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퍼케이션 3 - 하이드라
이우혁 지음 / 해냄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바이퍼케이션 하이드라 1'을 읽은 후에 잠시 쉬었다가 '바이퍼케이션 하이드라 2'그리고 3권을 단 숨에 읽었다. 물론, 며칠이란 시간이 걸리기는 했지만 마치 낯선 곳을 찾았던 긴 여정과 같은 느낌이다.

 

 

1권의 첫 장면부터 구토가 나올 정도로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살인의 모습이 너무도 잔인하여 이런 소설을 쓸 수 있는 작가는 얼마나 강심장을 가졌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그러나 이우혁 작가 역시 그리 비위가 강한 사람은 아니었던 것이다.

 

이 작품은 근본적으로 재미있게 읽히기 위해 씌어졌다. 많은 사건이 일어나고 피와 증오와 공포와 광기가 흐른다. 상당히 끔찍할 수 있는 플롯이기에 이를 거침없이 다루기 위해 내 약한 내면을 피에 무덤덤하게 만드는데도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p348~349) 작가의 말중에서

이 작품에 나오는 이야기들의 바탕에 그리스 신화나 심리학과 정신학의 학설과 실험, 그리고 소설속의 내용들이 있기는 하지만, 그런 내용들과 함께 실제로 세계적인 살인마들의 끔찍한 행각들도 한 몫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린아이를 살해하여 그 인육을 며칠동안에 걸쳐서 먹은 살인마, 여성들을 납치 살해하여 피를 뽑아 먹은 살인마, 수십 명의 사람들을 감금하고 폭행,고문하여 살해하는 살인마..... 어찌 인간의 탈을 쓰고 이런 행동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실제 이야기도 이 소설의 바탕에 깔려 있다는 것이 너무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준다.

인간의 본질은 과연 무엇일까? 인간의 마음 속에 존재하는 선과 악에 대한 생각....

여기에서 작가의 말을 다시 인용해 본다.

 

모든 소설이나 창작의 근본적인 문제는 결국은 인간 자신에게 회귀한다. 인간이란 무엇이며, 어떤 마음가짐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수많은 상황과 수많은 관점, 수많은 판단이 있지만, 결국은 이 작은 질문에 대한 수없이 많을지 모르는 답을 찾기 우해 창작이 행해지고, 사람들은 그 창작품에 흥미를 느끼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의 행간에 숨겨둔 간단하지만 상당히 본질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하며 읽는다면 내가 이 글을 쓴 의미와 던진 질문을 찾는 지적인 재미가 부가될 것이라 생각된다. 물론, 그런 것이 싫은 분들이라도 이야기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은 재미와 의미의 두 마리 토끼를 쫓은 내 나름의 노력의 산물이니, 그런 맥락에서 보아 주시면 고맙겠다. (p349: 작가의 말 중에서)

사랑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결국엔 집착이었던... 그래서 사람의 허울을 쓴 괴물로 변한 해리성 정체 장애가 된 사람이 저지르는 살인의 연속.

누군가 자신의 살인 욕구를 가장 잘 대행해 줄 사람을 괴물로 만들어 조정할 수 있는 인간이 아닌 괴물과 같은 하이드라.

그것을 잡으려고 하는 프로 파일러와 고참 형사. 그러나, 그 둘은 같은 마음인 것 같으나, 방법론이나 사건 처리에는 또다른 면을 보여주는 인간.

간단하게 이야기하자면 이런 줄거리로 볼 수 있을지는 모르나, 이야기속에는 작가가 말하는 어떤 의미가 숨겨져 있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이 소설은 줄거리까지도 정확하게 이해하기가 그리 쉽지는 않은 것이다. 그러니, 그 속에 담겨진 의미를 찾기란 꽤 많은 지식이 필요한 것이다.

소설을 읽는내내, 이우혁 작가의 천재적 상상력은 그의 폭넓은 지식의 산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5년의 세월에 거칠 그의 노력이 3권의 책으로 만들어져서 독자들이 비록 두마리 토끼는 못 잡을망정(물론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독자들도 있겠지만), 한 마리 토끼인 재미만은 잡을 수 있었던 것이다.

3 권의 '바이퍼케이션'이 가져다 준 이야기. 그 속에서 '인간' 그 자체를 생각해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이퍼케이션 2 - 하이드라
이우혁 지음 / 해냄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 바이퍼케이션 (Bifurcation)현상에 대한 거예요."

