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등 이펙트 - 지금 누군가 나를 조종하고 있다!
로빈 스턴 지음, 신준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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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해자, 피해자 모두 인식하지 못한 채 벌어지는 정서적 학대! 가스등 이펙트.

  인간은 관계의 동물이다. 가족, 상사, 인간관계 등.. 사람과 사람 사이에 벌어지는 관계이기에, 감정의 관계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일처리를 깔끔하게 하고, 논리적인 생활을 하는 이들도 벗어나기 쉽지 않은 정신적 학대! 사랑받고 싶은 마음과 관계를 잃고 싶지 않은 마음은 "내가 좀 참으면 되지, 나를 이해하지 못해서 그런거야" 등으로 문제를 외면하기 십상이어서, 상황이 악화된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을 소중하게 생각하면 할 수록 상대의 영향력과 정신적 학대에 벗어나기 힘들 가능성은  더 커진다.  <가스등 이펙트>는 정신적 학대를 하는 세 가지 유형인 매력적인 유형의 조정자와 선량한 유형의 조정자, 난폭한 유형의 조정자를 소개하고, 확인할 수 있는 체크리스트, 실제 상담 사례를 소개한다. 상대의 정신적 학대가 깊어지는 불신-자기 방어 - 억압의 단계를 차근차근 설명하고, 이것에 벗어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한다.


# 당신의 의견에 동의하고, 선량해 보이는 척 하지만, 배려의 마음이 없다면 정신적 학대!

  난폭한 유형의 조정자는 정신적 학대의 경우가 쉽게 판단 할 수 있지만, 선량한 유형의 조정자와 매력적인 유형의 조정자는 처음의 경우보다 구별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약속 시간에 늦고, 자신의 잘못은 변명하려 하지 않고, 매력적인 선물과 서비스로 넘어가려는 태도는 쉽게 용서해 줄 듯 하지만, 그것이 지속되면 자신을 조금씩 정신적 학대에 빠지게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상대가 원하는 대로 하지만, 상대가 원하는 행동을 취하지 않아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마음들이 불편한 마음을 만들고, 좋은 사람인 모습을 보이기 위해 사용되는 절충안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알 수 있었던 점이 가장 좋았다.

  정신적 학대의 유형에 일반적으로 자신의 의견이 옳으면 무조건 거기에 따라야 한다는 독선과 상대의 기분보다 자신의 기분을 우선시생각하는 이기적인 마음, 피해자가 자신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점을 이해해서 감정으로 조정하려는 마음이 스며있음을 알 수 있었다. 피해자가 가해자의 관점에서벗어나지 않으면, 문제가 점점 악화되어 상대의 관점에 이입되어 스스로를 무기력하게 만든다는 점을 알게되어 좋았다. 관계를 소중히 생각하는 만큼, 자신을 더 소중히 하는 마음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할까?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과 무력감을 잃기 시작하면 관계 역시 무너질 수 밖에 없음을 확신하게 되었다.


# 실제 사례를 이용한 설명의 방식. 

  문제의 유형부터 문제점 인식, 해결의 방안까지, 오랜 상담 경험을 한 저자의 상담 내역을 재구성해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부모-자식 간의 혈연관계, 상사-부하의 직장생활, 연인의 경우까지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맺어지는 모든 부분에서 정신적 학대가 발생할 수 있고, 피해자 역시 가해자가 정해진 것이 아니라 누구나 될 수 있다는 점도 알게 되었다. 상대의 의견을 존중하지만, 상대의 영향력을 경계할 수 있는 마음과 상대가 의존하려 할 때, 자립하도록 도와주는 마음의 필요성을 인식했다.

