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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얼굴이 있다면 너의 모습을 하고 있겠지
고민정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9월
평점 :
KBS Joy 에서 방송하는 <연애의 참견>이란 프로그램이 꽤나 인기가 있는 듯하다. 물론, 나는 본 적이 없지만...
이 프로그램은 시즌3까지 나가고 있는데, 유튜브 채녈에서는 영상이 업로드될 때마다 100만 뷰가 넘는다고 한다. <연애의 참견>에서는 시청자들의 사연을 받아서 배우들이 재연하고 그 사연에 대해서 시청자들의 투표를 받는다. 공동 MC로는 서장훈, 김숙, 한혜진, 주우재, 곽정은 이다.
어떤 프로그램인지 궁금해서 검색해 보니 프로그램 홍보글이 기막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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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참견은 시종일관 외쳐왔다!
신데렐라의 구두 한 짝을 들고 전국을 헤맨 왕자는
얼빠에 스토커였고
현실 연애는 막장 드라마보다 더 막장이라고!"
헤어져도 죽지 않아~
커플지옥 솔로천국을 외쳤던 강려크해진 연애의 참견 시즌3! "
연애가 달달하다고만 생각하는 사람들은 없겠지만 연애의 끝이 '막장 드라마보다 더 막장'이라면, 왠지 서글퍼질 것만 같다.
어쨌든, 나는 이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지만 서두가 길어진 것은 지금 읽고 있는 책의 저자가 <연애의 참견> 작가인 고민정이기 때문이다.
<사랑에 얼굴이 있다면 너의 모습을 하고 있겠지>는 고민정 작가의 첫 에세이다. 에세이라고 하지만 시라고 해도 무방할 듯하다.
오늘따라 비가 추적 추적 내리니 가을비는 을씨년스러우면서도 운치가 있다. 그래서 이 책을 읽기에 딱 좋은 날이기는 해도 아름다운 사랑의 이야기라기 보다는 지나간 사랑에 대한 회한과 슬픔이 담겨 있는 글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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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의 기쁨과 슬픔과 괴로움 사이 사이, 성성이는 마음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여전히
사랑이 필요한 이유에 대하여" (책 뒷표지 글 중에서)
두근두근 설레임에서 출발했던 사랑, 이제는 떠나간 사람에 대한 추억만 남았다고 해도 그 시간들이 먼훗날 생각해 본다면 '그래도 그 날이 참 좋았다고 말 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그 사랑은 아름다운 사랑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많은 사람들이 사랑할 때는 몰랐지만, 그래서 상대방에게 소홀했었는데....
이별 후에 그걸 깨달았다면 그땐 이미 늦었겠지.
자신은 많은 것을 양보했다고 생각하지만 상대방 보다 더 많이 참고 더많이 기다리고 더 많이 베풀었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자신의 생각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 이제 그녀는 없다. 사랑 하나 잃은 줄 알았는데
세상을 전부 잃은 걸 너무 늦게 깨달았다. " (p. 20)
" 미안해, 사랑을 제대로 꾸지 못했던 그 시절 너에게
온전히 사랑하지 못했던 그 시절 나에게 " (p. 83)
만약 해피엔딩으로 끝났다면 이렇게 많은 글들이 쏟아져 나오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 그들은 행복하게 살고 있다'로 끝나겠지...
셀 수 없는 숱은 이유로, 표현할 수 없는 숱한 감정들로 그와 그녀는 그렇게 지나간 사랑, 돌아 선 사람이 됐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모르는 경우도 있으니까 사랑은 참 어려운가보다.
그래서 사랑이 끝난 후에 또 다른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을까 하는 가슴 아픈 사연들도 있다.
이런 사랑을 겪은 사람들이 너무 아파하지 말았으면 한다.
책 속의 그림 중에 노부부의 뒷모습이 너무도 아름답게 다가온다. 왠지 이런 가을날에는 김광석의 '어느 60대 노부부의 사랑이야기>가 입가에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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훗날 이런 노래가 가슴에 와닿을 수 있으려면 사랑이 아픔으로 남지 말고 행복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저자는 <연애의 참견>을 통해서 접한 많은 사연에서 '사랑이란 무엇일까'하는 생각을 많이 한 듯하다.
" 따듯함이 묻어난 작가님의 글들이
나를 제대로 사랑할 수 있게 만들었다.
나는 이제 충분히 보통의 사랑을 할 수 있다. " (모델 주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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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때는 그때로 놓아둬
네가 슬픈 건
그 사람을 잃어서가 아냐
그 사람과 사랑했던 그때를 잃어서지.
그러니,
다시 돌아온다고 해도 잡지 마.
다시 돌아갈 수 없는 때를,
다시 지펴지지 않는 사랑을 확인하며
아픔을 반복할 뿐이야.
그때는 그때로 놓아둬.
지나가게 그저 놓아줘." (p.p. 155~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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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이 지고 다시 피어나는 것처럼
황황한 표정으로
3년의 연애가 끝났다고 말하던 네 모습이 눈에 밟혀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고 했던 말도
누군가에게 다시 사랑받을 수 있을까 불안하다는 말도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지난 시간을 곱씹던 말도
다시 돌아오진 않을까 지푸라기 끝에 매달린 말들도
내 앞에서만 마지막으로 울겠다던 말이.
끝내 애처럼 엉엉 울던 표정이
마음에 앙금으로 남아 이렇게 글을 써
어느핸가
길바닥에 목련 잎이 떨어져 있는데
봄에는 늘 떨어져 있던 꽃잎이고 익숙한 그림인데
어쩐 일인지 그게 꼭 나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하얗게 눈부시던 잎은 어디로 가고
애초에 꽃잎이었다고는 믿을 수도 없게 추해져서는
한때라도 찬란했던 꽃이라고
누가 알아줄까 싶게 그다지도 초라할 수 없었지.
그게 곡 나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사랑이 끝난 다음이었거든 " (p.p. 206~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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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얼굴이 있다면 나의 모습을 하고 있겠지>는
수많은 사랑의 감정에 공감과 위로를 전하는 에세이라고는 하지만 한 구절 한 구절이 가슴에 절절히 박히는 다양한 사랑 이야기를 시로 읊은 책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