"그건 또 뭐길래?"

"이건 수학 용어예요. 일반적으로 분기, 분기점이란 뜻이지만 조금 더 복잡하죠. (...)"

(...)

"(...) 수학적인 표현으로 바이퍼케이션이고 공학 용어로는 버클링(Buckling)이라는 현상에 가깝죠, 근래에는 카오스 이론이난 프랙탈 원리같은데에서도 이용되는 중요한 개념이기도 하구요."

(...)

"헤라 에이워드 부인은 자주 심한 일을 당했죠.마치 바이퍼케이션 현상을 일으키려고 아주 강한 힘이 위에서 가해진 것처럼요. 원래대로면 참고 극복해야 할 거였는데.... 그녀는 그렇게 되지 않았어요. 왼쪽으로 튈지 오른쪽으로 튈지 모르는 상황에서... 아무도 생각지 못했던 이상한 방향... 융이 예언했던 동시성 원리가 있는 세상으로 튀어나간 것 같아요. 정신조작 능력과 인간이 지각할 수 없는 것을 마음대로 휘두르는... 초감각? 초지각의 세계랄까요? 하하. 그래서... 헤라클레스가 되어 버린 것 같네요. " (p188~190 중에서 발췌)

많은 독자들은 알 수없는 이 소설의 제목에서부터 어떤 의미를 가진 단어인가에 대한 의문을 가질 것이다. '바이퍼케이션2'에서는 이 제목에 대한 설명이 헤라 에이워드(헤라클레스)의 '해리성 정체장애'에 대한 이야기를 에이들이 가르시아에게 들려주는 과정에서 나온다.

쉽게 풀이하자면 '바이퍼케이션'은 불확실한 결과를 뜻하는 수학적 용어인데, 최근에는 카오스이론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많이 사용되는 개념이라고 한다. 책 속의 설명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쉽게 판단할 수 없는 존재를 상징하는 단어로 이해하면 될 듯싶다.

바로 이 소설이 신과 인간의 세계, 인간과 인간의 관계, 인간의 주체.... 등에 대한 복잡한 이야기를 작가는 다양한 분야의 이론과 실제의 이야기를 조사하고, 분석하고 연구하여 한 편의 긴 소설로 구성한 것이다.

작가가 15 년동안 구상하고 조사하였다는 소개글이 크게 다가올 정도로 폭넓은 분야의 이야기가 소설의 밑바탕에 깔려 있는 것이다.

이우혁 작가는 신화, 문학작품중의 인격장애나 살인에 관한 이야기, 심리학적 이론, 신경정신과 분야의 이론, 실험 등.... 그리고 더 끔찍한 것은 세계적으로 인면수심의 살인마들의 살인에 관한 이야기들이 소설의 내용과 함께 소개되는 것이다.

 

 

 

'인지부조화이론', '로프터스의 실험' 등 지금까지 들어보지도 못한 이론과 실험에 관한 이야기들은 인간의 본질을 생각하게 하는데 그 역할을 하는 것이다.

아마도 '해리성 정체 장애'는 많이들 들어 보았을 것이다. 그만큼 세상에는 이런 장애로 인하여 끔찍한 살인을 저지른 이야기들이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1권에서 전개되었던 이야기들이 2권에서는 어느 정도 가닥을 잡아 가는 듯하다.

헤라 헤이워드 부인속에 존재하는 '헤라클레스'의 양면성의 행동.

그러나, '헤라 헤이워드'부인의 여성임에 그의 몸에 들어간 '헤라클레스'는 남자 신이기에 독자들은 또 의구심을 품었을 것이다.

 

"헤라클레스는 헤이워드 부인의 '아니무스(animus)'라 보면 됩니다. 정신적으로는 그렇게 희한한 일도 아니죠"

"아니, 그게 뭐지?"

"어? 아니무스말인가요? 모르세요?"

" 그래"

"음... 그러니까 여성 속에 존재하는 남성적인 요소를 지칭하는 말입니다. 반대로 남성 속에 있는 여성성은 '아니마(anima)'라고 해요" (p170)

이 소설에서 살인의 현장의 모든 숨겨진 사실들을 밝히려는 프로파일러인 '에들러'와 이 사건을 맡은 '가르시아'형사가 사건을 추적해 나가면서 해이성 정체 장애에 빠진 '헤라 헤이워드'부인과 '하이드라'의 정체가 서서히 벗겨진다.