  '사랑하니까 그의 모든 점을 이해해야 한다'는 맹목적인 사랑이 정신적 피해를 가중시키는 모습과 자신의 의도를 상대가 이해해 주지 않았다고 끝없이 불안해하고, 초조해 하는 마음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다. 상대가 내 마음을 이해해 주지 않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문제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는 내 마음에 문제가 있다는 점이 강조된 점이 좋았다. 학대의 경우를 명확히 인지하고, 스스로 해결하려 노력하는 모습의 필요성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몸의 학대는 상처가 사라지면 잊을 수 있을지 몰라도, 마음의 상처는 눈에 보이지 않기에 인지하기도 쉽지 않고, 벗어나기도 어렵다. 소중한 관계라는 이유로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고 있지는 않은지, 누군가에게 매달리는 건 아닌지 고민해 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해답은 웅덩이에 벗어나는 것처럼 간결하게 표현되지만, 실제 경험은 그렇게 쉽지 않다. 지금 내가 웅덩이에 발이 빠져있는지, 바르게 땅에 디디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부록에 소개된 감정용어집과 상황을 표현하려는 훈련은 관계를 살피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여성들의 사례가 압도적이였는데, 남성의 사례도 다양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과 마지막 부록의 관련기관에 한국내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관도 소개되었으면 더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엄마니까, 사랑하니까, 상사니까,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인식해야 한다는 제안.. 정신적 학대의 미묘한 심리에 대해 알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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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여행자 - 손미나의 도쿄 에세이
손미나 지음 / 삼성출판사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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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만의 독특한 감성이 담긴 여행기.


  아나운서로만 알고 지냈던 이가 여행 작가로 전업을 했다. TV 프로그램에서는 반듯한 인상에 또렸한 목소리가 인상적이였는데, 글에서는 소탈한 모습한 읽는 이의 마음을 편하게 해 주는 매력이 있다. 동경으로 떠나기 전, 도쿄와 맺었던 사람과 인연들로 책은 시작된다. 여행지를 소개하는 것이 아닌, 자신이 보고 겪은 여행담을 위주로 했기 때문일까? 익숙하지 않는 낯선 곳의 체험보다 그녀가 만난 이들과의 인연이 더 소중히, 오롯히 담겨있다. 태양의 나라? 일본?, 패션과 새로운 흐름의 중심인 동경을 향해 출발하는 그녀와 함께 설레는 마음으로  눈으로 쫒아가며, 여행은 시작되었다.


#  행선지만 정해두고, 무작정 떠나는 여행.


   특별한 계획없이 떠난 여행처럼, 그녀의 여행은 자유롭게 시작되었다. 동경의 거리 곳곳을 돌아다니며, 만난 인연을 매개로, 또다른 사람들과 특별한 인연을 만들고, 그 만남의 기록들이 책의 공간안에 들어섰다. 여행객으로 누군가와 깊이 있게 친해지는 건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관광지를 들러보거나, 축제처럼 특별한 행사를 보고 온 것이 아닌 이야기들이 많아 좋았다.  
 
  아사쿠사에서 리키샤맨 히치를 만나지 않았다면, 게이샤 소녀 노리에를 만날 수 없다. 저녁을 먹으러 오키나와 할머니가 운영하는 식당에 가지 않았다면, 마에다 씨를 만남은 없었을 테고, 마에다씨의 아버지의 백년 전통 일식집도, 마에다씨가 왜 일식집을 이어받지 않고 정치인의 길을 걷는지는 영영 알 수 없을거라 생각한다. 한 사람의 인연이 매개가 되어 다른 이를 만나고, 또다른 체험과 지혜를 배워나가는 일, 따로 강습료를 받지 않아도 많은 체험을 얻을 수 있어 여행은 편하지 않지만, 꼭 해볼 가치가 있다는 점을 확신하게 되었다.
 

# 낯선 곳에서의 경험을 통해, 내 자신을 바라보다.

  외국에서도 쉽게 경험할 수 없는 동성애인들의 활보하는 거리, 매니아를 넘어선 오타쿠들의 그들만의 거리 등 한국과 다른 그들만의 문화를 알 수 있었다. 지금 내가 서 있는 문화와 다름을 살펴보며, 지금 한국이 만들어 가는 문화의 모습을 더 선명하게 볼 수 있었다. 혼자서 음식을 먹어도 전혀 타인의 시선을 느낄 필요가 없는 식당, 25회의 전통을 지닌 소년검도대회지만 소박하게 운영하는 관계자들의 마음가짐과, 대회에 진지하게 임하는 학생들, 그리고 그 모습을 통해 과정과 결과를 중시하는 부분이 다른 한국과 일본의 차이까지 발견해 내는 작가의 센스가 더해져, 동경의 거리와 문화들에 관련된 이야기를 웃기도 하고, 고민하기도 하고 경청하기도 하며 들었다.

