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기 고대풍속사 - 고대사를 이해하는 즐거운 상상력
황근기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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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를 통해 현재를 살피고, 미래를 꿈꾸다.


  역사적 사료를 바탕이 되어, 현재적 관점에서 재구성한 이야기가 정겹다. 고구려 호동왕자와 낙랑공주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 뒤에 군악대가 그 당시에 얼마나 중요했는지 알 수 있었다. 또한 '북'이 조선시대의 '봉화'처럼, 국가의 위기 상황을 지키기 위해 사용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북'과 '봉화'를 거쳐 현대인에게 가장 중요한 보안수단은 '위성'을 이용한 레이더 탐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현재의 모습은 지금 내가 겪는 모습이기 때문에 잘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과거의 기록을 보다 보면, 현재와의 차이를 통해 예전에는 어떻게 이런 일들에 대해서 겪어 왔고, 어떤 과정을 통해 지금의 모습이 만들어 졌는지 조금 더 선명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앞으로의 모습도 조금씩 꿈꿀 수 있게 된다.  역사는 과거의 기록된 사실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현재와의 소통을 통해 다시 살아 숨쉬는 또 다른 이야기라고 믿는다.

 

# 인상적인 제목과 Tip으로 다가오는 심화적인 역사 정보,

    그리고 지금의 풍습이 어디에 뿌리를 두었는지 알게 되다.

 

   '무릎을 꿇는자가 미인을 얻는다' 고구려 왕도 거부할 수 없었던 '첫날 밤'의 통과의례를 통해서, 결혼을 하고 신혼여행을 한 뒤, 처가에서 하루 잠을 자고 돌아오는 풍습이 고구려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당시에는 오랜기간 처가에서 생활하다 돌아왔었는데, 지금은 하루 자고 오는 것으로 변하였다. 무심코 당연하다 생각하는 일들이 예전의 풍습에서 조금씩 변해져 내려왔다는 걸 알게 되었다.

  기동력과 전쟁에 중요한 '말'과 화살을 쏘는 궁사를 우대하는 정책을 통해 부국강병에 대한 열망도 알 수 있었다. 귀한 손님에게 자신의 첩과 아내를 대접할 만큼 강렬했던 신분상승의 욕망은 현대 사회에서 어떻게 변주되고 있는지도 살필 수 있었다. 한반도이지만, 신라와 백제의 남녀관계에 대한 시각이 달랐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같은 지역에 살지만 각 지역의 문화에 따라 개인의 삶의 많은 부분이 규정된다는 점을 다시 확인 할 수 있었다. 남녀관계와 '예'에 엄격했던 백제와 '무한히' 자유로웠던 신라, 그리고 성적 소수자이여서 역모와 반란이 그치지 않았던 혜공왕 이야기도 알 수 있었다.

  150여일 넘게 장례식을 치뤘던 풍습과 아직까지 제사 때 흰옷을 입는 풍습이 부여에서 내려왔다는 이야기와 '석탈해'의 왕이 되는 신라드림을 통해, 단일민족의 허상은 이미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는 것, 신라의 통일에 절대적으로 기여했던 '화랑'이 몰락해가는 과정을 통해, '토사구팽'과 현실의 흐름을 파악하지 못하면 도태될 수 밖에 없다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읽는 도중 얼굴을 붉게 했던 '옥문곡'과 '안압지에서 출토된 목제 남근'을 통해 남녀에 대한 시각과  그 당시의 애정행각도 살필 수 있었다.

# 지금 우리가 만들어 가는 풍습은 후세의 사람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춰질까?

 풍속의 예로 이어져 내려오기도 하고, 변주되기도 한다. 지금 우리가 지켜오는 풍습은 무엇이고, 새롭게 바꾸어 가는 풍습은 무엇인지 고민해 보게 되었다. 자랑스럽게 물려줄 수 있는 풍속과 부끄러워 우리 대에 끝내버려야 하는 풍속들을 통해 사람들 사이의 만들어진 풍속에 대해서 조금 더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즐겁고 유쾌하게 책을 읽고 나니, 상식이 쌓인다. 과거와 현재의 모습이 자연스레 비교된다. 미래의 모습도 살피게 된다. 재미있고 유쾌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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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세상을 움직이다
기획회의 편집부 엮음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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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권의 책에 스민 보이지 않는 정성을 기억하시나요?
 

