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시 - 글도 맛있는 요리사 박재은의 행복 조리법
박재은 지음 / 지안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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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박함과 정성의 의미를 아는 행복 요리사의 맛깔나는 음식 이야기!


   퓨전 요리와 와인을 좋아하고, 다채로운 매력을 뽐낼 것 같은 저자가 처음 꺼낸 이야기는
요리사라서 밥 얻어먹기 힘들다는 고백이었다. '그럼, 당연하지! 요리사에게 누가 요리를 해 주겠어?' 미소지으며 읽던 내게, 그이는 헌책방에서 주인아주머니가 권하던 잠깐의 새참을 소개하며, 소박함과 살뜰한 정을 이야기 하였다. 작은 정성과 겉멋을 뺀 소박함의 의미를 아는 요리사가 전하는 밥 이야기라.. 어쩌면 한 편의 시보다 더욱 감동넘칠 수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경험과 요리에 대한 지식이 절묘하게 결합되어 따끈따끈한 밥처럼 윤기넘치는 햇밥이라고 할까. 기본이 살아있는 그녀의 요리관도 마음이 통하는 듯한 글솜씨가 만나 만들어낸 한 편의 글들의 모음은 팔방미인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였다.


# 먹는 이야기.. 사는 이야기.. 그녀의 이야기.. 삶의 이야기..


   사람은 먹지 않고 살아갈 수 없다. 모르는 사람이 만나서 대화를 할 때, 공통된 화제로 꺼내기 쉬운 소재 중의 하나도 음식이다. 음식을 먹지 않는 이는 없으니까. 살기 위해 먹고, 때론 먹기 위해 생존하는 우리의 삶, 먹는 이야기를 하면서 사는 이야기가 나오고, 사는 이야기 속의
그녀의 이야기가 나오며, 삶의 철학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건, 요리를 통해 세상을 소통하는
그녀이기에 가능하다 생각한다.

   자신이 보았던 TV, 영화, 예술작품, 체험 등을 제시해서 공감대를 끌어내고, 주제에 걸맞는 요리와 이야기들로 글에 빠지게 만든 후, 마음이 전해지는 감성이 스민 글로 갈무리한다. 밥철학, 먹거리, 퓨전, 맛교양인 4개의 큰 테마로 나누어 담은 풍성한 식탁에서 50개가 넘는 반찬들을 맛보다 보면 하나하나의 깊은 맛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다. 일정한 틀을 갖추었지만, 특정한 틀로 인해 느껴지는 지루함은 느낄 수 없었다. 자신이 잘 쓸 수 있는 방식을 선택해서, 자신의 생각을 잘 풀어내는 그녀의 글솜씨가 마냥 부러울 뿐이다.

  탐내는 마음은 결핍에서 나온다는 이야기에서 한 번 고개를 끄덕이고, 음식으로 프로포즈 하는 방법은 따로 수첩에 적어두어 써먹을 일을 기약해 두고, 밖에 있는 음식을 싸서 집에 가는 체험을 털어놓는 대목에서는 나 역시 그러했음을 깨닫고 마음을 돌이켜 볼 수 있었다. 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며, 소개하는 요리 재료들이, 식탁과 거리를 두고 생활하는 내게 생소하고 낯선 것들이 많이 있었지만, 특징을 잘 잡아서 설명하는 레시피에서는, 한 번 만들어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서게 만든다. 글에 취하며, 맛에 반한다고 할까. 상상력을 충족시켜주는 글이 좋았다.


# 체험과 지식이 잘 스민 이야기들.


   발우공양과 백팔배 등 비움을 통해 자신을 돌아본 그녀의 체험이 요리와 잘 살아있었다. 속부터 비울 수 있어야 음식의 맛을 제대로 볼 수 있다는 점, 다른 재료를 떠나, 물이 좋아야 좋은 음식이 나올 수 있다는 주장, 소박한 밥상을 통해 삶을 다시 살필 수 있는 체험기 등 비움의 힘을 책을 통해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화려함과 절묘한 미각의 향연이 펼칠거라 생각했던 기대를 깨었기 때문일까. 찬이 많지 않아도, 어머니의 정성이 담긴 김치 하나만으로 밥 한공기를 뚝딱 해치웠던 기억들이 떠오르면서, 음식을 만드는 기본에는 정성과 사랑이 담겨 있음을 확인했다.