  게이샤에 '전문 예능인'이라는 이미지가 담겨있고, 자랑스러워 한다는 점도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자부심을 가지고 멋지게 자신의 꿈을 달려가는 모습은 한국인과 일본인의 청년들 모두 다르지 않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거울을 보지 않고, 여행을 통해 내 자신을 볼 수 있다는 점이 더욱 좋았다.

 


# 다채로운 배경색, 풍부한 사진. 

  배경색이 흰색이 아닌, 다양한 색이 담겨 있어, 처음엔 어색하고 글을 읽는 것이 낯설었다. 중간정도 지나자 책에 익숙해졌지만 사진위에 적힌 글들은 하얀 배경의 글씨보다는 읽기가 수월하지는 않았다. 글이 담긴 영역보다 사진이 담긴 부분이 더 많을 정도로, 사진이 풍부하게 담겨있다. 사진이 있어 글이 묘사하는 부분을 이해하기 좀 더 수월했고, TV 프로그램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느낌도 받았다. 예쁘고 아름다운 모습만큼, 동경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과 못지않게 담겨있어 더 마음에 들었다. 

  도쿄포토 인덱스라는 코너를 통해 동경에서 저자가 추천하는 58곳의 사진과 간단한 여행 정보가 담겨있다. 책띠에 적힌 <손미나의 도쿄에세이>라는 제목에 어울리게, 여행을 매개로 해서 작가가 생각하는 주관과 그의 취향, 개성들을 알 수 있었다. 도쿄와 함께 작가도 함께 알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정말 떠나고 싶은데, 해야 할 약속들로 인해 떠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대리여행이라고 할까, 작가와 함께 도쿄를 여행했으니, 다음번에는 직접 내 발로 동경을 떠나 보아야 겠다. 직접 동경의 공기를 호흡하는 그날까지, 이 책이 도쿄를 여행하는 마음을 잊지 않게하는 표식으로 삼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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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싱
넬라 라슨 지음, 서숙 옮김 / 글빛(이화여자대학교출판문화원)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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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년만의 조우, 2년만의 재회, 그리고 종말..

   1920-30년대, 흑인과 백인의 인종차별이 심했던 시기에 나온 작품이다. 흑인 여성으로, 흑인과 결혼한 아이린 레드필드는 고급 호텔의 카페나 쇼핑을 할 때 백인들만 이용할 수 있는 상점을 이용할 때에만 패싱(백인 행세)을 한다. 어렸을 때의 친구인 클레어는 아버지는 백인 어머니는 흑인으로, 아버지의 죽음 이후, 백인인 고모들의 집에 살게 된 후 소식이 끊기기 된다. 헤어지고 12년만에, 둘은 백인들만 이용하는 드레이크 호텔에서 조우하게 된다. 간절한 클레어의 초청으로, 내키지 않지만 백인들만이 모여있는 파티에 가게된다. 파티 장소에서 남편 가족들 모두 자신이 흑인임을 알고, 결혼한 친구 거트루드를 만나게 되고, 패싱한 세 여인은 오랬만에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클레어가 흑인인줄 모르고, 흑인을 경멸하는 말을 하는 남편 잭을 만나게 되고, 모욕감에 아이린은 다시는 클레어를 보려 하지않기로 결심한다.   2년이 지난 어느 날, 클레어는 아이린에게 편지를 보낸다. 아이린은 그 편지를 무시하고 클레어를 만나려 하지 않는다.  집에까지 찾아온 클레어는 그동안의 혼자만 겪어야 하는 외로움을 토로하게 되고, 안정을 추구했던 아이린은 클레어의 요구에 조금씩 끌려가게 된다. 흑인들의 행사에 주저없이 참여하며 흑인의 생활로 돌아가기를 원하는 클레어에게 아이린은 클레어의 딸 '마저리'를 이야기하며, 되돌아 올 수 없음을 강조한다.

