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순간 바람이 되어라 1 - 제자리로!
사토 다카코 지음, 이규원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 읽고 나면 마음까지 한 껏 성장한 듯한 성장소설을 만나다.


  무대는 일본의 고등학교 육상부. 촉망받는 축구선수인 형 겐짱을 우상으로 생각하고 컴플렉스를 가지고 있는 시로는 형을 따라 축구부에 들어가 축구를 하지만 달리는 속도가 빠른 것 이후로는 신통치 않다.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어렸을 적에 함께 뛰놀았던 친구 시치노이 렌을 만나게 되고, 렌이 중학시절에 육상부를 했다가 좋은 성적을 내고 그만두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하루노다이 고교 육상부에 입학하면서 렌의 뛰어난 실력를 보며 육상부의 가입을 권하게 되고, 자신도 함께 달리고 싶은 마음에 육상부에 가입한다. 중학교 시절에도 꾸준히 연습을 하던 꾸준함이 장기인 시로와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지만 체력이 약한 자유분방한 렌은 육상부에 가입하면서 400m 릴레이 계주에 참여하게 된다.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고등학교 3학년 마지막 대회까지, 육상부 내의 다양한 부원들과 함께 웃고, 울며 한층 더 성장한 모습이 되어간다.

  읽기 전에 3권이라, 뒷심이 약해져 마지막에 흐지부지 않을까 미리 걱정을 했었다. 읽다 보니,어느새 책이 끝나버렸다. 페이지가 넘어가는 줄도 모르고, 그들의 순수함과 치열함, 애틋함에 빠지다 보니, 남아있는 건 생생한 감동뿐이었다. 아직 마음이 어려 더 생생하게 느껴졌을까? 고민과 상처, 치유까지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있어 좋았다.

# 치밀한 준비과정과 짜임새 강한 구성이 책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한다.

  책을 읽기 전까지는 육상부에 대해 알지 못했다. 지구- 현 - 관동 - 인터하이로 올라가는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치밀하게 준비하지만 모두가 윗 경기에 올라갈 수 없다. 재능과 노력, 그리고 각 육상부의 상황에 맞는 전략이 잘 어우러져 경기 대진표가 짜여지게 되고, 승부에 따라 승자와 패자가 존재하게 된다.

  흥미진진함을 놓치지 않게 하는 짜임새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주인공이 어려움을 통해 조금씩 발전해 가는 모습이 가장 큰 줄기이지만, 주변 인물들 각자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는 모습들도 배려있게 묘사해 주는 모습이 너무 좋았다. 특별한 재능과 큰 성과를 지닌 이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만, 주변에서 묵묵히 자신의 재능내에서 최선을 다해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그에 못지 않게 아름답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꾸준함과 자신의 천부적 재능을 천천히 끌어올리는 시로의 모습도 좋았고, 시로의 성장을 도와주며 체력을 꾸준히 기르는 렌의 모습도 좋았다. "최상의 컨디션을 만들어 마음껏 달려"라고 말해주며 성패에 상관없이 든든히 힘을 실어주는 미와 선생의 모습도 멋졌다. 릴레이 계주에 자신이 나가야 성과가 좋아져 부상을 겪었지만 무리하려는 렌의 모습과, 자신이 무리했던 경험으로 다시는 운동경기를 하지 못했던 결과로 결코 제자들에게 같은 길을 가지 못하게 막는 미와선생의 대립에서, 아쉬운 마음을 감추고 3학년 마지막 대회의 욕심을 거두는 선배들의 모습까지 처음 읽었을 때 최고의 결과가 아니라 마음이 아팠지만, 돌이켜보니, 늘 최선일 수 없다는 것, 자기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 등 살아가면서 알아두면 좋을 무언가를 가득 얻은 기분이 들었다.