  저녁이다. 식탁에 앉았다. 밥이 보인다. 반찬도 보인다. 한 알갱이의 쌀알을 만드기 위해 백 번의 농부의 손길이 거쳐서 쌀이 만들어진다고 아버지가 말씀하셨다. 한 알의 볍씨가 땅에 뿌리내려 1년의 세월의 거쳐 여러 사람들의 손을 거쳐 내게로 오는 과정이 눈에 보인다. 밥 한톨도 소중히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밥을 먹은 후, 책상에 앉았다. <책으로 세상을 움직이다>를 읽고 난 후 책 또한 많은 사람들의 정성과 노고가 배어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가끔 품질 불량의 쌀처럼, 나오지 않으면 더 좋았을 책도 존재한다. 농부의 정성이 가득 고여있듯이, 많은 책들은 편집자의 수고를 거쳐서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진다.

  왼편을 바라보았다. 책들이 책장에 꽂혀 있다. <책으로 세상을 움직이다>가 보인다.  좀 더 깊이있게 보기 위해 2년 전에 출간된 <책으로 세상을 편집하다>도 꽂혀있다. 책의 공저자인 편집자가 에피소드를 듣고 다시 찾게 된 <경성기담>, <책문>, <쾌도난마 한국 경제>, <서재 결혼시키기>등도 보인다.  한 권의 책이 여러 권의 책을  다시 보게 만들었다. 기획회의에서 나온 기획자 노트 릴레이가 나를 이렇게 만들었다.


 

# 땀과 노력, 아이디어와 기획이 결합되어 책이 만들어 진다.

  책과 함께 웃고 울고 깨닫는 그들의 책과 인생 이야기.


  저자의 힘만으로 책이 만들어지지 않는 다는 사실과 편집의 중요성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희미한 그림자처럼 잘 보이지 않던 편집자의 존재가, 책을 읽고난 뒤 선이 뚜렸한 큰 존재로 보인다.

 잡지인지 월간지인지 모르겠지만, <기획회의>에 연재된 편집자의 이야기가 30편씩 묶일 때마다 한 권의 책이 만들어졌다 한다. 처음 묶인 책이 <책으로 세상을 편집하다>이다. 책 뒤에 스며있는 편집자와 기획자의 노고가 눈에 선하게 드러났다. 각양각색의 개성 넘치는 편집자들이 책과 함께 부대끼며, 때론 출판계를 바라보며 외치는 갖가지 목소리가 담뿍 담겨있었다. 

  <책으로 세상을 편집하다>에는 61-90회까지 연재본이 담겨있다. 영업자 출신이거나 현직 영업자인 분이 절반이 넘는다고 서문에 적혀있다. <... 편집하다>에서 책의 철학에 대한 부분이 좀 더 많았다면, <... 움직이다>에서는 영업에 관한 이야기가 <.. 편집하다>에 비해서는 더 많았다. 하지만 책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담뿍 담겨있다.

  학문의 샘물과 같은 '인문학'의 이름을 빌어 책을 팔아먹으려고 하지말고, 샘물은 그냥 내버려 두라는 책에 관한 자신의 철학이 담긴 글도 보였고, 샨티북스라는 소통의 이야기가 넘치는 공존의 꿈을 가진 편집인의 글도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의 책에 얽힌 비하인드 이야기를 담뿍 내놓은 이도 있었고, 출판의 위기에 대해 개탄하며 이야기 하는 편집인도 있었다. 30가지 음식이 담긴 뷔페 식당처럼, 다양한 스타일의 개성넘치는 글들이 자신의 책과 출판세계와 편집에 대해 담겨 있었다.