  쇼핑을 하다 잭에게 패싱 행세를 한 것을 아이린은 들키게 되고, 흑인들의 행사에서 잭과 클레어는 마주치게 되는데...


# 사회적 굴레인 '인종', 그리고 보이지 않는 장벽에 대해 생각해 보다.

   흑인 중산층이 어느정도 형성되고, 백인들의 삶을 따라하던 시기 백인의 행세를 하면 많은 이득을 얻을 수 있었던 그때의 패싱의 유혹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인종'이라는 태생적인 이유만으로 차별하는 문화가 오랜시간 지속되어 왔고, 그 뿌리에 종교가 깊숙이 관여되고 이용당하고 있었다는 점도 알게 되었다.

  백인 행세를 하더라도, 결국 혼자서 생활해야 해서 느껴야 하는 외로움과 무력함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었고,  경계를 넘지 않은 세계에서 더욱, 경계를 넘은 자에 대한 외면이 심하다는 점도 알 수 있었다. '앵무새 죽이기'와는 다르게 현실적인 관점에서 인종 차별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인종'이라는 차이는 극복하는 건 쉽지 않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우리나라로 돌아서면 '민족'이라는 틀로 해석할 수 있지 않을 까 하는 생각도 해 보게 되었다. 그가 어떤 꿈을 가지고 있고, 어떻게 생활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누구의 자식이고, 어떤 환경을 갖추고 있는가를 보는 세태에서 보이지 않지만 마음속에 강력하게 자리잡고 있는 장벽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 가독성이 높고, 생각할 고민거리가 많았던 책.

 
  조우, 재회, 종말로 이어지는 3부작이 매끄럽게 이어지며, 서로 다른 두 흑인 여성의 갈등과 사건들을 잘 보여준다. 안정 지향적이고 사회 순응적인 아이린과 자신의 욕망을 위해서라면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품성을 충분히 벗어날 수 있는 클레어, 도덕적 잣대를 벗어나, 인종과 욕망, 갈망과 분열 등의 여러가지 요소를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작가 자신이 백인과 흑인 사이에서 태어났기 때문일까. 흑인과 백인 사이의 경계, 그리고 백인 행세를 통한 더 많은 지위를 얻고 싶어하는 욕망에 대해서 자연스럽지만 마음에 깊이 각인되도록 잘 표현하였다.  읽고 난 후, 여운이 깊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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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는 없다
버지니아 펠로스 지음, 정탄 옮김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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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을 빛낸 두 명의 천재, 셰익스피어와 베이컨.

    베이컨의 생애를 통해, 셰익스피어를 만나다.


    "인도를 주더라도, 셰익스피어는 줄 수 없다"는 영국의 오만한 발언에서 셰익스피어에 대한 영국인의 애정을 느낄 수 있다. 맥베스, 리어왕, 베니스의 상인, 햄릿, 한 여름 밤의 꿈 등의 수많은 희곡을 쓴 이로 유명한 연극배우 셰익스피어와 남작과 자작을 거쳐 귀족이 된 베이컨은 동시대에 태어났다는 점 외에는 유사한 점을 찾기 힘들다.

  처녀 여왕으로 알려진 엘리자베스의 숨은 아들이 베이컨이며, 셰익스피어는 이름만 빌려주었을 뿐, 실제로는 베이컨이 희곡을 쓴 주인공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그 당시의 역사적 맥락과 현대의 관점에서도 수긍하기 힘든 내용이다. 셰익스피어의 실제 생에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부족한 점과 베이컨의 생애의 모호한 점, 그리고 베이컨의 작품에 등장한 작품과 관련 없는 글들이 베이컨이 숨겨놓은 암호라고 주장하며 저자는 베이컨의 생애를 되짚어가는 형식을 사용하여 주장을 전개한다.


