기할 때에 '숨막히는 도시', '삭막한 도시'와 같은 표현을 많이 사용했던 것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도시처럼 이렇게 빠르게 변모하는 도시들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해 두려는 생각은 미처 해 보지도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초조한 도시>를 읽고, 책 속의 사진들을 접한 독자들이라면 지금까지 자신들의 머리 속에 간직하던 도시의 모습과는 또 다른 도시의 모습에 새로움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이것은 오로지 이 책을 쓴 저자의 노력에 의해서 우리의 도시가 다른 모습으로 바뀔 수 있었던 것이며, 도시에 대한 인식도 새로워 질 수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된다.

<초조한 도시>는 사람들이 도시슬 초조하게 느끼게 만드는 밀도와 고도, 기호와 콘크리트들을 사진으로 재구성해 봄으로써 우리가 일상의 시각에서 보던 도시와는 다른 공간들이 감춰져 있음을 보여주려 한다. (p262)

마지막으로, 책을 읽는 중간 중간에 느낌이 오는 사진들을 찍어서 리뷰 속에 담았지만, 저자의 사진 컷의 느낌이 그대로 살려서 올리지 못한 점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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