 


# 가장 좋았던 건.. <책속의 책> 읽기.

  
  책을 만들며 얽힌 이야기들을 풀어내는 것을 읽다 보니, 소개된 책을 읽어보고 싶어졌다. 편집자의 정성이 담뿍 담겨있지만, 독자의 손길을 받지 못해 안타까워하는 책들은 읽어볼 목록에 담아두었다. <책으로 세상을 움직이다>를 통해 다시 꺼내든 <경성기담>, <쾌도난마 한국경제>, <수의 신비>, <책문>은 에피소드를 통해서 좀 더 책을 선명하게 볼 수 있었고, <퇴계와 고봉, 편지를 쓰다>는 아직 서가에서 내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베스트셀러를 좋아하지 않기에, <경성기담>이 그렇게 많이 팔렸는지 알지 못했다. 스토리텔링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고 했는데,  내겐 잘 지은 목차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책문>은 읽어 볼 기회가 생겼을 땐, 그다지 흥미를 느끼지 못했었는데,  이 책을 통해 소개글을 보고, 처음 임숙영의 글을 읽고 대담한 그의 문장에, 끌려 책을 다 읽게 되었다. 또한 같은 시리즈인 <책으로 세상을 편집하다>에서 나온 <서재 결혼 시키기>의 양장본에 추억을 읽고, 헌책방에서 구해봐야 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린비의 <리라이팅 클래식>이 어떻게 나오게 되었는지 과정의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한 권의 책이 다른 책을 읽게 하고, 그 책에서 또 다른 책을 소개받는 재미도 느낄 수 있었다. 
 

# 책을 사랑하는 이들의 애정을 듬뿍 느낄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


 
  기획노트 시리즈를 보며, 많이 팔기위해 끼워팔기와 사재기 등 어두운 출판업계의 현실을 개탄한 글도 볼 수 있었고, 자신의 책을 만들며 겪었던 우여곡절의 이야기와 안타까운 현실을 토로하는 글도 느낄 수 있었다. 베스트셀러의 힘을 전혀 무시하는 내겐 그다지 크게 와닿지 않았지만, 많이 노출된 책이 사람들의 대화의 소재가 되고, 소재가 되어 다시 그 책이 많이 팔리게 된다면, 거대한 출판사나 자본의 힘이 강하고 조금의 비겁함을 눈감는 이들에 의해 출판계가 욕을 얻어먹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미꾸라지 한 두 마리가 냇물을 어지럽힌다. 한 두명의 비겁한 사람들도 있지만, 묵묵히 자신의 삶의 철학을 더해가며, 정성을 담은 책들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 짧게는 6개월 길게는 2-3년, 시기를 놓치거나 출판사 사정에 의해, ISBN을 받지 못하고 사장된 책들도 존재한다. 책으로 밥벌이를 하기에 책을 많이 팔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들 역시 책에 대한 애정이 가득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많이 팔리지 않을 책이다. 책을 읽는 것만 좋아하거나 책에 의미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에겐 권하고 싶지 않다.  '책', 그 자신을, 책의 뒷모습도 좋아하는 이에게 살짝 건네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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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재테크 교과서 - 재테크에 관한 모든 지식
김영호 지음 / 이레미디어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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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재테크.

 
  이자를 많이 주던 시대에는 저축만 열심히 하면, 풍족하게 살 수 있었다고 한다. 70-80년대 경제호황의 시대라고 할까? 어렸을 땐, 재테크라곤 저축밖에 몰랐다. 지금은 저금리시대이다. 정기예금이나 적금으로 기대하는 것보다 주식이나 채권, 리츠 등등 시장의 흐름을 파악하고, 여러가지 재산을 관리하는 기술을 배워야 생존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학교에서 가르쳐 주지 않지만 사회생활을 하는 데 필요한 3가지를 꼽으라면, 재테크, 연애기술, 인간관계술이라 생각한다. 그중에서도 재테크는 생존과 관련이 있을만큼 중요하다. 웃는 소리로 로또 한 번만 당첨되면 인생이 역전된다고 하지만, 진짜 부자들은 로또의 1등 수익금 정도를 현금으로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서민들의 짜투리들을 뽑아내어 주최측에서 10프로 가져가고 50프로는 세금으로 떼고 나머지 수익을 가지고 나눠먹기를 하는 로또는 서민들 등꼴을 뽑아 이로워진다는 점에서, 또한 아무런 준비 없이 큰 돈을 갖게 되어 도리어 화를 좌초하게 된다. 