# 베이컨의 생애를 통해 드러나는 엘리자베스 여왕 시대의 대영제국.


  처녀 여왕의 숨겨진 사생아 프란시스 베이컨. 저자는 유년시절에 베이컨은 이미,  자신이 엘리자베스 여왕의 자식임을 알게되었고 충격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자기 정체성에 관한 고민과 외국으로의 유학도중에 일어난 연애사건을 통해 <로미오와 줄리엣>,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괴로움으로 <햄릿>, 책을 무리하게 출판하다가 생긴 자금부족으로 곤란을 겪게 되면서 집필하는 <베니스의 상인> 등 여러가지 인간의 내면의 고뇌의 작품들이 실제 베이컨이 직접 겪고 만들어낸 작품이라 이야기 한다.

  왕자이면서도 여왕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숨어서 자신의 이야기를 책을 통해 전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터무니 없게 생각했었는데, 책을 읽다보면 상상력으로 꾸며낸 음모론이 아닌, 체계적으로 논리적 주장들이 연결되어 있음을 느낀다. 물론, 정확한 진실은 이 책 한권으로 알 수 알아낼 수 없다. 적어도 도발적인 질문을 통해 셰익스피어와 엘리자베스, 베이컨에 대한 궁금증이 커졌고, 베이컨의 생애를 살펴보며 엘리자베스 여왕 시대의 여러가지 사건들과 영국의 상황에 대해 좀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엘리자베스 여왕의 험난한 삶과 자신의 동생인 에식스와 어머니인 엘리자베스가 만들어낸 흥미로운 일들, 그리고 수뢰사건으로 모함받아 말년의 어두운 삶까지, 영화로 만들어도 좋을만큼 극적 변화가 심한 이야기들이 많았다. 지루하지 않았고 끝까지 흥미롭게 진행되는 글을 읽다보니 어느새 끝이 나버렸다. 가독성이 높았던 책이었다.


# '에식스', '엘리자베스', '베이컨'. 한 권으로 세 명의 인물의 삶을 만나다.


   책을 읽고 나니, 만약 베이컨이 엘리자베스 여왕의 뒤를 이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되었다. 자신의 혈통을 숨길수 밖에 없었던 베이컨, 자신감이 지나쳤던 에식스 등 흥미로운 인물들이 만들어가는 새로운 영국의 모습을 상상해 보기도 했다. 베이컨에 대해 우호적인 책이라고 할까? 수많은 어려움과 고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자리에 최선을 다했던 모습은 역사적 진실 여부에 관계없이 인상적이었다.

  셰익스피어의 실제인물이 '베이컨'인지 아닌지는 지금의 내게 중요하지 않다. 셰익스피어 또는 셰익스피어의 이름을 빌려 쓴 이가 쓴 희곡들은 공연을 통해 지금을 사는 우리에게 많은 감동과 영향을 주었다. 셰익스피어의 작품과 베이컨, 엘리자베스 등 작품이 아닌 작품 집필 당시의 영국을 여행한 기분이다. 셰익스피어 뿐 아니라 다른 인물들의 삶에 대한 관심을 부여해 준 재미난 작품이었다. 한 작품을 통해 한 시대에 대한 관심까지 얻을 수 있었다. 흥미로운 많은 이야기들은 관련 도서들을 찾아보며 다시 확인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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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인생, 당신에게 배웁니다 - 시골의사 박경철이 만난 아름다운 사람들
박경철 지음 / 리더스북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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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여곡절.. 병원 안에서의 이야기를 통해 인생을 배웁니다.
 
  희노애락, 생로병사! 살면서 지을 수 있는 많은 표정들이 병원 내에서 만들어진다. 살 수 있다는 희망, 고치고 싶어도 고칠 수 없는 절망, 돈 때문에 자신이 비참해지는 무력감, 새로운 생명의 탄생과 또 다른 생으로의 여행을 떠나는 것 모두 병원에서 일어난다. 순박한 사람들, 때가 늦은 사람들, 각자 자기만의 사연이 있다.

