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써바이 써바이 - '온 더 로드'의 박준, 길 위의 또 다른 여행자를 만나다
박준 지음 / 웅진윙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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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 행복의 양은 가지고 있는 재산의 양에 비례하지 않는다.

  단돈 2달러로 하루를 해결할 수 있는 나라, 산업화가 아직 진행중인 캄보디아는 앙코르 와트의 유적과 함께 킬링필드라는 내전의 아픔을 함께 안고 있는 나라이다. 먹을 것이 없어서, 물이 없어서, 공공시설이 부적해서 절대적 빈곤에 시달리고, 에이즈가 감기처럼 만연한 이 곳에 사는 사람들의 표정은 그들의 삶과 달리 밝고 행복해 보인다. 행복은 성적순도 아니고, 가지고 있는 재산에 비례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지만, 경제적 여유가 없을 때 인간은 마음의 여유를 찾지 못한다. 

  생소하고 낯선 이곳에 정착해서 그들의 삶을 돕는 사람들을 작가는 인터뷰 했다.  2년간 캄보디아에 살아야 하고, 돌아갈 때 한 달에 40만원씩 약 천만원의 지원금밖에 받지 못하는 삶, 이질과 장티푸스 등의 질병과 문화적 차이를 극복해야 하는 난제가 많은 이 곳에 온 사람들의 표정은 매우 밝다. 너무나 밝은 미소가 담긴 사진에 마음이 흔들렸다. 가난해서 행복한 것이 아니라, 가난하지만 행복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진 사람들, 밝은 표정에 숨겨진 비밀은 무엇일까? 그것이 궁금했다.
 

# 행복의 비밀은 나눌 수 있는 여유!!


  한국에서의 생활에서 벗어나 캄보디아를 선택한 그들의 배경은 각양각색이었다. 다양한 사연이 있었지만, 그들 모두는 자신의 결정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자신의 생활을 즐기고 있었다. 행복의 비밀은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여유가 아닐까 생각한다. 한국과 같은 자유주의 사회에서는 선택의 폭이 넓고 많은 것을 보고 꿈꿀 수 있기에 그렇게 되지 않았을 때 절망도 크다. 20대에 취업하고 30대에 결혼하는 비교적 틀이 정해져 있기에, 더욱 삭막한지도 모른다. 그런 삶을 벗어날 수 있는 용기, 자신이 가진 시간을 나누어 줄 수 있는 마음, 자신의 마음을 타인과 함께 나눌 수 있는 여유, 그 마음이 있기에 그들은 어렵고 척박하고 미래가 보이지 않는 삶에서도 희망과 기쁨을 누리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중요한 건 개인의 마음가짐이라고 할까. 냉장고도 수도도 없는 지역에서 많은 것들을 누리지 못하고 있지만, 방 안에서는 벌레들이 기어다니고, 뱀이 나오고 도마뱀도 보이지만, 불을 켜면 더욱 더 벌레들이 모여들고, 사람들하고 말이 잘 통하는 것도 아니지만, 견딜 수 있는 건 나눌 수 있는 여유. 그리고 순수한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며 맑아졌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곳에도 날치기도 존재하고, 범죄도 존재하고 억울한 일도 생겨나지만, 그럼에두 불구하고 나눌 수 있는 마음이 여유를 가진 사람들 이기에 그들도 행복하고, 그들과 함께 있는 캄보디아인도 행복해질 수 있다 생각했다.

  작은 일도 자신의 마음가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변하지 않는 진리를 알 수 있었다. 글이 감동적인 건, 자신들이 직접 체험했던 일을 구술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자신이 경험했던 일을 말하는 건, 설득력이 가장 높은 이야기의 방식이다. 캄보디아의 다른 문화적 상황과 나눌 수 있는 마음, 두 가지를 엿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다시 돌아오기 위한 여행이 아닌, 타인을 이해하기 위한 여행이라고 할까. 함께 나누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뜻깊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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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보우 동경 - 김경주 시인, 문봉섭 감독의 도쿄 에세이
김경주.문봉섭 지음 / 넥서스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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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 동경의 '틈'을 들여다 보다.