  요행을 바라지 않고, 내가 가진 범위 내에서 재무설계를 하려면 재산을 다루는 여러가지 증식 방법을 익혀야 한다. 대한민국 재테크 교과서라는 이름이 좋았다. 교과서처럼 가장 기초적이면서 기본적인 내용이 담겨있을 것 같아 두근거렸다.


# 교과서의 장점, 어려운 경제 개념을 쉽게 이해하게 한다.


  재무좌표 설정에서부터, 입출금통장 관리하는 법을 시작으로 해서, 조기사망과 장수위험에서 살아남는 법, 그리고 목돈을 만드는 방법과 주식, 펀드, 리츠, ELS, 주택마련까지 여러가지 재테크를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조금씩 기초적인 개념을 익힐 수 있게 소개되어 있다. 수학책으로 비유하자면, 기초적인 정의와 공식이 나와있는 책이라고 할까? 숫자와 어려운 용어가 난무하는 경제 용어를 친숙하게 다가오게 하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처음 자신의 재무설계를 돌이켜 보는데에서부터, 보증과 대출 등 금융으로 겪기 쉬운 예민한 문제와 분양가 가점제와 청약가점제에 대해서 쉽게 설명되어 있어, 경제에 문외한인 내겐 유용하게 기본지식을 읽일 수 있어 좋았다.


# 교과서의 한계. 응용이 힘들다.


  수능 만점을 맞은 학생들이 교과서만 공부해서 만점맞았어요라는 말을 했을 때 가슴이 울컥 했었다. 교과서는 말 그대로 정의와 기초적인 문제만 소개되어 있어 응용하는 문제는 소개가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책의 내용만 가지고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시장상황에서 걸맞은 재무설계를 하기에는 10프로 부족한 무언가가 보였다. 책을 숙지한다고 해서 재무설계가 바로 되지는 않는다고 할까? 이런 재테크 기법이 있으니, 투작하고 싶다면 조금 더 깊이있게 공부해 보세요라고 자신을 독려하기에는 적합하지만, 이것만 있으면 재테크는 끝! 이런 책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쉽게 말해 재테크 종합 선물 세트라고 할까? 과자 종합세트를 처음 보고 먹는 이에게는 여러가지를 골라서 먹는 흥미와 재미를 준다. 하지만 하나의 편향된 과자를 좋아하는 이에게는 여러가지 살짝 맛만 볼만큼만 있어 양에 차지 않는다. 종합 선물 세트를 선물받은 느낌으로, 가벼운 마음으로 본다면 의외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재테크에 '재'도 모르는 내겐, 다양한 경제상품을 알 수 있는 견문을 넓혀준 책이었다. 각 파트별로 짧막하게 제시하는 팁 역시 초보인 내게 유용하고 알찼다. 저자의 책을 기본으로 하여, 내게 맞는 재무설계와 제태크 방법을 찾아보기로 다짐하였다. 지켜줘야 할 사람이 하나 씩 늘어나고, 돈이 많아서도, 돈이 적어서도 안된다는 사실이 피부에 와 닿는다. 많은 돈이 들어오더라도 흥청망청 쓰지 않고, 적절한게 재산을 유지 혹은 불릴 수 있게 재테크 준비를 해야 겠다. 재산이 많아야 재테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재산이 없는 시기에 미리미리 재테크를 해야 한다고 믿는다. 

  경마와 노름처럼 한 방에 대역전 하려 하지 않고, 시장의 흐름과 위험을 대비하는 요령까지 파악해서 신중하게 조금씩 투자하는 법을 배운다면,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고, 내가 하고 픈 일을 할 수 있을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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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북 - 젊은 독서가의 초상
마이클 더다 지음, 이종인 옮김 / 을유문화사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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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을 자면 꿈을 꾸지만, 책을 읽으면 꿈을 이룬다.