헤라클레스는 하이드라를 잡아야 한다는 행동으로, 하이드라는 헤라클레스를 잡으려는 행동에서 살인은 계속 일어나는 것이다.

피튀기는 살인.... 1권에서의 살인의 방법과 사체들의 묘사가 너무 쇼킹했기에 2권에서는 그나만 무디어지는가 했지만, 여전히 살인은 자행되고.... 이야기는 계속된다.

그리고 또 한 사람, 정신병동에서 탈출한 패튼은 헤라클레스를 죽이겠다고 하는데, 그는 또 어떤 변수로 작용할 것인가.

헤라클레스의 정체는 어느 정도 밝혀진 듯하지만, 여전히 헤라클레스와 에이들. 그리고 가르시아와 에이들, 헤라클레스와 하이드라.

그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아직까지도 밝혀지지 않은 많은 이야기들이 남아 있는 것이다.

인간이 얼마나 잔인할 수 있는가를.... 그리고 인격장애라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가져오는 것인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이우혁 작가의 15년의 노력이 그대로 담겨 있음을 읽는내내 생각하게 한다. 그의 상상력은 단순히 머리속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그의 노력에 의해서 나올 수 있었음을....

그나마, 쉽게 이 이야기를 이해해 나갈 수 있는 것은 소설의 밑바탕에 깔린 신화의 이야기를 그동안 이윤기 님의 '그리스 로마 신화'를 비롯하여 여러 책들을 통해서 읽어 왔기에 신화속의 배경이나 인물들의 묘사를 알 수 있는 것이다.

신과 인간의 관계. 인간과 인간의 복잡한 관계를 넘나들면서, 폭넓은 지식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것이 그 어떤 소설에서도 느낄 수 없는 매력일 것이다.

뱀파이어를 직접 찾아간 헤라클레스.... 그들의 대립구도와 뭔지 모르게 석연치 않은 구석이 엿보이는 에이들과 헤라클레스의 만남이 기대되는 3권이다.

3권에서는 진정 작가가 이야기하고 싶었던 모든 것이 쏟아져 나오리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은영의 세상견문록 - 365일 크리스마스 선물 같은 책
서은영 지음 / 그책 / 201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서은영의 세상견문록>은 책제목만으로 여행에세이라는 생각을 하기 쉬운데, 이 책은 여행 가이드 책이 아니다.

 

 

물론, 이 책의 저자인 서은영은 2010년 11월에 중동을 거쳐서 그리스를 여행하면서 성지순례를 하는 것만으로 만족하려고 하지만, 그녀의 끝없는 세상 나들이는 해외와 국내를 거침없이 질주한다.

이집트, 터키, 그리스, 이스라엘, 로도스, 파트모스, 엘모스에 갔다가 귀국한 후 하얀 눈이 덮힌 홋카이드로를 간다.

이어서 땅끝마을, 보길도, 거기에서 다시 해외로~~

로키산맥을 갔다가 다시 국내로 들어와서 태백, 삼척, 대금굴, 경주.

아직 끝이 아니다. 다시 인도, 스웨덴, 러시아, 프랑스, 강원도와 전라도를 돈다.

지난 1년간 다닌 곳들을 정리해 본 것이다.

 

 

이런 역마살이라면 그녀는 백수이거나, 여행작가가 아닐까?

아주 잘 나가는 스타일리스트이다. 김연아, 김민희, 고소영, 고현정의 스타일리스트로 유명하다.

그런데, 그녀는 원래는 패션디자이너였다. 패션디자이너에서 패션 에디터로 직업을 바꿀 때는 큰 용기가 필요했다. 분야는 같지만, 하는 일은 다르기에 새로운 직업에 대한 도전이었고, 지금까지 쌓아온 경력도 수입도 잊어야만했다. 그녀는 패션 에디터에 만족하지 않고, 스타일리스트 일을 하면서 방송인, 출판까지 두루 섭렵하게 되니, 이제는 멀티 플레이어가 되었다.

서은영이 쓴 책은 <서은영의 세상견문록>이 다섯 번째 책이 되는 것이다.

그녀가 이와같이 멀티 플레이어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용기와 도전 정신이 있었기 때문이고, 어떤 순간에나 최선을 다하는 열정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이 책은 여행과 관련이 있기는 하지만, 여행 가이드 북은 아니다.

