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밥시 - 글도 맛있는 요리사 박재은의 행복 조리법
박재은 지음 / 지안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 소박함과 정성의 의미를 아는 행복 요리사의 맛깔나는 음식 이야기!
퓨전 요리와 와인을 좋아하고, 다채로운 매력을 뽐낼 것 같은 저자가 처음 꺼낸 이야기는
요리사라서 밥 얻어먹기 힘들다는 고백이었다. '그럼, 당연하지! 요리사에게 누가 요리를 해 주겠어?' 미소지으며 읽던 내게, 그이는 헌책방에서 주인아주머니가 권하던 잠깐의 새참을 소개하며, 소박함과 살뜰한 정을 이야기 하였다. 작은 정성과 겉멋을 뺀 소박함의 의미를 아는 요리사가 전하는 밥 이야기라.. 어쩌면 한 편의 시보다 더욱 감동넘칠 수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경험과 요리에 대한 지식이 절묘하게 결합되어 따끈따끈한 밥처럼 윤기넘치는 햇밥이라고 할까. 기본이 살아있는 그녀의 요리관도 마음이 통하는 듯한 글솜씨가 만나 만들어낸 한 편의 글들의 모음은 팔방미인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였다.
# 먹는 이야기.. 사는 이야기.. 그녀의 이야기.. 삶의 이야기..
사람은 먹지 않고 살아갈 수 없다. 모르는 사람이 만나서 대화를 할 때, 공통된 화제로 꺼내기 쉬운 소재 중의 하나도 음식이다. 음식을 먹지 않는 이는 없으니까. 살기 위해 먹고, 때론 먹기 위해 생존하는 우리의 삶, 먹는 이야기를 하면서 사는 이야기가 나오고, 사는 이야기 속의
그녀의 이야기가 나오며, 삶의 철학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건, 요리를 통해 세상을 소통하는
그녀이기에 가능하다 생각한다.
자신이 보았던 TV, 영화, 예술작품, 체험 등을 제시해서 공감대를 끌어내고, 주제에 걸맞는 요리와 이야기들로 글에 빠지게 만든 후, 마음이 전해지는 감성이 스민 글로 갈무리한다. 밥철학, 먹거리, 퓨전, 맛교양인 4개의 큰 테마로 나누어 담은 풍성한 식탁에서 50개가 넘는 반찬들을 맛보다 보면 하나하나의 깊은 맛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다. 일정한 틀을 갖추었지만, 특정한 틀로 인해 느껴지는 지루함은 느낄 수 없었다. 자신이 잘 쓸 수 있는 방식을 선택해서, 자신의 생각을 잘 풀어내는 그녀의 글솜씨가 마냥 부러울 뿐이다.
탐내는 마음은 결핍에서 나온다는 이야기에서 한 번 고개를 끄덕이고, 음식으로 프로포즈 하는 방법은 따로 수첩에 적어두어 써먹을 일을 기약해 두고, 밖에 있는 음식을 싸서 집에 가는 체험을 털어놓는 대목에서는 나 역시 그러했음을 깨닫고 마음을 돌이켜 볼 수 있었다. 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며, 소개하는 요리 재료들이, 식탁과 거리를 두고 생활하는 내게 생소하고 낯선 것들이 많이 있었지만, 특징을 잘 잡아서 설명하는 레시피에서는, 한 번 만들어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서게 만든다. 글에 취하며, 맛에 반한다고 할까. 상상력을 충족시켜주는 글이 좋았다.
# 체험과 지식이 잘 스민 이야기들.
발우공양과 백팔배 등 비움을 통해 자신을 돌아본 그녀의 체험이 요리와 잘 살아있었다. 속부터 비울 수 있어야 음식의 맛을 제대로 볼 수 있다는 점, 다른 재료를 떠나, 물이 좋아야 좋은 음식이 나올 수 있다는 주장, 소박한 밥상을 통해 삶을 다시 살필 수 있는 체험기 등 비움의 힘을 책을 통해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화려함과 절묘한 미각의 향연이 펼칠거라 생각했던 기대를 깨었기 때문일까. 찬이 많지 않아도, 어머니의 정성이 담긴 김치 하나만으로 밥 한공기를 뚝딱 해치웠던 기억들이 떠오르면서, 음식을 만드는 기본에는 정성과 사랑이 담겨 있음을 확인했다.
거리가 먼 요리에 대한 지식이었으면, 멀리했을텐데, 생활하면서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소재들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냈기에 관심의 끈을 놓지않고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 음식의 재료는 국내와 해외를 가리지 않고, 문화의 대한 이야기까지 음식 하나로 풀어 낼 수 있는 다양한 화제의 폭에 놀라고, 그만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저자의 능력에 감탄했다. 눈을 감고 향신료의 향과 맛을 음미하면, 먼 나라로 여행하는 느낌이 들 수 있다는 그녀의 이야기는 충분히 공감이 갔다고 할까. 익숙하다고 느껴지는 것에 대해 특별하다고 느낄 수 있게 만든 능력, 인생이 평범한 것이 아니라, 나의 생각이 평범하기에 인생이 평범해지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요리를 좋아하지 않지만, 그녀의 글을 읽다보면, 요리를 만들어 보고 싶어진다. 소박한 마음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한 끼의 식사를 대접할 수 있는 능력, 익숙하지 않지만 삶을 함께 걸어갈 약속을 하기 전까지 꼭 도전하는 것을 잃지 않기로 결심해 본다. 음식으로 세상과 소통할 수 있다는 말, 자신이 목표로 하는 일에 끊임없이 도전해 나간다면 결국은 극에 통해간다고 할까. 음식으로 열어가는 새로운 세상을 엿볼 수 있었다. 읽는 내내, 눈과 코와 입, 무엇보다 머리가 즐거운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