  동경에 관한 많지 않지만, 적지도 않은 책들을 보았다. 동경에 거주했던 2년간의 기록을 적은 책에서는 저자의 생활과 동경에서 거주했을 때 유용한 정보가 들어있어 좋았다. 동경에 사는 친구들에 관한 책에서는 타인의 시선에 보여주는 시선에 얽매여 살기에 식사 시간만이라도 자유롭게 결정하고 싶은 일본인의 모습에 대해 볼 수 있었다. 오사카와 동경의 차이만큼, 일본에 사는 사람들도 각양각색이고 문화에 의해 매여살 수 밖에 없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레인보우 동경>은 좀 다르다. 제목은 레인보우 동경, 동경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 같아 보이지만,  저자가 도쿄에 대해 가지고 있던 동경하던 마음, 일상의 '틈'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었다고 이야기 한다.  틈이라는 작은 순간 순간이 모여 1분, 1시간의 시간이 된다 생각한다. 잠깐의 순간의 틈과 일상의 작은 간격인 틈 사이에서  미처 바라보지 못한 모습들이 책 안에 가득 담겨있다. 

 
# 형식에 매이지 않는 자유.


   햇살 밝은 날, 창문 틈 사이로 들어오는 환한 불빛을 무어라 규정할 수 없다. 책 띠에는 시인과 감독의 도쿄 에.세.이라고 적혀있지만, 형식에 매이지 않는 자유로움이 돋보이는 책이다. 사진, 픽토그램, 포스터 등 자유롭게 일상의 틈과 도쿄의 틈에 대해 사진과 글 등으로 보여준다. 순서에 얽매이지 않아도 마음이 편하다. 아무 장이나 펼쳐서 잠깐 펼쳐보고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여유! 책을 통해 일상의 작은 쉴 틈을 만나는 느낌이다.

  책을 만나며 가장 좋았던 순간은 <#06 연필쓰기 클럽 멤버 되기>라는 글이였다. 여행을 할 때 유일하게 강요하고 싶다는 저자의 글은 구매하기도 편하다는 장점을 강조하며, 여행의 기록이 되는 사관으로 연필의 유용함을 강조한다. 백석, 김수영, 장 콕토 등 많은 예술가들이 사용한 연필과 2H, HB, 2B에 대한 이야기와 두 자루의 연필을 들고 가, 하나는 사용하고 하나는
그곳에 묻어두고 오거나 누군가에게 주고 오길 바란다는 글들이 마음에 들었다. 마지막 지우개를 흰 연필로 사용하라는 그의 상상력과 글에 설득되어 한동안 연필을 들고, 여행을 떠나는 내 모습이 보인다.

  사진을 통해 동경의 틈을 엿보고, 글을 통해 그들이 꿈꾸었던 레인보우, 동경하던 것들에 대해 알게 된다. 연필과 낡은 타자기, 카메라를 들고 떠났던 글들의 여행해 동행하다 보면, 내가 잊고 살았던 소중한 틈들이 내 눈에 보이게 된다.


 < #76 관계>라는 글에서는 인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람들이 나를 가장 따뜻하게 만질 때에는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나를 바꾸고 나서지. 그건 너희들이 인생이라고 부르는 것들이지 라는 글귀가 머리속에 맴돈다. 내가 바라는 모습으로 되길 원하는 나의 이기심을 들켰기 때문일까. 인간이기에 다가서기도, 누군가의 다가옴을 힘들어하는 마음과, 관계가 맺어지면서 내 욕망에 가까워지길 바라는 이기심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잘 인지하지 못하던 '틈'들이 다가와 나에 대해 조금 더 생각하게 만든다. 
 

  자유로운 형식 뒤에 날카로움이 숨겨진 책이었다. 그 날카로움이 좀 더 현실과 나를 성장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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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운 서른 - 흘러가다 잠시 멈추는 시간,서른
김종길 외 지음 / 버티고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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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뜬 마음과 차분한 마음의 경계가 되는 나이! 서른.


  20대의 청춘은 무엇이든지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충분하다. 세상에 대해 뭔가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기에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았을 때의 좌절감 역시 크다. 기분의 변화의 폭도 넓고, 꿈을 이룰 수 있는 가능성도 높다. 20대를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가능성의 시대라 생각한다. 40대는 개인의 완성의 시기라 생각한다. 어느 정도 자신이 도전했던 일의 결과가 이루어지거나 결과를 볼 수 있는 때라 생각한다. 뭐든지 할 수 있는 가능성의 들뜬 마음과 이제 어느정도의 한계를 인식하고 자신을 돌아 볼 수 있는 나이 마흔, 그 사이에 30대! 서른이 존재한다.