 
# 단체생활이기 때문에 겪어야 하는 트러블, 그리고 서로를 높여주는 멋진 우정


  모두가 내 맘 같지 않다. 특히 단체 생활일 때는 규율이라는 것도 있기에 내 마음껏 할 수는 없다. 단체 생활을 통해 나타날 수 있는 트러블과 곤란함, 그리고 그것을 해결해 가는 모습도 살필 수 있었다. 마치 삶의 작은 축소판을 본 느낌이라고 할까. 고등학교 육상부이기에 계략과 음모가 없었지만, 갈등과 삶의 긴장감등이 한껏 배어 있어 치열한 삶을 보는듯한 느낌이었다.

  가장 좋았던 건 서로를 높여주는 시로와 렌의 멋진 관계였다. 닮고 싶은 존재와 함께 생활할 수 있는 건 삶에서 가장 큰 축복이라 생각한다. "난 네가 못나보이는 게 싫어","그게 죽도록 싫단 말이야." "도망치치마, 그게 제일 보기 싫어"라며 렌의 무단외출을 찾으러 갔다 울어버린 시로의 모습도, "네가 있어 뛰는 거야"라며 시로와 함께 뜀박질 하고 싶어서 육상부에 들어왔다는 렌. 서로를 격려하며 함께 성장하는 모습이 참 좋았다.


# 마음이 자라고 싶은 이에게 살짝 건네주고 싶은 책.

 
  성장소설, 육상부, 스포츠 소설, 고등학생. 4가지 모두 내게 익숙하지 않은 분야이다. 소설의 이야기의 흥미를 통해 빠지기 시작한 후, 끝까지 책을 놓칠 수 없었다. 비슷한 릴레이 달리기를 소재로 하지만, 분위기는 달랐던 <바람이 불고 있다>와 또 다른 느낌이다. 마음이 자라고 싶은 이에게 살짝 건네주고 싶은 책이다.

  모두에게 환영받는 책이 존재할까 하는 생각을 해 보곤 한다. 모두에게 일치된 마음이 무엇인지 모르기에 그런 책을 알지 못한다. 내 느낌에, 내 기분에 좋았던 책을 꼽을 뿐이다. 읽고 좋았다. 그 뿐이다. 내게 좋았던 책은 두 권을 사서 지인에게 선물을 한다. 보내고 싶은 지인이 생각났다. 선물 할 수 있는 책을 만났다.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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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 속의 삶과 욕망
박희숙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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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 삶은 변화를 꿈꾸게 하고, 더 나은 무언가를 원하게 만든다.

 
   산다는 건 무얼까? 추상적인 질문을 싫어하지만, 가끔 삶의 의미에 대해서 고민해 보곤 한다. 정답이 없기에, 답을 찾는게 어렵다. 조금 생각을 바꾸면, 정답이 없기에 스스로에게 납득할 수 있다면 그것이 정답이 된다고 믿는다. 그림을 통해서 삶의 흔적과 마음이 원하고 갈망하는 마음의 갈피를 잡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문자가 만들어지기 이전부터 전해온 그림의 흔적 속에서 무언가를 찾을지도 모른다. 미술을 좋아하지 않기에 그림은 나와 어울리지 않다 생각했기에, 이제껏 미술관에서 그림을 보아도 눈으로 그림을 보았을 뿐, 무언가 사고하는 건 쉽지 않았다. 갈대처럼 바람결에 흔들리는 마음과 마음을 움직이는 그림에서 무언가를 발견하고 싶은 마음에 책을 꺼내들었다.


# 각양각색의 그림들을 보다. 친절한 설명으로, 그림에 대해 한껏 다가서다.

  첫 시작부터 충격적이다. 미지의 성을 테마로 서 있는 벌거벗은 검은 머리의 소녀와 사춘기의 그림이 보인다. 사춘기의 어른의 세계에 호기심으로 다가가고 싶은 마음이 담긴 미지의 성에 대한 마음이 호기심과 두려움이라는 두가지 주제에 걸맞은 그림을 보여주고, 이해하기 쉽게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하나의 주제에 대한 두가지 관점, 그리고 그에 걸맞은 그림을 통해, 생의 여러가지 욕망과 모습들을 두 가지 시선에서 바라보게 된다.