"순례자와 같았던 지난 일 년 동안의 여행과 그외에 다른 여행지에서 생각했던 내 생각의 조각을 모아 보았다. " (p11. 책머리에서)

 

 

 

 

인도의 눈부신 타지마할만큼 아름답고 감동을 준 것은 인도인들의 담담하고 아름다운 스타일이라고 그녀는 말한다. 삶은 가난하지만, 자신만의 스타이를 가진 인도인들의 모습에서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부유층들이 같은 명품을 걸치고 든 모습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멋을 느끼는 것이다.

비단 이것은 이 책의 내용중의 아주 작은 부분에 해당하는 것이고, 그녀는 세상 곳곳을 여행하면서 그렇게 자신의 마음 속에 들어오는 모습들을 보고, 그곳의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면서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 보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떠난 사람들을 기억하기도 하고, 가족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패션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것으로는 이 책의 내용을 다 이야기한 것이 아니다.

그녀는 박학다식하다. 패션뿐 아니라, 문학, 예술, 영화, 심리학, 생물 등에 이르기까지 각 분야의 이야기들을 자신의 생각과 함께 담아낸다.

거기에 종교 이야기까지....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삶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특히, 문학적 소양이 깊어서 그녀가 들려주는 문학 이야기는 읽었던 책들의 경우에는 공감이 가기도 하고, 아직 읽지 못한 책인 경우에는 그 책들에 대한 관심이 생기게 된다.

특히, 추천을 받아서 읽었다는 존 버거의 는 내가 꼭 읽어 볼 책의 목록에 넣어 두게 된다.

 

 

그밖에도 책의 내용중의 인용된 문장들과 그녀의 단상을 담은 문장들은 가슴 속에 알알이 박혀 오는 좋은 문장들이 참 많다.

 

"김훈은 <바다의 기별>이라는 책에서 사랑을 이렇게 정의했다. '모든, 닿을 수 없는 것들을 사랑이라고 부른다. 모든, 만지지 않는 것들과 불러지지 않는 것들을 사랑이라고 부른다.' 생각해 보면 그런 것 같다. 사랑이란 결국 밤하늘의 별을 볼 때처럼 그리운 마음과 동경하는 마음에서 비롯되니까.

 

내게 사랑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이제 나는 이렇게 대답할 수 있다. 사랑이란 '그럼에도 불구하고'라고. 거친 파도에도 휩쓸려 가지 않는 그 마음, 세찬 비바람 안에서도 꺼지지 않는 마음, 고비 사막같은 메마른 황무지 속에서도, 시들기는 커녕 새록새록 피어나는 그 마음 모두 '그럼에도 불구하고'에서 비롯된다. " (p 140~142)

 

 

 

 

<서은영의 세상견문록>은 여행을 통해서 그녀가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그들이 사는 세상을 보면서 느꼈던 것들을 통해서 모두가 더불어 사는 세상 속에 삶의 모든 해답이 있고, 용기가 있고, 열정이 있고, 도전이 있고, 희망이 있음을 확인시켜 주는 그런 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은 서은영을 따라서 세상 밖으로 나가 새로운 세상을 보기보다는 그녀가 그 세상 속에서 보고 느낀 점들을 마음 속에서 담아 두었다가 한 송이 아름다운 꽃으로 활짝 피어나는 그런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것이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악의 추억
이정명 지음 / 밀리언하우스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이정명의 소설은 책에 관한 검색도 거치지 않고 읽을 정도로 신뢰감이 가는 소설들이었다. 역시나 '악의 추억'도 처음 몇 페이지를 읽기 시작하면서 책속에 푹 빠져 버렸다. 저자의 작품인 '천년 후에'는 3년간 매일밤 틈틈히 쓴 책이었고, '뿌리깊은 나무'는 10년의 구상과 집필을 거쳐서 쓴 책이다. 책을 쓰기 위해서 상당히 많은 자료를 수집하는 작가로도 유명하다. '뿌리깊은 나무'나 '바람의 화원'은 조선시대의 '훈민정음'이나 '신윤복''김홍도'가 소재가 되면서 소설에 연쇄살인이라는 장치가 첨가되어서 이야기를 끌고 나갔다. 그래서 '뿌리깊은 나무'는 '다빈치코드'나 '장미의 이름'과 비교되기도 했다. 그런데 '악의 추억'은 기존의 소설에서 벗어나 새로운 가상도시를 만들어서 그곳에서 일어나는 연쇄살인을 다루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미지의 두 도시 (침니랜드&뉴아일랜드)- 원래 침니랜드가 있었고, 그의 부속 섬들이 있었는데 방조제를 쌓아서 새로운 모습의 뉴아일랜드가 된다. 서로 1Km 해협사이에 놓여있지만 너무도 다른 곳, 침니랜드는 일자리를 찾아 헤매는 사람, 배고픈 사람, 미혼모들이 배회하는 거리, 범죄자가 날뛰는 곳인데 반해, 새로 들어선 뉴아일랜드는 하늘을 찌를듯한 마천루, 흰셔츠의 금융인들, 화려하고 번쩍이는 광고판과 쇼윈도의 거리, 기회의 땅이며 욕망의 신천지이다. 뉴아일랜드의 건설로 이 두도시는 안개가 자욱한 도시로 변했다.