  거리가 먼 요리에 대한 지식이었으면, 멀리했을텐데, 생활하면서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소재들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냈기에 관심의 끈을 놓지않고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 음식의 재료는 국내와 해외를 가리지 않고, 문화의 대한 이야기까지 음식 하나로 풀어 낼 수 있는 다양한 화제의 폭에 놀라고, 그만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저자의 능력에 감탄했다. 눈을 감고 향신료의 향과 맛을 음미하면, 먼 나라로 여행하는 느낌이 들 수 있다는 그녀의 이야기는 충분히 공감이 갔다고 할까. 익숙하다고 느껴지는 것에 대해 특별하다고 느낄 수 있게 만든 능력, 인생이 평범한 것이 아니라, 나의 생각이 평범하기에 인생이 평범해지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요리를 좋아하지 않지만, 그녀의 글을 읽다보면, 요리를 만들어 보고 싶어진다. 소박한 마음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한 끼의 식사를 대접할 수 있는 능력, 익숙하지 않지만 삶을 함께 걸어갈 약속을 하기 전까지 꼭 도전하는 것을 잃지 않기로 결심해 본다. 음식으로 세상과 소통할 수 있다는 말, 자신이 목표로 하는 일에 끊임없이 도전해 나간다면 결국은 극에 통해간다고 할까. 음식으로 열어가는 새로운 세상을 엿볼 수 있었다. 읽는 내내, 눈과 코와 입, 무엇보다 머리가 즐거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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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악하악 - 이외수의 생존법
이외수 지음, 정태련 그림 / 해냄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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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이 힘겹더라도, 하악하악! 버티면서 견뎌보자..

   인터넷 언어와 오래된 문인이 만나면 어떻게 될까? 고민해 본 적이 있었다. 그래도 작가는 한국어를 사랑하는 사람이니까, 비문인 인터넷 언어보다는 표준어 사용을 많이 하겠지?라고 생각했었다. <하악하악>을 읽고 나서, 든 생각은 문인이 인터넷 언어를 사용했을 때 오는 거리감이 그다지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거리감이 없어지고 친숙함이 온다고 할까, 삶의 바닥에서 하악하악 외치며 조낸 버티기를 권하는 그의 말은 초월적이며 현실적이다.

# 읽다보면 마음이 풀어지는 글들..

깍두기의 팔뚝에 / '차카게 살자'라고 새겨진 문신. /
비록 맞춤법은 틀렸지만 / 새길 때의 그 마음 생각하면 / 숙연해진다.   

   크게 5장으로 나뉘었지만, 연결되지 않고 큰 틀로 나누어놓은 글들은 공감이 가는 글도 있고, 이건 뭐야 ? 하는 글도 있었다. 크게 힘들이지 않아도 편하게 읽을 수 있다고 할까? 현실의 어려움도 하악하악 외치다 보면, 무섭게만 보이던 깍두기의 팔둑의 문신도, 새길때의 마음을 살펴보기를 권하는 글을 읽다보면, 움켜지고 있던 마음이 자연스레 풀어진다. 한 번에 퍽 정신을 못 차리게 만드는 강한 펀치가 아닌, 작은 펀치가 자연스럽게 쌓이다 푹 쓰러지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시간의 흐름에 따라 마음이 놓이게 된다.

  <장수하늘소>, <꿈꾸는 식물>, <황금비늘>, <장외인간>, <괴물>까지 읽어보았던 소설적 재미와 길이 다르고, <감성사전>, <외뿔> 등의 산문과 또 다른 매력을 지닌 책이다. 힘을 쫙 빼고 썼다는 느낌이 강한 글이었다.