  한가지 관점에서 바라보던 시선이 새로운 관점을 통해 서로 부딪치면서 나만의 생각을 찾아 나아가고, 저자의 이야기 관점과 다른 생각들을 찾아내면서 조금 더 그림에 대한 친숙함을 찾아나선다. 뭔가 많이 알고 대단한 사람들만 그림을 접하고, 그림을 대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마음은 조금씩 작아진다. 그림을 그린 화가의 당시의 상황을 알려주는 짧은 설명을 통해 그 당시의 풍경을 그려보고, 차이를 통해 지금의 현재의 모습도 살피게 된다.

 # 삶에 대한 다양한 욕망을 보며, 지금의 삶의 의욕을 느끼다.


  그림은 도덕을 뛰어넘는다. 은밀한 욕망에서, 허락되지 않는 사랑, 도박, 여성의 정체성, 거울 보는 남과 여 등 다양한 욕망의 뒷태를 보고, 지금 현재의 무덤덤한 생활속의 활기를 느끼게 된다. <프루스트를 좋아하세요>라는 책에서 생의 마지막 순간에 무엇을 하겠느냐는 질문에 프루스트가 종말을 통해 하루 하루의 삶의 활력을 느낀다는 글을 본 기억이 난다. 하루 하루 지겨운 일상이, 내일은 없다는 상황을 통해서 현재의 다시 돌아보게 한다는, 그래서 내일이 있었을 때 미루었던 많은 일들을 도전하게 한다는 말에 머리로는 공감을 했지만, 가슴으로는 쉽게 다가오지 않았다.

   오히려 다양한 마음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그림과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현재의 삶이 지루하기 않고 다양한 모습으로 느껴졌다. 지루하고 지리한 일상이 다른 시선으로 삶을 바라봄으로써 더욱 생기있고 활기찬 느낌이 들었다. 하루하루 내게 일어나는 마음을 잘 살피고 싶다는 마음과 예쁜 그림속에 담겨진 여러가지 의미와 다양한 그림을 통해 많은 화가가 존재한다는 것과 그만큼 많은 그림들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 조금 더 그림과 친숙해지는 느낌, 말로 적확하게 표현하게 어렵지만, 지적 호기심과 그림에 대한 친근감이 생겼다. 마음씨 좋은 친구가 옆에서 속삭여주는 느낌이라 할까. 한번 보고, 다시 보고, 되새겨 볼 때마다 도판의 그림들이 다양하게 느껴진다. 그 다채로운 느낌이 좋았다.


# 욕망의 숨결과 삶의 철학, 그림을 함께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


   마음이 움직이는 것을 감동이라 한다면, 마음이 요구하는 것을 욕망이라 하고 싶다.
원하고 바라는 많은 것들이 그림에 어떻게 담겨 있는지, 내 마음 어딘가에 놓여 있는지 찾아 볼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익숙하지 않은 그림은 재미난 이야기를 통해, 어쩌다 발견한 그림은 주제와 생각을 비교해 보면서 읽게 되었다. 제목이 정확한지 모르겠지만 조용진 교수의 <서양화 읽는 법>을 통해 중세의 화가들은 그림안에 상징을 넣어 그림을 읽는 의미를 강조했다는 이야기만 알던 내게, 테마를 통해 두 개의 그림을 살피는 건 또다른 지적 충격이었다. 미술에 문외한 이어서 그런가 보다.

  미숙한 내게 새로움을 알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책을 읽는 시간이 아깝지 않았다. 그것으로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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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치 쉽게 하기 - 인체 드로잉 - 그림 그리는 즐거움을 배운다! 스케치 쉽게 하기 1
김충원 지음 / 진선아트북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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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 시작의 첫 발자국은 두려움의 크기를 줄이는 데서 시작한다.

 
  아름다운 풍경이 보인다. 카메라를 꺼내 사진을 찍는다. 그리고 마음이 통하는 이와 함께 다시 보기를 원한다. 함께 있고 싶은 사람, 닮고 싶은 사람을 보면 그림으로 그의 모습을 드로잉하고 싶다. 그의 아름다운 모습을 흔적으로 남기고 싶은 마음에, 그의 모습을 오래 들여다 보고 싶다. 크게 용기를 내어 스케치북을 산다. 연필도 준비한다. 그의 모습을 천천히 스케치 해 본다. 10분이 지났을까, 그의 모습이 아닌 내 마음속의 헝클어진 마음이 배인 그림이 보인다. 찢어 버린다. 다시 그림을 그리려 하지만, 겁이 난다.