  작은 시골 외과병원에서 일어난 일들에 대해, 저자는 관찰자의 시각을 가진 채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낸다. 가장으로 가정을 책임져야 하는데, 생의 마지막을 준비해야 하는 환자들 대면하는 모습, 각 환자만의 절박하고, 애틋하고, 안타까운 사연들, 세상에 일어나기 힘든 기적이 만들어지는 순간, 작은 정성에 마음이 따뜻해지는 순간까지...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 병원속의 모습을 들여다 보게 된다.


# 지금 이 순간 사는 것은 덤이다 생각하고 사세요..


  해피엔딩을 꿈꾸지만, 인간의 생명은 자신의 의지로 생을 태어난 것이 아니기에, 생의 마지막 순간 역시 자기 의지대로 선택할 수 없다. 남편이 시한부 인생으로, 의학적으로 생명을 더 연장할 수 없는 상황일 때, 부인에게 건강검진도 받지 말고, 병을 고치려고 뭐 좋다는 것도 하지 말고, 지금 이 순간 사는 것은 그저 덤이다, 생각하고 살라고 이야기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남편의 경우는 케이스가 좋아서 10년의 생을 연장하고, 병이 더 악화되어 수술의 고비가 생겼지만, 그럼에두 불구하고 삶을 더 살 수 있었던 건 하루를 더 산다는 감사하는 마음으로, 후회없는 생을 살았기에 기적의 행운이 깃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모두는 의사에게 날짜를 명시받지 않은 시한부 인생이다. 누구나 영원히 생명을 살 수 없기에, 한 번 밖에 겪을 수 없는 시간이기에 매 순간이 소중하다는 것을 다시 느끼게 되었다. 삶의 어렵고 부정하고 쉽고 믿고 싶지 않은 순간에도 묵묵하게 현실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멋있었다. 운명은 피할 수 없다. 삶을 바라보는 내 자세를 바꿀 수 있을 뿐이다 라는 그의 말 속에 서린 슬픔 역시.. 인간이기에 감내 할 수 밖에 없는 불가결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행복도 슬픔도 모두 당신이 만들어 가는 겁니다.


  4부, 40편의 에피소드가 담겨있다. 친구와 함께 시골에서 병원일을 하자던 약속을 지켜내는 모습도 좋았고, 작은 일들에 대해 감동할 줄 아는 여유를 지닌 모습도 좋았다. 그리고 자신의 딸 지혜를 통해서 부모의 마음과 의사의 마음을 모두 헤아리게 되는 겸손함을 가진 모습도 좋았다.  

  <나는 고백한다, 현대의학을>이란 책이 있다. 아툴 가완디라는 외과의가 의료생활을 하며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통해 현대의학의 한계에 대해서 불확실성과 그 변화에 대해 진솔하게 기술한 책이다. <하얀거탑>, <뉴하트> 등의 의학드라마에서 볼 수 있는 감동과는 다른  실제 의료현장의 사례와 외과의이자 아버지의 입장에서 일반인이 병원의 환상에서 벗어날 수 있게 잘 기술된 책이다. 병원에 대한 인상을, <착한 인생, 당신에게 배웁니다>를 통해 가슴으로 다가서고, <나는 고백한다, 현대의학을>을 통해 논리와 이성으로 판단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제일 좋은 건 아프지 않는 것이라 생각한다. 몸에 이상이 있더라도 조기 발견에서 빨리 치료받는 것이 차선일 것이다. 그 다음은 좋은 의사에게 좋은 진료를 받는 것이라 믿는다. 가족 구성원 중 한 사람이 아파도 가족 모두가 힘을 낼 수 없다. 내가 건강하게 하루를 사는 것이 내 가족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어주는 것인지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내가 건강해야 가족이 아팠을 때 힘이 되어줄 수 있으니까. 몸 건강히 하루를 산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 일인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건강하게 하루를 보낼 수 있게 키워주신 부모님께 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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