# 자연으로 되돌아간 듯한, 토종 민물고기 세밀화 65종.

  책 표지의 물고기가 상상속의 일러스트인 줄 알았는데, 한국에 서식하고 있는 토종 민물고기였다. 정태련 화백이 오랜 고생을 하며 그린 그림들은, 강물 속에서 헤엄치는 물고기로 되돌아간 듯한 편안한 마음을 전해주었다. 글이 감동이 오지 않을 때는, 물고기를 보며 마음의 위안을 찾았다고 할까. 작가가 풀어낸 글의 매력 못지않게, 쉽게 눈에 보이지 않지만, 오랜 생명력으로 살아가고 있는 민물고기를 만날 수 있어 즐거운 시간이었다.

# 반복되긴 하지만... 그의 글은 읽을만한 가치가 있다.

   여러권 읽다 보면, 그의 글은 재인용이 많이 되거나, 재표현된 글이 많다는 점을 느낄 수 있다. 그래도 그의 글은 곱씹어 읽을만한 가치가 있다.

  꽃이 피었을 때는 꽃을 즐길 줄 알고 열매가 열렸을 때는 열매를 즐길 줄 알아야 한다.  그러나 어떤 인간들은 꽃이 피었을 때는 열매가 열리지 않았다고 知랄을 하고 열매가 열렸을 때는 꽃이 피지 않았다고 知랄을 한다. 그래서 知랄을 할 때마다 써먹으라고 '철 모르는 놈' 이라는 말이 생겼다.

 "살아남는 비결 따위는 없어. 하악하악. 초지일관 한 가지 일에만 전심전력을 기울이면서 조낸 버티는 거야. 그러니까 버틴다는 말과 초월한다는 말은 이음동의어야."

     마음이 가야 할 곳이 많아, 정신을 놓을 여력이 없을 때, 하악하악! 소리내며 책을 읽으며, 잠시 마음의 여유를 가질  기회를 얻고 싶다면, 읽어보는 것도 좋다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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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 2
이민진 지음, 이옥용 옮김 / 이미지박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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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이지 않는 층이 존재하는 미국에서 좌절하는 한국계 미국인의 삶.

 
  프린스턴 대학을 나왔지만, 일년간의 유예를 통예 좋은 대학에 갈 기회와 대출을 받지 않고
학교에 갈 수 있는 자격을 놓친 케이시 한은, 월 스트리트의 영업보조로서 2년 반을 일하면서, 영우를 만난다. 한 번의 결혼의 실패로 인해 결혼에 섣불리 나서지 못하는 애널리스트 영우와 동거하게 되고, 장기투자를 믿었던 영우는 투기와 단기이익에 급급하는 회사와 대립하다 결국 사표를 쓰게 된다. 아내와 이혼하면서 생긴 도박은 점점 거세지지만 케이시는 확실하게 도박으로 무너지는 그의 방향을 바꾸지 못한다. 다니던 영업보조를 그만두고, 경영대학원에 다니면서 인턴으로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도와준 상사였던 휴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게 된다. 그 사실을 영우에게 고백하고 둘을 결별하게 되고, 영우는 밀린 빚과 도박으로 돈을 다 날려버리고, 집에서까지 쫓겨나게 된다. 사촌 동생인 엘라 심에게 잠시 의지하게 된다.

  남편 테드의 불륜 사실을 알게 된 엘라 심은 이혼을 결심하고, 자신의 전 상사인 데이비드의 보살핌에 사랑을 느낀다. 첫 사랑만이 진실하다고 믿었던 마음은 데이비드의 정성에 조금씩 무너져가고 자신의 컴플렉스를 고백해가면서, 둘은 더욱 더 깊은 관계에 빠지게 된다. 딸의 공동양육권을
주장하는 테드의 주장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며, 변호사를 통해 대항하게 된다.