  시작의 첫 발자국은 두려움의 크기를 줄이는 데서 시작한다. 다른 사람이 '서툰 내 그림을 보고 비웃으면 어떻하지?' 하는 불안감, '내가 잘 할 수 있을까?'하는 자신감 결여, 이제까지 미리 포기했는데, 과연 잘 될까 하는 의기소침 등이 뒤에서 발목을 잡고 놔주질 않는다. 그 불안감과 초조함을 버리고, 소질이 있어 잘 그리는 것이 아니라, 많이 그리다 보니 그림을 그리는 안목에 눈에 떴을꺼야, 상 받으려고 그리는 것도 아닌데, 마음편하게 시작하자고 스스로를 다독여 본다.

  "지난 20여 년 동안 어린이와 대학생들에게 드로잉을 가르치면서 제가 깨달은 분명한 사실은 타고난 소질과 관계없이 그림을 그리는 즐거움은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촉복이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테크닉 또한 누구나 배울 수 있다는 것입니다." 라는 시작머리의 저자의 글이 좋았다. 초등학교, 중학교를 다니면서, 미술시간에 그림을 그리고 미술선생님에 의해 평가받아 위축된 마음이 한결 나아졌다. 그래, 누구나 그릴 수 있는 건데, 편하게 자주 그리다 보면, 멋진 그림은 아니지만, 내가 좋아하는 이의 모습을 간직할 수 있는 만큼은 그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자신감과 그리고 싶은 욕심이 생겨났다.


# 좋은 그림을 보며 안목을 기르고, 잘못된 그림을 통해 자신을 발전시키기.

  
  끊임없는 실수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기. 시간이 지날수록 경험과 센스가 늘어나며 발전하듯이, 단시간에 잘 그리겠다는 마음을 버리고, 서툰 내 그림을 많이 살펴볼수록 그림솜씨가 더 발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유년시절에 놓쳤던 실수는 잘 그리지 못한다는 자괴감과 창피함에 서툰 그림을 다시 보려하지 않고 내 스스로 많은 걸 포기했기 때문이었다. 이 책은 이미 알고는 있지만,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내게 가장 가까운데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사소하지만, 변화의 시작점을 제시하였다.

   또한, 인체 드로잉을 그리는 4가지 비결을 통해 내가 자주 범하는 실수를 발견하게 되었다. 스트로크부터 형체, 뼈대 그리기 순으로 조금씩 드로잉하는 기법을 배우고, 함께 달린 연습장을 통해 바로바로 실습할 수 있어서 좋았다.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표로 시작했던 드로잉실습이, 조금씩 조금씩 '나도 해 낼 수 있어!' 라는 '!'로 찍어가는 느낌표로 되어가는 순간 기분이 너무 좋았다.


# 서두르지 않는다면...


  그림을 처음 시직하는 초보자가 마음 편하게 시작하기 좋은 책이다. 미술에 아무것도 모르는 문외한인 내게 이 책은 첫걸음을 내딛을 수 있게 하는 자신감을 전해 주었다. 꾸준히 스케치북을 가지고 다니라는 저자의 말을 마음에 품었다. 그리는 것을 두려워 하지 않고, 꾸준히 일러준 사항들을 체크하다보면, 언젠간 내가 좋아하고 닮고 싶은 이의 모습을 담아낼 수 있을거라 믿는다.