'안개는 위험하지도 나쁘지도 않다. 그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모른다는 사실이 위험할 뿐이다.'(p11)

안개가 잔뜩 낀 밤에 이루어지는 연쇄살인.... 첫번째 살인은 안개속의 케이블카안에서 아름다운 금발여인이 머리에 총을 맞고 발견된다. '웃는 얼굴'로.

안개는 범죄자에게는 케이블카의 운행 소음도 어느정도 삼켜줄 수 있고, 정적보다는 적당한 소음이나 비명을 묻어 주는 것이다.

두번째 살인사건은 정박된 요트의 난간에 이 도시의 부를 장악하고 있는 유니온 뱅크의 회장 손녀가 밧줄에 묶여서 죽어 있다. 역시 '웃는 얼굴'로.

세번째 살인사건 역시 방조제 기슭에서 여인이 발견된다.

이 사건의 해결을 위해 정직당했던 경찰 매코이가 무장해제된 상태로 투입된다. 그리고 심리분석관이며 범죄심리학과 뇌과학을 공부한 라일라도 살인사건의 해결을 위해 같이 행동하게 된다. 권력과 부에 아부하면서 승진을 거듭했던 수사과장 제임스 헐리, 그리고 정년을 앞둔 그럭저럭 자리만 지키는 것 같은 카슨....

이야기의 전개과정에서 매코이가 7년전에 연쇄살인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살인마 데니스코웬과의 총격전에서 데니스 코웬가 쏜 총알이 매코이의 머리속에 박혀서 긴 식물인간 생활을 거쳐 2년간의 재활치료끝에 살아있지만 극심한 두통과 아득한 현기증, 불면, 기면발작까지 일으킴을 알게 된다. 매코이는 이번의 연쇄살인 역시 7년전에 자신의 총에 사살된 데니스 코웬이 살아서 저지르는 살인마 행동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혀서 사건 해결에 뛰어다닌다.

책표지 뒷면에 나오듯이 '하나의 기억, 두 개의 도시, 세 명의 희생자, 네 개의 퍼즐.....' 하나의 기억 7년전의 연쇄살인 사건이 얽힌 기억- 매코이의 기억뿐이 아닌 심리분석관인 라일라에게도 숨겨진 살인에 관한 괴로운 기억이 있다. 두 개의 도시 저자의 상상의 미지의 도시이라는 설정이 있기에 이 작품이 더 돋보인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의 어떤 도시였다면 어색했을 것같은 이야기이다. 세 명의 희생자들 폭력이나 악의 희생자들이며 마음에 상처를 안고 살아가던 여자들이다.

네 개의 퍼즐 살인사건 현장엔 꼭 신문의 퍼즐면이 펼쳐져 있고, 그 중의 일정한 단어는 다음의 살인 사건에 관한 힌트이다.

 

 

그런데,7년전의 연쇄살인 사건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 하나의 살인 사건은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사건의 희생자 주변의 다른 죽음이 뒤따르게 되고 그와같은 첫폭발은 단순하게 보이지만 그 충격은 주변으로 폭발하고 다시 그 폭발이 도시 전체로 번지게 되는 '다중 나선형 연쇄살인'이 되는 것이다. 사랑하는 가족중의 한 사람이 희생되면 그에 따른 슬픔으로 정신병원에 가는 경우도, 이어서 자살을 하는 형태로 나타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3명의 살인사건의 희생자들도 모두 폭력과 악의 희생자였고 소중한 것을 잃은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 온 여자들이다. 그리고, 이어서 뒤따르는 자살 아니면 이에 따른 살인....