  케이시의 엄마인 리아 조는 교회에서 성가대 노래를 부를때 가장 큰 행복을 느낀다. 가수로서의 재능을 발견하고 적극 지지해주는 찰스 홍에게 데이트강간을 당하게 되는데, 그의 남편인 조셉은 아내가 둘째 아이 출산이후 정관수술을 통해 임신을 막아두었다. 빈혈기운으로 쓰려진 그녀는 병원에서 자연유산되었다는 통보를 받게 되고, 케이시는 그 사실을 알고, 찰스 홍을 찾아가는데...


# 재능만으로 꿈꾸기 힘든 아메리칸 드림.

  
   명문 대학에서 바닥의 삶으로 떨어지고, 비서와 다른 없는 영업보조일을 견뎌내면서, 케이시는 자신이 다녔던 학교의 네임 브랜드에 대해 절감하게 된다. 아무리 재능이 있더라도, 그가 다니던 학교와 인맥의 추천서가 면접과 채용에 중요시 되는 미국사회의 단면을 볼 수 있다. 한국계 미국인으로 큰 인맥을 가지지 못했던 그녀가 대학을 다니면서 부잣집 아이들과 보이지 않는 차별을 받으며 느꼈을 컴플렉스와 성공과 명예에 매달릴 수 밖에 없는 상황, 그리고 부모의 끊이지 않는 기대. 성공해야 한다, 노력해야 한다 압박을 가하는 부모의 기대가 자식을 얼마나 힘들게 하는지도 생생하게 다가왔다.

  기여입학제가 추천서 제도가 자리잡은 공간 내에서는 자신의 꿈에 도전할 수 있는 한계가 있다고
할까. 화려하고 아름다워 보이는 아메리칸 드림의 뒤에 스며있는 깊고 깊은 어둠의 그늘을 보았다고 할까. 밝고 화려함이 강할수록, 어둠의 골도 깊어 보였다. 돈 많고, 명성있는 아이들처럼 성공에 매이지 않겠다고 도전하지만, 늘어나는 빚과 영업보조를 통해, 자신의 좋은 기회를 받았음을 자각하게 되고, 그 자각은 선택의 폭이 그리 넓지 않음을 생각해 보게 한다.

  대학에 들어가는 높은 대출금을 갚아나가기 위해 쉬지않고 일을 찾아야만 하는 케이시의 모습은
딱해 보이기까지 했다.

  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인 한국가정의 모습은 케이시의 부모님 조셉과 리아 조를 통해 생생하게 드러난다. 아내의 부정을 믿고 싶지 않은, 아니 믿을 수 없는 조셉의 표정! 인간이 가장 떠올리기 싫은 일은 최악의 결과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믿었던 대상의 부정을 직면하게 되는 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제이와 케이시의 결별, 케이시가 결국 휴를 떠날 수 밖에 없었던 이유, 테드와 엘라의 이별 등은 사람과 사람사이에서 생겨날 수 있는 문화적 차이, 개인의 품성의 차이, 가치관의 차이까지, 여러가지를 생각해 보게 했다.

  가난하지만 재능이 넘치고 자신의 꿈을 이뤄가려는 자신만만한 케이시, 하지만 이성과의 관계에서는 어머니와 비슷한 모습과 부유하고, 사랑스럽고 보수적이며 정이 많은 엘라, 하지만 주변에 믿을만한 친구가 없는 두 여인의 모습은 1.5 세대들이 갈 수 있는 대립적인 길의 모습을 볼 수 있게 한다.
 
  도움을 받게 되면, 그만큼 의존하게 된다며 독립을 택한 케이시, 많이 후회하고, 좋았던 제안을
놓쳤다는 것을 뒤늦게 후회하기도 하지만, 그녀가 현실에 굴하지 않고 도전해 가는 모습이 멋져보였다. 당당하였기에 자신의 아버지와 같은 조셉에게서 멋진 모자를 선물 받을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사랑에 상처받으면서도 끝까지 상대를 배려할 줄 아는 엘라, 그리고 상처를 극복하고 새로운 사람과 좋은 관계를 맺어가는 모습도 보기 좋았다. 최악의 상황이 되면 죽음까지 생각할 만큼 절박하지만, 결국 사람은 살아가면서 극복할 수 있는 존재라는 점도 느낄 수 있었다.