  '잠을 자면 꿈을 꾸지만, 책을 읽으면 꿈을 이룬다', 도서관 어항 앞에 붙어있는 표어이다. 누군가의 자서전을 읽는 일은 내게 매력적이지 않다. 왠지 자서전은 뭔가 이룬 사람들의 성과처럼 보여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책'에 빠져 책와 함께한 그의 청년시절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을 동경하는 내게 호기심을 가져다 주었다. 그리고 책을 통해 꿈을 이룬 그이기에 더욱 끌린다.

  어머니 무릎에 머리를 베고, 들려오는 책 읽는 소리와 아버지가 불러주웠던 동요와 노래들에서 더다 가문의 책읽기는 시작되었다. 풍족하지 않는 살림에서 생활의 어려움을 벗어나기 위해 애쓴 경품행사 이야기와 A만 많이 있는 백과사전을 활용한 과제 해결, 험난한 육체노동을 마치고, 삶의 고뇌를 안고 돌아온 아버지에게 느끼는 공포, 바람난 소년이지만 방탕한 소년은 아니라고 자부한 길밖의 여행 등 풍족하지 않는 삶과 책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지루하지 않게 자연스레 이어진다. 

  질풍노도의 시기에 문법 선생님에게 반항했던 도구도 책이였고, <그레이트 북스> 1질을 얻기 위해 호언장담하고 실천한 이야기, 미국의 매력적인 토론수업과 학교 대표로 나서 생활한 학생정부에서 아이들에게 술과 음란서적 대여를 한 그의 에피소드는 망설임 없이 다음 장을 넘기게 했다.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고 연애를 결심하고, 키스와 여자친구를 사귀었던 이야기는 생각보다 재미가 없었지만, 철근 아르바이트를 통해, 아버지의 일을 경험하며 아버지를 이해하게 되는 모습은 조금씩 성장하는 성장소설을 보는 느낌이었다.

 


# 21가지 꼭지를 통해 자신을 드러내는 능력. 그 필력이 부럽다. 

  많은 책의 목록을 선물로 받다. 기쁘다.
 

  나는 책을 통해서 어떻게 나를 드러낼 수 있을까? 길지도 짧지도 않는 삶을 21가지의 꼭지를 통해 유년시절부터 대학시절까지 차근차근 살펴나가는 그의 필력이 부러웠다. 그 필력의 내공에는 어려서부터 꾸준히 읽고 사고하고 학습한 꾸준한 책과 함께 한 시간들이 있었다는 점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당신이 읽은 책을 알려주세요. 그럼 당신이 누군인지 말해주겠어요"라고 이야기한 명언이 생각이 났다. 그가 읽었던 책들, 그가 이야기한 글을 읽으면서 얼굴을 보지 않고도 한 명의 인격과 만난 느낌이 놀랍고 새롭다.
  
  가장 좋았던 건 <<책속의 책>> 여행을 할 수 있을 만큼 가득한 책의 목록이었다. 유년시절부터 대학시절까지 읽은 그의 책의 양은 상상을 넘어선다. 많은 책의 목록을 다 읽지 못하겠지만, 그가 최고로 손꼽았던 <월든>, <데일 카네기....책>, <1984>, <공산당 선언> 을 먼저 읽은 뒤, 겹치는 부분도 있는 대학시절에 에세이로 쓴 책 <그리스인 조르바>, <오디세이아>, <위축된 아틀라스>, <어둠의 심연>, <월든>을 을 읽고 싶다. 그 후에 <죄와 벌>, <불후의 명시들>, <몽테크리스토 백작>, <격정을 멈추고 삶을 살아나가는 방법>까지 하나씩 따라 읽으며, 내 삶의 독서의 두께는 두텁게, 깊이는 더 넓혀야 겠다. 