독자들은 첫장을 넘기는 순간부터 이책에 빠르게 빨려 들어가게 된다. 밝혀질 것 같은 순간에 다시 암흑속으로 들어가는 묘미를 맛보게 될 것이다.

과연, 라일라는 왜 매코이가 처리했었던 살인사건에 관심이 있는가?

매코이가 죽지 않았다고 하는 데니스 코웬은 과연 살아 있을까?

매코이가 데니스 코웬의 환상에 사로잡힌 것은 아닐까?

매코이가 7년이란 긴 세월동안 마음에 가지고 살았던 '악의 추억'들은 그를 얼마나 고통스럽게 해 주었는지를 생각하게 해준다. 마지막 남은 결코 누구에게도 빼앗기고 싶지 않고, 놓치고 싶지 않은 고양이(?) 애들 레이드를 보다듬으면서 그렇게 쓸쓸하게 자기의 뇌속에 박힌 총알(?)과의 사투를 벌였는지도 모른다. 그 총알이 가져다 준 엄청난 비극을 끌어 안은채로....

'남의 삶을 완전히 바꾸어 버리는 단 한 순간' 매코이에게는 너무도 큰 상처이자 헤어나올 수 없는 늪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라일러는 어땠을까? 그녀에게도 자신을 대신하여 희생당한 동생에 대한 '악의 추억'이 있었다. 죽은 자들의 고통은 끝났지만, 살아 있는 사람들이 살아 가면서 감당해야 할 무겁고 깊은 상처들이 있었다.

"영혼이 맑은 사람들은 상처가 있지. 숨기려고 해도 숨겨지지 않는 상처 말이야. 당신의 운은 죽음을 담고 있었어, 떨쳐낼 수 없는 절망을 말이야." 매코이는 그렇게 말하며 창백한 손목을 감싸주었다. "내 눈에서 죽음의 그림자를 보았다고요?" 매코이는 이슬이 송골송골 맺힌 위스키 잔을 기울였다. 유리잔에 맺힌 물방울이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떨어졌다. "누군가를 잃었다는 고통보다 더 견딜 수 없는 건 남아 있는 고통이야. 사건이 끝나고, 혼란이 가라앉고, 공포가 지나가고..... 죽은 자들의 고통이 끝나는 순간부터 살아 있는 자들의 고통이 시작되지." (p251)

보통의 스릴러 소설들이 사건의 전개와 추적과정에 치우쳐 있는데 반하여 이 책은 살아 남아 있는 자들의 고통을 심리적으로 잘 묘사하였다. '뇌과학'이라는 분야를 통해서 본 '매코이'와 '라일러'의 내적 갈등과 행동들까지 잘 표현되어 있다. 어떤 추리소설과 비교해도 월등할 정도의 전개과정과 갈등 구조, 적절한 긴장감이 읽은 사람들에게 흥미를 유발시키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준다.

 과거는 안개처럼 느닷없이 다가왔고 안개 속 풍경처럼 흐릿했다. 과거를 잊는 것은 다행일까? 아니면 불행일까? 과거가 즐거웠다면 씁쓸한 즐거움일 것이고 고통스러웠다면 달콤한 고통일 것이다. (p282)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면서 몇 장 안 남겨진 상태에서 너무도 엄청난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 독자들은 역시 '이정명'의 소설의 탄탄한 구성에 놀라워하면서 뇌과학에 대한 설명으로 '그럴까 아닐까'하던 의문점들이 모두 풀리게 된다. 결론에 대한 연민과 안타까운 마음도 하나 가득 독자들의 마음에 담은 채로.... 

그런데, 독자들이 느끼는 것이 전부는 아닐지도 모른다는 여운을 남겨 주면서 모든 이야기는 끝난다.

'라일라는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안개는 희미하고 모호하며 위험하기까지 했다. 라일라는 안개 속에서 스스로에게 물었다. 과연 크리스 매코이가 데니스 코헨이었을까? 대답은 안개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그녀는 영원히 대답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대답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처음부터 우리는 아는 것이 없으므로. 설사 무언가를 안다 해도 그것은 일부에 불과할 것이다. 마침내 많은 것을 알았다 해도 그것이 모든 것은 아니므로. (p335)

 

 

최신 뇌과학과 범죄심리 분석 이론, 첨단 과학 기법....

상처입은 영혼의 내면을 그린 매혹적인 심리 스릴러의 절정! (책 뒷표지글 중에서)

무엇이 '선'인지, '악'인지, 무엇이 '사랑'인지, '증오'인지, 무엇이 '욕망'인지 '의심'인지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을까?