  미국 내 한인이 살아가는 모습, 성공에 대한 열망, 미국의 인사제도와 사랑 , 보이지 않는 벽 등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한국 내 코시안 또는 혼혈인들도 보이지 않는 벽에 힘들어하고 있는 건 아닐까? 겉모습에 상관없이, 한국의 국적을 가지고 있다면 동등하게 대해주는 것이 사회의 건강성을 위해서 가장 필요한 일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겉모습의 차이를 감정적 차이, 편견으로 꺼리는 마음을 없애는 이가 많아질수록 우리 사회가 더욱 건강해 질거라 믿는다.

  <Native Speaker> 이후 깔끔하고 재밌는 한국계 미국 작가의 책을 읽었다. 즐거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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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 1
이민진 지음, 이옥용 옮김 / 이미지박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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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계 미국인으로 미국에서 살아간다는 건...


   미국하면 자유로운 나라, 그리고 기회가 주어진 나라라는 점이 제일 먼저 머리에 남아있다. 아메리칸 드림이라고 할까. 수 많은 사람들이 미국으로 떠났고, 수백만의 사람들이 미국에서 살고 있다. 반대로 수많은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살고 있고, 그 수는 2프로인 100만명에 달한다. 미국으로 간 1.5세대인 케이시 한과 엘라 심, 그리고 이민 1세대인 케이시의 엄마 리아 조가 겪는 생활을 통해 한국계 미국인으로 미국에서 살아간다는 점이 어떤지 알 수 있게 한다.

  충분한 학력과 능력을 갖추었지만, 주류에 편입되지 못하는 모습을 케이시 한을 통해, 부자집 딸로 사랑 하나만을 믿고 테드 킴과 결혼했지만, 임신중에 그의 외도 사실을 알고, 절망하고, 다시 한 번 용서해주지만, 그의 부정으로 이혼과 함께 자살을 기도하는 엘라의 모습, 그리고 자녀의 성공을 기원하고 가부장적인 남편 조셉에 순종적인 리아 조의 모습을 볼 수 있다.

 

# 세 여인을 통해 바라보는 한인 사회.

  
   프린스턴 대학에 최고의 성적으로 졸업하지만, 케이시 한은 부자친구들에 비해 초라하고 가난한 자신의 모습을 보며, 능력이 있는 것은 오히려 저주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로스쿨에 가기를 원하는 아버지에 맞서다 결국 집을 나오게 되고, 믿었던 백인 남친의 불륜을 목도하고, 갈 곳없는 백수가 되었지만, 다행히 엘라 심을 만나 그의 약혼자 테드 킴의 제안으로 영업보조일을 맡게 된다. 영업보조 일을 하면서, 로스쿨에 갈 수 있는 꿈은 사라져버리게 되고, 엘라의 사촌 오빠인 은우를 만나게 된다. 

  사랑은 모든 걸 이겨낼 수 있다는 꿈을 가진 엘라 심은 자수성가한 모델인 테드 킴에 사랑에 빠지고, 그와 결혼을 한다. 임신 8개월째에 믿었던 그에게 배신을 당한 그녀는 직장에 다녔 을 때 상사인 데이비드에게 고민을 털어놓게 되고, 데이비드는 따뜻하게 위로해 준다. 용서는 해 주었지만, 그를 신뢰하지 않는 엘라 심은, 테드 킴이 다시 바람을 피워 회사를 사표내게 했다는 사실을 알게되고, 이혼에 동의하게 되고, 이혼하기 하루 전 날인, 케이시 한의 동생 티아의 결혼식에서 자살을 기도한다.

  케이시와 동생 티아가 전부인 순종적인 여성 리아 조. 남편의 세탁소가 불이 타고 난 후, 새로운 일을 찾으려 한다. 딸 아이 티아의 결혼식을 행복한 눈으로 바라본다.

