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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내 말에 상처 받았어? - 2007년 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서 ㅣ … 상처 받았니? 시리즈 2
상생화용연구소 엮음 / 커뮤니케이션북스 / 2007년 5월
평점 :
# '됐어. 그만하자', '제대로 하는 일이 뭐 있어?' 등
편하다고 쉽게 내 뱉는 말이 배우자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다.
함께 있으면 익숙해진다. 가족은 나의 많은 면을 노출하고 살기에, 나를 잘 이해해 줄 수 있지만, 그만큼 내게 쉽게 상처를 주기도 쉽다. 날 하늘 위로 솟구치게 하는 격려와 나를 절망의 늪으로 빠지게 하는 좌절의 카드를 가장 쉽게 건넬 수 있는 이가 가족이다. 가족 중 부부는 무촌이란 말처럼 가까운 사이이다. 편한해서, 이런 나라는 걸 알기에, '상대가 ... 해 주겠지.'라는 착각은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 하며 상대에게 많은 상처를 주고 상처를 준 사실마저 망각하게 한다.
말꼬리 잡는 많은 대화의 문제는 말의 겉뜻과 속뜻을 따로 주목해서 받아들이기 때문이라는 글을 읽은 기억이 난다. 서로 다른 코드를 보며 말하는 대화는 어긋날 수 밖에 없다. 그 어긋남은 서로를 무시하거나 화가나게 하고, 그 소소한 다툼이 쌓이고 풀리지 않아버리면, 성격차이라는 말로 헤어질 결심을 하게 된다.
많은 문제들이 말에서 시작되어, 말로 끝난다. 내 속 마음을, 그대로 전하기에 말솜씨가 뛰어난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기에 상대의 말을 잘 들어주는 능력과 배려하는 마음이 절실하다. 학교에서 가르쳐 주지 않는 부부간의 대화법, 하지만 세상을 헤쳐나가는 데 놓쳐서는 안 되는 비결이다. 가정이 화목해야 모든 일이 잘 이루어진다는 고사가 생각난다. 가정이 화목하려면 말을 잘 듣고, 말을 잘 해야 한다. 내키는데로 내 뱉는것이 아닌, 짜증이난다고 바로 쏘아붙이는 말이 아닌, 배려있는 말하기와 말의 여러가지 숨은 뜻, 그리고 나의 대답이 상대에게 어떻게 반응하는지, 이 책을 통해 해답의 실마리를 살짝 보았다.
# 무심코 말하기, 배려하여 말하기, 한국 부부의 말하기.
책은 별 뜻없이 자연스레 내 뱉는 말에서 나타나는 말들의 충돌과 그 원인을 1부 '무심코 말하기'에서 알려준다. '도와준다고?', '아까 내 말 안 들은거야?','내가 시간 내서 가 주면 됐지', '그것도 알아서 못 해?', '대체 당신 어머니는 왜 그래?', '제대로 하는 일이 뭐 있어?', '사회생활 좋아하시네.' 등 상대의 의도보다는 내게 받아들여지는 그 느낌을 중요시하는 말대답과,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말들이 부부에게 어떤 상처를 주고 까칠한 대답을 주게 되는지 알려주고 있다.
현상을 인식하고, 문제점을 발견하면 답은 찾아지기 마련이다. 부부간의 말하는 데 더 배려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아챈 것 만으로도 책을 읽지 않았을 때보다 더 마음이 성숙한 나를 발견하게 된다. 생각처럼 쉽게 자신이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대답을 했을 때 어떤 반응으로 상대에게 전달될 까 한 번 더 고민해 보면 조금 더 좋은 대답을 말하게 된다. 상황을 제시하고 4가지 정도의 예문을 들어주고, 실제 답변을 알려주는 센스 넘치는 배려하기 말하기의 예문들이 2부 배려하기 말하기에 담겨있다.
어렵지 않게 답을 찾을 수 있지만, 실제 상황에서 그렇게 말을 해 주기 힘든 건 인간은 늘 자기 중심에서 말하는 것이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생각을 조금 바꾸고, 배려하는 말씨를 기르다보면, 예쁘고 보석같은 말들이 입에서 나올 것이라 믿는다. 좋은 말은 좋은 관계를 만들고, 좋은 관계는 좋은 사람이 되게 한다.