  설운 서른이라는 말이 마음에 와 닿는다. 뜨거운 마음으로 벅찼던 20대는 이미 지나왔다. 뭔가 결과가 보이지 않는 30대의 서글픈 마음이 '설운' 이라는 단어가 잘 표현하고 있다. 두 손을 모아 눈으로 가린 시집의 표지처럼, 즐거운 마음보다는 아련한 마음이 더욱 마음에 감싸는 나이 서른! 그 서른과 관련된 마음과 시들을 모아 한 권의 시집이 만들어졌다. 머나먼 인생의 반환점에서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라고 할까? 잠깐 시집을 보며, 마음과 인생을 돌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믿는다.

 

# 마음을 다독여 주는 시들.

 

 서른 고개를 넘으면 / 더 넓은 땅이 보이리라 생각했다 /

  아니 최소한 가로막힌 언덕이라도 / 명료해지길 기대했다 /



  손현철,  <서른 고개 - 95년 7월, 만 서른이 되다>

 

  나이를 먹는 건 /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것 /

  열차가 한강을 건너고 있다 /
 
  변기에서 물이 빠져나가듯 /

  스무 살이 수월하게 멀어진다 /



  강윤후, <서울>


  보이지 않는 뭔가가 확연하게 보일 것 같은 나이 서른, 명료함을 기대하지만 막상 닿아보면 다시 고민의 연속이다. 마음을 다독여 주는 시들로 마음의 불안감과 서러움을 달래다 보면, 조금 더 일상과 자신의 삶을 여유롭게 바라볼 수 있게 된다. 50편의 각양각색의 시들을 읽다 보면, 자신의 마음을 끄는 시를 하나 만나게 될 것이다. 가로쓰기에 익숙한 독자들에게 조금 느리지만 여유롭게 시를 음미하기를 바래 적용한 세로쓰기 꽃길체와 함께 천천히 시 한 편을 음미하면서, 자신을 돌아본다면 쳇바퀴처럼 조여오는 일상의 늪 속에서 잠깐의 여유를 만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가거라, 사랑인지 사람인지, /

  사랑한다는 것은 너를 위해 죽는 게 아니다 /

  사랑한다는 것은 너를 위해 /

  살아, /

  기다리는 것이다, /

  다만 무참히 꺽여지기 위하여. //

 

  최승자, <그리하여 어느날, 사랑이여>

 

  무의미한 삶의 좌절과 서글픔이 가득 찬 설움을 시로 씻어내고 나면, 좀 더 하루를 살아볼 용기를 내게 된다. 시를 읽는 시간들은 내게 마음 속 응어리를 덜어내는 시간이었다. 자주 보진 못하겠지만, 곁에 두고 마음 속 비상구로 삼고 싶은 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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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안 내고 떠나는 세계 여행 BEST 15 - 여행 고수 조은정이 콕 찍어 주는 알짜 테마 여행
조은정 지음 / 삼성출판사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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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의 작은 휴식, 여행!

 
  사회생활은 일상의 끊임없는 연속이기에, 피로도 쉬이 싸이고, 마음의 여유를 필요로 한다. 하지만 휴가를 많이 낼 수 없는 것이 직장인의 현실이다. 더 일상을 활기차기 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여행이지만, 세계 여행은 좀처럼 틈과 시간의 여유를 만들기 어렵다. 휴가 안내고 떠나는 세계 여행이라는 말에 마음이 끌렸다. 휴가를 내지 않는 다는 건, 주말을 이용하거나 전날 밤에 출발해서 월요일 새벽에 도착하는 무박여행이 포함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말를 이용하면 가능한 세계여행.. 망설이지 말고, 이 책과 함께 여행 계획을 세운다면, 적지않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 150만원 이내로 떠나는 여행.

   
  비수기 기준, 세금포함해서 현지 체류비를 15-20만원 선으로 잡고, 쇼핑비를 제외한 여행경비는 최처 56만원에서 112만원까지 다양하다. 휴양, 쇼핑, 도시 ,가족, 온천, 유적 등 6가지 테마로 다양한 여행정보를 담으려 했고, 간단한 정보, 추천코스, 여행정보, 여행 Tip, 대중교통, 숙소, 음식, 쇼핑아이템, 소소한 정보까지 알아두면 좋을 정보를 테마에 맞춰 일정한 형식으로 알차게 담아두었다.  

  다른 여행서보다 가장 눈에 띄었던 점은 개략적인 지도를 통해 여행코스의 정보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게 한 점이였다. 터미널과 역, 관광지, 시장, 한국 대사관 등의 주요 건물들이 여행하고 싶은 코스를 정하는데 도움을 주게 하였다. 필요한 정보만 꼭꼭 집어 열거한 점과 마지막에 알아두면 좋을 정보, 인터넷으로 마우스 품을 팔아 도움을 얻으면 좋을 사이트 등도 놓치지 않고 열거되어 있어 여행에 많은 도움을 얻을 거라 생각한다.