 
# 문화적 충돌, 한인사회의 모습을 생생히 글로 표현하다.

  
   능력있고, 자기만의 매력이 넘치는 케이시 한, 프린스턴 대학을 나왔지만, 대학 친구들의 속물근성에 치를 떨고, 다른 세상을 살아보려 애쓰다가 결국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하게 된다. 변호사가 되기를 원하는 아버지와의 갈등을 통해, 한인 부모세대들이 경험하는 가부장적인 아버지에 대한 갈등을 볼 수 엿볼 수 있었다. 부모가 자식의 인생에 관여하는 폭이 강하다고 할까.

  자식이 잘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진 아버지 조셉의 마음이 이해가 가면서도, 일방적이고 독선적인 그의 태도는 한국인이지만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 한인 사회를 예리하게 표현했다는 찬사가 결코 아깝지 않을정도로, 이야기는 몰입하기 편했고, 생생하게 다가왔다.

   부자집 딸로 태어나, 자수성가한 한국인과 결혼하며 행복한 생활을 꿈꾸었던 엘라의 좌절과 케이시의 동생 티나가 부모가 원하는 한국인과 결혼하려 애쓰는 모습에서 한국인이 아닌 백인과의 결혼을 좋아하지 않는 모습도 엿볼 수 있었다. 티나의 결혼식 하루 전 저녁식사에서 티나의 배우자가 될 인철의 가족들과 모여 식사를 하는 모습에서 보여지던 많은 충돌의 모습들에서, 문화적 차이를 더욱 생생하게 볼 수 있었다. 아메리카 드림로 꿈의 도시로 이루어지는 모습 뒤에 드리워진 인종적 차별과 문화적 차이를 극복해야 하는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는 점을 예리하게 보여준다.

 
# 케이시 한을 보며, 외국인 노동자의 자녀를 생각해 보다.

  
  자식들이 성공하기를 꿈꾸었던 조셉과 리아 조의 모습에서, 케이시 한의 일처럼 열심히 공부했다는 노력을 통해, 역으로 외국인 노동자의 자녀들이 한국사회에서 적응하려는 노력은 어떻게 될까 궁금해졌다. 백명중의 두 명이 한국인이고 농촌사회에서는 동남아시아 인과 한국인의 많이 결혼을 해서 만들어진 코시안들이 15년 20년 뒤에는 사회의 한 축으로 나타날 것은 당연한 일이다. 혼혈에 대한 인식이 관대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 코시안인들이 겪에 될 보이는, 보이지 않는 차별들이 눈에 선하다고 할까. 그가 어떤 민족인가를 넘어,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지지해 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인맥을 통한 추천서를 통해서만이, 면접을 뛰어 넘어야 자신이 원하는 자리를 얻을 수 있는 미국식 인사방법이 틀에서 보이지 않는 인종의 장벽을 느꼈다고 할까. 우리는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새록새록 솟아났다. 촉망받는 수재로, 탄탄한 미래를 바라보다가, 문화적 차이를 깨닫고, 제이와의 결혼을 포기한 케이시 한이 은우와 어떻게 될 것인지, 테드와의 이혼으로 절망에 늪에 빠진 엘라는 어떤 삶을 살게 될 것인지, 리아 조는 어떤 일을 만나게 될 것인지 2권이 궁금해진다. 528 페이지를 읽었고, 2편 역시 그에 못지 않지만, 

  시간이 급류처럼 빠르게 지나는 것처럼 책읽는 시간이 아깝지 않았다. 꼼꼼한 구성과 등장인물 간의 유기적인 연결, 생생한 묘사가 주는 힘이라 믿는다. 다음 편이 기다려지는 책, 1편을 읽었다면, 2편을 읽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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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터 프랭클의 심리의 발견 - 닫힌 마음의 문을 열어주는 심리학 강의
빅터 프랭클 지음, 강윤영 옮김, 이시형 감수 / 청아출판사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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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마음', 마음과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다.