   '서두르지 말기', 드로잉에 국한되는 이야기만은 아니라 생각한다. 변화에 대한 공포심을 덜어내고, 성과를 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는 법을 배웠다. 낯선 일을 시작하거나, 무언가 새로 배워야 할 때 생기는 초조함과 편견들을 버리는 일은 큰 힘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배웠다. 하지만 몸소 실천하기는 결코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일단 시작하고,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드로잉에 첫 발걸음을 했다. 일단 시작을 했으니, 조금씩 꾸준히 지금 이 기분을 잊지 않고 도전해 가야겠다. '화이팅!!', 내게 주는 응원의 메시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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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하광인 - 상 - 백탑파白塔派, 그 세 번째 이야기 백탑파 시리즈 3
김탁환 지음 / 민음사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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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 손꼽아 기다렸던 백탑파 3부작의 마지막. <열하광인>!


   18세기, 영조와 정조의 치세시절에, 서울 종로의 백탑이 있던 자리에, 뜻이 맞는 선비들끼리 적자와 서자, 양반과 상민등의 시대의 제약을 뛰어넘어, 시와 글, 재능 등을 주고 받으며 우정을 나누었다. 그들이 모인 곳이 백탑이였기에 사람들은 그들을 백탑파라 불렀다.  

  백탑파 시리즈는 추리소설의 형식으로 그 당시의 삶을 살피고, 변화와 개혁을 꿈꾸었던 그들의 모습을 담아내고, 그 당시의 폐습을 들춰냈다. 1부 <방각살인 - 방각본 살인사건>에서는 매설가 청운몽의 죽음을 통해, 그 당시 유행했던 소설의 인기와 연쇄살인사건을 시원하게 풀어내는 꽃에 미친 사나이 화광 김진이 매력적으로 등장했었다. 2부 <열녀비록 - 열녀문의 비밀>에서는 가문의 명예를 위해 과부에게 자살을 강요했던, 모순적인 사회적 분위기와 오래된 육방들이 지방유지들과 결탁해서 새로온 부임사또를 어떻게 곤혹스럽게 했는지와 상공업의 진흥을 살폈던 도전까지 그 당시에 일어난 상황을 엿볼 수 있었다. 

    <서러워라 잊혀진다는 것은>을 통해 김탁환이란 작가에 빠져들었고, 삽시간에 백탑파 시리즈 1, 2부를 읽고  3부가 나올때까지 1년을 기다렸다. 기다리고 고대하던 백탑파 시리즈의 마지막을 끝맺음하는 이야기거리는 문체반정이라 부르는, 정조와 백탑 서생의 대립을 가져온 <열하일기>였다.


# 거부할 수 없는 유혹, 금서 <열하일기>를 둘러싼 살인 사건들..

 
  마음에 못된 생각이 스며있기 때문일까?  하지 말아야 한다는 걸 논리로 수긍하더라도, 누군가가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어진다. 금기의 유혹은 거스르기 쉽지 않다. 거기에 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명백하지 않다면, 왠지 더 도전하고 싶어진다. 

  다윈의 <종의 기원>과 <이기적 유전자>가 엄청난 논란과 이야기 거리를 만들었다고 한다면, <열하일기>는 성리학이라는 돋보기로 세상을 바라보던 조선의 선비들에게, 다초첨 렌즈가 끼워진 안경처럼, 세상을 새롭게 보게 만들어준 시대를 흔들었던 책이었다. 대설을 좋아하고 소품을 경시했던 정조는, <열하일기>를 금서로 지정하고, 열하일기에 나오는 소품체를 쓴 사람들에게 벌을 주고, 성리학의 틀에 맞춘 문체를 쓰는 이는 중용함으로써, 선비들에게 <소품>에서 벗어나게 하려 애쓴다.

  목숨을 버릴수도 있는 위험한 책, <열하일기>를 읽고픈 이들이 모여 <열하광>이라는 모임이 만들어졌다.  매설에 미친, 주인공 이명방과 그와 운우지정을 나눈 명은주, 역관의 일을 하는 조명수, 스님이었던 덕천대사, 책에 미친 홍인태와 이덕무까지 6명이 모여, 열하를 읽으며 새롭게 변화하는 청나라의 모습을 살피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열하광>의 모임의 장소가 의금부에 들키게 되고, 조명수의 죽음을 시작으로 해서, 덕천대사, 홍인태, 이덕무, 명은주까지 그들을 향한 죽음의 그림자는 짙게 드리워지게 된다. 그 와중에 박제가와 박지원에게 내렸던 자송문의 이야기와 냉정해진 정조의 모습을 볼 수 있고, 이명방은 살인자를 잡기는 커녕 도리어 살인자로 오인받은  위기의 순간에 빠지게 된다. 김진의 도움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오해했던 마음도 풀고, 결국 범인도 잡게 되지만, 한 권의 책으로 그의 일생은 불행해졌다.