결혼한 지 10년 가까이된 수미, 10년간 애들을 키우느라 자신을 시간을 갖지 못했다. 전부터 관심은 있었지만 해보지 못했던 부녀회 활동을 시작하게 된다. 어느 날이었다. 평소 즐겨듣는 라디오 방송에서 틈틈이 모든 돈으로 고아원가 양로원에 봉사를 하며 사는 여성의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수미는 사연을 듵고 남편에게 그 내용을 들려주면서 물었다.
아내 : 그 여자, 대단하지 않아? 봉사하는 거, 그거 쉽지 않을 텐데. 난 절대 그렇게 못할 것 같아.
남편 :
1. 당신도 그렇게 좀 해 봐
2. 참 대단한 여자네, 존경스러워
3. 그러기가 어디 쉽나? 그건 아주 특별한 경우일 거야.
4. 당신은 대신 다른 거 잘 할 수 있는 게 있을 거야.
아내가 어떤 일을 해 오고, 거기에 맞춰 어떻게 대답할지 생각해서 말을 해야 아내의 마음에 상처를 주지 않을 수 있다. 1-4번 까지 곰곰히 답을 생각해 보았지만, 적당한 답을 고르기 힘들었다. 실제 사례에서의 정답은 다음과 같다.
지난번에 부녀회에서 봉사 활동하는 거 보니까 당신도 잘 하던데, 뭘.
내가 보기엔 당신도 그 여자 못지 않아.
센스 넘치는 남편의 말, 상대의 경험을 들어가며, 상대의 존재를 인정해주고, 격려하는 말솜씨가 멋졌다. 물론 그때의 기분과 분위기 등 상황에 따라 적당한 대답은 달라져야 하기에 수학 문제처럼 정답인 답변은 없다. 하지만 배려하는 마음이 담긴 말은 들었을 때 바로 표가 난다.
# 한국 부부의 말하기를 통해 부모님 세대의 대화법을 배우다.
격동하는 산업화의 시대를 거쳐 정보화 사회에 들어섰다. 십년동안 바뀌지 않은 것이 없다는 말처럼, 세대간의 말하는 말씨도 그때의 사회관과 분위기에 따라 많이 달라지고 있다. 아버지이상의 세대들의 정감있는 부부간의 대화들이 3부 한국 부부의 말하기에 담겨있다. 남녀차별이 당연시되고 체면과 체통이 중요해서 말을 잘 드러내는 것이 달랐던 그때에 어떻게 마음을 어루어지는 말을 했는지를 살피면서 세대간의 간격도 조금은 좁아진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어디에서나 마음에 담긴 말은 마음을 어루만지고 몸을 건강히 만들어 살아가는 힘을 준다는 것을 배웠다.
"터놓고 말해요!!!" 쉽게 말하지만, 터놓고 말하기 힘든 세상이다. 다원화라는 미명아래 많은 가치들이 혼재되어 있고, 말장난 같은 교모한 말이 진지한 대화의 마음을 없애고, 우기며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는 관념이 현실에 통용된다. 또한 난 말을 잘 하지 못해라는 피해의식은 주장해야 할 때도 제대로 이야기하지 못하며, 마음속의 상처만 키우게 된다. 상대를 설득하는 말을 배우기 이전에 상대의 말을 감싸안는 말을 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다툼이 있더라도, 말로 서로의 마음을 어루만지다 보면, 더 좋은 결과로 바뀔 수 있다. 상대의 마음을 어루만지려면 내 마음이 따뜻하고 맑아야 한다. 조금의 피해도 용납하지 않는 자기밖에 모르는, 나뿐인 나쁜사람들이 줄어든다면, 상대의 비수같은 말을 반박자 늦게 마음을 진정시키고 반응하는 배려의 마음을 키운다면, 좋은 세상은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가 하라고 되는 문제가 아닌 예쁘게 말하는 법, 나부터 조금씩 말을 다듬어 나가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