 


# 2030 직장인에게 유용한 책.

 
  한 지역만을 다룬 여행서는 많은 정보를 담고 있지만, 실제 여행중에 많은 곳을 여행해 보긴 힘들다. 지나치게 많은 여행지가 소개 된 곳은 종합선물세트 같아 실제 필요한 정보를 놓치기 십상이다. 기본적인 환율과 시차, 직항 항공사와 인종 등의 문화적인 정보와 함께 이동해서 사용할 수 있는 전압 정보가 표시된 점이 좋았다. 실제 여행에서 우리를 곤란하게 만드는 건 사소하고 작은 일들인데, 멀티어뎁터등의 사소한 정보를 쉽게 챙길 수 있게 한 점이 여행전문가의 알찬 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추천 여행코스와 각 코스 별 봐두면 좋을 정보들은 사진과 함께 잘 담겨있다. 이제 필요한 건 떠나고 싶은 마음과 효과적으로 자신의 재정과 시간을 관리하는 것이다. 화려한 행사와 사람들과 사교적으로 친해지고, 자는 숙소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 여행객에게 유용한 클럽메드와 PIC 의 여행사 정보와 몸과 마음을 쉴수 있게 해 주는 일본 온천 여행의 정보는 마음까지 쉴 수 있는 여유를 주게 한다. 

  유용한 정보도 중요하지만, 일단 떠나보는 것도 중요하다 생각한다. 직장에 다니면서 떠나기 힘든 첫 여행의 막막함과 두려움을 실제 직장을 다니면서 여행작가를 하는 작가가 자신의 장점을 잘 활용해서 잘 짚어주었다 생각한다. 20대와 30대 직장인에게 특화되어 맞춰진 책이라 생각한다. 
 
  홍콩 섬의 야경과 침사추이의 야경, 태국의 마사지, 캄보디아의 오래된 유적, 화려한 경치의 상하이, 싱가포르의 클락키! 등 여행하고 싶은 곳을 사진과 함께 수첩에 적으며 마음속에 찜해두었다. 떠날 수 있는 자금과 시간이 준비되었을 때, 함께 떠날 동행이 없더라도, 혼자서라도 꼭 가봐야 겠다 다짐하였다. 젊었을 때는 시간은 많지만 자금과 여유가 없어서, 나이가 들어서는 돈이 있어도 함께 할 동행이 없어 쉬이 떠나지 못한다고 한다. 바쁘고 시간의 여유, 자금도 힘들지만, 세계여행은 낯선 곳의 이국적 풍경과 함께, 자신을 더욱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라 믿는다. 특히 청춘의 시절, 가장 아름다운 시절 다양한 곳에 자신의 발자국을 남기는 건, 청춘의 의무라 믿는다. 떠나고 싶을 때, 망설이지 말고, 도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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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 샤넬
앙리 지델 지음, 이원희 옮김 / 작가정신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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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시대를 풍미했던 코코 샤넬.


  명품이 되어버린 샤넬 모자와 향수, 한 시대를 풍미했던 그녀의 모습을 사진으로도 본 적이 없었다. 마릴린 먼로가 잠들기 전 유일하게 걸쳤다는 이야기와 기능을 중시했던 모자와 의류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만 알고 있었다. 보여지는 모습이 아닌, 숨겨진 뒷 모습을 본다는 것은 늘 즐거운 일이다. 사후 20년 뒤인 1995년 독일군의 장교와 사랑에 빠지면서 첩보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는 뉴스 기사를 보았다. 코르셋으로 꽉 조여진 여성복에서 간소하고 단순미가 넘치는 여성복을 끌어냈다는 평을 받는 그녀, 샤넬 코코. 12살 때 어머니를 잃고, 수녀원에서 생활하고, 평생 독신으로 살아야 했던 그녀의 삶이 한 권의 책에 잘 담겨있다.