  

#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슬픈 두 가지 사실.

  정조는 백탑파가 아닌 왕이었다. 역사적 사실과 소설에 담긴 팩션은 다르다.

  수많은 책을 통한 고증과 연구자료의 정리를 통해, 캐릭터의 특색을 잡아내고, 그 당시에 있던 사건들을 잘 짜맞추어 매력적인 책 한 권이 탄생했다. 두 권의 책을 담기 위해 쏟았던 작가의 오랜 노력의 흔적을 볼 수 있고 정성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정성이 담긴 책이 모두 인기를 얻지는 못하지만, 재미와 충분한 연구의 알갱이를 녹여낸 작품이 많은 이들의 손길에 닿기를 바라는 마음이 자연스레 생긴다.

  연작 시리즈로서 아쉬웠던건, 연쇄살인과 위기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 지나치게 강했기 때문이었을까? <방각살인>과 <열녀비록>에 담긴 정의롭고 충성스럽던 이명방의 멋진 모습에 젖어있던 내겐, 자신의 생명이 위태롭기에 사랑하는 이를 범인으로 오인하는 모습과 살인 사건이 벌어졌는데, 미약을 탄 술에 술에 취해 버리는 등 실수만발의 모습이 잘 이입되지 않았다. 전작의 멋진 모습을 담고 책을 펼쳐든 나의 욕심이다.

  한 권의 소설을 통해, 역사적 사실도 익히고, 재미도 얻는 일거양득의 시간이었다. 정조의 기반과 힘이 조금만 더 컸더라면, 보수층의 눈치를 보지 않고, 백탑파의 서생들을 좀 더 기용할 수 있었을텐데.. 백탑파들이 <자송문>의 굴욕을 견디고, 좀 더 정조를 도왔더라면 정조가 쉽게 죽지 않았을텐데 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절개와 기개를 중시했던 그들에게 이제까지의 흔적을 저버리고 <자송문>에 담긴 예전의 시대로 돌아가라는 건 견딜 수 없는 굴욕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백탑파들을 총애했지만, 왕이기 때문에 좋아하는 일만 할 수 없는 그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왕이지만 모든 걸 다 자기 뜻대로 할 수 없고, 늘 행복하지는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신념을 위해 자신이 가진 많은 걸 버릴 수 있었던 백탑파의 용기가 부러웠다.  백탑파를 통해 18세기의 정조의 시대를 좀 더 알 수 있었고, <선비답게 산다는 것>, <조선의 프로페셰널>, <박제가와 젊은 그들>등의 서적에게도 관심을 가질 수 있었다. 

  한 권의 책이 내 인생을 180도로 바꾸진 않았다. 하지만 한 권의 책을 통해, 조금 더 많은 걸 보고 싶어졌었다. 더 많은 걸 알고 싶게, 호기심을 키우는 재미난 책이었다. 백탑파와 함께 한 시간들이 스쳐 지나가며 이제 더 볼 수 없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남아있는 호기심은 또 다른 책을 통해 채워나가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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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혹 - 남자를 눈뜨게 하는 여자의 신비
존&스테이시 엘드리지 지음, 강주헌 옮김 / 청림출판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 ’기독교 신앙’의 마음을 품에 안고 들어가야 할 책.
 