 

"증오와 사랑, 기쁨과 슬픔은 상반되 감정이지만 심리적인 자극이란 점에서 같아요, 극도로 증오하던 사람을 사랑하게 된다거나 기쁨이 극에 이르면 눈물을 흘리는 현상말이예요, 범죄자를 증오하고 뒤쫓으면서도 그들을 동정하는 형사의 심리도 마찬가지죠" "정반대의 감정을 구별하지 못한다는 말인가?" "뇌가 감정을 착각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죠" (p195) 

책 속의 한부분인데 이 글이 의미하는 바가 상당히 크다는 것을 책장을 닫으면서 느끼게 된다. 이런 장르의 소설을 읽은 후에 오는 개운함보다는 읽은 후에 더 많은 생각이 남는 그런 여운을 지닌 책이다. 그래서 나는 '이정명'님의 소설을 즐겨 읽고 언제나 새로운 책이 나오기를 기다린다. 저자의 책들이 대개는 2권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비하여 '악의 추억'은 1권의 단행본이지만 이 책의 335페이지는 어떤 책보다도 많은 것을 시사하고 느끼게 해 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카지노
김진명 지음 / 새움 / 201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김진명 작가의 소설을 처음 접한 것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통해서 였다.
실존했던 핵물리학자의 의문의 죽음에서 소재를 얻었던 이 작품은 박정희 대통령이라는 인물까지 등장하면서 현실과 픽션을 넘나드는 이야기로 꽤 인기를 누렸던 작품이다. 그당시만 해도 생소하기도하고, 특이하기도 한 소재와 주제의 작품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이후에도 작가는 역사, 금융, 한미관계 등의 다양한 소재의 작품들을 심도있게 다루는 작품들을 선보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도박이야기이다. 소설 '카지노'는 이전에 발표하였던 '도박사 1,2'를 합본하여 새롭게 개정한 작품이다.
다행히도 '도박사'를 안 읽어 보았기에 나에게는 새로운 작품인 셈이다.




유명 연예인들이 카지노에서 많은 돈을 잃고, 그들이 어렵게 쌓아 올린 명예까지 하루 아침에 실추되는 것을 보고 도박의 세계는 패가망신의 지름길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는데, 과연 인간은 도박에 빠지면 헤어 나오지 못하는 모양이다.
카지노가 있는 강원랜드에서부터 마카오, 몬테갈를로, 라스베이거스 그리고 도박을 하다가 파산을 하였을 경우에 마지막으로 생을 마치기 위해서 도박사들이 찾는다는 네팔까지....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면 소설의 이야기는 전개된다.
도박으로 모든 것을 잃고 히말라야에서 생을 마친 동생을 찾으려 네팔에 간 은교.
그리고 자신의 도박 자금때문에 친구를 자살하게 만들었던 시후.
이 두 사람이 네팔에서 만나는 것으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인간은 일탈을 꿈꾸게 되고, 그 일탈의 저편에는 카지노가 있다고 한다. 카지노의 휘황찬란한 불빛 그것은 인간의 의식을 마비시키는 마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카지노에서 돈을 잃을 확률은 돈을 벌 확률보다 훨씬 높다. 이 소설에서 주로 다루는 바카라 게임은 카지노를 상대로 한 게임인 것이기에 결국에는 돈을 잃게 되어 있는 것이다. 또한, 도박에서 사람들이 돈을 잃게 되는 것은 도박을 하는 동안에 평정심을 잃게 되기때문인 것이다.
작가는 '어리석은 욕망의 그림자를 좇아 광대 춤을 추는 것이라는 표현을 하고 있는데, 도박에 대하여 이처럼 적확한 표현이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이 소설은 바카라 게임을 통해서 도박을 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망가지게 되는가를 보여준다. 그리고 돈과 인간과의 관계를 생각하게 해준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작가는 어느 정도 바카라에 빠져 보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도박사들의 세계와 세계적인 카지노들의 현실, 그리고 게임의 법칙을 어느 정도 섭렵했기에 이런 작품을 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때문이다.
김진명 작가의 작품들은 평범한 소재가 아닌 어떤 특정한 세계를 깊이있게 알아야만 쓸 수 있는 작품들인데, 소설 '카지노'도 도박의 세계를 알아야만 쓸 수 있는 그런 이야기인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