  저자처럼 좀더 책을 많이 읽게 된다면, 내 삶에 조금의 변화를 준 책들을 하나씩 꼽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욕심도 생겼다. 도전할 수 있는 목표가 생긴다는 건 즐거운 일이다. 단시간에 이루어질 수 없기에 더 행복하다. 저자의 목록에 소개된 책 중 내가 읽은 책이 많지 않다. 앞으로 읽어볼 많은 목록을 선물받았다. 다 읽을 순 없겠지만, 놓치지 않고 조금씩 읽다보면, 생을 마감하기 전에는 나 역시 나만의 책을 쓸 분량의 글을 완성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해 보았다. 상상만으로도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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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로콩밭에서 붙잡아서 - 제10회 소설 스바루 신인상 수상작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15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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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적이 드문, '우시아나' 관광지 만들기 프로젝트 

  총 인구 300명에 인적이 드문 마을 '우시아나'. 너무 외진 곳이라 말도 통하지 않는다. 도쿄에서 대학을 나왔다는 이유와 나이가 젊다는 이유로 신이치가 마을 회장이 역임하고 있다. 인구가 급속하게 빠지는 과소마을이라 신사를 모시는 일을 해야하지만 목수와 수선일을 하는 청년, 여자를 밝히는 순진 총각 사토루 등의 마을 청년들이 곧 망하기 일보 직전의 유니버셜 대행사의 스기야마와 이시이 등이 근무하는 광고 대행사에 마을의 홍보를 의뢰한다. 

  실제 마을에 도착하기 전에 구상했던, 아이디어는 모두 불가능해지고, 한 시대를 풍미했던 공룡이 호수에 나타났다는 거짓정보를 통해 마을을 홍보하기로 결정한다. 순박한 마을을 사람들로 가득차게 하고 싶은 소망은 어떻게 이룰 수 있을까? 상식을 넘어서는 캐릭터들의 행동이 절묘하게 얽히면서 재미있는 소설으로 완성되었다.


# 엉뚱하고 똑똑하지 않은 재미난 캐릭터들에 한바탕 웃다
  

  똑똑하고 지능적인 인물들이 펼치는 두뇌와 심리게임은 '멋지다'는 탄성이 나온다. 공감은 가지 않는다. 순박하고 조금은 어설픈 사람들이 좌충우돌 벌이는 이야기는 정겨움을 담고 있어 마음에 들었다. 광고 기획을 총괄하지만, 술만 마시면 다른 모습으로 변하는 스기야마, '순진'하지만 '색'을 밝히는 사토루, 필리핀 아내를 얻기 위해 했던 거짓말을 지키기 위해 '온천장'을 '호텔'로 바꾸려 했던 '신이치'의 모습에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시골에서 올라온 오랬만에 만난 동창을 주저없이 거절하는 비열하고 무정한 신이치의 친구와 실력은 빼어나지만 고객의 '필요'를 만족시킬 줄 모르는 '무라사키'의 모습에서 시골청년의 순박한 모습과 대비되는 냉정한 도시인의 모습과 마냥 웃을 수 없는 등장인물도 만났다.


# 재미나지만, 마냥 웃을 수 밖에 없는 농촌의 풍경.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다. 여러 사람이 모여 함께 살기를 꿈꾼다. 인구가 너무 많으면 사람의 가치가 떨어지고, 사람이 너무 없으면, 자급자족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조금씩 청년이 줄고 어르신만 남겨지는 '우시아나'의 모습은 한국의 농촌의 모습과 크게 달라보이지 않아, 마냥 웃을 수가 없었다. '공룡'이나 '희귀동물'등 세간에 주목받지 않는 대상이 없더라도, 농촌은 우리에게 중요하다. 땅에서 나는 물자는 인간을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이 떠올랐다.
 
  어리숙해 보이던 '신이치'가 온천 사업을 접고, '자기 집 마당에서 찾을 수 없는 것은 어디를 간다 한들 찾을 수 없다'며 '오로로 콩밭'을 이용해서 '파라다이스 팜 농장'을 만든 요시다의 센스에 놀라게 되었다. 친환경 또는 유기농업이 아니더라도, 지금 맛있는 음식과 농산물, 수산물에 서려있는 소중함에 대해서 고민해 보게 되었다. 

  한 편의 광고를 만들기 위해 만들어지는 과정이 목차로 담겨있고 실제 광고는 그 내용과 전혀 관계없이 이루어진다. 별나라에 온 듯한 푸른 빛 감도는 예쁜 표지는 일차적으로 관심을 끈다. 한 번 눈에 띄고 사라져 버리는 순간적인 매력이 아닌, 꾸준한 관심을 주어야 할 것을 쉽게 잊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에 가슴 아련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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