# 패션디자이너 이전에 가수를 꿈꾸었던 그녀.


  지체 높은 집안이나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다고 생각했는데, 코코의 삶은 그렇지 않았다. 본명의 가브리엘 샤넬이고, 코코라는 이름은 수녀원에 들어갔다가 일자리를 얻게 된 가수 생활에서 불렀던 노래를 통해 얻게 되었다. 평생을 한 곳에 안주하지 못했던 아버지와 답답한 수녀원 생활에서 늘 벗어나고 싶어했던 그녀의 욕망과, 에티엔이라는 청년을 통해 승마를 배우고 기수까지 하게 되는 과정에서 성공을 향한 그녀의 욕망과 끊임없이 일을 하며 자기 정체성을 찾으려는 모습이 잘 드러나있다. 카펠과 사랑을 나눴지만, 성공을 위해 그녀와 결혼 할 맘이 없었던 사실을 이해하고, 오랜 시간 연인으로 지냈으며, 그가 빌려준 자금으로 모자 디자이너로 시작해서, 꾸준한 성공을 거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그저 돈을 많이 벌었다면, 성공한 장인으로 끝났을 테지만, 그녀의 가장 큰 매력은 많은 예술가들을 후원했다는 점이었다.  디아길레프, 니진스키, 스트라빈스키, 콕토 등의 예술가 들과 교류하고 그들을 위해 큰 돈을 아끼지 않고 후원했던 점이 그녀를 더욱 빛나게 만드는 점이라 생각한다. 연극의 후원금을 지원하고, 알콜중독의 치료비를 지원하고 요양원의 삶을 지원했던 그녀의 배려에서 예술을 사랑하는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혼자였지만, 외롭지 않고 당당하게 사랑을 나누었던 코코 샤넬의 모습에 두 가지 이미지가 겹쳐 보였다. 당당하게 자신의 삶을 살았던 여성과 늘 혼자서 외롭게 결정하고 사랑을 그리워했던 여인의 모습이 보인다. 혼자서 당당하게 모든 걸 결정했지만 늘 끊이지 않게 연인을 찾았던 모습에서 누구보다 외로움을 많이 탔던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 외로움을 예술에 대한 후원으로 잘 승화시킨 점이 놀랍다.

  제 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의 전쟁의 회오리 속에서도, 파업을 일으킨 곤경 속에서도 자신을 잃지 않고 기다렸다가 15년 만에 71살의 나이로 화려하게 컴백한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초기의 성공은 유럽에서 거두었지만, 15년 뒤에 재기는 미국에서 기능성을 맞추어 화려하게 성공한 그녀의 모습은 완벽하게 재기에 성공한 라디오 스타를 보는 듯 했다. 자신의 건재함을 알리고 싶었다던 책의 목차와 잘 어울리면서 단호하고 자신의 일을 사랑했던 그녀의 모습을 전기 작가 앙리 지델이 깔끔한 문체로 잘 드러내고 있다.

# 샤넬과 함께 그녀의 시대를 읽다.

  샤넬이 가수로 활동했을 시대에는 풍만한 여인이 인기였다고 한다. 20세기 초만 하더라도 풍만하고 넉넉한 여성이 인기였다는 건 지금의 마른 미인을 원하는 시대와 생각할 때 거리감도 느껴진다. 시대를 앞서가면서, 시대를 자기 것으로 만들어낸 그녀의 힘을 느낄 수 있다. 마르고 빈약한 가슴인 자신의 체형이 시대의 유행에 어울리지 않았지만, 그것을 바꾸어 자신의 스타일을 세계에 알렸던 샤넬 코코, 그녀의 전기를 읽으며, 1900년대의 시대의 유행과 흐름을 알 수 있는 건 책을 읽는 덤이라 생각한다.

  처음엔, 패션 디자이너라서, 나와 거리가 먼 인물이라 생각하며 책을 읽었다. 읽다 보니,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신념이 강했던 강인했지만 외로움을 많이 탄 한 여인의 모습이 눈 앞에 떠올랐다. 많은 걸 가졌지만,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오래도록 사는 일은 갖지 못했던 그녀, 하지만 많은 예술가들을 후원하고 지원했던 그녀 덕분에 많은 예술작품들이 성황리에 공연하고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고 믿는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샤넬 코코, 책을 통해 그녀에 대해 좀 더 알게 되었다. 수도원에서 생활했던 간소하고 기능적인 고전미를 잘 살려냈던 그녀, 투피스를 도입했던 그녀 덕에 여성의 옷차림도 좀 더 편해졌다 믿는다. 그냥 시대의 아이콘으로 생각했던 그녀의 모습이 한 권의 책을 통해 살아숨쉬는 인물로 다가왔다. 무더운 여름에 만났던 코코 샤넬과의 만남, 예상치 못한 시원한 바람을 만난 느낌이다. 한동안 잊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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