   종교의 철학을 바탕으로 쓴 책은 그 종교를 모르는 이에게 낯설다. ’남자를 눈뜨게 하는 여자의 신비’라는 부제에 끌려 책을 집어들었다. 종교적 경전을 기반으로 근거를 제시하고 논리를 전개해 가지만, 이해하기가 참 어려웠다. 마치, 야구를 좋아하는 내가 미식축구 슈퍼볼 결승전에 입장해서 관람을 하는 기분이다. 그들만의 규칙과 세계를 모른 채, 어떤 이야기를 듣는 다는 건 많은 용기와 인내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책의 저자는 보수적인 기독교 생활에 익숙해진 여성들을 위해 책을 썼다. 저자는 여성들이 수동적이고 부끄러운, 전통적인 교회 내 여성의 이미지에서 벗어나기를 원한다. 자신이 아름다움을 인식하고, 하느님께 자신을 맡기고, 연애하듯이 즐겁게 사랑하라고 한다. 

  교회를 다니지 않기에, 뭐라 말 할 수 없다. 종교적 색채를 빼고 난 후 책을 바라보았을 때, 여성에 대한 부정적이고 수동적인 이미지를 긍정적이고 밝은 존재로 조명하려는 그 시도는 기독교 신앙을 믿는 여성에게 도움이 될 거란 생각이 들었다. 성경의 내용을 중심으로 여성에게 긍정적인 방향으로 해석하는 그 시선이 마음에 들었다. ’이브를 통해서 세상의 창조가 완성되었다’, ’아담이 옆에 있었지만, 뱀에게 유혹당하는 이브를 말리지 않았기에 남자들은 비겁했다’, 그리고 이브가 왜 뱀에게 유혹을 당할 수 밖에 없는지에 대해서 해석을 해 주고 있다.
 

# 남자는 강해야 한다. 여성은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사랑받고 싶어한다. 

 
   사랑을 원하는 여성의 모습과 쉽게 마음의 상처를 받는 여성의 모습이 잘 담겨있었다. 아버지에게 상처받기도 하고, 어머니에게 아픔을 겪기도 하고, 자신을 신뢰하지 못하는 그 마음 속에, 사랑받고 싶어하는 마음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배하기를 원하는 여성, 어두운 곳에 혼자 틀어박히를 원하는 여성, 타인을 깨우는 여성으로 세가지로 여성을 나누는 부분도 인상적이었다. 다양한 여성의 모습과 여성이 겪는 모습을 어떻게 종교적으로 해결해 나갈 수 있는지 설명해 가고 있다. 그리고 자신이 겪은 험했던 수난과 갈등, 어머니와의 불화 등을 어떻게 해결해 냈는지도 솔직하게 담겨 있는 부분은 기독교 신앙을 가진 다른 여성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 종교의 역활에 대해 고민해 보다.

   눈부신 여성은 예쁘다. 하지만 아름다움은 외적으로 보이는 미와 내적으로 빛나는 보이지 않는 아름다움까지, 함께 존재해야 그 말을 붙일 수 있다 생각한다. 종교의 이름에 관계없이 ’하나의 신앙’을 꾸준히 지켜가는 삶은 멋지다고 생각한다. 

   종교를 가진 이는 종교를 가지 않는 이에 비해 더 모범적이어야 한다고 할까. 자신의 잘못된 행동 하나가, 자신이 믿고 있는 신앙까지 욕되게 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개인과 ’종교’는 별개라고 믿지만, 사람들은 진실보다 ’그럴듯한 사실’과 자신들이 믿고 싶어하는 것을 믿기에, 더 조심하고 더 배려해야 한다고 믿는다. 

   종교는 최고의 가르침이라는 이야기라 들은 기억이 난다. 종교의 지향점을 알지 못하지만, 사람들을 더욱 행복하게 해 주기 위해서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기독교’에 신실한 지인들이 많아, 그들에 대해 알고 싶어 선택한 책이었다.   한 권의 책으로 많은 걸 알 수는 없었다. 나와 다른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할까?  

   종교를 이유로 벌어진 전쟁 뒤에는 실제로는 전쟁이 아닌, 자신과 다른 존재에 대한 두려움, 탐욕과 공격의 파괴 본능이  숨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진실한 종교를 믿는 이는 자신의 종교가 최고라는 믿고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공존할 수 있게 먼저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내가 믿는 종교의 소중한 만큼, 다른 이의 종교도 대우해 줘야 한다는 것. 그것이 공존의 시작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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