 
 심리학 하면 정신분석학이 생각나고, 프로이트와 융이 생각난다. 최면과 질문과 대답을 통해 무의식적 상상들을 최초로 연계했던 프로이트와 아니마 아니무스 등 마음 속의 남성성, 여성성과 상징에 대해서 이야기했던 두 거장이 떠오른다. 

  <빅터 프랭클의 심리의 발견>은 신경증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가설에서 벗어나, 인간자체에 대한 의미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저자의 TV 강연 내용을 정리해서 모은 책이다. 자기실현과 스스로에 대한 이해의 의지가 강한 시대, 많은 심리학적 결과들이 공개되고 그 사안을 숙지하는 사람들이 많은 시대에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아닌, 삶의 의미를 찾아내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는 그의 접근법이 인상깊었다. 중요한 건 삶에 대한 의미를 찾으려는 노력이에요! 라고 이야기하는 그의 글 속에 잊고 있는 '의미'에 대해 다시 떠올려 볼 수 있었다. 

 
# 당신이 잘못 생각하고 있는 심리학에 대한 오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이제껏 심리학에 대해 잘 못 알고 있는 사실들에 대해 올바른 답을 제시하는 모습이었다. 트라우마적 경험등의 영혼의 상처가 신경증을 일으킨다고 생각했었는데, 저자는 꼭 그렇지 않다고 이야기 않다. 과거의 상처가 현재의 질병으로 꼭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상처에 대해 변명하고 정당화하려는 노력에 집착하기에 벗어날 수 있음에도 그 병에 매여, 어쩔 수 없는 걸로 받아들이고 만다고 이야기 하는 부분에서, 대중화된 의학적, 심리치료 지식이 환자에게 악영향을 줄 수 있는 가능성에 지적하는 부분도 인상적이었다. 

   영화나 책 등의 매체가 대중에게 영향을 주고, 경우에 따라 대중들의 심리를 상대로 펼치는 의료행위가 될 수 있다는 주장에서는 매체의 영향력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신경증 환자가 가진 가장 큰 마음가짐은 책임회피의 마음이라는 것, 경제 공황이나 정치적 위기일때 도리어 자살자가 줄어든다는 연구결과들은 자살에 대한 잘못된 오해를 벗어날 수 있게 해 주었고, 가장 중요한 것은 '살아야 하는 이유'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라는 점을 다시 확인하게 되었다.

 
# 독특한 심리에 관한 책.

 
  책의 많은 부분은 일반 사람들이 심리에 대해 생각하는 부분에 대해 되짚어주는 부분에서 강조되고 있다. 최면술과 불안, 불면증, 히스테리, 건강염려증, 인간은 유전과 환경의 생산물인가까지, 다양한 부분에서 사람들이 알고있는 사항과 저자가 주장하고자 하는 내용이 매끄럽게 기술되어 있다.  

  대중매체의 사회적 영향력과 단편화된 지식을 전문화된 의사들이 기술했을 때 잘못 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서 강하게 질타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대중대체에 의해서, 잉여의 시대에 삶의 의미를 찾으려는 노력이 없는 세대에게 더 큰 어려움이 닥칠 수 있다고 할까.

  중요한 점은 스스로 삶의 의미를 찾으려는 노력을 해야 하고, 그 노력의 일부가 책이 될 수 있음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내 마음의 잘잘못을 따지기 이전에, 내 자신의 삶의 의미를 명확히 하고, 이겨낼 수 있다고 강하게 믿는 마음이 병을 극복하는 큰 힘이 된다는 저자의 주장은 독특하면서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나치의 강제수용소에서 자아를 성찰하고 살아남은 저자의 이력에서 생의 소중함과 삶의 의미를 잊지 않는 것의 소중함을 깨달았기 때문에, 더욱 공감이 갔다. 살아나고자 하는 의미가 있다면, 삶은 도전해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책을 읽고 난 후, 깨닫게 된 사실이다. 많은 의학 지식을 너머 지혜에 도달한 필자의 생각이 전해졌다고 할까. 어렵지 않는 내용이지만, 깊이 생각할 고민거리를 안겨 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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