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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은영의 세상견문록 - 365일 크리스마스 선물 같은 책
서은영 지음 / 그책 / 2011년 12월
평점 :
<서은영의 세상견문록>은 책제목만으로 여행에세이라는 생각을 하기 쉬운데, 이 책은 여행 가이드 책이 아니다.
물론, 이 책의 저자인 서은영은 2010년 11월에 중동을 거쳐서 그리스를 여행하면서 성지순례를 하는 것만으로 만족하려고 하지만, 그녀의 끝없는 세상 나들이는 해외와 국내를 거침없이 질주한다.
이집트, 터키, 그리스, 이스라엘, 로도스, 파트모스, 엘모스에 갔다가 귀국한 후 하얀 눈이 덮힌 홋카이드로를 간다.
이어서 땅끝마을, 보길도, 거기에서 다시 해외로~~
로키산맥을 갔다가 다시 국내로 들어와서 태백, 삼척, 대금굴, 경주.
아직 끝이 아니다. 다시 인도, 스웨덴, 러시아, 프랑스, 강원도와 전라도를 돈다.
지난 1년간 다닌 곳들을 정리해 본 것이다.
이런 역마살이라면 그녀는 백수이거나, 여행작가가 아닐까?
아주 잘 나가는 스타일리스트이다. 김연아, 김민희, 고소영, 고현정의 스타일리스트로 유명하다.
그런데, 그녀는 원래는 패션디자이너였다. 패션디자이너에서 패션 에디터로 직업을 바꿀 때는 큰 용기가 필요했다. 분야는 같지만, 하는 일은 다르기에 새로운 직업에 대한 도전이었고, 지금까지 쌓아온 경력도 수입도 잊어야만했다. 그녀는 패션 에디터에 만족하지 않고, 스타일리스트 일을 하면서 방송인, 출판까지 두루 섭렵하게 되니, 이제는 멀티 플레이어가 되었다.
서은영이 쓴 책은 <서은영의 세상견문록>이 다섯 번째 책이 되는 것이다.
그녀가 이와같이 멀티 플레이어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용기와 도전 정신이 있었기 때문이고, 어떤 순간에나 최선을 다하는 열정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이 책은 여행과 관련이 있기는 하지만, 여행 가이드 북은 아니다.
"순례자와 같았던 지난 일 년 동안의 여행과 그외에 다른 여행지에서 생각했던 내 생각의 조각을 모아 보았다. " (p11. 책머리에서)


인도의 눈부신 타지마할만큼 아름답고 감동을 준 것은 인도인들의 담담하고 아름다운 스타일이라고 그녀는 말한다. 삶은 가난하지만, 자신만의 스타이를 가진 인도인들의 모습에서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부유층들이 같은 명품을 걸치고 든 모습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멋을 느끼는 것이다.
비단 이것은 이 책의 내용중의 아주 작은 부분에 해당하는 것이고, 그녀는 세상 곳곳을 여행하면서 그렇게 자신의 마음 속에 들어오는 모습들을 보고, 그곳의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면서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 보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떠난 사람들을 기억하기도 하고, 가족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패션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것으로는 이 책의 내용을 다 이야기한 것이 아니다.
그녀는 박학다식하다. 패션뿐 아니라, 문학, 예술, 영화, 심리학, 생물 등에 이르기까지 각 분야의 이야기들을 자신의 생각과 함께 담아낸다.
거기에 종교 이야기까지....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삶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특히, 문학적 소양이 깊어서 그녀가 들려주는 문학 이야기는 읽었던 책들의 경우에는 공감이 가기도 하고, 아직 읽지 못한 책인 경우에는 그 책들에 대한 관심이 생기게 된다.
특히, 추천을 받아서 읽었다는 존 버거의 는 내가 꼭 읽어 볼 책의 목록에 넣어 두게 된다.
그밖에도 책의 내용중의 인용된 문장들과 그녀의 단상을 담은 문장들은 가슴 속에 알알이 박혀 오는 좋은 문장들이 참 많다.
"김훈은 <바다의 기별>이라는 책에서 사랑을 이렇게 정의했다. '모든, 닿을 수 없는 것들을 사랑이라고 부른다. 모든, 만지지 않는 것들과 불러지지 않는 것들을 사랑이라고 부른다.' 생각해 보면 그런 것 같다. 사랑이란 결국 밤하늘의 별을 볼 때처럼 그리운 마음과 동경하는 마음에서 비롯되니까.
내게 사랑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이제 나는 이렇게 대답할 수 있다. 사랑이란 '그럼에도 불구하고'라고. 거친 파도에도 휩쓸려 가지 않는 그 마음, 세찬 비바람 안에서도 꺼지지 않는 마음, 고비 사막같은 메마른 황무지 속에서도, 시들기는 커녕 새록새록 피어나는 그 마음 모두 '그럼에도 불구하고'에서 비롯된다. " (p 140~142)


<서은영의 세상견문록>은 여행을 통해서 그녀가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그들이 사는 세상을 보면서 느꼈던 것들을 통해서 모두가 더불어 사는 세상 속에 삶의 모든 해답이 있고, 용기가 있고, 열정이 있고, 도전이 있고, 희망이 있음을 확인시켜 주는 그런 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은 서은영을 따라서 세상 밖으로 나가 새로운 세상을 보기보다는 그녀가 그 세상 속에서 보고 느낀 점들을 마음 속에서 담아 두었다가 한 송이 아름다운 꽃으로 활짝 피어나는 그런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것이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